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거대한 우주선 ‘별무리 호’의 함교는 침묵에 잠겨 있었다. 오직 생명 유지 장치의 낮은 윙윙거림과 통신 패널의 미세한 백색 잡음만이 광활한 심우주를 가로지르는 이 강철 고래의 존재를 증명할 뿐이었다. 빛 하나 없는 심연 속, 우리 탐사대는 몇 년째 미지의 영역을 헤매고 있었다. 인류의 발길이 닿지 않은, 어쩌면 닿아서는 안 될 곳까지.

함장 강태준은 사령관석에 몸을 기댄 채 망막에 투사되는 성도(星圖)를 응시했다. 무수한 별들이 점으로 박힌 검은 천은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섬뜩할 정도로 적막했다. 그의 옆, 과학 담당 임지아 박사는 연신 홀로그램 스크린을 넘기며 데이터 분석에 열중했고, 조타수 박선우는 기계처럼 정확한 손놀림으로 미세한 항로 수정을 이어나갔다.

“함장님, 소행성대 통과까지 12시간 남았습니다.” 박선우의 나직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예상 경로상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습니다.”

강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어. 계속 주시해.”

지루하리만큼 평화로운 항해의 연속이었다. 이대로라면 며칠 뒤 도착할 예정인 모성계 외곽의 무인 탐사 기지에서 잠시 정비하고, 다시 인류의 호기심이 이끄는 다음 미지의 영역으로 향할 터였다.

그때였다.

“함장님!” 임지아 박사의 목소리가 순간 날카롭게 튀어 올랐다. 그녀의 홀로그램 스크린이 섬광처럼 번쩍였다. “이상 신호 감지! 미확인 에너지 반응입니다!”

강태준은 즉시 몸을 일으켰다. “좌표! 에너지 패턴 분석!”

“좌표는… 바로 이 지점입니다. 그리고 에너지 패턴은… 미쳤군요.” 임지아는 경악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측정 불가능해요. 그 어떤 알려진 에너지원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치 존재하지 않는 물질처럼요.”

메인 스크린에 해당 좌표가 확대되었다. 짙은 어둠 속,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임지아 박사가 스캐닝 필터를 조절하자, 스크린 중앙에 희미한 잔상이 떠올랐다.

그것은 거대한 검은색 물체였다. 너무나도 완벽한 칠흑 같아서, 주변의 별빛조차 흡수하는 듯했다. 마치 우주의 가장 깊은 그림자 조각을 잘라낸 것처럼. 표면은 그 어떤 빛도 반사하지 않았고, 기계적인 구조물도, 생명체의 흔적도 없었다. 그저… 완벽한 형태의 ‘무(無)’에 가까웠다. 그러나 분명히 그곳에 존재했다.

“저게… 대체 뭡니까?” 박선우가 숨을 들이켰다. 그의 음성은 경외와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스캔 결과는 어떻지, 지아 박사?” 강태준의 목소리에도 미세한 떨림이 서려 있었다.

“물질 구성은… 파악 불가입니다. 밀도는 측정 불가. 질량은… 어마어마합니다. 현재 위치에서 이 정도 질량을 가지는 행성은 존재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니,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온도는 절대영도에 가깝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낮은 것 같아요. 우주 배경 복사조차 흡수하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는 보고에 함교는 다시금 침묵에 잠겼다.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존재. 인류의 과학적 지식을 통째로 부정하는 미스터리였다.

“거리 좁혀.” 강태준이 나직하게 명령했다. “접근 속도 최저. 모든 센서 풀 가동.”

“함장님, 위험합니다!” 임지아가 소리쳤다. “이런 미지의 존재에 무턱대고 접근하는 건…!”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가 미지를 탐사하는 것이 아니던가.” 강태준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두려워할 때가 아니야, 박사. 이건 인류에게 전례 없는 발견이 될 수도 있어.”

별무리 호는 거대한 그림자를 향해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그 칠흑 같은 물체는 점점 커졌고, 메인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이제는 그 완벽한 검은색이 마치 살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 안에서 무언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거리 1000km, 500km, 100km… 접근 완료.” 박선우가 긴장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이상 반응은 없습니다. 오히려 주변 공간이 너무나도… 고요합니다.”

“분석 결과를 계속 보고해, 지아 박사.”

“네, 함장님. 여전히 물질 구성 파악 불가, 에너지 반응 이상, 온도… 잠깐.” 임지아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이게… 뭐죠? 전파 흡수율이… 100%입니다. 모든 통신 주파수가 차단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함교 전체를 뒤흔드는 강력한 진동이 울렸다. 마치 거대한 종이 울리는 듯한, 혹은 심장이 뛰는 듯한 웅장한 진동이었다. 메인 스크린에 보이던 검은 물체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으나, 별무리 호의 모든 시스템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시스템 이상! 전력 불안정! 중력 안정화 장치 오작동!” 박선우가 패닉에 빠진 목소리로 외쳤다.

“무슨 일이야!” 강태준이 소리쳤다.

“모르겠습니다! 저 물체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어요! 모순된 반응입니다!” 임지아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별무리 호의 선체는 비명을 지르며 격렬하게 흔들렸다. 함교의 조명은 깜빡거리다 이내 꺼졌다. 비상등의 붉은빛만이 위태롭게 번뜩였다. 스크린에는 온갖 경고 메시지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검은 물체는 여전히 고요했지만, 이제는 그 고요함 자체가 위협이었다. 그 안에서, 아주 희미하게, 마치 잠자는 거인의 눈처럼, 한 점의 빛이 번뜩였다. 너무나도 작고 섬세했지만, 그 순간 모든 승무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강렬했다.

그리고 그 빛은 순식간에 별무리 호를 집어삼켰다.

모든 것이 하얗게 변했다. 끔찍한 비명과 기계음이 한데 뒤섞여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냈고, 강태준은 온몸의 신경이 불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의식이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그의 뇌리에 스친 것은, 빛에 잠식되기 직전, 섬광처럼 번뜩이던 그 검은 물체의 한 조각이었다.

그것은 정육면체도, 구도 아니었다.
그것은 알 수 없는, 그러나 완벽하게 균형 잡힌 비정형의 결정체였다.
마치 우주의 모든 모순을 담고 있는 듯한.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