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제1장. 잿빛 심장의 고동

철연(鐵煙) 시는 언제나 무채색이었다. 회색 스모그가 하늘을 집어삼키고, 그 아래 거미줄처럼 얽힌 강철 구조물과 구리 파이프들이 도시의 핏줄처럼 뻗어 있었다. 매 순간 톱니바퀴의 비명과 증기 압력의 포효가 뒤섞여, 마치 거대한 기계 괴물이 숨 쉬는 듯한 음향을 만들어냈다. 이 도시는 상층과 하층으로 나뉘어 있었다. 상층은 맑은 공기와 햇살을 독점한 귀족과 부유한 기술자들의 영역이었고, 하층은 노동자들의 땀과 기름때, 그리고 기계의 잔해가 뒤섞인 혼돈의 심장이었다.

강찬은 그 혼돈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 퀴퀴한 습기와 쇠 냄새가 뒤엉킨 지하 작업실에 몸을 묻고 있었다. 밖에서는 둔탁한 망치 소리와 쉬이익, 칙칙 증기를 뿜어내는 소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곳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천장에서 간간이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이 어둠을 가르는 유일한 리듬이었다.

작업대 위에는 수많은 도구와 부품들이 난잡하게 널려 있었지만, 그 가운데 그의 시선은 오직 하나의 존재에 박혀 있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정교한 장치. 촘촘하게 박힌 황동 톱니바퀴들과 미세한 증기 파이프, 그리고 푸른빛을 희미하게 발하는 미지의 수정 심장이 그것이었다. 기름때로 얼룩진 그의 손끝이 기계 표면을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지난 5년간, 그가 모든 것을 잃은 채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 매달려 온 결과물이었다.

“젠장….”

낮게 읊조린 욕설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작업등 아래 비친 그의 얼굴은 뼈대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지만, 날카로운 눈매만큼은 여전히 살아있는 불꽃을 품고 있었다. 한때 철연 시 최고의 천재 기술자라 불리던 강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허름한 작업복과 헝클어진 머리카락, 기름때 묻은 안경,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영혼을 갉아먹는 쓰디쓴 절망만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절망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의 심장 속에는 더 뜨겁고 더 집요한 무언가가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었다. 복수. 오직 그것만이 그를 숨 쉬게 하고, 이 끔찍한 지옥 같은 삶을 버티게 하는 유일한 원동력이었다.

삐걱이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그는 작업대 한쪽에 놓인 낡은 사진 한 장을 집어 들었다. 먼지가 쌓여 희미해진 사진 속에는 활짝 웃고 있는 두 남자가 담겨 있었다. 한 명은 자신,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한유진.

**”우리의 꿈은 이 도시를 움직이는 심장이 되는 거야, 찬아.”**

사진 속 유진의 목소리가 귓가에 환청처럼 울리는 듯했다. 빛나는 눈동자와 열정 가득한 미소. 그는 그 시절 유진을 진심으로 믿었다.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끈끈하다고 생각했다. 그와 함께 밤샘 작업을 하며 수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했고, 땀과 열정으로 가득 찬 설계도를 함께 그려나갔다. 그 모든 것이 눈부셨다. 도시의 미래를 바꿀 혁신적인 증기 기관, 오작동 없는 정교한 자동 인형, 그리고 모든 이들을 위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시스템….

하지만 그 빛은 한순간에 산산조각 났다. 유진의 탐욕이 그들의 꿈을, 아니, 자신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을 때. 그가 평생을 바쳐 완성한 핵심 기술 설계도는 유진의 손에 넘어가 버렸고, 강찬 자신은 의도적인 기계 오작동 사고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모든 명예와 재산을 잃고 이 하층 바닥으로 추락했다. 유진은 그 모든 것을 발판 삼아 상층의 최고 기술자로 군림하며, ‘철연의 심장’이라 불리는 거대 기업의 총수가 되었다. 강찬의 이름은 역사 속에서 지워졌고, 그의 업적은 모두 유진의 것이 되었다.

**”비열한 배신자.”**

사진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얇은 종이가 바스락거렸다. 강찬의 눈빛에 맹렬한 불길이 타올랐다. 그는 사진을 내려놓고 다시 정교한 장치로 시선을 옮겼다. 이것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지난 5년간, 증오와 복수심으로 빚어낸 그의 가장 완벽한 걸작이었다.

작업대 구석에 놓인 낡은 태엽 시계를 확인했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 하지만 그의 손은 지친 기색 없이 능숙하게 움직였다. 미세한 드라이버를 집어 들고, 장치의 마지막 나사를 조였다. ‘딸깍’. 완벽하게 잠긴 나사 소리가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울렸다.

강찬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자신의 피를 채취하는 소형 증기 주사기를 꺼냈다. 손가락 끝을 살짝 찌르자 붉은 피 한 방울이 맺혔다. 그것을 장치 중앙에 있는 작은 주입구에 떨어뜨렸다. 장치의 푸른 수정 심장이 순간 붉은빛으로 섬광을 터뜨리더니, 이내 규칙적인 박동을 시작했다. ‘두근… 두근…’ 심장이 고동치는 듯한 미세한 진동이 작업실 전체를 채웠다.

그것은 단순한 진동이 아니었다. 지난 모든 고통과 절망, 그리고 강렬한 복수심이 응축된, 그의 새로운 심장이었다.

강찬은 장치를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차가운 금속과 따스한 생명의 온기가 묘하게 뒤섞였다.
“이제 네 차례야, 유진. 네가 나에게서 빼앗아 간 모든 것을, 내가 너에게서 되찾아 줄게. 이 철연 시 전체를 불태워서라도….”

그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복수의 톱니바퀴가 마침내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