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밤은 언제나 내 편이었다.
도시의 눅진한 공기가 빗물과 섞여 끈적한 냄새를 풍겼지만, 그림자 속에 숨은 내게는 그저 스치는 바람일 뿐이었다. 저 멀리 뒷골목 싸구려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싸구려 웃음소리와 비명에 가까운 노랫소리가 낡은 벽돌 건물 사이를 헤매다 맥없이 사라졌다. 나는 그 모든 소음 속에서도, 내가 쫓는 그림자의 발자국 소리 하나 놓치지 않았다.

하인즈.
이선혁의 충실한 개 중 하나. 과거, 내 피를 밟고 올라선 자들 중 하나.
그의 뚱뚱한 몸뚱이가 술집 문을 비틀거리며 나섰다. 잔뜩 취한 모양이었다. 빗물이 그의 기름진 머리카락을 적셨고, 낡은 가죽 갑옷은 축 늘어져 보기 흉했다. 과거에는 제법 날카로운 검술을 자랑하던 자였으나, 이선혁의 뒤에 숨어 온갖 더러운 일을 처리하며 몸은 망가지고 정신은 나태해졌다.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먹잇감이었다.

피 냄새가 좋았다. 아니, 정확히는 곧 피를 흘릴 자의 공포가 좋았다.

그가 좁은 골목으로 접어드는 순간, 나는 그림자에서 빠져나왔다. 내 움직임은 바람보다 빨랐고, 소리 없는 그림자 그 자체였다. 하인즈가 비틀거리며 골목 어귀를 돌자마자, 차가운 금속이 그의 목덜미에 닿았다. 서늘한 감각에 그의 모든 술기운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크… 큽! 뭣… 뭐야?!”
하인즈의 눈이 공포에 질려 크게 뜨였다. 흐릿한 가로등 불빛 아래, 내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 손에 들린 단검의 날카로운 빛만은 선명하게 그의 눈에 박혔다. 칼날은 그의 피부를 살짝 찢었고, 붉은 선이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오랜만이군, 하인즈.”
내 목소리는 낮고 냉철했다. 과거의 나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서늘함이었다. 몇 번이나 죽음을 겪고, 지옥 같은 수련을 거쳐 얻어낸 냉기였다.

하인즈는 바들바들 떨었다. 그의 턱이 경련했다.
“누… 누구냐! 내가 누군지 알고 이 짓거리냐! 나는… 나는 이선혁 님의 수하… 흐읍!”
그의 말은 거기서 끊겼다. 내가 단검을 그의 목에 더 깊숙이 밀어 넣었기 때문이었다. 피가 뚝뚝 떨어져 빗물에 섞여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선혁. 그래, 그 이름… 아주 익숙한 이름이지.”
나는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 놈이 내 등짝에 칼을 쑤셔 넣고, 내 피를 밟고 올라서서 얻은 게 겨우 이 따위 싸구려 술집에서 허비하는 인생이었나? 실망스럽군, 하인즈.”

그 말에 하인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 그건… 설마… 그날… 그… 강진우… 님…?”
그의 목소리는 공포와 경악으로 완전히 갈라져 나왔다. 그 이름, ‘강진우’. 과거의 나. 이선혁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버려진 이름. 하지만 이제 그 이름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었다. 복수의 칼날이자, 지옥에서 돌아온 망자의 선언이었다.

“아직도 잊지 않았군. 다행이다.” 나는 그의 귓불을 손가락으로 붙잡고 비틀었다. “네 놈 머릿속에 박힌 내 이름이, 얼마나 깊이 박혀있는지 확인해볼까?”
“크아악! 살… 살려주십시오! 저는… 저는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제발! 이선혁 님이 시키는 대로…!”

“시키는 대로? 그날, 내 모든 것을 빼앗고, 나를 저주받은 미궁에 던져 넣으라고 시킨 게 이선혁이었지. 그리고 너희들은… 기꺼이 그 명령을 따랐고.”
나는 그의 등 뒤에 발을 대고 힘껏 걷어찼다. 그의 몸이 벽에 세게 부딪히며 ‘퍽!’ 소리를 냈다. 낡은 벽돌이 부서져 내렸다.

