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애니메이션 대본 & 스토리보드: 『진실의 안개 상자』

**장르:** 로맨틱 코미디
**핵심 줄거리:** 우연히 발견한 고대의 숨겨진 마법의 힘

**[프롤로그]**

**[SE] 낡은 책장 스르륵 미는 소리, 먼지 흩날리는 소리, 낡은 종이 냄새**

**한설 (내레이션):**
(한숨) 세상에 존재하는 책의 9할은 왜 죄다 ‘고전문학 전집’ 아니면 ‘알 수 없는 철학서’일까. 차라리 판타지 소설이라면 읽는 시늉이라도 할 텐데, 이건 뭐… 책 먼지로 폐가 허물어질 지경이다. 나는 한설, 스물두 살. 미대 휴학 중이며, 내 노동력의 숭고한 가치를 이 낡아빠진 책방에 기부하고 있는 중이다. 기부라 쓰고 ‘알바비나 빨리 줘라’라고 읽는다.

**[화면]**
낡은 목재 책장들이 빽빽하게 늘어선 ‘어스름 책방’의 내부. 햇살이 비스듬히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고, 공기 중에는 먼지 입자들이 춤을 추듯 유영하고 있다. 한설은 작업용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띠를 한 채, 키보다 훨씬 높은 책장 앞에서 끙끙대며 책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기저기 먼지가 묻어 있고, 몇 가닥의 잔머리가 이마에 달라붙어 있다. 투덜거리는 입술이 귀엽다.

**한설:**
(작게 투덜거리며) 사장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걸 죄다 한곳에 모아두신 거지? ‘기증 도서’ 코너는 무슨 보물찾기 퀘스트도 아니고… 으아, 손 미끄러졌잖아!

**[SE] 책들이 우르르 넘어지는 소리, 쿵! 하는 둔탁한 소리**

**한설:**
(눈 질끈 감으며) 아악!

**[화면]**
한설이 발을 헛디디며 균형을 잃고, 간신히 쌓아 올리던 책 무더기가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책들이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그중 꽤 두툼하고 낡은 양장본 책 한 권이 한설의 발치에 떨어지며, 그 옆에 놓여있던 낡은 나무 상자가 데굴데굴 굴러 나와 책장 뒤편 깊숙이 박혀있던 공간에서 튀어나온다. 상자 위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두꺼운 먼지가 앉아있다.

**한설:**
(머리를 긁적이며, 엉덩이를 털고 일어선다) 하필 내가 건드려야 나오는 건 또 뭐야… (바닥에 굴러 나온 상자를 보며) 이건 또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거래?

**[화면]**
한설이 무릎을 꿇고 앉아, 책들 사이에서 굴러 나온 낡은 나무 상자를 집어 든다. 손으로 슥슥 먼지를 닦아내자, 짙은 갈색의 오래된 나무 결이 드러난다. 상자는 손바닥만 한 크기로, 섬세하지만 마모된 고대의 문양 같은 것이 새겨져 있다. 뚜껑을 여는 잠금장치도 닳아 너덜너덜하다.

**한설 (내레이션):**
누가 봐도 ‘유물’이라고 외치고 있는 비주얼이다. 이건 또 얼마에 팔 수 있을까… 아니, 사장님께 말씀드려야지. (어깨 으쓱) 그래도 뭔가 독특하잖아? 이 책방에 이런 게 숨어있었다니.

**한설:**
(상자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흠… 잠금장치도 없네. 그냥 열리나?

**[화면]**
한설이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려고 시도한다. 뚜껑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예상외로 쉽게 열린다. 상자 안은 텅 비어있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서 옅은 은색 빛이 미세하게 감돌고 있다. 흡사 새벽 안개 같은 것이 상자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느낌이다. 안개는 끊임없이 미세하게 움직인다.

**한설:**
(눈을 가늘게 뜨며) 뭐야, 빈 상자잖아? 근데 왜 이렇게 빛나지…? 설마 야광 페인트?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다) 냄새는 안 나는데…

**[화면]**
한설이 신기한 듯 상자를 코앞까지 가져가 들여다본다. 상자 안의 은색 빛은 한설의 얼굴에 반사되어 오묘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때, 책방 문이 열리는 맑은 종소리가 들린다.

