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독립적인 단편 소설

아르카눔 철탑 학술원의 밤은 언제나 그랬듯 고요했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수많은 톱니바퀴와 증기 기관의 나직한 웅웅거림이 깔려 있었다. 강철과 황동으로 지어진 거대한 건물들은 자정의 푸른빛 아래 신비로운 그림자를 드리웠고, 그 사이를 잇는 에테르관에서는 희미한 푸른빛이 맥동했다. 고요히 흐르는 마력의 기운이 학술원 전체를 감싸고 있었지만, 오늘 밤, 강휘의 심장은 그 평화로운 맥박과는 전혀 다른 불길한 예감으로 술렁거렸다.

강휘는 그의 작은 작업실, 창가에 앉아 복잡한 증기 시계를 조립하고 있었다. 손가락이 황동 부품들을 능숙하게 다루었지만, 그의 시선은 자꾸만 책상 한쪽의 낡은 가죽 일지로 향했다. 몇 시간 전, 금지된 구역으로 알려진 ‘잃어버린 도서관’의 가장 깊은 곳, 먼지 쌓인 서가 뒤편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다.

“젠장, 대체 이게 무슨….”

일지는 낡았지만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선대 학장이자 뛰어난 연금술사였던 ‘엘리엇 폰 크로노스’의 개인 기록이었다. 처음에는 평범한 연구 일지인 줄 알았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기묘한 내용들이 나타났다. ‘지하의 맥박’, ‘피의 연료’, ‘대가를 치러야 하는 지식’ 같은 섬뜩한 단어들이 빼곡했다. 가장 최근의 기록은 찢겨나가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문장은 강휘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결국, 학술원은 그 자체로 거대한 포식자였다. 가장 순수하고, 가장 강력한 마력을 갈망하는… 저 심연 속의 심장은, 그 어떤 희생도 개의치 않는다.」

“강휘, 아직도 그거 붙들고 있어?”

묵직한 작업실 문이 삐걱 열리며 서린이 들어섰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과 항상 정돈된 갈색 머리칼을 가진, 강휘와는 정반대의 차분하고 현실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한 손에는 방금 로봇 팔이 내려놓은 뜨거운 스팀 코코아를 들고 있었다.

“서린, 네가 보기에도 이거 단순한 망상 같아?” 강휘는 일지를 내밀었다.

서린은 코코아 잔을 내려놓고 일지를 펼쳐 들었다. 그녀의 미간이 서서히 찌푸려졌다. “엘리엇 폰 크로노스? 이 사람은 200년 전 실종된 전설적인 학장 아닌가? 실종 당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고….”

“그래. 그런데 일지 내용이 심상치 않아. 특히 이 부분.” 강휘는 손가락으로 한 문단을 가리켰다. 「…지하 300피트, 아르카눔의 심장이 있는 곳.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가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보았다. 마력의 근원이라 불리던 그것은, 사실…」

다음 문장은 잉크 자국이 번져 알아볼 수 없었다. 서린은 일지를 덮었다. “지하 300피트라니. 학술원 지하에는 오래된 증기 보일러실이랑 비상 저장고 외엔 아무것도 없어. 아니,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렇겠지.”

“문제는, 이 일지가 단순한 미치광이의 망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야.” 강휘는 낮게 속삭였다. “며칠 전부터, 가끔 밤에 지하에서 희미한 울음소리 같은 걸 들었어. 증기 파이프 소리나 낡은 기계 소리 같지는 않았어. 뭔가… 살아있는 듯한.”

서린의 눈빛이 흔들렸다. “울음소리? 설마….”

“어젯밤에는 그 소리가 더 선명했어. 마치 고통에 찬 비명 같았지.”

침묵이 흘렀다. 아르카눔 철탑 학술원은 명문 중의 명문이었다. 그 어떤 비밀도, 그 어떤 불온한 짓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모두가 믿었다. 하지만 이 일지는 그 견고한 믿음에 균열을 내고 있었다.

“어딘가 수상해.” 서린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일지가 아니야. 우리가 직접 확인해봐야겠어.”

그날 밤, 아르카눔의 그림자는 더욱 깊어졌다. 강휘와 서린은 조용히 기숙사를 빠져나와 학술원 지하로 향했다. 그들은 낡은 설계도와 엘리엇 학장의 일지에 남아있던 희미한 단서들을 조합해 금지된 구역으로 들어설 통로를 찾아냈다. 오래된 증기 보일러실 가장 구석, 거대한 배관 뒤에 숨겨진 녹슨 철문이었다. 문은 정교한 기계 자물쇠로 잠겨 있었지만, 강휘의 손길 아래 톱니바퀴들이 찰칵거리는 소리를 내며 순순히 열렸다.

“끼이이익…”

문을 열자, 차갑고 습한 공기가 그들을 맞았다. 곰팡이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금속성 냄새가 코를 찔렀다. 좁고 어두운 통로가 끝없이 아래로 이어졌다. 강휘가 팔찌형 손전등을 켜자, 벽에 박힌 낡은 증기 파이프들과 녹슨 전선들이 섬뜩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이봐, 강휘. 이쪽 공기가 너무… 무거워.” 서린이 얇은 팔로 자신을 감쌌다.

