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밤의 장막이 걷히지 않은 새벽, 핏빛 여명이 서서히 도시를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고급 승용차가 멈춰 선 곳은 도심의 빌딩 숲 꼭대기에서 홀로 우뚝 솟아오른 듯한 웅장한 저택의 철문 앞. 번개처럼 빛나는 파란색 비상등이 어둠을 가르고 저택 주변을 어지럽게 비추고 있었다. 경찰 통제선 너머, 스산한 공기가 감도는 그곳에 그녀가 발을 디뎠다.

강하리. 스물셋, 마법소녀이자 천재 탐정.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마법봉 대신 냉철한 지성과 형형한 통찰력이 번뜩였다. 새벽 공기마저 얼어붙을 것 같은 저택의 기운에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오직 그녀만이 감지할 수 있는, 불협화음의 기운. 잔혹한 비극이 빚어낸 흔적이었다.

“강탐정님, 오셨군요!”

저택 현관 앞, 피로에 절어 보이는 박형사가 그녀를 반겼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미 체념과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하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통제선을 넘어섰다. 붉은 선 너머는 이미 또 다른 세계였다.

“상황은요?” 하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날카로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보시다시피… 최악입니다.” 박형사가 한숨을 쉬며 답했다. “피해자는 서은채 씨. 국내 굴지의 IT 기업을 이끌던 천재 발명가이자, 막대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온 존경받는 인물이죠. 어젯밤 10시에서 11시 사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리의 시선은 저택의 거대한 외벽을 훑었다. 빈틈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최첨단 공법의 결정체. 요새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사인은요?”

“아직 부검 전이지만, 명백한 타살입니다. 외상 흔적은 거의 없지만, 독극물 감식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이 방입니다.”

박형사가 안내한 곳은 저택 3층에 위치한 서은채의 개인 서재였다. 거대한 강철 문은 육안으로도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다. 하리는 문 앞에 멈춰 서서 손가락으로 차가운 금속을 쓸어보았다. 매끈하고, 빈틈이 없었다.

“이 방이요?”

“네. 지문 인식은 물론, 홍채 인식, 거기에 인공지능이 제어하는 다중 잠금장치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창문은 통유리로 되어 있지만, 특수 방탄 강화 유리이며 외부에서는 절대로 열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환기구는 사람 한 명은커녕, 작은 로봇도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고요. 통신은 물론, 일체의 전파도 차단되는 특수 방음벽입니다.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죠.”

하리는 문 틈새를 유심히 살폈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해도 미세한 틈은 있기 마련. 하지만 이 문은 달랐다. 완벽하게 ‘봉인’된 듯한 느낌.

“외부 침입 흔적은요?”

“전혀 없습니다. 모든 보안 시스템은 완벽하게 작동 중이었고, 외부인은 저택 출입 자체도 불가능합니다. 어젯밤 10시 이후, 서재 근처에는 그 누구도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복도 CCTV 기록은 완벽해요.”

박형사는 절망적인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렇다면 내부에 있던 사람 중에 용의자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김집사, 비서, 경호원들까지 모두 알리바이가 겹치지 않게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서은채 씨는 이 방에 혼자 있었습니다. 그녀의 인공지능 비서만 녹음 기록을 남기고 있을 뿐이었죠.”

“그렇다면… 범인은 유령이었거나, 공중부양이라도 했단 말인가요?” 하리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스쳤다. 마치 이 불가능한 상황을 즐기는 듯한 기묘한 미소였다.

마침내 디지털 잠금장치가 해제되고, 거대한 강철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서재 안은 고급스러운 가구와 희귀 서적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모든 우아함을 한순간에 덮어버린 것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 여인의 싸늘한 시신이었다.

서은채는 바닥에 반쯤 엎드린 채 발견되었다. 주변에는 흐트러진 물건 하나 없었다. 마치 고요한 잠에 빠진 듯한 모습. 하지만 피부에 감도는 묘한 푸른빛과 이미 굳어버린 표정이 그녀의 죽음을 웅변하고 있었다.

