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바람이 회색 암반을 휘감아 돌며 윙윙거리는 소리를 냈다. 동굴 입구를 막아둔 낡은 천막이 너덜거리며 흔들릴 때마다, 밤의 냉기가 스며들어 바닥에 깔린 이끼와 마른 흙더미 위로 흩어졌다. 작게 피워 올린 불꽃은 연약하게 흔들리며, 굶주린 반군들의 그림자를 동굴 벽에 길게 늘어뜨렸다. 그 그림자들은 지쳐 쓰러진 짐승처럼 일렁였다.

강율은 가만히 불꽃을 응시했다.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피어오르는 회색 연기처럼, 그의 마음속에서도 답답한 절망이 서서히 피어 오르고 있었다. 이틀 밤낮으로 이어진 황군과의 교전은 그들의 식량을 바닥냈다. 씹을 것이라곤 질긴 마른 육포 몇 조각과 몇 줌의 말린 열매뿐이었다. 그마저도 이제는 동이 났다. 동굴 안을 채운 것은 스무 명이 넘는 사내와 계집들의 굶주린 한숨 소리, 그리고 차가운 침묵뿐이었다.

그의 시선이 동굴 구석에 웅크린 아이들에게 닿았다. 어린 것들은 작은 몸을 서로에게 기댄 채 얇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들의 창백한 얼굴 위에는 희망 대신 두려움과 추위가 얼어붙어 있었다. 강율의 심장이 시큰거렸다. 이 모든 고통을 그들에게 짊어지게 한 것이 자신인 것 같아, 죄책감이 묵직하게 어깨를 짓눌렀다.

“강율 님.”

나직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늙은 한스가 다가왔다. 오래된 상처들로 얼룩진 그의 얼굴은 밤의 어둠 속에서도 더욱 깊은 주름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강율의 옆에 주저앉으며 작은 가죽 주머니를 내밀었다.

“이게 마지막입니다.”

주머니 속에는 쪼그라든 말린 열매 몇 알과, 딱딱하게 굳은 빵 조각 하나가 전부였다. 강율은 말없이 그것을 바라봤다. 그들은 사흘 전, 이 외진 산속 깊은 곳까지 쫓겨 들어왔다. 원래 계획했던 보급 거점은 황군에게 발각되어 불타 버렸고, 설상가상으로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도 황군의 수색이 미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걸로는…”

한스의 목소리가 흐려졌다. 이틀 이상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현실.

그때였다.

**쾅!**

동굴 입구의 천막이 거칠게 젖혀지며 찬 바람이 들이닥쳤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눈보라를 뚫고 들어선 것은 세라였다. 스무 살 남짓한 젊은 여인의 얼굴은 흙먼지와 땀으로 얼룩져 있었고,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녀의 숨소리는 몹시 거칠었다.

“세라! 무사했어?”

한스가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세라의 얼굴은 그런 걱정 따위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 보였다. 그녀는 강율에게로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곧장 다가왔다.

“강율 님… 큰일 났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강율은 미간을 찌푸렸다. 세라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언제나 활기 넘치고 당찼던 그녀였다.

“무슨 일이지?”

강율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불안감이 동굴 안에 파도처럼 번졌다.

“북쪽 계곡… 우리가 숨겨둔 비상 식량 창고… 발각됐습니다.”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동굴 안은 한순간 얼어붙었다. 비상 식량 창고. 그것은 마지막 희망이었다. 황군이 예상하지 못할 깊은 산속, 험준한 계곡 바위에 숨겨둔 그들만의 비밀 거점이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몇 달 치 식량을 미리 비축해 두었던 곳.

“발각이라니… 누가, 어떻게…?”

한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황군 정찰대였습니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던 중 우연히 발견한 것 같아요. 제가 최대한 몸을 숨기고 지켜봤는데… 이미 그들이 창고를 열어 식량을 확인하는 걸 봤습니다. 불은 지피지 않았지만… 곧 병력을 불러들일 겁니다.”

세라의 말에 동굴 안에서는 억눌린 신음과 분노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굶주림으로 고통받던 이들의 눈빛에 절망과 함께 맹렬한 불꽃이 타올랐다.

“말도 안 돼… 우리가 얼마나 공들여 숨긴 곳인데!”

