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둠이 지배하는 공간 속, 류성훈은 차가운 조종석에 몸을 기댄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전방 홀로그램 스크린에는 거대한 궤도 정거장, ‘히페리온 데이터 허브’의 내부 지도가 흐릿하게 펼쳐져 있었다. 은하계 전체를 아우르는 상위 0.1% 기업들만이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다는 철옹성 같은 그곳. 그리고 그 철옹성의 가장 깊숙한 곳에, 강태윤의 이름으로 암호화된 기밀 금고가 잠들어 있었다.

“준비됐나, 아레스.”

성훈의 목소리는 한밤의 심해처럼 고요했지만, 그 안에는 끓어오르는 용암이 숨 쉬고 있었다. 조종석 옆, 빛나는 푸른 눈동자의 소형 AI 유닛, 아레스가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응답했다.

“네, 선장님. 침투 모듈 ‘스펙터’ 발사 대기 중입니다. 목표 지점까지 예상 경로는 최적화되었습니다.”

성훈은 눈을 감았다. 다시금 잊을 수 없는 그날의 잔상이 스쳐 지나갔다. 함께 꿈을 키웠던 파트너, 친형제보다 더 믿었던 강태윤의 비릿한 미소. 성훈이 모든 것을 걸고 개발했던 워프 코어 설계도를 가로채던 순간, 그의 눈빛은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친구? 형제? 개 같은 소리.’

그때의 절망과 분노는 이제 차가운 복수심의 칼날이 되어, 그의 심장을 날카롭게 벼리고 있었다. 성훈은 천천히 눈을 떴다. 스크린 속 히페리온 데이터 허브는 겉으로는 평화롭게 빛나고 있었지만, 곧 그의 계획이 그 견고한 장막을 찢어발길 터였다.

“발사해. 아무도 모르게, 그림자처럼.”

아레스의 푸른 눈동자가 더욱 강렬하게 빛났다. 성훈이 조작판의 버튼을 누르자, 그의 함선 ‘망각자’의 하단부에서 손바닥만 한 검은색 모듈이 소리 없이 분리되어 나갔다. 특수 스텔스 코팅된 ‘스펙터’는 히페리온 허브의 방어망을 유령처럼 통과하여, 폐기물 처리용 덕트를 통해 내부로 잠입했다.

스크린에 스펙터 모듈의 시야가 잡혔다. 거대한 금속 파이프와 어두운 통로들. 성훈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미리 해킹해둔 도면을 따라 스펙터를 조종했다. 그의 계획은 완벽해야 했다. 강태윤의 몰락을 위한 첫 단추였으니까.

“경비 드론 감지. 정면에서 접근 중입니다, 선장님.” 아레스가 경고했다.

성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예상보다 빠르군. 경로 재설정.”

“새로운 경로 생성 완료. 3초 후 좌측 환기 덕트로 진입합니다.”

스펙터는 육중한 경비 드론이 나타나기 직전, 날렵하게 방향을 틀어 거미줄처럼 얽힌 환기 덕트 속으로 사라졌다. 금속 마찰음이 짧게 울리고, 성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경보가 울릴 거다.”

그의 손은 조작판 위에서 춤을 추듯 움직였다. 수십 가닥의 데이터 스트림이 화면을 가로지르며 스펙터 모듈을 목표 지점으로 유도했다. 강태윤의 기밀 금고. 그 안에는 성훈이 빼앗긴 워프 코어 설계도 원본뿐 아니라, 그 설계도를 이용해 강태윤이 지난 5년간 벌여온 모든 불법적인 거래와 비리가 담겨 있을 터였다. 그것이야말로 강태윤의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십여 분간의 숨 막히는 잠입 끝에, 스펙터는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 데이터 허브의 가장 깊숙한 코어 뱅크. 육중한 강철 문 앞에 스펙터가 착륙했다.

“방어 시스템 분석 완료. 7단계 보안 프로토콜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해킹에는 최소 2분 30초가 소요됩니다.” 아레스의 목소리에 긴장이 섞였다.

“2분 30초? 그 안에 경비대가 몰려올 거다.” 성훈은 이빨을 갈았다. “우회할 방법은?”

“음… 이 구역에는 비상 전력 공급 라인이 지나갑니다. 만약 그 라인을 일시적으로 과부하시킨다면, 보안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리부팅될 것입니다. 그 틈을 타 침입이 가능하지만…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위험? 나에게 위험 따윈 상관없다. 망설일 시간 없어. 실행해.”

성훈의 눈은 타오르는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그는 강태윤이 그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순간부터,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복수, 오직 그 단 하나의 목표만이 그를 이끌어 왔다.

“알겠습니다, 선장님.”

아레스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스펙터 모듈의 작은 팔이 뻗어 나와 비상 전력 라인에 연결되었다. 스크린 전체가 붉은색 경고등으로 번쩍이기 시작했다. 전력 과부하로 인해 뱅크 전체의 전력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나타내는 신호였다.

“경보! 코어 뱅크 구역 전력 불안정 감지! 보안 인원 즉시 배치하라!”

갑자기 허브 내부 방송 시스템에서 비상 경보가 울려 퍼졌다. 성훈의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예상보다 빨랐다.

“젠장, 벌써 눈치챘군!”

“시스템 리부팅까지 30초! 경비 인원 접근 중! 20초!” 아레스가 다급하게 외쳤다.

성훈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눈동자는 스크린 속, 거대하고 육중한 강철 문에 고정되어 있었다. 쾅, 쾅, 쾅! 멀리서 금속 벽을 울리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10초! 9… 8…!”

성훈의 손가락이 조작판 위에서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그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시스템의 불안정한 틈을 파고들었다. 눈앞의 강철 문이 잠시 일렁이는가 싶더니, 거짓말처럼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성공! 선장님! 문이 열렸습니다!”

아레스의 환호와 동시에, 코어 뱅크 입구에서 육중한 금속 음이 들려왔다. 방어복을 입은 무장 경비병들이 눈을 부라리며 뱅크 안으로 난입했다. 그들의 시선은 이미 열려버린 문과 그 안으로 진입하는 스펙터 모듈에 꽂혀 있었다.

“침입자 발견! 즉시 사격하라!”

레이저 소총에서 불꽃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성훈은 스펙터 모듈을 강태윤의 금고 안으로 재빨리 밀어 넣으며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아레스, 데이터 해킹! 모든 자료를 내 함선으로 전송해! 그리고 스펙터는… 자폭 모드 실행.”

“선장님? 자폭이라니요? 회수가…!”

“회수할 시간 없어! 증거 인멸이 우선이다!”

푸른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지만, 아레스는 곧 냉정하게 응답했다. “알겠습니다. 자폭 모드 실행. 데이터 전송률 98%… 99%… 100%. 전송 완료! 자폭까지 3초… 2초… 1초.”

콰아아앙!

히페리온 데이터 허브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폭발의 섬광이 스크린 전체를 뒤덮는 순간, 성훈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함선 ‘망각자’의 중앙 컴퓨터에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전송되어 있었다. 워프 코어 설계도 원본, 불법 자금 거래 내역, 뒷거래 통신 기록… 강태윤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성훈은 해킹된 데이터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그저 깊은 심연만이 자리할 뿐이었다.

“강태윤… 이제 시작이야.”

그의 손이 다시 조작판 위로 향했다. 다음 목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복수의 칼날은 이제 막 첫 번째 피를 맛보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칼날은, 강태윤의 심장을 꿰뚫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