추리 미스터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붉은 달 아래 그림자

등 뒤에서 칼날 부딪치는 소리가 차갑게 귓전을 스쳤다. 진우는 이를 악물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좁은 골목을 박차고 나갔다. 밤의 장막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 어둠은 진우의 도주를 돕는 동시에, 그의 그림자를 쫓는 자들에게도 완벽한 은신처를 제공했다.

“저기 있다! 놓치지 마라!”

찢어지는 듯한 외침이 뒤따랐다. 황제궁 감찰부 놈들이다. 놈들은 짐승 같은 후각으로 진우를 쫓아왔다. 진우의 손에는 낡고 거친 천으로 감싼 작은 나무 상자가 들려 있었다. 무게는 가벼웠지만, 그 안에는 황룡제국의 심장을 뒤흔들 수 있는 비밀이 담겨 있었다.

철컥! 철컥!

날카로운 쇠붙이 소리가 등 뒤에서 한층 더 가까워졌다. 놈들의 갑옷이 골목 벽에 부딪히는 소리였다. 진우는 망설임 없이 썩은 내가 진동하는 뒷골목 하수구 입구로 몸을 던졌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진흙과 오물이 옷을 더럽혔지만, 개의치 않았다.

“젠장, 놈이 하수구로 들어갔다!”
“따라가! 어디까지 도망치나 보자!”

진우는 차가운 하수물에 발을 담그며 어둠 속으로 달렸다. 코를 찌르는 악취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지만, 오히려 정신을 맑게 했다. 그는 이 미로 같은 지하 통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감찰부 놈들이 감히 들어올 수 없는, 아니, 들어오기를 꺼리는 곳이었다. 놈들은 빛에 익숙한 낮의 짐승들이었고, 진우는 어둠 속을 헤매는 그림자였다.

“하아… 하아…”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폐가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 상자는, 그들의 희망이었다. 진우는 손에 들린 상자를 더욱 꽉 쥐었다. 그 상자의 표면에 희미하게 새겨진, 엉겨 붙은 칡넝쿨 문양이 그의 손끝에 닿았다. ‘새벽의 등불’ 조직의 상징이었다.

한참을 내달렸을까. 멀리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그의 목표였다. 진우는 마지막 힘을 짜내 빛을 향해 몸을 던졌다. 낡은 철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자, 습하고 서늘한 공기가 폐를 채웠다. 간신히 뚜껑을 밀어 올리자, 익숙한 흙냄새와 함께 작은 지하실이 나타났다.

“진우! 괜찮은가?”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소하였다. 그녀는 촛불 하나에 의지해 진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단단하게 묶은 머리카락,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낡은 가죽 갑옷 아래로 단련된 몸이 역력했다. 소하는 진우의 몰골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꼴이 이게 뭔가. 감찰부 놈들이 붙었나?”

진우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상자는… 무사합니다.”

그가 천에 감싸인 나무 상자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소하의 눈빛이 상자에 닿자마자 깊이를 알 수 없게 변했다. 그녀는 진우에게서 상자를 받아 들었다. 그녀의 손길이 희미하게 떨렸다.

“잘했다. 큰일을 해냈어.”

소하는 상자를 탁자 위 낡은 나무 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상자에는 복잡한 잠금장치가 되어 있었다. 단순한 자물쇠가 아니었다. 칡넝쿨 문양 사이사이에 숨겨진 돌기를 특정 순서로 눌러야만 열리는 구조였다. 소하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능숙하게 돌기들을 찾아 눌렀다. 딸깍, 툭. 작은 소리와 함께 상자 뚜껑이 열렸다.

진우는 숨을 죽였다. 이 상자는 한 달 전, ‘새벽의 등불’ 조직원이 황제궁 지하 보관고에서 어렵게 빼돌린 것이었다. 그 조직원은 상자를 빼돌리자마자 감찰부에 발각되어 목숨을 잃었다. 그만큼 중요한 물건이었다.

상자 안에는 예기치 못한 물건이 들어 있었다. 낡은 양피지 두루마리 하나, 그리고… 정교하게 조각된 나무 새 한 마리. 새는 붉은색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날개 부분이 마치 진짜 깃털처럼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이게… 대체…” 진우는 의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기대했던 서류나 지도가 아니었다.

소하는 양피지 두루마리를 먼저 집어 들었다. 그녀의 눈이 빠르게 글자들을 훑었다. “이건… 단순한 장부로군. 위장인가?”

양피지에는 황제궁의 재물 목록 같은 것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숫자들이 이상했다. 반복되는 특정 숫자와 조합들이 마치 암호처럼 보였다.

“아니.” 소하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암호가 아니야. 미끼지. 진짜는 이 나무 새에 있을 거야.”

그녀는 양피지를 내려놓고 나무 새를 집어 들었다. 손가락으로 새의 몸통을 조심스럽게 더듬었다. 진우는 그녀의 움직임을 숨죽이며 지켜봤다. 소하의 눈이 새의 붉은 눈에 멈췄다. 작은 조각칼로 파낸 듯한 눈이었다. 그녀가 그 눈을 조심스럽게 눌렀다.

딸깍!

놀랍게도 새의 날개 부분이 벌어졌다. 그 안에는 아주 작은 틈이 있었고, 얇게 말린 종이 조각 하나가 숨겨져 있었다. 소하는 손톱으로 종이를 꺼내 조심스럽게 펼쳤다.

종이 조각은 너무나 작아서 겨우 손가락 마디 정도 되는 크기였다. 그 위에는 희미한 먹으로 그려진 그림이 있었다. 진우가 가까이 다가가 그림을 들여다봤다. 그것은 복잡한 지도 조각 같기도 하고, 도면 같기도 했다. 중앙에는 마치 거대한 뱀이 몸을 똬리 튼 듯한 기이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뱀은 세 개의 눈을 가지고 있었고, 그 눈에서 마치 액체가 흐르는 듯한 줄기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문양 옆에는 낯선 글자들이 쓰여 있었다.

“이건… 황제궁 감찰부 지하 시설의 도면 조각이야.” 소하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약한 경악과 동시에 깊은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지하 시설이요? 어떤 시설입니까?” 진우가 물었다.

소하의 손가락이 종이 조각의 한 부분을 짚었다. “여길 봐. ‘삼안지사 (三眼之蛇)’… 그 뱀 문양은 감찰부 내에서도 극비 중의 극비인 ‘검은 심장’ 부서의 상징이야. 그리고 이 옆에 적힌 날짜는…”

그녀는 날짜를 읽는 순간,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불과 사흘 뒤야.”

진우는 섬뜩한 예감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삼안지사. 검은 심장 부서. 그리고 사흘 뒤. 모든 것이 불길하게 연결되었다.

“대체 사흘 뒤에 무슨 일이…” 진우의 목소리는 끝을 흐렸다.

소하는 종이 조각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에서 벗어나 차갑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 도면은 단순한 시설의 지도가 아니야, 진우. ‘검은 심장’ 부서가 황제궁 깊숙이 숨겨 놓은, 살아있는 자들을 실험하는 장소의 일부다. 그리고 이 세 개의 눈을 가진 뱀 문양… 이건 단순한 상징이 아니었어.”

그녀의 시선이 진우를 향했다. 그 눈에는 분노와 함께 지독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저들이 사흘 뒤,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거야. 인간을… 황제의 개로 만드는, 끔찍한 실험을.”

그녀의 마지막 말과 함께 지하실은 싸늘한 침묵에 잠겼다. 진우는 차가운 전율을 느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제국의 잔혹한 진실이 눈앞에 펼쳐진 순간이었다. 그들의 반란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