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차갑고 축축한 공기가 폐부를 긁었다. 낡은 증기 배관이 거미줄처럼 얽힌 지하 통로. 녹슨 철제 이음새 곳곳에서 증기가 피식거리며 새어 나왔고, 희미한 기름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섞여 독특한 악취를 풍겼다. 천장에서는 끊임없이 응결수가 떨어져 바닥의 웅덩이를 만들었고, 그 위로 가끔씩 쥐들이 재빠르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시아는 낡은 작업등이 드리운 그림자 속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은 어둠에 익숙해진 야생동물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볼품없는 회색 작업복을 입었지만, 그 옷 아래 단련된 몸은 언제든 튀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탁자 위에는 정교하게 그려진 도시 외곽의 지도 한 장이 펼쳐져 있었다. 황제국의 주력 병기인 자동기계병들의 생산 및 보수 시설, ‘강철의 심장’ 공장. 그들의 다음 목표였다.

“황제국 놈들은 우리가 이런 곳에 숨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거야.”

묵직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울렸다. 카인이었다. 강철 톱니바퀴 조각을 엮어 만든 방어구가 어깨에 걸쳐 있었고, 닳고 닳은 가죽 장갑을 낀 그의 손은 평생 무언가를 쥐거나 고치거나 때려 부수며 살아온 사람의 손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흔들림 없는 강철 같았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야, 카인.” 시아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녀는 지도의 특정 구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난번 ‘푸른 연기’ 작전에서 놈들은 우리를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추격했어. 뭔가 정보가 새는 곳이 있거나, 아니면… 놈들의 기술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

“정보가 샌다고? 설마 우리 중에 배신자라도 있다는 말이냐?” 레오가 불쑥 끼어들었다.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젊은이는 아직 채 스무 살도 되지 않았지만, 눈빛만은 뜨거운 불꽃을 닮아 있었다. 그는 허리춤에 찬 증기식 권총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는 모두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모인 동지들 아닙니까?”

시아는 레오를 차분하게 바라보았다. “배신자가 있다고 단정할 순 없어. 하지만 가능성은 항상 열어둬야 해. 제국은 우리 같은 하층민들에게 온갖 달콤한 약속을 속삭이며 이간질을 시도할 테니까. 그게 놈들이 해 온 방식이지.”

카인이 탁자 위 지도를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아의 말이 맞아. 황제국은 이 거대한 도시의 모든 증기 압력, 모든 톱니바퀴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것과 다름없어. 우리의 존재를 완전히 감출 수는 없지.” 그는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강철의 심장’은 달라. 그곳은 놈들의 힘의 근원이야. 그곳을 파괴할 수 있다면, 자동기계병들의 보급이 끊기고, 도시 외곽의 수많은 노동자가 강제 징발에서 해방될 거야.”

“그게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을 벌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시아가 덧붙였다. 그녀는 다시 지도에 집중했다. “강철의 심장은 거대한 벙커 형태로 설계되어 있어. 외부 방어는 삼엄하고, 내부에는 최신형 감지기와 무장한 자동기계병들이 빈틈없이 배치되어 있지. 정면 돌파는 자살 행위야.”

레오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그냥 손 놓고 당해야 합니까? 우리 구역의 아이들은 오늘도 굶주림에 쓰러지고 있고, 제국은 더 많은 세금을 뜯어내기 위해 증기 압축기를 강제로 돌리고 있습니다! 공장 노동자들은 매일 기계 톱니에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황제 놈들은 매일 밤 화려한 연회에서 배를 채우고 있는데!”

그의 목소리가 점점 격앙되자, 시아는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그래서 계획을 짜는 거야, 레오. 우리는 무모하게 달려들 것이 아니라, 똑똑하게 싸워야 해.” 그녀는 지도의 한 구석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나는 이 오래된 배수관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어. 예전에 도시를 건설할 때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

카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배수관이라고? 그 미로 같은 곳을? 자칫하다간 길을 잃거나, 아니면 쏟아지는 오물에 파묻힐 수도 있어. 게다가 강철의 심장과 직접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은 아주 낮을 텐데.”

“직접 연결되어 있지는 않아. 하지만, 이 배수관이 공장 지하의 폐증기 처리 시스템과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어.” 시아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아주 오래된 설계도를 겨우 찾아냈지. 완벽하진 않지만,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해.”

레오는 다시금 희망에 찬 눈빛을 빛냈다. “그럼 그걸 통해 잠입하자는 겁니까? 제국의 눈을 피해?”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는 세 팀으로 나눌 거야. 첫 번째 팀은 폐증기 처리 시스템의 압력 밸브를 조작하여 공장 내부의 감지 시스템을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킬 거야. 두 번째 팀은 그 틈을 타 공장 중앙의 주동력로를 직접 타격해야 해. 그리고 세 번째 팀은…”

그녀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멀리서 둔탁한 진동이 느껴졌다. 지하 배관을 타고 올라오는 증기 기계의 소음이었다. 낡은 작업등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시아, 카인, 레오의 얼굴에는 동시에 긴장감이 스쳤다.

“저건… 제국의 순찰대 기계견이군.” 카인이 으르렁거렸다. 그의 손은 본능적으로 허리춤의 거친 칼날로 향했다. “아직 멀리 있지만, 이 지하 통로를 감지하고 내려오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거야.”

“빌어먹을!” 레오가 욕설을 내뱉었다. “벌써 이만큼 가까이 온 겁니까? 우리가 회합을 자주 갖는다는 걸 눈치챈 건가?”

시아는 침착하게 일어섰다. 그녀의 눈은 번뜩였다. “아니, 어쩌면 우연일 수도 있어. 아니면, 우리의 존재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이 구역을 수색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우리의 시간을 낭비하게 둘 수는 없어.”

그녀는 탁자 위 지도에 마지막으로 손을 짚었다. “계획은 이것으로 확정한다. 우리는 오늘 밤 자정, 이 배수관 입구에서 모인다. 준비물은 각자 알아서 챙기고, 불필요한 장비는 최소한으로 줄여. 목표는 강철의 심장, 제국의 동맥을 끊는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안에 담긴 결의는 단단한 강철 같았다. 레오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카인의 눈빛은 다시 한번 흔들림 없는 강철로 변했다.

“성공하면, 우리는 이 썩어빠진 제국의 심장에 첫 번째 쐐기를 박는 거야.” 시아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실패하면… 우리가 이 지하에 묻히는 거고.”

그녀는 작업등을 끄고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세 사람의 그림자가 깊은 지하 통로의 음습한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기계견의 둔탁한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는 험난한 길이, 그리고 제국의 심장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