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 <바스락거리는 그림자>
**#1 씬**
**배경:** 잿빛 하늘 아래, 무너진 고층 빌딩들이 뼈대만 남은 채 스산하게 서 있는 도시 외곽. 찢겨진 아스팔트 위를 뿌연 흙먼지가 바람에 날려 다닌다. 시간은 해 질 녘, 혹은 영원히 해가 뜨지 않는 듯한 회색빛 낮.
**1-1 컷:**
[전체 샷. 지평선 끝까지 폐허가 펼쳐져 있다. 낡고 닳은 방독면과 고글을 쓴 ‘지혁’의 뒷모습이 화면 하단에 작게 보인다. 그의 등에는 낡은 배낭이 메어져 있고, 한 손에는 녹슨 철봉이 들려있다.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다.]
**나레이션 (지혁):**
“또다시, 이 지옥 같은 하루가 시작됐다. 아니, 어쩌면 끝난 건지도 모르지. 여기서 시간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나.”
**1-2 컷:**
[지혁의 얼굴 클로즈업. 방독면 렌즈 너머로 피곤에 찌든 눈빛이 얼핏 보인다. 렌즈에는 먼지와 미세한 흠집들이 가득하다.]
**나레이션 (지혁):**
“어제는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 비축해 둔 물은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찾아야만 했다. 어디든, 한 모금이라도.”
**1-3 컷:**
[지혁의 시선에서 보이는 풍경. 폐허가 된 상점가의 앙상한 간판들이 바람에 삐걱거린다. ‘○○슈퍼’, ‘□□치킨’ 등의 글씨가 희미하게 보인다. 멀리, 약간 덜 파괴된 듯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작지만 사각형의, 허물어진 편의점 건물.]
**지혁 (혼잣말, 거친 숨소리와 함께):**
“저기라면… 있을지도 몰라. 작은 편의점이었던 것 같군.”
**#2 씬**
**배경:** 무너진 도로 옆, 잡풀이 무성하게 자란 공터. 건물들이 기괴하게 기울어져 있다.
**2-1 컷:**
[지혁이 철봉으로 바닥을 짚으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의 부츠 아래로 깨진 유리 조각들이 밟히는 소리가 들린다. 그의 몸은 긴장으로 잔뜩 굳어있다. 그의 시선은 끊임없이 좌우를 살핀다.]
**효과음:**
자그락… 즈아아악… (유리 밟히는 소리)
(바람 소리) 스아아아…
**나레이션 (지혁):**
“여기서는 모든 소리가 위험 신호다. 바람 소리마저도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인위적인 소리들. 삐걱거리는 문,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 그건 항상 ‘다른 것’의 존재를 의미했다.”
**2-2 컷:**
[지혁이 한 건물의 모퉁이를 조심스럽게 돌아서는 모습. 그의 눈은 주변을 끊임없이 살피고 있다. 벽에는 정체불명의 붉은 얼룩과 스크래치 자국이 선명하다. 마치 짐승의 발톱에 긁힌 듯한 깊은 자국.]
**지혁 (혼잣말):**
“젠장, 저건 또 뭐야…”
**나레이션 (지혁):**
“붉은 자국. 피였을 수도 있고, 그냥 녹슨 쇠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모든 의심이 곧 생존을 위한 경고였다.”
**#3 씬**
**배경:** 목적지로 삼았던 낡은 편의점 앞. 건물 외벽은 넝쿨로 뒤덮여 있고, 간판은 절반이 떨어져나가 너덜거린다. 유리문은 깨진 채 반쯤 열려 있다. ‘○○편의점’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보인다.
**3-1 컷:**
[편의점 입구에 쭈그리고 앉아 주변을 살피는 지혁. 그의 눈빛은 맹수처럼 예리하다. 깨진 유리문 틈으로 어둠침침한 내부가 보인다. 정적만이 감돈다.]
**나레이션 (지혁):**
“수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너무나도…”
“마치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3-2 컷:**
[지혁의 손이 철봉을 꽉 쥐고 있는 클로즈업. 굳은살 박힌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다. 손등의 핏줄이 불거져 있다.]
**지혁 (속으로):**
‘심호흡… 괜찮아, 지혁.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3-3 컷:**
[지혁이 깨진 유리문 틈으로 몸을 숙여 조심스럽게 편의점 안으로 들어선다. 발걸음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내부로 빨려 들어간다.]
**효과음:**
(유리 파편 밟는 미세한 소리) 사그락…
(먼지 날리는 소리) 쉬이익…
**나레이션 (지혁):**
“내부는 곰팡이 냄새와 썩은 음식물 냄새가 뒤섞여 역겨운 악취를 풍겼다. 어둠 속에서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들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4 씬**
**배경:** 편의점 내부. 진열대는 쓰러져 있거나 텅 비어 있고, 바닥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흩어져 있다. 계산대는 뒤집혀 있고, 먼지가 수북하다. 한낮인데도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은 희미하고 칙칙하다.
**4-1 컷:**
[지혁이 허리를 숙인 채, 철봉을 앞으로 내밀고 조심스럽게 편의점 안쪽으로 전진하는 모습. 그의 고글 너머 눈은 사방을 탐색한다. 진열대 아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쓰러진 선반들 사이로 부패한 내용물이 쏟아져 나와 바닥을 더럽히고 있다.]
