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차가운 도시의 공기조차 뚫지 못하고 갇혀버린 고층 아파트의 한 조각, 서연의 오피스텔은 언제나 숨 막히는 고요함 속에 잠겨 있었다. 22층 창밖으로 펼쳐진 빌딩 숲은 밤이 되면 보석처럼 빛났지만, 그 화려함은 그녀의 작은 공간 안에서 맴도는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 디자인 프리랜서로 일하는 그녀에게 집은 작업실이자 유일한 안식처였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그 안식은 서서히 균열 가기 시작했다.

처음은 사소했다. 밤늦게까지 작업하다 잠시 고개를 들면, 분명 똑바로 세워뒀던 탁상 달력이 미묘하게 기울어져 있거나,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듯한 알 수 없는 속삭임이 귓가를 스치는 식이었다. ‘피곤해서 환청이 들리나.’ 서연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워낙 예민한 성격 탓에 이런 경험은 익숙했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거나, 스트레스가 심해서일 거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그 빈도는 점차 잦아졌다. 거실에 놓아둔 텔레비전이 저절로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거나, 닫아둔 베란다 문이 느릿하게 열려 소름 끼치는 바람을 집 안으로 불어넣기도 했다. 한번은 그녀가 샤워를 하는 동안 욕실 문이 밖에서 쾅,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문고리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심장이 발밑까지 추락하는 듯한 아찔함. 하지만 문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복도만이 그녀를 노려보는 것 같았다.

“젠장… 요즘 너무 무리했나 봐.”

서연은 거울 속 자신의 초췌한 얼굴을 보며 중얼거렸다.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눈은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밤마다 이상한 꿈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아파트 안을 헤매고 있었는데, 모든 문이 사라진 미로 같았다. 출구를 찾아 헤맬수록 벽은 점점 더 가까워져 그녀를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잠에서 깨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 것은 소리였다. 처음엔 벽을 타고 넘어오는 옆집의 소음이려니 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점차 규칙성을 띠기 시작했다. 똑, 똑, 똑. 마치 누군가 망치로 못을 박는 듯한 소리였다. 때로는 창문을 긁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 때로는 흐느끼는 듯한 낮은 울음소리도 들렸다.

어느 날 새벽, 서연은 잠에서 깨어났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오한이 들었다. 이번에는 명백했다. 소리는 바로 그녀의 침대 밑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흐읍, 흐읍. 마치 누군가 숨을 참고 있는 듯한, 아니, *가쁘게 쉬는* 듯한 소리였다. 서연은 온몸을 굳힌 채 침대에 누워 숨소리에 집중했다. 들리는 소리는 분명했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베개 밑에 숨겨둔 휴대폰을 더듬어 찾아냈다. 손끝이 떨려 잠금 해제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손전등 앱을 겨우 켜자, 어둠이 짙게 깔린 방 안이 푸르스름한 빛으로 채워졌다. 서연은 침대 끝으로 기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소리가 뚝, 하고 멎었다.

정적. 섬뜩할 정도로 완벽한 정적. 서연은 침대 밑으로 손전등을 비췄다. 좁은 틈새로 보이는 것은 먼지 쌓인 마룻바닥과 잊어버렸던 책 몇 권뿐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 미쳤나 봐, 내가 정말 미쳤어.”

그녀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착각이었어. 극도의 긴장감에 사로잡혀 환청을 들은 거라고 애써 자신을 다독였다. 휴대폰을 침대 옆 탁자에 내려놓고 다시 잠을 청하려 했다.

바로 그때, 탁자에 내려놓은 휴대폰이 저절로 들어 올려지더니, *휙* 하고 침대 밑으로 던져졌다.

쨍그랑! 화면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은 침대 밑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서연은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온몸이 돌처럼 굳었다.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그녀의 눈동자는 공포에 질려 미친 듯이 흔들렸다.

아무도 없었다. 방 안에는 분명 자신 혼자였다. 그런데, 누가? 무엇이?

침대 밑에서, 깨진 휴대폰의 액정 조각들 사이로, 불길한 붉은빛이 깜빡거렸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흐느적거리는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듯했다.

서연은 숨을 멈췄다. 온몸의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똑, 똑, 똑.

이번에는 침대 밑이 아니었다.

소리는, 바로 그녀의 심장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마치, 심장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처럼, 점점 더 커져갔다.

쿵, 쿵, 쿵.

마침내, 침대 위로 무언가 거친 것이 스르륵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묵직하고 서늘한 압력이 그녀의 발목부터 천천히, 천천히 기어 올라왔다. 서연은 고개를 돌릴 용기가 없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귓가에 날카로운 속삭임이 들렸다.

“…찾았다.”

그것은 분명 그녀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서연은 눈을 번쩍 떴다.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그 너머 어둠 속에서, 무언가 시뻘건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형체가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마치 먹잇감을 향해 다가오는 사냥꾼처럼, 그녀의 방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녀의 비명은, 목구멍에 갇혀 터져 나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