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썩어가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비틀린 채 솟아 있었다. 한때는 화려했을 쇼윈도에는 텅 빈 눈처럼 검은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안쪽으로는 형체 없는 어둠이 웅크리고 있었다. 진우는 허물어진 계단 잔해를 밟고 미끄러지듯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마스크 너머로 들이쉰 공기는 곰팡이와 먼지, 그리고 정체 모를 금속성 비린내로 가득했다. 이곳은 ‘구역 C-7’, 한때는 번화했던 상업지구였으나 지금은 거대한 폐허가 되어버린 곳이었다.

그의 손에 들린 스캐너가 약하게 ‘삐빅’ 소리를 냈다. 수치들은 위태롭게 깜빡였지만, 분명 희미한 에너지 반응을 포착하고 있었다. 어쩌면 쓸만한 동력원이나 전도성 물질일 수도 있었다. 낡은 방호복 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손에 쥐고 있는 구형 소총의 개머리판이 축축했다.

“젠장, 이런 곳에 뭐가 있다고…”

그는 중얼거렸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며칠째 식량은 바닥났고, 물은 겨우 한 모금 남았다. 이대로라면 오래 버틸 수 없을 터였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이 거대한 잔해 속에서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낡은 기록에 따르면, 이곳 지하 창고에는 대량의 구식 전력 코어가 보관되어 있었다고 했다.

천장이 일부 붕괴되어 드러난 하늘은 회색빛 먼지로 탁하게 물들어 있었다. 먼지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바닥의 부서진 잔해들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 빛 아래로, 한때 마네킹이었을 플라스틱 팔이 뒹굴고 있었다. 진우는 무심하게 그것을 걷어찼다. 텅 빈 공간에 ‘탁’ 하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소리에 대한 반응은 없었다. 다행히 근처에 ‘그것’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것.
이 망가진 세상의 지배자이자 포식자. 한때 인간이 만들었던 것들의 뒤틀린 진화.
진우는 이를 악물었다.

더 깊숙이 들어갈수록, 건물 내부는 더욱 미궁 같았다. 층계는 사라졌고, 복도는 무너져 내렸다. 그는 부서진 벽 사이를 기어 다니고, 삐걱거리는 철골을 밟으며 나아갔다. 그의 유일한 길잡이는 스캐너의 미약한 신호와, 그의 내면에 새겨진 생존 본능이었다.

드디어, 스캐너의 신호가 강해졌다.
‘삐비비빅!’
진우의 심장이 격렬하게 울렸다. 그는 주위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뜯겨 나간 철문 뒤의 공간이었다. 옛 창고였던 모양이었다. 공기는 더욱 무겁고 탁했다.

철문 안쪽, 어둠 속에서 빛이 일렁였다. 진우는 소총을 단단히 고쳐 쥐고 천천히 몸을 숙였다. 벽에 바싹 붙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창고 내부는 예상보다 넓었다. 녹슨 선반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었고, 그 위에는 알아볼 수 없는 잡동사니들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스캐너가 강렬하게 반응하는 지점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물체가 있었다.

녹슨 금속 더미 아래 깔린 채, 푸른빛을 깜빡이는 육각형의 코어.
진우의 입에서 마른침이 넘어갔다. 고성능 동력 코어였다. 이 정도면 방호복의 필터도 교체하고, 통신기도 수리할 수 있을 터였다. 최소한 일주일은 더 버틸 수 있는 생명줄이었다.

그가 코어를 향해 한 발짝 내딛는 순간이었다.
‘끼이이익… 찌이이익…’
바닥의 파편들이 미세하게 갈리는 소리. 녹슨 철이 느리게 움직이는 소리.
진우의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것은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천천히 총구를 돌렸다.
창고의 가장 안쪽, 어둠이 가장 짙게 드리워진 곳.
그곳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흡사 전갈과 거미를 뒤섞어 놓은 듯한 형상이었다. 여섯 개의 다리는 녹슨 강철과 알 수 없는 유기체가 뒤얽혀 있었고, 부러진 건물 잔해들을 천천히 쓸고 지나갔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 몸통에 박혀 있는 수많은 기계 부품들과, 섬뜩하게 깜빡이는 붉은 센서들이었다. 삐걱거리는 금속 마찰음이 진동처럼 울렸다.

진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숨조차 쉬지 않았다.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억지로 진정시켰다.
‘망할, 이런 곳에…’
그것은 사냥 중이었다. 코어를 감지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의 영역을 순찰하는 것일까?

그것의 붉은 센서들이 느릿하게 창고 내부를 훑었다. 진우가 숨어 있는 선반 쪽으로 서서히 방향을 틀었다.
진우의 손에 땀이 흥건했다. 총구는 정확히 그것의 머리 부분—아니, 그쯤으로 보이는 뭉툭한 금속 덩어리—을 겨누고 있었다. 하지만 한 발로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리고 총성은 곧 그의 위치를 명확히 알리는 신호가 될 터였다.

그것의 움직임이 멈췄다. 붉은 센서가 진우가 숨어 있는 선반 앞에서 고정되었다.
숨통이 막히는 것 같았다. 진우는 방호복 안에서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정적이 흘렀다. 철이 부딪히는 소리, 플라스틱이 긁히는 소리. 모든 것이 멈췄다.
오직 진우의 거친 숨소리만이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의 다리 중 하나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철로 된 다리가 선반의 가장 아랫부분을 톡 건드렸다.
‘콰앙!’
선반이 통째로 진동하며 위로 쌓여있던 잡동사니들이 무너져 내렸다. 낡은 파이프, 부서진 플라스틱 상자들이 진우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그는 비명을 지르는 대신,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
동시에, 그것이 맹렬히 달려들었다.

‘쉬이이익!’
금속 다리가 찢어지는 바람 소리를 내며 진우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그는 몸을 옆으로 던져 간신히 피했다. 콘크리트 바닥에 몸이 부딪히며 고통이 전신을 꿰뚫었다.
‘크윽!’
그것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부서진 선반을 발판 삼아 진우의 등 뒤를 노렸다.
진우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세우며 소총을 난사했다.
‘타앙! 타앙! 타앙!’
총알이 금속성 몸체를 때렸지만, 불꽃만 튀길 뿐이었다. 그것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젠장, 이게 무슨…”
그것의 붉은 센서가 더욱 강렬하게 깜빡였다. 마치 그의 패닉을 즐기는 것처럼.
그것이 마지막 발악처럼 온몸을 던져 진우를 덮쳤다. 육중한 몸체가 짓누르자, 진우의 방호복이 비명을 질렀다. 그의 팔에 들린 소총이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다.
차가운 금속의 촉수가 그의 목을 향해 다가왔다.

진우의 눈앞에 푸른빛을 깜빡이는 동력 코어가 보였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그것의 무게에 짓눌려 움직일 수 없었다.
촉수가 그의 목덜미를 휘감는 순간, 진우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그것의 몸통에 박혀 있던 낡은 철골을 움켜쥐었다.
‘크으으윽!’
날카로운 금속 조각이 그의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는 놓지 않았다.
그의 눈은 코어를 향해 있었다.
살아야 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의 시야가 흐려졌다. 그것의 붉은 센서가 그의 눈동자 위에서 섬뜩하게 번뜩였다.
어둠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