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작품명:** 벽장 속 그림자

**에피소드 제목:** 1화: 보이지 않는 이웃

**등장인물:**
* **서윤:** 20대 후반. 고립된 아파트에서 살아남으려는 여성.
* **태수:** 서윤의 남동생. 외부에서 생존 중. (목소리만 등장)

**장면 1**

**[장면 시작]**

**배경:** 낡았지만 현대적인 도시의 고층 아파트 내부. 거실. 바깥은 어스름이 깔린 회색빛 풍경. 창문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지만, 사이로 희미한 도시의 실루엣이 보인다. 도시 전체가 죽은 듯 고요하다.

**연출:** 화면은 서윤의 뒷모습을 비춘다. 그녀는 창밖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어깨가 약간 움츠러들어 있다. 실내등은 최소한으로 켜져 있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서윤 (내레이션):**
벌써 몇 주째였다. 바깥세상이 아비규환으로 변한 지.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순식간에 그렇게 변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창밖을 내다보는 일조차 숨 막히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곳은, 15층 높이의 콘크리트 상자 안은, 아직은 안전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컷]**

**장면:** 서윤이 거실 테이블에 놓인 컵라면을 바라본다. 젓가락이 이미 꽂혀있다. 컵라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그녀의 표정은 공허하다.

**서윤 (내레이션):**
식료품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도와 전기는 아직 끊기지 않았지만, 언제까지 버텨줄지 알 수 없었다. 이 아파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나 말고도 몇몇이 더 있겠지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이제 금기시된 행동이나 마찬가지였다. 소음은 곧 죽음이었다.

**[컷]**

**장면:** 서윤이 젓가락으로 컵라면을 휘젓는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젓가락이 테이블 위로 떨어진다. 그녀는 잠시 멈칫한다.

**서윤:**
(작게 혼잣말)
…이런.

**연출:** 젓가락을 주우려 몸을 숙인다. 그때, 부엌 쪽에서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 긁히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슥, 스슥.’

**서윤:**
(고개를 살짝 들어 부엌 쪽을 바라본다. 미간을 찌푸린다.)
…뭐지?

**서윤 (내레이션):**
쥐인가? 아니, 이 높이까지 쥐가 올라올 리 없어. 게다가… 이 아파트에서 쥐를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컷]**

**장면:** 서윤이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선다. 맨발이다. 발소리조차 내지 않으려는 듯 살금살금 부엌으로 향한다.

**연출:** 부엌으로 이어지는 복도. 복도 끝 어두운 곳에 오래된 벽장 문이 희미하게 보인다. 벽장은 평소 잘 열지 않는 곳이다.

**서윤:**
(복도 끝 벽장 문을 응시한다.)
…아무것도 없네.

**서윤 (내레이션):**
착각이었을까. 불안한 요즘, 내 신경이 너무 예민해진 탓일지도 모른다.

**[컷]**

**장면:** 서윤이 다시 거실로 돌아와 컵라면을 마저 먹으려 한다. 그런데, 젓가락이 아까와 다른 곳에 놓여 있다. 테이블 중앙에 가지런히.

**서윤:**
(눈을 가늘게 뜨고 젓가락을 본다. 손으로 집어 들었던 기억이 없다.)
…내가? 치워놨었나?

**연출:**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젓가락을 든다. 다시 컵라면을 먹으려 하는데, 갑자기 탁자 위 컵라면이 ‘쿵’ 하고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진다. 국물이 살짝 튀어 오른다.

**서윤:**
(깜짝 놀라 젓가락을 떨어뜨린다. 눈이 커진다.)
으악!

**연출:** 서윤의 시선은 컵라면이 아닌, 컵라면 밑에 깔린 테이블의 다리를 향한다. 테이블은 분명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컵라면만 옆으로 밀린 듯한 움직임이었다.

**서윤 (내레이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착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분명한 움직임. 테이블은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바람이 들어올 틈도 없었다. 그럼… 누가?

**[컷]**

**장면 2**

**[장면 시작]**

**배경:** 한밤중의 아파트 거실. 모든 불이 꺼져 있고, 창문 틈으로 희미한 달빛만 새어 들어와 어둠을 더 강조한다. 서윤은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화면은 ‘통화 연결 중…’ 메시지를 반복한다.

**서윤:**
(초조하게 화면을 응시하다가, 한숨을 내쉰다.)
하… 태수야, 제발 받아…

**[컷]**

**장면:** 스마트폰 화면이 ‘연결 실패’로 바뀐다. 서윤은 이를 악문다.

**서윤 (내레이션):**
며칠째 동생과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처음엔 통신망 문제려니 했다. 하지만 이젠… 어쩌면…

**[컷]**

**연출:** 그때, 거실 천장의 전등이 ‘찌지직’ 소리를 내며 깜빡이기 시작한다. 희미한 불빛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며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윤:**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든다. 전등을 멍하니 바라본다.)
…전기 문제인가?

**연출:** 깜빡이는 전등 아래, 어둠 속에 있던 물체들의 그림자가 불규칙하게 흔들린다. 소파 건너편 책장에 꽂혀있던 책 한 권이, 마치 누가 잡아당긴 것처럼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서윤:**
(비명을 삼키며 입을 틀어막는다. 눈은 공포에 질려 떨리는 책에 고정된다.)
흐읍…!