하리는 시신에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마치 초고성능 스캐너처럼 모든 것을 훑어 내려갔다. 시신의 위치, 팔의 각도, 심지어 발밑의 카펫이 살짝 눌린 정도까지.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도 없고요. 방 안에 서은채 씨 외에 다른 사람의 흔적은 그 어떤 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전자, 지문, 족적… 아무것도요.” 박형사가 보고했다.

하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은 천장을 향했다가, 벽을 따라 바닥까지 미끄러져 내려왔다. 환기구, 거대한 책장, 오래된 지구본…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 완벽한 밀실. 완벽한 살인.

“이 방 안에… 무언가 특이한 장치가 있나요? 숨겨진 문이라든지, 비밀 통로라든지.”

“그런 건 없습니다. 이 저택은 제가 알기로 설계도까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물론 서은채 씨가 몰래 개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아무런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리는 거대한 지구본이 놓인 공간으로 향했다. 앤티크한 디자인이 주변의 모던한 인테리어와 미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지구본을 가볍게 두드려 보았다. 묵직하고 단단한 소리.

그리고 그때, 그녀의 시선이 지구본이 놓인 바닥 모서리에 닿았다. 카펫이 벽면과 만나는 지점이었다. 아주 미세한,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긁힘 자국. 그리고 그 위를 덮고 있는 먼지.

“박형사님, 여기를 보시죠.” 하리는 손가락으로 긁힘 자국을 가리켰다. “이 먼지는… 최근에 다시 쌓인 먼지입니다. 원래 있던 먼지가 쓸려 나갔다가, 다시 아주 고요하게 내려앉은 거죠. 마치… 무엇인가가 이곳을 덮고 있다가 사라진 후, 먼지가 다시 쌓인 것처럼요.”

박형사는 허리를 숙여 하리가 가리킨 곳을 들여다보았다. 너무 미세해서 전문가가 아니면 놓치기 쉬운 흔적이었다. 하리는 작은 휴대용 붓을 꺼내 조심스럽게 먼지를 걷어냈다.

먼지 아래 드러난 것은 머리카락보다도 가는, 거의 보이지 않는 틈이었다. 그리고 그 틈의 한쪽 끝에 자리한, 바늘구멍 같은 미세한 구멍.

하리의 눈이 번뜩였다.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방 한가운데로 걸어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시신, 책장, 지구본, 그리고 벽면의 작은 틈… 모든 조각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퍼즐로 맞춰지기 시작했다.

“박형사님.”

“네, 강탐정님.”

“이 방이 완벽하게 밀폐되어 있었다는 건 맞는 말씀입니다.”

박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이견을 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밀폐된 공간이 ‘움직일 수 없는’ 공간이었다고는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군요.”

박형사의 미간이 순간적으로 좁아졌다. “움직인다고요? 방이 통째로 움직였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서은채 씨는 그런 장치를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하리는 미소를 지었다. 섬뜩하면서도, 매혹적인 미소였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어려운 수수께끼를 내듯, 그녀의 눈빛은 호기심과 확신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니요. 이 방 자체가 움직인 게 아닙니다. 이 방 ‘안의’ 무언가가, 밀폐된 채로 움직인 거죠. 범인은 밀실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밀실을… **운반한 겁니다.**”

그녀의 시선은 다시 지구본이 놓였던 자리, 그 작은 틈을 향했다.

“그리고 그 운반의 흔적이, 바로 저 작은 구멍에 숨겨져 있었고요.”

밀실 살인 사건은 언제나 보는 이의 상상을 초월하는 트릭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강하리는 그 모든 상식을 깨부수는 트릭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 완벽한 밀실은, 사실 범인에 의해 이동된 밀실이었다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무엇을 통해? 그리고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새벽의 고요를 깨는 그녀의 통찰력은, 이제 막 진짜 진실을 향한 문을 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