“커헉!”
하인즈는 벽에 기댄 채 헐떡였다. 그의 얼굴은 땀과 빗물, 그리고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빨 사이로 피가 새어 나왔다.

“이제부터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게 될 거다, 하인즈.” 내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에게는 천둥소리처럼 들렸을 것이다. “말해. 이선혁은 어디 있지? 지난달부터 그의 행적이 묘연해졌더군. 뭘 꾸미고 있는 건가?”

“모… 모릅니다! 정말 모릅니다! 그는… 그는 요즘 중요한 일 때문에… 저 같은 하찮은 자에게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하인즈는 고개를 격렬하게 흔들었다. 눈동자는 이리저리 흔들리며 도망칠 곳을 찾았다.

‘거짓말.’
내 눈동자에는 어둠이 일렁였다. [진실 감지] 스킬이 발동했다. 그의 말에는 미세한 망설임과 은폐의 기운이 감돌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다만 말하기 두려워할 뿐이었다.

“거짓말은 좋지 않아, 하인즈. 내게는… 네 놈의 거짓말을 꿰뚫어 보는 눈이 있으니까.”
나는 내 손에 든 단검 대신, 허리춤에 매달린 작은 주머니에서 수정 구슬 하나를 꺼냈다. 손가락만 한 작은 구슬이었지만,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푸른빛을 내고 있었다.
“이건 [고통의 심장]이다. 네 놈의 신경을 직접 자극해서, 세상 그 어떤 고문보다 더한 고통을 선사하지.”
나는 차가운 구슬을 그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 구슬에서 흘러나오는 푸른빛이 그의 눈동자를 물들였다.

“말하지 않으면, 네 놈의 모든 감각이 고통으로 뒤덮일 거다. 네 심장이 터질 때까지, 네 뇌가 녹아내릴 때까지… 끝없이.”
내 말에 하인즈의 얼굴은 이미 죽은 자의 그것과 다름없었다.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 그는… 서쪽 미궁에… 새로 발견된… ‘황금 심장’을 탐색하러 갔습니다… 일주일 전… 혼자… 비밀리에…! 끄아악! 진짜입니다!”
그의 비명과 함께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황금 심장 미궁. 그곳은 이 세계에서도 가장 위험한 던전 중 하나로 알려져 있었다. 이선혁이 뭔가 엄청난 것을 노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나는 수정 구슬을 거두었다. 하인즈는 벽에 기댄 채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었다. 온몸이 땀으로 축축했고, 눈은 이미 초점을 잃은 상태였다. 고통의 심장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 공포만으로도 충분했다.

“훌륭해, 하인즈. 역시 넌 쓸모가 있었어.”
나는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하인즈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순간, 나는 그의 입을 막았다.

“이선혁에게 전해라.” 나는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강진우가 살아 돌아왔다고. 그리고, 네 놈이 밟고 올라선 그 피의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네 모든 것을 찢어발겨 놓을 거라고.”

나는 그의 어깨에서 손을 떼었다. 하인즈는 바닥에 주저앉아 헐떡였다. 그의 어깨는 이미 완전히 박살 나 축 늘어져 있었다. 평생 검을 들 수 없을 테지. 그 정도는 약과였다. 그가 나에게 한 짓에 비하면.

“그리고… 다음번엔… 네 놈 심장을 도려낼 테니… 잘 간수하고 있으라고.”
내 마지막 말과 함께, 나는 다시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내 등 뒤에서, 하인즈의 절규가 어둠을 찢으며 길게 울려 퍼졌다.

서쪽 미궁, ‘황금 심장’.
이선혁. 이제 네 놈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복수의 서막이 올랐다.
내 심장은 차갑게 고동쳤다. 더 이상 과거의 나약한 강진우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지옥에서 돌아온 복수의 화신이었다.
이선혁, 기대해도 좋다. 네 놈이 나에게 선사했던 그 절망을, 나는 열 배, 아니 백 배로 되갚아줄 테니.
그것이 바로, 네 놈이 나에게 가르쳐준 유일한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