**[SE] 문이 열리고 종소리 맑게 울리는 소리 (찰랑!)**

**한설:**
(화들짝 놀라며 상자를 등 뒤로 감춘다) 앗! 손님!

**[화면]**
문가에 한 남자가 서 있다.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그는 단정한 셔츠에 안경을 쓰고 있다. 날카로운 콧날과 살짝 치켜 올라간 눈매가 지적인 인상을 풍기지만, 어딘가 차가워 보인다. 그의 시선은 책방 구석구석을 스캔하듯 훑고 있다. 류진이다.

**류진:**
(무심한 목소리로) 사장님 계십니까.

**한설:**
(급하게 상자를 책 무더기 뒤로 숨기며, 어색하게 웃는다) 아, 사장님은 잠시 은행에 가셔서… 곧 오실 거예요. 찾으시는 책이라도 있으신가요?

**류진:**
(한설의 어색한 행동을 눈치챈 듯 잠시 그녀를 쳐다본다. 그의 시선이 한설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무언가’에 잠시 머문다.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낡은 책장들을 스캔하듯 훑는다.) 아니요. 저는… (잠시 뜸 들이더니) 굳이 말하자면,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을 찾고 있습니다. 특히, 오래된 목공예품 쪽으로요.

**한설 (내레이션):**
이 남자, 딱 봐도 ‘세상 모든 것 다 시시하다’는 표정으로 여길 들어왔는데, 느닷없이 ‘유물’이라니. 게다가 ‘목공예품’? 하필 지금 내 등 뒤에 숨긴 게 그건데?! 이거, 운명이 장난치는 건가?

**한설:**
(최대한 침착한 척 애쓰며) 아, 네… 그런 건 저희가 특별히 분류해놓진 않아서요. 워낙 오래된 책방이라 그냥 먼지 쌓인 물건들도 많고…

**류진:**
(책장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서며) 제가 직접 찾아봐도 되겠습니까.

**한설:**
(당황한 목소리로) 앗, 네? 아, 네! 그러세요! (속마음: 망했다… 저 남자가 내 등 뒤의 상자를 발견하면 어쩌지?!)

**[화면]**
류진이 성큼성큼 책장 쪽으로 걸어간다. 한설은 등 뒤에 상자를 숨긴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의 동선을 주시한다. 류진은 책장 사이를 꼼꼼히 살피며 손으로 낡은 책등을 쓸어본다. 한설의 심장이 쿵쾅거린다.

**한설 (내레이션):**
제발 못 보고 지나쳐라, 제발! 저건 그냥 낡은 상자일 뿐이야! 고대 유물 같은 게 아니라 그냥… 그냥 먼지 덩어리일 뿐이라고!

**[화면]**
류진이 한설이 서 있던 책장 근처까지 다가온다. 그의 시선이 바닥에 흩어져 있는 책 무더기와 그 뒤편의 그림자에 닿는다. 그는 한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천천히 손을 뻗는다.

**한설:**
(헙! 숨을 들이켠다)

**[SE] 낡은 나무 상자 안에서 ‘쉭’ 하는 미묘한 소리, 은은한 빛이 순간적으로 강해지는 효과음**

**[화면]**
바로 그때, 한설의 등 뒤에 숨겨진 상자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과 함께 은빛 안개가 순간적으로 강하게 피어오른다. 그 빛은 한설의 옷 사이로 스며 나와 주변 공기를 일렁이게 한다. 류진은 손을 뻗다 말고 멈칫한다. 그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간다.

**류진:**
(낮은 목소리로) …방금, 뭐였죠?

**한설:**
(얼굴이 사색이 되어) 네? 뭐가요? 아무것도… 없는데요? (등 뒤의 상자를 더 세게 움켜쥔다)

**[화면]**
류진은 한설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등 뒤로 향하고 있다. 상자에서 뿜어져 나오던 은빛은 다시 희미해졌지만, 류진은 무언가를 감지한 듯하다.

