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잿빛 새벽

낡은 지하실은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축축한 냉기로 가득했다. 시아는 차가운 돌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소리를 들었다. 주위는 암흑에 가까웠지만, 희미하게 빛나는 기름 등잔 하나가 공간을 겨우 밝히고 있었다. 그 작은 불빛마저도 제국이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를 걷어낼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림자를 더욱 짙게 만들어 불안감을 증폭시킬 뿐이었다.

몇 주째 이어지는 황실 척결대의 숙청 작전은 도시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반역의 씨앗’이라 이름 붙여진 작은 불씨들마저도 뿌리째 뽑아내겠다는 황제의 의지는 너무나도 견고했다. 한때 희망의 속삭임으로 가득했던 뒷골목은 이제 서로를 의심하는 침묵과 비명 소리로 채워졌다. 시아는 손톱으로 거칠어진 손바닥을 긁었다. 피가 맺히지는 않았지만, 신경이 곤두서는 통증이 그녀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아직도 안 왔어?”

어둠 속에서 강후의 낮고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시아의 맞은편, 가장 두꺼운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언제든 뛰쳐나갈 준비가 된 맹수 같았다. 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한숨 섞인 공기가 그녀의 뺨을 스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위험해져.”

미라가 웅크린 채 중얼거렸다. 그녀는 겨우 스무 살 남짓한 나이로, 의사였다. 가끔은 너무 여려 보여서 이 잔혹한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언제나 침착했고, 눈은 언제나 단단했다. 미라는 품 안에 든 작은 약병을 만지작거렸다. 아마도 만약을 위한 최후의 선택지일 것이다.

오늘 한율이 가져올 정보는 그들의 다음 행보를 결정할 중요한 열쇠였다. 그는 제국의 감시망을 뚫고 척결대의 움직임을 파악해 오기로 했다. 황제의 심복으로 알려진 척결대장, ‘검은 칼날’ 아르고스의 지휘 아래 움직이는 그들은 예측 불가능했으며,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움직였다.

시아는 벽에 기대었던 몸을 일으켰다. 한율은 약속 시간을 삼십 분이나 넘기고 있었다. 이 시간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이 지연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조직은 엄격한 규칙과 비상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 붙잡힌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머릿속에 불길한 상상이 꼬리를 물었다. 척결대는 단순히 정보를 캐내는 것을 넘어, 사람의 정신을 파괴하는 데에도 능숙했다. 공포와 고통 속에서, 가장 굳건한 신념도 무너지는 것을 시아는 수없이 보았다.

그때였다. 낡은 나무 계단을 삐걱이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지하실 문에 고정되었다. 삐걱이는 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등잔의 불빛이 흔들리며 그림자를 더욱 길게 늘렸다. 침묵이 공간을 압도했다. 모든 숨소리가 멎은 듯했다.

이윽고 문이 조용히 열리고, 한율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그는 평소처럼 어깨에 멘 낡은 가방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 얼굴은 땀으로 번들거렸지만,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불안으로 흔들렸다.

“늦었잖아, 한율.”

강후가 날카롭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불쾌감이 가득했다. 한율은 강후의 시선을 피하며 바닥을 응시했다.

“미안… 오는 길에… 척결대가… 갑자기…”

그는 말을 더듬었다. 땀방울이 그의 턱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시아는 한율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그의 옷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하지만 평소 깔끔하기로 유명한 그가 이렇게 땀에 젖어 허둥거리는 모습은 이상했다. 그리고 그의 어깨. 늘 어깨에 메던 가방 끈이 평소보다 지나치게 긴장된 어깨 근육을 타고 내려와 있었다. 마치, 본래 무게가 아니라는 듯.

“무슨 일 있었어? 다친 곳은?”

미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한율은 그제야 미라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언뜻 희미한 섬광이 스쳐 지나갔다. 시아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고통이나 두려움이 아니었다. 짧지만, 분명한… *경고*.

경고라고? 왜? 누구에게?

시아의 등줄기에 차가운 소름이 돋았다.

“아니… 괜찮아. 겨우 따돌리고 왔어.”

한율이 애써 평온한 목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숨을 고르는 척했지만, 시아는 그의 호흡이 비정상적으로 차분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격렬하게 도망쳐 온 사람의 호흡이 아니었다.

“정보는?”

시아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한율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시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불안정했지만, 그 안에는 묘한 체념이 깃들어 있었다.

“척결대가… 새벽의 불꽃을… 뿌리 뽑으려 해.”

한율의 말에 강후가 주먹을 꽉 쥐었다. 미라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

“그럼 정보는? 그들의 다음 목표는 어디야? 우린 어떻게 움직여야 하지?”

강후가 다급하게 물었다. 한율은 깊은 숨을 들이쉬고는, 이내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너무나도 천천히, 가방의 잠금장치를 풀었다.

그 순간, 시아의 머릿속에서 모든 조각이 맞춰졌다.
땀, 떨리는 목소리, 비정상적으로 차분한 호흡, 그리고 그 미세한 경고의 눈빛.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한율의 손이 가방을 여는 방식. 너무나도 신중하고, 망설이는 듯한 그 움직임. 마치, 가방 안에 있는 것이 폭발물이라도 되는 양.

“한율!”

시아가 소리쳤다. 동시에 그녀는 옆구리에 숨겨두었던 단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가방의 잠금장치가 열리는 순간, 그 안에서 푸른빛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단순히 빛이 아니었다. 섬광이 터져 나오자마자, 지하실 전체가 제국의 ‘감시의 눈’에 포착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듯, 차가운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제국 반역자들의 은신처가 포착되었습니다. 황실 척결대는 즉시 진압 작전을 개시한다.”*

등잔의 불빛이 흔들리다 이내 꺼졌다. 지하실은 다시 완벽한 암흑 속에 잠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의 암흑과는 달랐다. 숨 막히는 공포와 함께, 발소리가 들려왔다. 수십 명의 철제 군화가 계단을 밟고 내려오는 소리.

한율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절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젠장!”

강후가 욕설을 내뱉으며 벽을 주먹으로 쳤다.

미라는 이미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시아는 단검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돌벽의 감촉.
함정이었다. 한율은 미끼였다. 아니, 한율은…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는 도구였다.

“도망쳐!”

시아의 목소리가 어둠 속을 갈랐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문이 활짝 열리며, 섬뜩한 푸른빛의 제복을 입은 척결대 병사들이 지하실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의 눈은 냉혹했고, 손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번뜩였다.

그리고 그들 선두에는, 검은 칼날 아르고스가 서 있었다. 그의 눈은 잿빛 새벽처럼 차가웠다.
시아는 강후와 미라를 재촉하며 몸을 날렸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하지만 죽을 수는 없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잔혹한 새벽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