“젠장! 이젠 정말 끝인가…”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희망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강율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얼마나 있었지, 황군은?”

그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차분했다. 모두가 절망에 빠진 순간에도, 그는 흔들림 없었다.

“세 명… 정찰대였습니다. 하지만 횃불을 흔들어 신호를 보내는 걸 봤어요. 이 근방에 대규모 병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세라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들을 추격해온 황군의 규모를 그녀는 알고 있었다. 수백이었다.

“강율 님… 안 됩니다.”

한스가 나섰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무리입니다. 정찰대 세 명이야 어찌저찌 처치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부른 병력이 도착하기 전에 식량을 빼낼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이미 매복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미끼인 거죠.”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하지만 강율은 고개를 들어 모두를 둘러봤다. 굶주림에 지친 이들, 눈빛을 잃어가는 아이들.

‘포기하면… 모두 굶어 죽는다.’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릴 순 없어.”

강율의 낮은 목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남아있는 식량은 이게 전부입니다. 이틀을 버티기에도 부족해. 그대로 두면… 우리는 다 죽어. 천천히, 고통스럽게.”

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 한번 자신들이 가진 비루한 식량 꾸러미와 아이들에게로 향했다. 한 명 한 명의 얼굴에 고통과 절망, 그리고 미약한 희망이 스쳐 지나갔다.

“가야 합니다.”

세라가 불쑥 나섰다. 그녀의 눈빛은 불꽃처럼 타올랐다.

“제가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밤이 깊으니 황군의 경계가 느슨할 겁니다. 그들이 대규모 병력을 불러오기 전에… 새벽이 오기 전에, 최대한 많은 식량을 빼내야 합니다!”

“무모한 짓이야!”

한스가 소리쳤다.

“네가 방금 말하지 않았느냐! 이미 신호를 보냈다고! 몇 시간 후면 적들이 우르르 몰려올 거야! 그 좁은 계곡에서 매복에라도 걸리면… 우린 전멸이다!”

“그래도 시도해야 합니다!”

세라의 목소리가 한층 더 높아졌다.

“이대로 죽을 순 없어요! 우리가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싸워왔는데! 황제의 개들에게 굴복하고 굶어 죽느니, 싸우다 죽는 게 낫습니다!”

그녀의 말은 동굴 안에 숨죽이고 있던 분노와 좌절을 터뜨리는 도화선이 되었다.

“세라 말이 맞아!”

“그대로 굶어 죽느니, 싸우다 죽자!”

“죽더라도 저들의 목에 칼자국이라도 내고 죽어야지!”

굶주림에 지쳐 비틀거리던 이들이 주먹을 불끈 쥐며 들고일어났다. 그들의 눈빛은 더 이상 절망에 갇혀 있지 않았다. 죽음을 각오한 자들의 맹렬한 투지가 불타올랐다.

강율은 그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들의 눈빛 속에서 그는 자신들의 혁명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희망은 결코 꺼지지 않았다. 비록 그것이 한 줌의 불씨처럼 연약하더라도.

그의 시선이 세라에게로 향했다. 불꽃처럼 흔들리던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강율은 자신이 보아야 할 것을 보았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살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 동료들을 살리고자 하는 필사적인 염원.

강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낮고 단호한 그의 목소리가 동굴 안에 가득 찼다.

“세라의 말대로다. 이대로 굶어 죽을 수는 없다. 하지만 무작정 달려들지는 않는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가장 은밀하게 움직인다. 식량을 빼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교전은 최대한 피하고, 발각될 시에는 즉시 후퇴한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열 명. 나와 세라, 그리고 팔 명의 정예가 간다. 나머지 인원은 동굴을 지키며 우리가 돌아올 길을 준비한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불씨를 지키고, 식량이 없더라도 최대한 버틸 준비를 해라.”

그의 말에 침묵이 흘렀다. 열 명. 그것은 이 작은 무리에서 감당할 수 있는 거의 전부였다. 그들의 생존을 건 도박이었다.

“시간이 없다. 날이 밝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각자 준비해라.”

강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빛은 어둠 속에서도 강철처럼 빛났다. 희망은 없었다. 하지만 의지는 있었다.

죽음이 드리운 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동굴 밖에서는 매서운 바람 소리가 더욱 거세게 울부짖었고, 마치 그들의 앞날을 예견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