**류진:**
당신 뒤에, 뭔가 숨기고 있지 않습니까?

**한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며) 아, 아니요! 그냥… 제 점심 도시락인데요! (말도 안 되는 변명에 자기가 더 놀란다)

**류진:**
(픽, 하고 옅게 웃음을 흘린다. 그 웃음은 차가운 얼음에 금이 가는 듯한 묘한 매력이 있다.) 도시락이 그렇게 빛을 냅니까? 그리고… 방금, 뭔가 묘한 감각을 느꼈는데. 마치… 아주 오래된 무언가의 존재감 같은.

**한설 (내레이션):**
맙소사, 이 남자는 혹시 ‘촉’이 있는 건가?! 아니면 그냥 날 놀리는 건가?! 얼굴은 완전 얼음장인데, 웃는 건 또 왜 저렇게 사람 홀리는 거야?! 저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화면]**
한설은 상자를 숨긴 채 엉거주춤 서 있고, 류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책방 안에는 낡은 책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한설:**
(더듬거리며) 저, 저기… 그건…!

**[SE] 문이 열리는 종소리, 찰랑!**

**사장님 (OFF):**
한설 양! 손님 오셨나? 내가 좀 늦었지?

**[화면]**
때마침 책방 사장님(인자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 들어온다. 한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류진에게서 시선을 돌린다.

**한설:**
(반색하며) 사장님! 오셨어요!

**류진:**
(시선을 상자 쪽에서 떼지 못하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

**[화면]**
류진은 사장님에게 인사를 건네면서도, 한설의 등 뒤에 감춰진 상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한설은 식은땀을 흘리며 상자를 책 무더기 뒤로 더 깊숙이 밀어 넣으려 애쓴다.

**[장면 2] 어스름 책방 – 낮 (계속)**

**[SE] 사장님의 유쾌한 웃음소리, 책방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

**사장님:**
(류진을 반갑게 맞으며) 어머, 류진 학생! 오랜만이야! 지난번에 찾던 책은 구했니?

**류진:**
(고개를 살짝 숙이며) 네, 사장님 덕분에 잘 찾았습니다. 그런데… (시선은 여전히 한설 쪽으로 향한다) 제가 오늘 사장님께 여쭤볼 게 좀 있어서요.

**한설 (내레이션):**
안 돼, 안 돼, 안 돼! 저 남자가 상자를 꺼내면 어떻게 하지? 사장님은 저게 뭔지도 모르실 텐데 괜히 나만 이상한 알바생 되는 거 아니야?! 여기서 ‘마법 상자’ 같은 소리 했다간 미친X 취급받을 게 뻔하다고!

**한설:**
(다급하게 앞으로 나서며, 과장된 몸짓으로) 사장님, 죄송해요! 제가 그 책장 정리를 엉망으로 해놔서… 류진 학생이 아마 찾으시던 책이 없어서 실망하신 것 같아요! 제가 다시 한번 찾아볼까요?

**사장님:**
(의아한 표정으로 한설을 보며) 어? 그랬니? 한설 양이 그렇게 꼼꼼한데…

**류진:**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닙니다, 한설 씨. 저는 책보다 더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것 같아서요.

**[화면]**
류진의 시선이 한설의 등 뒤에 숨겨진 상자를 꿰뚫어 보는 듯하다. 한설은 식은땀을 흘리며 상자를 더 세게 움켜쥐고 있다. 상자 안의 은빛 안개가 다시 미세하게 일렁인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좀 더 선명하게, 한설의 얼굴에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한설:**
(굳은 얼굴로)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속마음: 망했다, 망했어! 저 남자는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아무 말이나 막 내뱉잖아!)

**류진:**
(사장님에게 시선을 돌리며) 사장님, 혹시 책방에 오래된 나무 상자 같은 게 있었나요? 손바닥만 한 크기에 고대 문양이 새겨진…

**사장님:**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무 상자? 글쎄다… 이 책방이 워낙 오래돼서 온갖 잡동사니가 다 있긴 한데, 특별히 기억나는 건 없네. 한설 양이 뭐 찾다가 발견했니?

