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첫 번째 파편**

모래바람이 불었다. 붉고 거친 입자들이 부딪쳐 낡은 강화 유리창에 스크래치를 새겼다. 시야는 삽시간에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카인은 묵묵히 낡은 탐사 로버의 조종간을 움켜쥐었다. 끽끽거리는 모터 소리가 황량한 평원을 가로질렀다. 한때 문명이 꽃피웠던 도시의 잔해들은 이제 거대한 콘크리트 무덤처럼 저물어가는 붉은 태양 아래 잠겨 있었다. 모든 것이 녹슬고 부서져 있었다. 철과 먼지, 그리고 끝없는 침묵만이 이 죽어가는 별의 주인이었다.

“카인, 들려? 모래폭풍이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어. 지금 당장 복귀해.”

로버의 스피커에서 리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평소보다 한 톤 높아진 음성에는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카인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직 아무것도 못 찾았어.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어. 이대로 가면 다음 주에 전력 코어가 멈춰 설 거라고.”

“알아! 나도 알아! 하지만 폭풍에 휘말리면 끝이야. 지난번에도 하마터면…”

“걱정 마.”

카인은 리아의 말을 잘라내고 무선 주파수를 잠시 끊었다. 듣고 싶지 않은 잔소리였다. 리아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멈춰 설 수도 없었다. 지난 한 달간 찾아 헤매던 건 생명 유지 장치의 핵심 부품, 플라즈마 전력 코어였다. 이 부품 없이는 방공호의 보호막이 꺼지고, 그들의 작은 보금자리는 이 잔혹한 행성의 맹렬한 모래바람과 방사능에 무방비로 노출될 터였다.

카인은 다시 시야를 가린 모래폭풍 너머를 응시했다. 로버의 스캐너가 비상 알림을 띄웠다. ‘잔해 발견. 대규모 금속 물질 감지.’ 카인의 눈이 번뜩였다. 저 멀리, 모래 언덕 너머로 삐죽 솟아오른 거대한 구조물의 실루엣이 보였다. 운이 좋다면… 아니, 이번엔 운이 따라줘야만 했다.

“리아, 들리냐? 위치 보고. 좌표 XX-YY-ZZ. 대규모 잔해 발견. 아마도 오래된 화물선일 것 같아.”

무전 너머로 리아의 탄성이 들렸다. “정말? 화물선이라고? 혹시 생존자 데이터는 없어?”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 잔해만 겨우 형체를 유지하고 있어. 모래에 반쯤 파묻혀 있군.” 카인은 조종간을 틀어 로버의 방향을 바꾸었다. 거대한 모래 언덕을 힘겹게 기어올라갔다. 모래폭풍은 그들의 전진을 방해하듯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언덕을 넘어선 순간, 카인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거대한 우주 화물선 한 척이 땅에 처박혀 있었다. 한때는 웅장했을 기체는 이제 뼈대만 남은 채 녹슬고 찢겨 있었다. 모래와 파편들이 뒤섞여 거대한 고철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찢겨진 틈새 사이로, 전력 코어의 상징과도 같은 육각형 마크가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찾았어. 여기야. 분명히 있어.” 카인의 목소리에 희미한 흥분이 섞였다.

“카인, 안 돼! 지금 들어가면 위험해. 저 화물선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낡았어!” 리아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리아. 곧 해가 저물어. 그리고 이 폭풍은 며칠 동안 계속될 거야. 지금 아니면 기회는 없어.”

카인은 로버를 화물선 잔해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정차시키고 하차 준비를 했다. 산소 호흡기가 달린 헬멧을 쓰고, 낡은 방진복의 모든 이음새를 꼼꼼히 확인했다. 등에는 비상용 도구 가방을 둘러멨다. 거센 바람이 그의 몸을 흔들었다.

“리아, 연결 끊지 마. 이상 징후 있으면 바로 알려.”

“알았어, 카인. 조심해… 제발.”

카인은 헬멧 너머로 한숨을 쉬었다. ‘조심할 수 있으면 좋겠군.’ 거대한 화물선의 입구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찢겨진 강철 파편들이 날카롭게 튀어나와 있었고, 위태롭게 매달린 잔해들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채 위협적으로 흔들렸다.

내부는 더욱 처참했다. 한때 선원들의 생활 공간이었을 복도는 이제 뒤틀린 강철 구조물과 알 수 없는 기계 파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먼지와 모래가 발밑에 두껍게 쌓여 걸음을 옮길 때마다 푹푹 파고들었다. 카인은 헬멧 내부의 스캐너를 켜서 전력 코어의 위치를 추적했다. 신호는 점점 강해졌다.

