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의 조각과 얼렁뚱땅 로맨스
**[캐릭터 소개]**
* **한소리 (20대 초반):** 꿈은 창대하나 현실은 늘 아슬아슬한 청춘. 칠칠맞고 엉뚱한 면모가 있지만, 누구보다 밝고 긍정적이다. 할머니의 낡은 헌책방 ‘시간의 서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중. 가끔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특기.
* **강태인 (20대 초반):** 명문대 미술사학과 수재. 완벽주의자에 매사에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 겉으로는 차갑고 시크하지만, 고서와 유물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가끔 주변의 엉망진창인 상황에 속으로 비명을 지르곤 한다.
* **할머니 (70대):** ‘시간의 서점’의 주인. 너털웃음이 매력적인 인자한 할머니지만,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의미심장한 말을 툭 던져 소리를 혼란에 빠뜨리곤 한다. 차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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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시간의 서점, 아수라장의 시작**
**화면:**
낡고 오래된 ‘시간의 서점’ 간판이 흔들린다. 낡은 유리문 너머로 빼곡히 들어찬 책장들, 그 사이로 먼지 섞인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서점 안은 얼핏 고풍스럽지만, 동시에 정돈되지 않은 혼돈의 미학이 느껴진다. 한소리(20대 초반, 편안한 후드티 차림)가 잔뜩 쌓인 책 무더기 옆에서 땀을 삐질 흘리며 씨름하고 있다. 책들이 탑처럼 아슬아슬하게 쌓여있다.
**내레이션 (소리):**
내 이름은 한소리. 스물세 살, 빛나는 청춘. 이라는 건 드라마 속 이야기고, 현실의 나는 ‘빛나는 먼지’를 들이마시며 하루하루를 사는 중이다. 할머니의 헌책방 ‘시간의 서점’에서 책 먼지와 함께 숙성되어가는 신세랄까.
**소리:**
(끙끙거리며) 흐읍, 하아… 이번엔 꼭 성공해야지. 오, 오케이… 아주 좋았어…!
**화면:**
소리가 마지막 책을 조심스럽게 올리려는 순간, 바닥에 놓여있던 다른 책 무더기가 옆으로 스르륵 기울어진다. 소리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책 탑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거대한 책 먼지 구름이 피어오른다. 소리는 책더미 속에 파묻혀 겨우 눈만 내놓고 있다.
**소리:**
(책에 파묻혀 콜록거리며) 아, 진짜! 오늘따라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어!
**할머니 (화면 밖에서, 나른한 목소리로):**
아이쿠, 우리 소리 또 책 먼지랑 싸웠네? 차 한잔 내올까?
**소리:**
(간신히 고개를 빼꼼 내밀며) 할머니! 지금 차 마실 때가 아니에요! 이거 언제 다 치워요! 제가 이러려고 미술을 전공했나 자괴감이 듭니다…!
**내레이션 (소리):**
미술 전공이라… 그래. 한때는 나도 반짝이는 미래를 꿈꾸는 예술학도였다. 지금은 빛바랜 종이와 싸우는 책 정리 도우미지만. 아, 인생이란.
**화면:**
소리가 한숨을 쉬며 책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낡은 박스들을 비우던 중, 손에 뭔가 딱딱하고 매끄러운 것이 잡힌다. 작은 조약돌 같은 검회색 돌인데, 자세히 보면 표면에 오묘하게 반짝이는 무지갯빛 무늬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손에 쥐니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소리:**
(혼잣말) 어라? 이건 뭐지? 할머니가 장식용으로 두셨나… 돌멩이가 이렇게 예쁘기도 하네.
**화면:**
소리가 무심코 돌을 주머니에 넣는다. 먼지투성이였던 손이 돌을 쥐자마자 깨끗해지는 듯한 느낌이 스쳐 지나가지만, 소리는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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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찰나의 기적, 그리고 망상?**
**화면:**
오후, 서점은 조용하다. 소리가 카운터에 앉아 팔짱을 끼고 턱을 괴고 있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반쯤 풀려있다. 주머니 속 돌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내레이션 (소리):**
아, 정말… 언제쯤 내 인생에도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까. 하다못해 짝사랑하는 카페 오빠랑 눈이라도 마주치는 기적이라도. 아니면, 이 책방이 갑자기 대박이라도 나서 돈방석에 앉는다든가!