**한설:**
(사장님과 류진 사이를 오가며 눈알을 굴린다) 아, 아니요! 그냥… 제 착각인가 봐요! 오래된 책방이라 제가 좀 환각을… 아니, 환상을 본 것 같아요! (다급하게 손을 휘젓는다)

**류진:**
(그런 한설의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픽 웃는다) 환상이라… 흥미롭네요.

**[화면]**
그 순간, 한설의 등 뒤 상자에서 은빛 안개가 짙게 피어오르더니, 작고 반짝이는 무언가가 안개 속에서 흘러나와 공중으로 흩어진다. 그것은 마치 작은 꽃잎 같기도 하고, 투명한 비늘 같기도 한 형태로, 류진의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SE] 몽환적인 ‘짤랑’ 혹은 ‘파스스’ 하는 소리 (별가루가 흩날리는 듯)**

**류진:**
(눈을 크게 뜨며) …!

**한설 (내레이션):**
으악! 또 시작이야?! 대체 이 망할 상자는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나한테만 보이는 게 아니었어?!

**[화면]**
류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의 시선은 허공에서 흩어지는 은빛 파편들을 쫓는다. 잠시 후,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평소의 냉철하고 무심한 표정 아래, 아주 잠깐, 어딘가 아련하고 쓸쓸한 기색이 스쳐 지나간다. 마치 옛 기억의 조각을 본 사람처럼.

**사장님:**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류진 학생? 왜 그러니? 어디 아파?

**류진:**
(정신을 차리려는 듯 눈을 깜빡인다. 그의 표정은 다시 평소처럼 돌아온다. 하지만 어딘가 미세한 혼란이 남아있다.) 아, 아닙니다. 사장님. 제가 잠시… 머리가 울려서요.

**한설 (내레이션):**
머리가 울려? 저 상자 때문에? 대체 저 상자는 뭘 보여준 걸까? 저 차가운 남자의 머릿속에 뭘 비춰준 건데 저런 표정이 되는 거지? 뭐, 설마 헤어진 전 여친이라도 본 건가?

**류진:**
(한설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전보다 훨씬 진지한 목소리로) 한설 씨. 그 상자, 제가 좀 더 자세히 봐도 될까요? 분명히 뭔가… 특별합니다.

**한설:**
(뒷걸음질 치며) 특별할 리가요! 그냥 오래된 나무 상자일 뿐이라니까요! 아마 제가 먼지 알레르기 때문에 환상을 본 것…

**류진:**
(한설의 말을 끊고 단호하게) 알레르기 때문에 이런 존재감이 느껴질 리는 없습니다. 사장님. 이 상자는 제가 찾던 것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이 상자를… 제게 잠시 연구용으로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사장님:**
(난감한 표정으로 한설을 본다) 글쎄, 류진 학생. 그게 한설 양이 찾은 거라서…

**한설 (내레이션):**
사장님, 왜 저한테 미루세요?! 이런 중요한 순간에! 이 상자의 권한은 저에게 있다고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거야?!

**한설:**
(억지로 웃으며) 사, 사장님! 이거 그냥 제… 제 쓰레기통으로 쓰려고 했던 거예요! 버리려던 참이었는데!

**류진:**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좀 더 진심이 담긴 웃음이다. 그의 눈가가 살짝 휘어진다.) 쓰레기통이 그렇게 영롱한 빛을 냅니까? 그리고… 방금 제게 보여준 ‘환상’은, 쓰레기통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화면]**
류진이 한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선다. 한설은 이제 등 뒤에 상자를 숨길 공간도 없을 정도로 벽에 몰려 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지만, 동시에 묘한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다.

**류진:**
아니면… 제가 이 책방에서 직접 상자에 대한 단서를 찾아봐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이라면… 그냥 버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한설 (내레이션):**
젠장! 저거 완전 협박이잖아?! 저 남자가 이 책방을 샅샅이 뒤지면, 분명 뭔가 더 나올 거야! 아니, 그전에 이 상자의 정체가 밝혀지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거 아니냐고! 안 그래도 미대 휴학생이라 불안정한데, 이제 마법 유물까지 휘말리게 생겼잖아!