그가 복도를 따라 한참을 걸었을까, 스캐너가 마침내 맹렬하게 깜빡였다. 거대한 엔진실의 입구였다. 녹슨 강철 문은 폭발의 충격으로 한쪽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카인은 휴대용 크로우바를 꺼내 문의 틈새에 박아 넣고 힘껏 밀었다. 삐걱거리는 굉음과 함께 문이 간신히 열렸다.

어둠 속에 잠겨 있던 엔진실은 화물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중앙에는 거대한 플라즈마 엔진이 그 위용을 자랑하듯 자리 잡고 있었지만, 역시나 부서지고 녹슬어 있었다. 카인의 시선은 그 엔진의 하단부에 고정되었다. 그곳에 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예비 전력 코어가 마치 보물처럼 박혀 있었다. 아직 완벽하게 파손되지는 않은 채였다.

“찾았다!” 카인이 무심코 외쳤다.

“카인! 소리 내지 마! 저기, 선체가 더 불안정해지고 있어! 진동이 감지돼!” 리아의 다급한 경고가 헬멧을 울렸다.

진동? 카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순간, 거대한 굉음이 엔진실을 뒤흔들었다. 천장의 거대한 강철 빔 하나가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렸다. 카인은 본능적으로 몸을 날려 피했지만, 그의 팔을 스친 파편이 방진복을 찢어버렸다.

“젠장!”

헬멧 경고창에 ‘방진복 파손. 산소 누출 경고’가 떴다. 카인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그는 재빨리 도구 가방에서 전용 공구를 꺼내 코어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나사들이 녹슬어 잘 풀리지 않았다. 그가 공구를 휘두를 때마다 화물선 전체가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카인! 서둘러! 지금 당장 나와야 해! 잔해 전체가 무너지고 있어!” 리아의 목소리가 절규에 가까웠다.

마지막 나사가 풀리는 순간, 카인은 전력 코어를 거칠게 뽑아냈다. 육중한 금속 덩어리를 품에 안자마자, 엔진실의 바닥이 거대한 굉음과 함께 주저앉기 시작했다. 카인은 그대로 몸을 돌려 전속력으로 달렸다. 뒤에서는 강철과 파편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출구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모래와 먼지가 시야를 가렸고, 발밑의 잔해들이 그를 넘어뜨리려 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겨우 복도에 다다랐을 때, 엔진실의 입구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거대한 강철 벽이 닫히듯 내려앉았다. 간발의 차였다.

“카인! 무사해? 괜찮아?!” 리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카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답했다. “무사…해. 코어도… 챙겼어.” 그의 목소리에는 안도와 함께 격렬한 피로가 섞여 있었다. 방진복이 찢어진 팔에서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그는 화물선 잔해 밖으로 겨우 기어 나왔다. 로버가 멀리서 헤드라이트를 깜빡이고 있었다. 모래폭풍은 이제 눈앞을 거의 가릴 정도로 거세져 있었다. 카인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로버를 향해 달렸다. 거대한 모래바람이 그의 몸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로버의 문이 열리고, 카인은 간신히 몸을 던져 안으로 들어갔다. 리아는 무전으로 “빨리! 어서 출발해!”라고 소리쳤다. 카인은 헬멧을 벗어 던지고 조종간을 잡아 돌렸다. 로버의 바퀴가 거친 모래를 파고들며 전진했다. 화물선 잔해는 거대한 굉음과 함께 모래폭풍 속으로 완전히 삼켜졌다. 그들이 겨우 빠져나온 직후였다.

“휴우….” 카인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의 팔에서는 붉은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헬멧 내부의 산소 센서가 빨간 불을 깜빡였다.

“정말 대단해, 카인! 해냈어!” 리아의 목소리에는 환희가 담겨 있었다.

카인은 조용히 운전하며 품 안의 전력 코어를 내려다보았다. 희미하게 빛나는 육각형 마크. 이 작은 조각이 그들의 생명을 며칠, 아니 몇 주 더 연장해 줄 것이었다. 하지만 이 잔혹한 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싸움은, 이 플라즈마 코어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먼지투성이의 창밖으로는 여전히 모래폭풍이 맹렬하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 끝없는 황폐 속에서, 그들은 다음 파편을 찾아 또다시 길을 떠나야만 했다. 그들의 생존은, 그렇게 매일매일, 작은 승리와 거대한 절망 사이를 오가는 반복적인 고통이었다.

밤은 길었고, 행성은 여전히 죽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