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라이트 노벨 챕터

### 제1장 밀실의 초대

진홍빛 저녁노을이 도심의 빌딩 숲 사이로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회색 콘크리트와 유리벽에 반사된 빛은 마치 불타는 눈처럼 섬뜩하게 공간을 물들였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혼잡한 퇴근길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딘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꼭 오늘 저녁에….”

휴대전화에 울린 메시지를 확인하자 단 한 줄, 차가운 글자가 떠 있었다.

> ‘내일 저녁, 도심 외곽의 옛 저택. 7시. 꼭 와라.’

보낸 사람은 익명이었다. ‘누구지?’ 내 뇌리를 스치는 불안이 점점 선명해졌다. 그러나 일말의 호기심도 함께 타올랐다. 내 이름은 한서준, 서울 어느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강사다. 연구 주제는 ‘인간 심리의 한계와 극한 상황에서의 반응’이었다. 이번 기회가 연구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

다음 날, 나는 오랜만에 한적한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서울 변두리에 있는 오래된 주택 단지. 안내문에서 ‘밀실 살인 사건의 현장’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지금은 빈집으로 남아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그리고,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저택이었다.

7시 정각, 낡은 철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그 저택 안은 차갑고 어둡고, 공기가 무거웠다. 거대한 나무 바닥에는 오래된 먼지와 낙엽이 쌓여 있었고, 나무 껍질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내부로 들어서자 의외로 정갈하게 정돈된 서재가 나타났다. 방 중앙에 책상 하나, 그리고 그 위에는 나무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갑자기 방의 유일한 유리창이 천천히 닫혔고, 문은 저절로 잠겼다.

“벌써 시작이군.”

내 뒤에서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나는 몸을 돌려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나이 서른 중반쯤, 날카로운 눈빛과 차가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반갑네, 서준 씨. 이 방은 이제 당신의 밀실이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할 거고, 나가기도 힘들 걸세.”

나는 경계하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이런 초대를 한 이유가 뭔가요?”

그 남자는 고개를 까딱이며 답했다.

“난 이 도시에서 이전에 일어났던 밀실 살인 사건을 수사했지. 그런데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 범인은 여전히 이 안에… 아니, 언젠가부터는 누구도 범인을 찾지 못했다. 이번엔 당신을 실험대상으로 삼겠네. 이 밀실 살인이 과연 가능한지, 그리고 그 트릭을 찾아낼 수 있나 말이야.”

나는 정체 모를 그의 말에 싸늘한 소름을 느꼈다. 밀실 트릭에 관한 이야기에 심리학자로서의 호기심도 동했다. 하지만, 곧이어 출구가 모두 막힌 그 방 안에서 공포가 스며들었다.

“자, 시작해 보세. 조건은 단 하나뿐. 내가 낸 퍼즐을 풀면 나갈 수 있어. 실패하면… 끝이다.”

그러자 그는 방 구석에 숨겨진 패널을 눌렀다. 벽 한쪽이 기계음과 함께 움직이며 작은 서랍이 열렸다. 그 안에는 한 통의 편지와 이상한 모양의 쇠도구가 들어 있었다.

나는 편지를 펼쳤다.

> ‘누군가가 이 밀실에서 살해당했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고 창문은 깨지지 않았다. 범인은 어떻게 빠져나갔을까? 단서는 방 안에 숨어 있다. 오직 심리와 논리만이 열쇠다.’

편지가 더 전하고자 하는 바는 없었다.

나는 깊은 숨을 쉬고, 천천히 방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빛이 거의 없는 공간에서 한 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무언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손길이 내 심장 깊숙이 파고들고 있었다.

***

시간이 흐른다. 방 안엔 오직 나와 이 미스터리가 있다. 나는 눈앞의 작은 단서들을 종합해 나갔다.

“밀실… 살인 그리고 탈출이라…”

나는 갑자기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만약 범인이 이미 방 밖에 숨겨진 공간을 알고 있다면? 아니, 애초에 『밀실』이란 것은 건물 내부의 어느 공간에서 범인이 빠져나왔는지를 은폐하려는 고도의 심리 트릭일 뿐일지도 몰랐다.

“범인은 나의 심리를 조종하고 있군.”

나는 천천히 그 방의 모든 벽과 바닥을 손끝으로 훑었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했다. 벽돌 하나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눌러보니, 그것이 비밀 스위치였다.

스위치를 누르자 벽 한 부분이 서서히 열리며 어둠 속에 또 다른 통로가 드러났다.

숨을 고르며 나는 그 통로 안으로 들어섰다. 밀실의 진실—그것은 새로운 공포와 맞닿아 있었다.

***

“이 밀실 트릭… 그 끝이 보인다.”

나는 결연히 생각했다. 그리고 이 게임의 진짜 시작은 바로 지금부턴가, 혹은 이미 오래전에 내 마음속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몰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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