**한설:**
(울상이 되어) 알았어요! 알았어요! (상자를 앞으로 내밀며) 보시려면 보시든가요! 하지만… 뭔가 이상한 일이라도 생기면 제가 책임 안 져요!

**[화면]**
한설이 마지못해 상자를 류진에게 내민다. 류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상자를 받아든다. 그의 손이 상자에 닿자마자, 상자 안의 은빛 안개가 다시 한번 ‘스르륵’ 하고 움직인다.

**류진:**
(상자를 든 채 이리저리 살피며) 음… 역시. 이건 단순한 공예품이 아닙니다. 아주 오래된, 게다가…

**[화면]**
그 순간, 류진이 상자를 들고 있는 손에서 은빛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공중에 ‘하트’ 모양의 작고 반짝이는 잔상이 스쳐 지나간다. 하트는 아주 잠깐 나타났다가 ‘파스스’ 하고 사라진다.

**한설:**
(눈을 크게 뜨며) 하, 하트?!

**류진:**
(자신도 놀란 듯 하트 잔상이 사라진 곳을 응시한다. 그의 얼굴에 미묘한 홍조가 스치는 것 같다. 그리고는 재빨리 상자를 닫는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설 (내레이션):**
아무것도 아니라고?! 방금 저 상자에서 하트가 튀어나왔는데?! 설마… 저 차가운 남자, 알고 보면 순정파인가?! 아니면 이 상자가 사람의… 감정을 비춰주는 건가? 맙소사, 내 마음속 하트가 튀어나왔던 거면 어쩌지?!

**한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저기요! 방금 그거…!

**류진:**
(한설의 말을 자르며) 이 상자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습니다. 사장님. 혹시 이 상자에 대한 기록이나, 관련 물품이 더 있나요?

**사장님:**
(여전히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글쎄다… 그냥 기증받은 잡동사니 중에 하나였던 것 같은데… 이 상자가 그렇게 대단한 거였니?

**류진:**
(상자를 품에 안듯 들고) 그럼 저와 한설 씨가 함께 이 상자에 대해 조사해봐도 될까요? 어차피 한설 씨가 처음 발견한 것이니, 함께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설을 보며) 방금 전의 ‘환상’도, 한설 씨에게서 나온 것 같으니.

**한설 (내레이션):**
‘환상’이 나한테서 나왔다고?! 내 안의 하트라도 튀어나왔다는 거야?! (얼굴이 새빨개진다. 왠지 모르게 부끄럽고, 억울하다.)

**한설:**
(버럭) 무슨 소리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제가 왜 이 이상한 상자 때문에 당신이랑…!

**류진:**
(능글맞게 웃으며) ‘이상한 상자’가 아니라 ‘고대 유물’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미대생의 통찰력으로 이 유물의 예술적 가치를 밝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요. 아니면… 혼자 이 모든 ‘환상’을 감당하실 건가요?

**[화면]**
류진이 상자를 든 채 여유로운 표정으로 한설을 바라본다. 한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노려본다. 사장님은 그저 흥미롭게 두 젊은이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한설 (내레이션):**
아니, 저 남자… 생각보다 능글맞잖아?! 저 얄미운 표정 좀 봐! 하지만… 혼자 이 모든 ‘환상’을 감당하는 건… 솔직히 좀 무섭다. 게다가 ‘하트’라니… 궁금하잖아! 이 상자의 정체가 대체 뭐길래?!

**한설:**
(한숨을 쉬며, 마지못해) 좋아요! 좋아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이 상자 때문에 뭔 일이 생기면 당신이 다 책임지는 거예요! 그리고… 절대 이상한 실험 같은 거 하지 마세요!

**류진:**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눈빛이 반짝인다) 좋습니다. 그럼, 파트너?

**한설:**
(경멸하듯) 파트너는 개뿔이!

**[화면]**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며 상자를 사이에 두고 서 있다. 상자 안의 은빛 안개는 마치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선을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는 듯하다. 로맨틱 코미디의 서막이 열렸다.

