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아르테미스 호: 어둠 속의 도형

칠흑 같은 우주의 심연, 아르테미스 호는 마치 잊혀진 신화 속 거인이 홀로 잠든 것처럼 고요했다. 광대한 은하의 팔, 카시오페이아 암 가장자리를 따라 수십 광년을 나아가는 동안, 우주선 내부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선내 시계는 지구 시간으로 새벽 3시 17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통제실의 차가운 푸른빛만이 한서희 수석 외계 생물학자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서희 씨, 아직도 데이터 씨름입니까?”

뒤에서 들려오는 저음의 목소리에 서희는 어깨를 움츠렸다. 이강혁 함장이 커피 머그를 든 채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우주 비행의 피로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함장님. 지루한 외계 미생물 샘플 분석 중입니다. 생명체의 흔적이라곤 온통 박테리아뿐이네요.”

서희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손끝으로 홀로그램 화면을 넘겼다. 우주선은 인류가 발을 딛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탐사 중이었고, 그녀의 임무는 혹시 모를 외계 생명체의 징후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매번 허무할 정도로 평범했다.

“우주가 그렇게 쉽게 비밀을 내어줄 리가 없죠. 그래도 덕분에 아직은 평화롭군요.” 강혁이 씁쓸하게 웃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통제실 전체를 가득 채운 모니터들이 일제히 붉은 경고등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경고음이 고요를 찢었고, 서희의 홀로그램 화면 속 은하 지도가 요동쳤다.

“이게… 무슨?” 서희가 화면을 확대했다. 미지의 에너지 파동이 아르테미스 호의 진행 경로에서 포착된 것이다. 일반적인 천체 현상과는 다른, 너무나도 인위적이고 정교한 패턴이었다.

“김민준! 무슨 일인가!” 강혁 함장이 통신으로 엔지니어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곧바로 엔지니어 김민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터져 나왔다. “함장님, 미확인 에너지 신호입니다! 엄청난 밀도의 중력장을 동반하고 있어요. 소행성이나 유성체가 아니에요… 인공 구조물에 가까워 보입니다!”

“인공 구조물? 이 심우주에?” 강혁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위성 센서 총동원해서 스캔해! 거리 계산하고, 즉시 탐사 준비해!”

몇 분 후, 탐사 로봇의 전면 카메라가 보내온 영상이 메인 스크린에 떴다. 광활한 어둠 속에서 떠다니는 것은 검은색 도형이었다. 완벽한 십이면체. 표면은 마치 칠흑 같은 흑요석처럼 매끄러웠고, 빛을 완전히 흡수하는 듯 깊고 어두웠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 어둠 속에서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보랏빛 기운이 맴도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 각도에서는 그 내부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무언가가 언뜻 비치는 것 같기도 했다.

“이건… 외계 문명의 유물인가?” 서희의 입에서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생전 처음 보는 존재에 온몸의 세포가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박준영, 보안팀과 함께 수습 포드 준비해. 절대 맨손으로 접촉하지 말고, 모든 안전 절차를 지켜!” 강혁이 명령했다.

보안팀장 박준영은 껄렁하게 대답했다. “네, 함장님. 누가 이걸 맨손으로 만지겠어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데요, 이거.”

그의 말처럼, 도형은 아름다우면서도 기괴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모든 빛과 소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기도 했다.

***

십이면체는 특별 제작된 봉인 용기에 담겨 아르테미스 호의 격리 연구실로 옮겨졌다.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탁자 위, 도형은 그 존재만으로도 실내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김민준은 온갖 종류의 스캐너를 동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함장님, 서희 씨. 이 물체는 어떤 파장도 통과시키지 않습니다. 전자기 스펙트럼, 중성미자, 심지어 쿼크 레벨의 양자 스캔까지 막아내요. 마치 내부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서희는 무거운 장갑을 낀 채 조심스럽게 도형에 손을 뻗었다. 손끝에 닿는 감촉은 예상외로 차가웠다. 마치 얼음처럼 냉기가 느껴졌지만, 그 안쪽에서 미세하게 진동하는 듯한 떨림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는 확신했다. 어둠 속에서 본 보랏빛 기운은 분명히 그 내부에 갇힌 무언가의 미약한 빛이었다. 마치 심해 깊은 곳에 가라앉은 별처럼.