**지혁 (혼잣말, 아주 낮게):**
“물… 물만이라도.”
**4-2 컷:**
[지혁의 시선에서 보이는 컵라면 진열대. 대부분 비어있거나 봉지가 찢겨 있지만, 진열대 구석에 먼지 쌓인 생수병 몇 개가 쓰러져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캔에 든 음료수 몇 개도 보인다. 기적처럼 온전한 상태.]
**지혁 (속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는):**
‘찾았다…!’
**4-3 컷:**
[지혁이 재빨리 생수병과 음료수 캔을 움켜쥐는 모습.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극심한 갈증과 함께 찾아온 희미한 안도감. 하지만 그는 즉시 주변을 다시 한 번 경계한다.]
**나레이션 (지혁):**
“이 순간만큼은 세상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 듯했다. 갈증이 해소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 하지만 희망은 항상 더 큰 절망을 품고 찾아왔지.”
**#5 씬**
**배경:** 여전히 편의점 내부. 지혁이 물건들을 챙겨 배낭에 넣고 있는 중.
**5-1 컷:**
[지혁이 배낭에 물병을 넣고 지퍼를 잠그려던 찰나. 그의 표정이 순간 굳어진다. 그의 움직임이 멈춘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
**효과음:**
(아주 미세하고 불분명한 소리) …바스락…
**지혁 (속으로, 동공이 흔들리는):**
‘방금… 뭐였지?’
**5-2 컷:**
[지혁의 고개가 스윽, 왼쪽 어둠 속으로 돌아간다. 계산대 뒤편, 찢겨진 포스터와 쓰러진 진열대가 복잡하게 얽혀 어둠이 짙게 깔린 곳.]
**나레이션 (지혁):**
“바람 소리? 쥐새끼? 아니… 너무 명확했다.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였다. 내가 들어온 뒤로, 움직이기 시작한.”
**5-3 컷:**
[계산대 뒤편, 찢겨진 포스터와 쓰러진 진열대 사이의 어둠 속. 무언가의 희미한 실루엣이 보인다. 아주 작지만, 분명히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 마치 웅크리고 숨어있던 무언가가 고개를 드는 것처럼.]
**효과음:**
(숨죽인 침묵) …
**지혁 (낮게 으르렁거리듯이):**
“…누구냐.”
**5-4 컷:**
[지혁이 재빨리 철봉을 양손으로 고쳐 잡고 자세를 낮춘다. 그의 시선은 그림자에 고정되어 있다. 땀방울이 고글 안쪽에서 흐르는 것이 보인다. 철봉을 쥔 손 너클이 하얗게 변한다.]
**나레이션 (지혁):**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도망쳐야 하나? 아니면… 정체를 확인해야 하나?”
**5-5 컷:**
[그림자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두 개의 점이 클로즈업된다. 마치 짐승의 눈처럼. 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아주 느리게, 무언가가 기어나오는 듯한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기괴하게 꺾인 관절과 마른 몸.]
**효과음:**
(작은 물체가 바닥을 긁는 소리) 끄윽… 끄으윽…
(지혁의 거친 숨소리) 허억… 허억…
**지혁 (속으로):**
‘젠장… 젠장할…!’
**5-6 컷:**
[지혁이 한 걸음 물러선다. 그림자는 점점 더 분명해지고, 그 형체는 인간이라기보다는 짐승에 가까운 기형적인 모습이었다. 뼈대가 드러난 손과 길고 날카로운 발톱, 그리고 굽은 등. 눈은 희미하게 빛나며 지혁을 응시한다.]
**나레이션 (지혁):**
“그것은 이 세상의 또 다른 지배자였다. 햇빛을 피해 어둠 속에서 기어 다니는, 모든 인간의 희망을 갉아먹는 존재들.”
**5-7 컷:**
[지혁이 몸을 돌려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의 뒤에서 기괴한 소음이 터져 나온다. 날카로운 비명 같은 소리. 그의 배낭이 위아래로 흔들린다. 필사적인 도주.]
**효과음:**
(괴물의 비명 같은 소리) 끄아아아아악!!
(지혁의 발소리) 타앙! 타앙! 타앙! (유리 파편 밟는 소리도 섞여 들린다)
**나레이션 (지혁):**
“생존. 그 단어 하나만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뒤를 돌아볼 여유도, 정면으로 맞설 용기도 없었다. 오직 달릴 뿐.”
**5-8 컷:**
[편의점 밖으로 뛰쳐나오는 지혁의 모습. 그의 뒤편 어둠 속에서 기괴한 그림자가 문턱까지 따라 나와 멈춰서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햇빛을 피해 다시 어둠 속으로 숨어든다. 지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린다. 잿빛 하늘과 폐허가 된 도시만이 그를 맞이한다. 그의 모습은 점점 작아져 황량한 풍경 속으로 사라져 간다.]
**나레이션 (지혁):**
“오늘도 살아남았다. 겨우, 또다시. 하지만 다음은? 다음 편의점은? 다음 그림자는…?”
“이 끝없는 생존의 굴레 속에서, 나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내 안에 남아있는 마지막 희망이, 바스락거리는 그림자처럼 사라지기 전에.”
[화면이 점점 어두워지며 다음 화 예고 글씨가 뜬다.]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