**[장면 3] 골목길 카페 ‘기억상실’ – 오후**

**[SE] 카페 안의 잔잔한 재즈 음악, 커피 머신 소리,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대화 소리**

**한설 (내레이션):**
나는 왜 이 남자와 함께 카페에 앉아 있는 걸까? 어제까지만 해도 난 평화롭게 책 먼지와 씨름하던 순수한 알바생이었는데, 오늘부터는 무슨 ‘고대 유물 파트너’인가? 빌어먹을 ‘진실의 안개 상자’ 때문에 내 평화로운 일상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게다가 ‘기억상실’이라는 카페 이름이라니… 왠지 불길하다.

**[화면]**
따뜻한 조명과 목재 인테리어로 꾸며진 카페 내부.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설은 창가 테이블에 앉아 어제 발견한 나무 상자를 조심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다. 류진은 그 맞은편에 앉아 작은 수첩에 펜으로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다. 그의 앞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설의 앞에는 따뜻한 라떼가 놓여있다. 상자는 테이블 중앙에 놓여있고, 뚜껑은 아직 닫혀있다.

**한설:**
(상자를 톡톡 두드리며) 그래서, 이 상자 대체 정체가 뭐래요? 아무리 봐도 그냥 낡은 나무 상자인데. 아무 힘도 없어 보이는데 말이죠.

**류진:**
(수첩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그냥 낡은 나무 상자’가 제게 하트 잔상을 보여주지는 않았겠죠.

**한설:**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크흠, 그건… 착각일 수도 있잖아요! 당신이 피곤해서 본 환영! 밤늦게까지 야근해서 생긴 부작용일 수도 있고!

**류진:**
(픽 웃으며) 그런가요. 제 착각이 하필이면 ‘하트’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뜸 들이더니) 어젯밤에 이 상자에 대해 좀 찾아봤습니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옛 민담이나 설화에 비슷한 이야기가 있더군요. ‘마음을 비추는 상자’ 혹은 ‘진실의 안개 상자’라고 불리는…

**한설:**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진실의 안개 상자?! 그럼 그 안의 은빛 안개가 진짜…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예요?! 그거 완전… 위험한 거 아니에요?!

**류진:**
아직은 가설입니다. 제가 보기엔, 어떤 특정한 조건이나 강한 감정적 동요가 있을 때 그 능력이 발현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발현되면… (상자를 흘끗 보며) 주변 사람들의 숨겨진 감정이나 진실을 시각적으로 투영하거나, 아니면, 증폭시키는 것 같고요.

**한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으악! 그럼 큰일 나잖아요! 여기서 갑자기 누가 누구를 짝사랑하는지, 누가 누구를 싫어하는지 다 보이면 어쩌려구요! 이 상자, 완전 민폐덩어리잖아! 개인 사생활 침해라고요!

**류진:**
(안경을 고쳐 쓰며) 그래서 연구가 필요한 겁니다. 이 상자의 작동 원리, 그리고 제어 방법. 함부로 열리지 않게 잠금장치라도 달아야 할 것 같군요.

**[화면]**
그때, 카페 문이 열리고 훤칠한 키에 깔끔한 옷차림의 남자가 들어온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카페 카운터에 서 있는 여자 바리스타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여자 바리스타는 그 남자를 보자마자 살짝 얼굴을 붉힌다. 서로에게 미묘한 감정이 있는 듯하다. 남자의 눈은 하트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

**한설 (내레이션):**
음? 저 두 사람… 뭔가 썸 타는 분위기인데? 저 남자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오는 것 같잖아! 누가 봐도 ‘좋아합니다’라고 외치고 있는 저 눈빛…

**[화면]**
한설의 시선이 그 두 사람에게 닿는 순간,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진실의 안개 상자’의 뚜껑이 ‘삐걱’ 하는 소리와 함께 저절로 살짝 들린다. 상자 안에서 옅은 은빛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SE] 상자 뚜껑 열리는 삐걱거리는 소리, 안개 피어오르는 몽환적인 소리 (점점 커진다)**

**한설:**
(화들짝 놀라며) 앗! 야! 너 왜 혼자 열려?! 갑자기 분위기 잡고!

**류진:**
(놀라서 상자를 잡으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조건이 발현된 건가… 강한 감정적 동요에 반응했군요.

**[화면]**
상자에서 피어오른 안개가 카페 공간으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안개는 희미하지만, 사람들의 머리 위나 주변에서 미묘한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남자의 머리 위에는 연분홍색 하트가 빙글빙글 돌고, 여자 바리스타의 주변에는 수줍은 듯 작은 꽃잎들이 흩날리는 듯하다.

