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깊고, 어두웠다. 축축한 바위벽에서 스며 나오는 냉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강민준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손전등을 들어 올렸다. 렌즈 안의 빛이 닿는 곳마다, 수천 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인 먼지와 이끼가 그로테스크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잊혀진 왕의 무덤’이라 불리는 이 던전은 말 그대로 죽은 왕의 숨결조차 잊혀진 공간처럼 느껴졌다.

“젠장, 대체 얼마나 더 내려가야 하는 거야.”

입에서 튀어나온 낮은 혼잣말은 이내 사방의 어둠에 삼켜졌다. 벌써 사흘째다. 지하 50층, 이 던전에서 가장 깊고 위험하다고 알려진 곳까지 내려왔지만, 소득은 변변찮았다. 겨우 허접한 마정석 몇 개와 닳아빠진 낡은 유물 조각이 전부였다. 이런 식이라면 이번 탐사도 실패다. 그의 머릿속을 채운 건 희미해져 가는 식량과 물, 그리고 바닥나가는 체력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손전등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민준은 반사적으로 허리에 찬 낡은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심장이 쿵, 쿵, 하고 거칠게 울렸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자, 그 소리는 벽 저편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뭔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는 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작고 미끄러운, 그런 종류의 것.

쉬이익. 쉬이익.

그것은 흡사 거대한 뱀이 돌 표면을 스치는 소리 같았다. 민준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검은 언제든 뽑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던전 깊숙한 곳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그가 향한 곳은 어깨 하나 겨우 들어갈 만한 좁은 틈새였다. 이곳은 원래의 탐사 경로가 아니었다. 붕괴된 통로의 잔해 사이로 겨우 보이는 균열.

“이런 틈새에 뭐가 있을 리가….”

투덜거리면서도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오랜 던전 탐사 경험은 그에게 불확실한 가능성이라도 놓치지 말라고 속삭였다. 땀으로 축축한 손으로 손전등을 든 채, 그는 겨우 몸을 틈새로 밀어 넣었다. 바위가 그의 갑옷을 긁는 소리가 귓가를 찢을 듯 날카로웠다. 몸을 억지로 구부려 통로를 따라 기어가자, 눅눅한 흙냄새와 함께 미세한 바람이 느껴졌다. 막다른 길은 아니라는 증거였다.

얼마나 기어갔을까. 수십 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어둡고 구불구불한 통로를 지나자, 그의 눈앞에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직경 5미터 정도의 원형 공간. 하지만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공간 자체가 아니었다. 중앙에 놓인, 거대한 원석이었다.

지름 2미터에 달하는 검푸른 원석. 그것은 마치 밤하늘을 압축해 놓은 듯,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푸른빛이 원석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것 같기도, 심장이 박동하는 것 같기도 했다. 주변은 그 어떤 마물도 얼씬거리지 않은 듯 깨끗했다. 다만 원석 주변의 바닥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의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빽빽하게, 그리고 너무나 정교하게.

민준은 숨을 멈췄다. 이런 것은 처음 본다. 던전에서 발견되는 흔한 마정석이나 광물이 아니었다. 이것은… 살아있는 것 같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원석에 다가섰다. 손을 뻗자, 원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이 손끝을 스쳤다. 피부에 닿는 순간, 찌릿한 전율이 온몸을 관통했다.

“이게 대체… 뭐야?”

말을 내뱉는 순간, 그의 손에서 땀 한 방울이 뚝 떨어져 원석 표면에 새겨진 고대 문자 중 하나에 스며들었다. 순간, 원석의 푸른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마치 잠들어 있던 거인이 눈을 뜬 것처럼, 공간 전체가 푸른 섬광으로 번뜩였다.

크아아아아앙!

귀청을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원석 주변의 바닥에 새겨진 문자들에서 푸른 불꽃이 솟아올랐다. 불꽃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빠르게 공중으로 솟구쳤다. 민준은 놀라서 뒤로 주춤거렸다.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은 상식 밖이었다. 마법? 그는 마법사가 아니었고, 마법이란 고대 시대의 유물이나 다름없는 신비한 힘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푸른 불꽃은 하나의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거대한 용의 머리 형상. 눈동자가 민준을 똑바로 응시했다. 고대의 힘이 그를 꿰뚫어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인간이여, 네가 감히 잠든 자의 문을 열었으니.*

그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직접 뇌리에 박히는 듯한, 압도적인 의지였다. 민준은 공포에 질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의 눈은 그저 거대한 용의 형상을 한 푸른 불꽃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것은 너의 운명인가, 혹은 재앙인가.*

용의 형상은 점차 희미해지더니, 푸른빛의 입자가 되어 민준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심장이 터질 듯이 울렸다. 핏줄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뜨거웠다가 차가웠다가, 고통스러웠다가 황홀했다가. 모순된 감각이 그를 집어삼켰다.

“크아아악!”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의 몸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눈동자에서, 손끝에서, 그리고 심장 부근에서. 마치 몸 안에서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것처럼, 그의 존재 자체가 푸르게 빛났다.

푸른빛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민준의 몸에서 작은 조각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아주 작은, 마치 수정 같은 조약돌이었다. 그의 손바닥에 떨어진 조약돌은 천천히 가라앉는 밤하늘의 조각처럼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손바닥에 닿는 순간, 그의 뇌리에 거대한 정보의 파도가 밀려들었다.

수천 년 전, 이 세계를 다스렸던 고대 마법 문명의 잔재. 그들이 숨겨두었던, 세계의 근간을 뒤흔들 힘. 그리고… 그 힘의 열쇠가 될 지도 모르는 이 조약돌.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동시에, 엄청난 혼란이 찾아왔다. 그의 몸이 고대 마법의 힘을 흡수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이 힘을 어떻게 제어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던전 전체가 다시 한번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까와는 다른, 더욱 거칠고 불길한 진동이었다.

쿵! 쿵! 쿵!

어디선가 거대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난 듯한, 둔중하고 위협적인 소리였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원형 공간의 입구 쪽에서 어둠의 장막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크르르르르…*

낮게 깔리는 짐승의 으르렁거림. 그 소리는 이 던전에서 그가 지금까지 상대했던 어떤 마물보다도 거대하고, 강력하고, 그리고… *지성적인* 느낌을 주었다.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손바닥 위에서 빛나는 푸른 조약돌을 꽉 쥐었다. 그는 이제 단순한 던전 탐험가가 아니었다. 그의 몸 안에 고대의 힘이 깃들었고, 그 힘은 잊혀진 왕의 무덤에 잠들어 있던 진정한 수호자를 깨운 듯했다.

새로운 위험, 새로운 능력, 그리고 미지의 운명.

던전의 어둠 속에서, 그는 홀로 서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