**화면:**
소리가 짝사랑하는 카페 오빠의 모습을 상상하자, 그녀의 눈이 반짝인다. 그 순간, 주머니 속 돌이 아주 미세하게 깜빡이는 듯한 빛을 낸다. 그리고 카운터에 놓여있던 낡은 테이블 램프의 불빛이 순간적으로 일렁이며, 램프 옆에 놓여있던 시든 꽃 한 송이가 파스텔 톤의 화사한 색으로 활짝 피어나는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달콤한 꽃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소리:**
(눈을 비비며) 으음? 뭐지? 내가 너무 몽상에 빠졌나? 벌써 환각이…
**화면:**
소리가 눈을 다시 뜨자, 꽃은 다시 시든 모습으로 돌아와 있고, 램프는 평소와 다름없이 흐릿한 빛을 내고 있다. 소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깨를 으쓱인다.
**소리:**
역시… 너무 잤나. 뇌가 꿈을 현실로 착각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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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완벽남의 등장, 그리고 파국**
**화면:**
서점 문이 조용히 열린다. ‘딸랑’ 하는 종소리와 함께, 모델처럼 잘생긴 강태인(20대 초반,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수트 차림)이 들어선다. 그의 등장은 낡은 서점의 풍경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의 표정은 냉철하고, 주변을 스캔하는 시선에는 미세한 경멸감마저 서려있다.
**내레이션 (태인):**
젠장. 정말 이런 곳에 그 책이 있을 리가 없잖아. 스승님은 대체 왜 이런 ‘쓰레기장’을 추천하신 거지?
**화면:**
소리는 태인의 등장에 눈을 휘둥그레 뜬다. 마치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에 잠시 넋을 잃는다. 그 순간, 뒤편에 놓여있던 낡은 사다리를 실수로 툭 건드린다. 사다리가 기울어지며 천장까지 닿아있던 고서 무더기가 콰르르르…!
**소리:**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으아악!
**화면:**
먼지구름과 함께 수십 권의 책이 태인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린다. 태인은 재빨리 피하려 하지만, 몇 권이 그의 어깨와 머리에 ‘퍽퍽’ 하고 떨어진다. 그의 완벽했던 수트에는 먼지가 허옇게 앉는다.
**태인:**
(미간을 찌푸리며, 애써 침착하게) ……괜찮으십니까? 아니, 제가 괜찮은지 물어야 하는 상황인 것 같군요.
**소리:**
(얼굴이 새빨개져서 허둥지둥) 으아아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제가 잠시 정신을 팔아서…! 괜찮으세요?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태인:**
(어깨를 털어내며 한숨을 쉰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혹시 ‘오래된 전설 속 이야기꾼들의 비망록’이라는 책을 찾아왔습니다. 이곳에 있다는 정보를 얻었는데요.
**소리:**
(잔뜩 주눅 들어서) 아, 네… 그, 그런 책도 있을 거예요… 저희 서점은 없는 게 없이… 아니, 없는 게 더 많을 수도 있… 아, 아닙니다! 찾아봐 드릴게요!
**내레이션 (태인):**
이런 비효율적이고 혼돈스러운 곳에서… 그 희귀한 책을? 절망적이다. 게다가 저 여자,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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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기묘한 시공간의 왜곡**
**화면:**
소리는 잔뜩 긴장한 채로 태인이 찾는 책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태인은 팔짱을 끼고 소리를 주시한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과 불신이 가득하다. 소리는 불안한 마음에 주머니 속 돌을 만지작거린다.
**소리:**
(땀을 뻘뻘 흘리며) 음… 그게… 분명 이쯤이었는데… 아! 저기 위에!
**화면:**
소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서점 한구석에 높이 쌓인 앤티크 접시 탑이었다. 그 위에 책 한 권이 아슬아슬하게 얹혀있다. 소리가 사다리를 가져와 오르려다가, 발을 헛디딘다.
**소리:**
(몸이 휘청거리며) 으악!
**화면:**
사다리가 기울어지면서 앤티크 접시 탑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접시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슬로우모션. 소리의 눈이 커진다. ‘안 돼! 저거 깨지면 할머니한테 등짝 스매싱 감인데!’ 소리는 눈을 질끈 감으며 주머니 속 돌을 꽉 움켜쥔다. **’제발…! 깨지지 마!’**
**화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떨어지던 접시들이 갑자기 공중에서 멈칫한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혹은 필름이 역재생되는 것처럼, 접시들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원래의 탑 모양으로 스르륵 다시 쌓이는 게 아닌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소리:**
(눈을 번쩍 뜨고) ……?
**태인:**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살짝 벌린다) ……방금, 대체… 뭘 본 거지?
**화면:**
소리는 눈을 깜빡이며 접시 탑을, 그리고 주머니 속 돌을 번갈아 본다. 태인은 고개를 흔들며 눈을 비빈다.