**한설:**
(입을 떡 벌리고) 저, 저거 봐! 진짜야! 저거 꽃잎이랑 하트 맞지?!

**류진:**
(눈을 가늘게 뜨며 관찰한다) 시각적으로 투영되는군요. 단순히 감정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증폭시키는 것 같습니다. 마치 감정에 볼륨을 높이는 것처럼.

**[화면]**
남자가 바리스타에게 다가가 커피를 주문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 평범한 목소리지만, 그의 머리 위에 떠오른 하트는 점점 더 커지더니, ‘뿅뿅’ 소리를 내며 사랑의 화살표로 변해 바리스타를 향한다.

**[SE] 사랑의 화살 뿅뿅 날아가는 소리 (귀엽고 과장되게)**

**남자 손님:**
(자신도 모르게, 고백하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아! 당신의 미소는… 제 하루를 밝혀주는 태양 같습니다! 제 마음에 언제나 햇살을 가득 채워주죠! (자신이 한 말에 놀란 듯 얼굴이 새빨개진다)

**여자 바리스타:**
(동공 지진, 얼굴을 가리고 싶어 한다) 네?! 손님…? 방금… 무슨…

**[화면]**
카페 안의 다른 손님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한 테이블에 앉아있던 중년 부부. 남편의 머리 위에는 오래된 전등이 ‘삐까삐까’ 깜빡이고 있고, 부인의 주변에는 잔소리 스크롤이 ‘휘리릭’ 펼쳐지는 듯하다.

**부인:**
(갑자기 남편에게 소리친다) 당신은 대체 언제쯤 내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일 거야?! 어제도 내가 말했잖아, TV 좀 그만 보고 설거지 좀 하라고! 툭하면 깜빡하고!

**남편:**
(화들짝 놀라며) 여보! 여기서 왜 그래! 내가 언제…! (본인의 머리 위 깜빡이는 전등을 보며 당황한다) 아, 내가 깜빡하는 건 맞지만…!

**[SE] 전등이 ‘삐까삐까’ 깜빡이는 소리, 잔소리 스크롤 ‘휘리릭’ 펼쳐지는 소리**

**한설:**
(경악하며) 저거 봐! 저거 봐! 대환장 파티잖아! 류진 씨! 얼른 저 상자 닫아요! 이게 무슨 난장판이야!

**류진:**
(자신도 당황했지만, 이 상황을 분석하려는 듯 눈을 빛낸다) 안개가 짙어질수록 효과가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 상자, 어떤 형태로든 강한 감정의 파동에 반응하는군요. 감정 과부하 상태입니다.

**[화면]**
카페 안은 아수라장이 되어간다. 짝사랑 고백, 부부싸움, 친구들 간의 쌓였던 불만 토로 등, 숨겨졌던 감정들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사람들의 머리 위에는 하트, 번개, 물음표, 느낌표 등 다양한 시각적 이펙트가 난무한다. 한설은 그 모습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한설:**
(류진의 팔을 흔들며) 제발! 빨리! 망했어요! 우리 때문에 카페가 난장판이 됐잖아요! 사장님이 알면 나 해고할 거야! 내 알바비 날아가게 생겼잖아!

**류진:**
(상자를 급하게 닫으려 하지만, 뚜껑이 뻑뻑하게 움직인다.) 쉽게 닫히지 않습니다! 뚜껑이… 반응을 거부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스스로 감정을 뿜어내고 싶어 하는 것처럼!

**[화면]**
류진이 상자 뚜껑을 필사적으로 닫으려 애쓰는 동안, 한설은 주변을 둘러보며 경악한다. 그녀의 시선이 한쪽 구석에 앉아있는 힙스터 무리에게 닿는다. 한 힙스터의 머리 위에는 ‘난 사실 집에 가고 싶어’라는 글자가 크게 떠오르고 있다. 다른 힙스터에게는 ‘사실 난 너의 옷 센스가 이해가 안 가’라는 글자가 보인다.