“함장님, 이 도형… 내부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이 느껴집니다. 생체 반응은 아닌데…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맥동하는 것 같아요.” 서희가 말했다.

강혁은 굳은 얼굴로 도형을 응시했다.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릅니다. 절대 방심하지 마십시오.”

그때, 격리 연구실 문이 벌컥 열렸다. 보안팀장 박준영이었다. 그는 두통을 호소하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젠장, 머리가 깨질 것 같습니다, 함장님. 아까부터 이명처럼 ‘징-’ 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요. 저놈의 돌멩이가 문제인 것 같은데.” 준영이 도형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피부는 비정상적으로 창백했다.

강혁은 준영의 상태를 확인하려 했지만, 준영은 손사래를 쳤다. “됐습니다, 함장님.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죠. 경비나 제대로 서겠습니다.”

그날 밤, 아르테미스 호는 침묵 속에서 기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도형의 발견은 분명 인류의 역사를 바꿀 만한 일이었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서희는 잠들지 못하고 도형의 분석 보고서를 뒤적였다.

그리고 새벽 즈음, 선내 통신망이 요동쳤다.

“서희 씨, 함장님! 큰일입니다! 박준영 팀장이…” 다급하게 울리는 민준의 목소리에 서희는 벌떡 일어났다.

“박 팀장이요? 무슨 일인데!”

“격리실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통제 불능이에요! 그리고… 그리고 이상해요!” 민준의 목소리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

서희는 황급히 통제실로 달려갔다. 메인 스크린에는 보안 격리실 내부 영상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박준영은 바닥에 엎드려 경련하고 있었다. 온몸의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와 핏줄기처럼 퍼져 있었고, 피부는 마치 썩어가는 시체처럼 검붉게 변색되고 있었다. 그의 눈은 흰자위가 사라진 채 검은 동공으로 가득 차 있었고, 입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맙소사… 저게 뭐야!” 강혁 함장이 경악하며 외쳤다.

바로 그때, 준영의 격리실 문이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안쪽에서부터 찌그러졌다.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문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떨어져 나갔다. 준영은 네 발로 기어 나와 복도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은 인간이라기보다는 굶주린 맹수에 가까웠다. 온몸의 관절이 기괴하게 뒤틀리고, 뼈가 튀어나와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선원들의 비명 소리, 그리고 섬뜩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아르테미스 호의 차가운 복도를 가득 채웠다.

“전 함선 비상 통제! 모든 구역 봉쇄! 박준영을 제압해! 절대… 절대 그에게 물리거나 긁히지 마!” 강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서희는 메인 스크린에 비치는 준영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굶주림과 광기만을 담고 있었다.

그때, 민준이 충격받은 목소리로 외쳤다. “함장님! 격리 연구실의 도형이… 빛나고 있습니다! 아까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서희는 황급히 격리 연구실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칠흑 같던 십이면체는 이제 내부의 보랏빛 기운이 밖으로 뿜어져 나올 듯 강렬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마치 박준영의 변이를 축하라도 하듯이.

그리고 그 순간, 통신망에 또 다른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어서 끊어질 듯 갈라지는 목소리.

“젠장! 의료팀원 김한별이… 공격당했습니다! 목을 물렸어요… 안 돼…!”

아르테미스 호는 이제 더 이상 인류의 안전한 탐사선이 아니었다. 심우주에서 발견된 미지의 도형은, 인류에게 알 수 없는 재앙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우주는 고요했지만, 아르테미스 호 내부에는 끔찍한 절규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