**태인:**
(중얼거린다) 너무 무리했나. 스트레스성 환각인가? 바람이 갑자기 세게 불었던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소리:**
(어색하게 웃으며) 하하… 사, 사장님이 워낙 정리의 달인이시라… (돌을 슬쩍 주머니에 깊숙이 넣는다)
**내레이션 (태인):**
말도 안 돼. 분명 접시들이 떨어지는 걸 봤는데. 그리고 다시 쌓였다. 내가 미쳤거나, 저 여자가… 마법사거나. 후자가 더 말이 안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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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5] 예측 불가능한 마법의 효과**
**화면:**
태인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소리를 주시하고 있다. 소리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책을 찾는다.
**소리:**
(다시 책을 찾으러 가다가, 실수로 책 한 권을 놓친다) 앗!
**화면:**
하필이면 그 두꺼운 고서가 태인의 발등 위로 ‘쿵’ 하고 떨어진다.
**태인:**
(이를 악물고) 큭…!
**소리:**
(눈이 커져서) 으아아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발 괜찮으세요? 제가 진짜 오늘 왜 이러지?!
**화면:**
소리는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글썽인다.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 속 돌을 다시 꽉 쥔다. **’제발 아프지 마세요…! 제발!’**
**화면:**
태인은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다가, 갑자기 발등에서 따뜻하고 편안한 감각이 퍼지는 것을 느낀다. 통증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기분.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의 발을 내려다본다. 아까의 얼얼함이 말끔히 가신 듯하다.
**태인:**
(눈을 깜빡이며) ……?
**소리:**
(걱정스러운 얼굴로) 정말 죄송해요… 제가… (태인의 표정을 보고 놀란다) 어? 괜찮으세요?
**태인:**
(아무렇지 않게 발을 움직여 본다) …이상하군. 방금 전까지 아팠는데.
**내레이션 (태인):**
또야. 또 이 여자 옆에서 기묘한 현상이. 단순한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잦다. 대체 이 여자, 정체가 뭐야? 아니면 내가 드디어 과로로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
**화면:**
태인은 소리를 수상하게 쳐다본다. 소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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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6] 조각난 시간, 묶이는 운명**
**화면:**
서점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태인은 결국 그토록 찾던 책을 찾지 못하고 돌아선다. 그의 표정에는 여전히 의문과 짜증이 뒤섞여 있다.
**태인:**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이런 비과학적인 현상을… 내가 납득할 리 없어.
**화면:**
태인은 서점 문을 나서기 직전, 다시 한번 소리가 있는 카운터 쪽을 돌아본다. 소리는 혼자 남아 주머니에서 아까 주운 돌을 꺼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돌에서는 희미한 무지갯빛이 감도는 것이 보인다. 태인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날카로워진다.
**태인:**
(내레이션) 저 돌… 뭔가 관계가 있는 건가?
**화면:**
태인이 서점을 나선다. 소리는 여전히 돌을 쥐고 있다. 돌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가 유난히 강하게 느껴진다.
**소리:**
(혼잣말) 설마… 방금 그 이상한 일들이 다 이 돌 때문인 거야? 말도 안 돼…
**화면:**
그때, 서점 깊숙한 곳에서 할머니가 나타난다. 할머니는 소리가 쥐고 있는 돌을 말없이 응시한다.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번져있다.
**할머니:**
(나지막이) 오호라, 그 돌을 벌써 찾았구나. 그거 아주 귀한 물건이란다. ‘시간의 조각’이라고 불렸지.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실타래를 엮어주는 신비한 돌멩이지.
**소리:**
(화들짝 놀라며) 할머니! 시간의… 조각이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혹시 아까 그 이상한 일들이… 다 이 돌 때문에…?!
**할머니:**
(미소 지으며) 껄껄, 인연이란 참 재미있는 것이지. 어떤 이는 우연이라 부르고, 어떤 이는 운명이라 부르니. 이제 막 실타래가 엮이기 시작했구나.
**화면:**
소리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돌을 바라보고, 다시 할머니를 바라본다. 돌은 소리의 손바닥 위에서 더욱 선명하게 무지갯빛을 뿜어낸다. 서점 밖, 태인이 떠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시간의 서점’을 다시 돌아본다. 그의 시선은 서점 내부, 어딘가에 있는 소리를 향하고 있다. 그의 표정은 호기심과 알 수 없는 흥미로 가득 차 있다.
**내레이션 (소리):**
시간의 조각… 운명의 실타래… 나는 지금 뭘 발견한 거지? 그리고 방금 그 재수 없고 잘생긴 남자는 대체 뭐였던 거지? 내 인생에, 아니… 이 세계에, 정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 걸까?
**화면:**
소리의 손바닥 위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돌 클로즈업.
이어서, ‘시간의 서점’ 간판과 그 너머로 서점을 응시하는 태인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페이드 아웃]**
**[1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