**한설 (내레이션):**
맙소사, 저 힙스터… 겉으로는 시크한 척하더니 속으로는 집에 가고 싶었구나?! 그리고 친구 옷을 이해 못 하는 거였어?! 이 상자, 너무 위험한데?!

**한설:**
(류진에게 속삭이며) 저기요! 혹시 저 상자… 긍정적인 감정만 비춰주는 건 아니죠?! 방금 저기서 ‘집에 가고 싶다’는 글씨를 봤어요!

**류진:**
(간신히 뚜껑을 반쯤 닫은 채 끙끙거리며) 지금 보니… 모든 감정에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아주 미세한 감정까지도…! 좋든 싫든!

**[화면]**
그때, 상자에서 은빛 안개가 마지막으로 ‘푸슉’ 하고 뿜어져 나오더니, 한설과 류진의 머리 위에서 각각 작고 귀여운 하트가 하나씩 떠올랐다가, 서로를 향해 ‘뿅’ 하고 부딪히며 사라진다. 그 하트들은 마치 장난스럽게 서로를 툭 건드리는 것처럼 보인다.

**[SE] 하트 ‘뿅’ 하고 부딪히는 소리, 사라지는 소리 (짧고 경쾌하게)**

**한설:**
(자신의 머리 위에서 하트가 사라진 것을 보고 얼어붙는다. 류진을 쳐다본다.) 방금… 뭐였어요?!

**류진:**
(자신도 놀란 듯 한설을 쳐다본다. 그의 얼굴에 다시 옅은 홍조가 스친다. 눈을 피하려 한다.) …그게…

**[화면]**
상자의 뚜껑이 ‘탁’ 하고 완전히 닫힌다. 상자 안의 은빛 안개는 사라지고, 카페 안의 소동도 거짓말처럼 잦아든다. 사람들은 방금 전 자신들이 했던 말과 행동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어색하고 민망해하는 모습이다.

**남자 손님:**
(바리스타에게) 저… 방금 제가 무슨 말을… 혹시 제가… 실수를… (얼굴이 창백해진다)

**여자 바리스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린다)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고백이 거짓이 아님을 아는 듯하다. 표정에는 묘한 기대감이 스친다.)

**부부:**
(서로 민망한 듯 시선을 피한다. 남편은 아내의 눈치를 살피고, 아내는 큼큼거린다.)

**한설 (내레이션):**
세상에, 이 상자! 우리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까지 보여준 거야?! 비록 아주 미세한… ‘저 얄미운 녀석, 그래도 좀 멋있네?’ 같은 호기심이었겠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남세스럽게!

**한설:**
(류진을 노려보며) 당신! 책임진다면서요! 내 평화로운 일상 돌려놔요! 이젠 사람들이 날 ‘마법 테러리스트’로 알 거 아니에요!

**류진:**
(상자를 품에 안고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흥미와 함께 미묘한 따뜻함이 엿보인다.) 음… 생각보다 강력하군요. 하지만 덕분에 상자의 능력이 확실하다는 걸 알게 됐네요. (픽 웃는다) 걱정 마세요, 한설 씨. 해고당하시지 않게 제가 사장님께 잘 말씀드릴 테니. 그리고… 이 일로 인해 당신에게 일어나는 ‘감정적인 혼란’도 책임지겠습니다.

**한설:**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진다) 당신 말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속마음: 저 얄미운 웃음… 그래도 저 남자가 뭔가 책임져준다는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된 건 뭐지?! 내가 지금 얘한테 기대는 거야?! 말도 안 돼!)

**[화면]**
한설은 류진에게 버럭 소리치지만, 그의 품에 안긴 상자와 그에게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안정감에 묘한 감정을 느낀다. 두 사람 사이에는 방금 전의 소동이 남긴 여운처럼, 미묘하고 달콤한 긴장감이 흐른다. 카페 안의 소란은 잦아들었지만, 두 사람만의 작은 소동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다. 류진은 피식 웃고, 한설은 고개를 획 돌린다.

**[장면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