**연출:** 책은 바닥에 떨어져 펼쳐져 있다. 페이지들이 천천히,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넘기는 것처럼 한 장씩 넘어간다. ‘스슥, 스스슥.’

**서윤 (내레이션):**
아니, 이건 더 이상 착각이 아니었다. 누군가 내 공간에 침입했다. 아니, 누군가가 아니라…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컷]**

**장면 3**

**[장면 시작]**

**배경:** 다음 날 아침. 여전히 불안정한 서윤의 아파트.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겨우 들어오지만, 실내는 여전히 어둡고 으스스하다. 서윤은 밤새 잠을 설친 듯 눈 밑이 검다. 낡은 식칼을 쥐고 거실 구석에 앉아있다.

**서윤:**
(작게 읊조린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전부 다.

**연출:** 어제 떨어졌던 책은 여전히 바닥에 펼쳐져 있다. 그 책의 제목은 ‘어둠 속의 속삭임’.

**서윤 (내레이션):**
어제 밤새도록, 작은 소음들이 내 귀를 괴롭혔다. 부엌의 그릇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안방 문이 아주 느리게 열리는 소리.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들려오는, 긁히는 소리. 바로 그 벽장에서.

**[컷]**

**장면:** 서윤이 조심스럽게 일어서서 벽장 쪽으로 향한다. 식칼을 든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연출:** 부엌 옆에 있는 벽장. 짙은 갈색의 나무 문이다. 틈새가 없이 단단히 닫혀 있다. 서윤은 문 앞에 서서 귀를 기울인다.

**서윤:**
(숨을 죽이고 벽장 문에 귀를 댄다.)

**연출:** ‘슥, 스슥, 스스슥.’ 벽장 안에서 긁히는 소리가 아까보다 훨씬 또렷하게 들린다. 마치 손톱으로 나무를 긁는 듯한 소리. 이어서, 아주 약하게, ‘끅… 끅…’ 하고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서윤:**
(경악한다. 두려움에 온몸이 굳어진다. 하지만 동시에, 호기심과 알 수 없는 연민이 그녀를 사로잡는다.)
…누구… 누구세요…?

**연출:** 벽장 문 안에서, 긁히는 소리가 뚝 멈춘다. 흐느끼는 소리도 멎는다. 완벽한 정적.

**서윤 (내레이션):**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내 안의 무언가가, 그 벽장 너머의 존재와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컷]**

**장면:** 서윤이 떨리는 손으로 식칼을 든 채 벽장 문의 손잡이를 잡는다. 손잡이가 차갑게 느껴진다.

**서윤:**
(이를 앙다물고,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연출:** 서윤이 손잡이를 돌리자, 낡은 경첩이 ‘끼이이익’ 하고 섬뜩한 소리를 낸다. 문이 아주 느리게 열리기 시작한다.

**[컷]**

**장면:** 벽장 내부가 드러난다. 어둡고 좁은 공간이다. 오래된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확 풍겨 나온다. 옷가지들이 너저분하게 걸려 있고, 바닥에는 낡은 상자들이 쌓여 있다.

**연출:** 서윤이 벽장 안을 들여다본다. 아무것도 없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을 수 없다.

**서윤:**
(실망감과 허탈함, 그리고 더 큰 공포에 휩싸인다.)
…아무것도…

**연출:** 그때, 서윤의 발치에 놓인 낡은 상자 중 하나가 ‘덜컹’ 하고 흔들린다. 상자 뚜껑이 아주 미세하게 들썩인다. 마치 안에서 무언가가 밀어 올리는 것처럼.

**서윤:**
(비명을 지르려다, 가까스로 참는다. 숨이 턱 막힌다.)
…뭐야…

**연출:** 상자 안에서 ‘슥, 스슥’ 하는 긁히는 소리가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상자 뚜껑의 틈새로 붉은 액체가 스며 나오기 시작한다. 끈적하고 어두운 붉은색. 마치 피처럼.

**서윤 (내레이션):**
피였다. 저 붉은 액체는… 피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벽장 안의 존재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바깥세상을 아비규환으로 만든 그것들 중 하나가, 우리 아파트 안에… 우리 아파트 벽장 안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갇힌 채, 나에게…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컷]**

**장면:** 상자 뚜껑이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위로 크게 들썩인다. 틈새가 훨씬 벌어지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 사람의 손톱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뚜껑을 긁으며 위로 솟아오르려 한다. 손톱은 이미 검게 변색되어 있다.

**서윤:**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친다. 식칼을 든 손이 심하게 떨린다.)
안 돼… 안 돼…!

**연출:** 벽장 문이 갑자기 ‘쾅!’ 하고 저절로 닫힌다. 엄청난 충격음에 서윤은 중심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벽장 문이 잠긴 것이다.

**서윤 (내레이션):**
그것은 갇혔다. 내 벽장 안에. 하지만 동시에, 나는 완전히 갇힌 기분이었다. 이제 이 아파트는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었다.

**[컷]**

**장면:** 서윤이 벽장 문을 응시한다. 닫힌 벽장 문 너머에서, 무언가 긁히는 소리가 ‘따닥, 따닥, 따다닥’ 하고 더욱 격렬하게 들려온다. 문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한다. 그 소리는 마치 ‘열어줘…’라고 외치는 듯하다.

**서윤:**
(눈물을 흘리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벽장을 바라본다. 입술을 깨물어 피가 난다.)
…제발… 제발…

**[장면 종료]**

**[에피소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