아래로, 아래로. 그들은 낡은 강철 계단을 한참 동안 내려갔다. 계단을 감싼 벽은 점점 더 기계적인 구조물로 변해갔다. 육중한 황동 기어들이 벽 안에서 느리게 회전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고, 멀리서 둔탁한 맥박 같은 진동이 느껴졌다.

“지하 300피트… 일지에 적힌 대로군.” 강휘가 중얼거렸다.

이윽고, 계단은 끝없는 복도로 이어졌다. 복도 양옆에는 거대한 강철 문들이 줄지어 있었고, 문틈 사이로는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복도 전체가 나직하게 웅웅거렸다.

“이건… 분명 일반적인 시설이 아니야.” 서린이 목소리를 낮췄다.

그들은 가장 크고 오래된 듯한 강철 문 앞에 섰다. 문은 아무런 잠금장치도 없이 굳게 닫혀 있었다. 강휘가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고 밀자, 육중한 문이 신음하듯 천천히 열렸다.

“세상에….”

그들이 발을 들인 곳은 거대한 동공(洞空)이었다. 천장은 까마득하게 높았고, 사방의 벽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복잡한 기계 장치들과 엉켜 있었다. 거대한 증기 파이프들이 마치 혈관처럼 얽히고설켜 있었고, 그 사이에는 유리관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유리관들 안에는…

“저게 뭐야…?” 서린의 목소리가 경악으로 떨렸다.

유리관 속에는 인간의 형체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인간의 형체였던 것들이었다. 그들은 나체로 매달려 있었고, 피부는 창백하다 못해 투명해 보였다. 수많은 금속 튜브와 전선들이 그들의 몸에 박혀 있었고, 척추를 따라 박힌 거대한 황동 주사기는 그들의 생체 에너지를 흡수하는 듯했다. 그들의 눈은 감겨 있었지만, 몇몇의 눈꺼풀 아래에서는 희미한 푸른빛이 섬광처럼 터져 나왔다. 마치 그들의 영혼이, 의식이, 강제로 추출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중앙에는 가장 거대한 유리관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이 모든 장치의 심장부처럼 거대한 원형 공간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더욱 끔찍한 것이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인간의 형체들이 뒤엉켜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몸과 기계 장치들에 뒤얽혀 거대한 하나의 생체-기계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의 팔과 다리, 얼굴이 서로에게 흡수되거나 기계 부품과 융합되어 있었고, 그 중심에서는 거대한 황동 코어가 맥박 치듯 붉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끔찍한 고통의 비명들이 들려왔다. 소리가 있는 비명이 아니었다. 마력이 응축되어 만들어진, 순수한 고통의 진동이었다. 강휘는 그 소리가 엘리엇 학장의 일지에 적힌 ‘지하의 맥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학술원의… 마력원…?” 강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 거대한 아르카눔 철탑 학술원이 뿜어내는 모든 마력은, 이 끔찍한 생체-기계 장치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장치는… 살아있는 존재들의 생명과 의식을 착취하여 작동하고 있었다.

“그럼… 엘리엇 학장이 실종된 것도….” 서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갑자기, 거대한 유리관 중앙의 코어가 더욱 강렬한 붉은빛을 내뿜었다. 동시에, 동공 전체를 가득 채운 기계 장치들이 굉음을 내며 작동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빠르게 돌고, 증기 파이프에서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은 보았다. 거대한 유리관 속에서, 하나의 형체가 희미하게 눈을 떴다.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의 형상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그 섬광처럼 빛나는 눈동자 속에는 끔찍한 공포와 함께, 어렴풋이 익숙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마치… 선대 학장의 그것처럼.

“도망쳐야 해!” 강휘가 서린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들은 혼비백산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기계들이 더욱 격렬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력 추출 작업이 최고조에 달한 듯했다. 발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들이 다시 철문을 닫고 계단을 뛰어 올라갈 때까지, 그들의 심장은 광란하듯 뛰었다. 숨을 헐떡이며 지상으로 돌아왔을 때, 새벽의 푸른빛이 희미하게 동이 트고 있었다.

그들은 학술원의 그림자 아래 섰다. 한때 위대하고 신비롭게 보이던 아르카눔 철탑 학술원은 이제 그들에게 끔찍한 괴물로 보였다. 거대한 마력의 흐름 아래 숨겨진 잔혹한 진실. 엘리엇 학장의 일지는 단순한 망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학술원 지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끔찍한 금기에 대한 경고였다.

강휘와 서린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와 함께, 이 거대한 거짓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이 담겨 있었다. 그들이 본 것을 누가 믿어줄까? 이 거대한 시스템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을까? 혹은, 그들도 언젠가 저 지하의 맥박에 흡수될 운명일까?

아르카눔 철탑 학술원은 오늘도 고요히 마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알았다. 이 고요함 아래, 영원히 멈추지 않는 비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비명은, 어쩌면 그들 자신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