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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혀진 심연의 유산 (The Legacy of the Forgotten Abyss)

**로그라인:** 2342년, 인류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심우주에서 조난 위기에 처한 탐사선 ‘헬카이트’ 승무원들은 전설 속에서나 존재하던 외계 문명의 유물을 발견한다. 탐욕과 호기심이 뒤섞인 채 접근한 그들은, 유물이 품고 있던 미지의 힘과 마주하며 인류의 존재를 뒤흔들 절대적 공포와 혼란에 빠져든다.

### **프롤로그: 검은 심해 속의 작은 불빛**

**[장면 1]**

**1.1. [화면: 우주 – 광활하고 차가운 암흑]**
수억 개의 별들이 차가운 다이아몬드처럼 박혀 있는 거대한 검은 벨벳. 저 멀리, 성운의 푸른빛과 붉은빛이 마치 꿈처럼 흐려져 있다. 그 압도적인 침묵 속에서, 낡고 지쳐 보이는 한 척의 우주선이 거친 엔진 소리를 내며 나아간다. 선체의 금속 외벽은 수없이 많은 충돌과 수리 흔적으로 얼룩져 있고,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은 패치와 보강재들이 고단한 여정을 짐작케 한다.

**1.2. [화면: 헬카이트 호 – 조종실 내부]**
삐걱거리는 금속음과 낡은 전선에서 튀는 스파크, 그리고 산소 재활용 장치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뒤섞인 공간. 조종실의 주 스크린에는 차가운 우주의 모습이 일렁인다. 벽면의 보조 모니터들은 반쯤 나가버린 상태로 지직거리고, 몇몇 게이지는 빨간 불을 깜빡이며 경고를 보내고 있다.

**류 (20대 초반, 파일럿, 임플란트 시술로 눈동자가 푸른빛을 띠고 있다)**
축 늘어진 자세로 조종간에 턱을 괴고 있다.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젠장… 이틀째다, 이틀째. 보이는 거라곤 똑같은 검은 배경에 똑같은 별들뿐. 수신은 쥐뿔도 없고, 연료는 바닥을 긁고, 수리할 부품은 고사하고 먼지 한 톨도 없는 곳에서… 이대로 가다간 우리 해적이라도 만나는 게 아니라, 그냥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서 끝날 것 같다고요.”

**이안 (40대 후반, 선장, 짙은 피로감이 역력한 얼굴에 거친 수염이 자라있다)**
옆자리에서 팔짱을 낀 채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그의 눈은 우주처럼 깊고 공허하다.
“불평할 시간에 엔진 매뉴얼이라도 한 번 더 읽어라, 류. 연료 효율을 0.001%라도 올릴 방법이 있을지 누가 아나.”
류는 콧방귀를 뀌며 조종간을 만지작거린다.

**사라 (30대 중반, 과학 및 의료 담당, 차분하고 냉철한 분위기)**
조종실 한켠, 의료용 침대 옆에서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다. 안경 너머로 지친 눈빛이 스친다.
“이안 선장님 말이 맞아요.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타이탄 코퍼레이션’의 계약을 완수하지 못하면… 뭘 잃을지는 모두 알고 있겠죠.”
사라의 말에 조종실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는다. 모두가 침묵한다. ‘타이탄 코퍼레이션’. 이 시대 인류를 지배하는 거대 기업 중 하나. 그들의 손아귀는 지구를 넘어 이 광활한 우주까지 뻗어 있었다. 이 낡은 헬카이트 호는 그들의 지시를 따라 인류의 미개척지를 탐사 중이었다. 정확히는, 폐기될 운명에 처한 고물선을 빌려 심우주 탐사라는 위험천만한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실패는 곧 파멸을 의미했다.

**강 (30대 중반, 보안 및 전투 담당, 전신에 걸친 사이버네틱 강화 흔적)**
조종실 입구 쪽에 서서 묵묵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거대한 체구는 좁은 복도를 더욱 비좁게 만들고, 금속으로 이루어진 그의 팔은 조명에 번뜩인다. 그는 말이 없다. 그저 존재 자체가 위압감을 풍긴다.

**지아 (20대 후반, 엔지니어, 사이버네틱 의수를 달고 있다)**
헬카이트 호의 엔진룸. 온몸에 기름때를 묻힌 채 땀을 뻘뻘 흘리며 낡은 엔진의 배선들을 점검하고 있다. 허공에 떠 있는 홀로그램 스크린에는 복잡한 회로도와 진단 결과가 깜빡인다.
“흐읍, 흐읍… 미쳐버리겠네. 이런 고물 엔진으로 심우주까지 오라니, 타이탄 놈들은 양심이란 걸 냉동 보관했나 봐. 이대로 가다간 고장 나도 부품이 없어서 조난당할 판이라고! ‘비상 연료’ 딱 한 번 쓸 거 남아있는데, 그마저도 진짜 비상 상황에 써야 한다고 선장님이 신신당부했고…”
그녀의 한숨이 거친 엔진 소리에 묻힌다. 지아는 너저분한 작업복의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짜증스럽게 너트를 조인다.

**[화면: 헬카이트 호 – 조종실]**

**류**
“선장님, 저기… 저거 뭐죠?”
류의 목소리에 미묘한 긴장감이 실린다. 이안과 사라, 강 모두 고개를 돌려 주 모니터를 응시한다.
주 모니터에는 검은 우주를 배경으로 희미한 점 하나가 깜빡이고 있었다. 처음엔 단순한 우주 먼지나 미세 운석인 줄 알았다.

**이안**
“무슨 일이야?”

**류**
“모르겠습니다. 스캔도 안 잡히고… 육안으로는 별로 보이지 않는데, 뭔가 미묘하게 다르다고 해야 하나…?”

**사라**
사라가 주 모니터로 다가간다.
“확대해 봐, 류.”
류가 손을 움직이자 화면이 확대된다. 점은 아주 미세하게 커졌지만 여전히 그 정체를 알 수 없다.

**류**
“최대 확대입니다. 더 이상은 무리예요. 엔진 출력도 간신히 버티고 있어서, 무리하게 해상도를 올리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립니다.”

**이안**
“진로를 살짝 틀어. 저 물체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본다.”

**사라**
“선장님! 위험해요! 정체불명의 물체에 무턱대고 접근하는 건…!”

**이안**
이안이 고개를 돌려 사라를 바라본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우리는 지금 진퇴양난이다, 사라. 우주선은 고물이고, 연료는 바닥이며, 돌아갈 길은 멀고, 타이탄은 우리의 목줄을 쥐고 있지. 무언가 다른 시도를 해야 할 때다. 어쩌면… 저게 우리의 탈출구가 될 수도 있어.”
이안의 말에 사라의 반대 의견은 힘없이 사그라진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이라도 잡으려는 이안의 절박함이 그녀에게도 전해졌다.

**류**
“알겠습니다, 선장님. 코스 수정합니다. 엔진에 무리가 갈 겁니다.”

**이안**
“최대한 부드럽게. 그리고 지아에게는 엔진 출력 상태를 계속 주시하라고 전해.”

**[화면: 헬카이트 호 – 외부]**
엔진에서 푸른빛 제트 분사염을 내뿜으며 낡은 헬카이트 호가 서서히 방향을 튼다.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서, 작은 배는 마치 한 마리의 지친 고래처럼 유영하며 미지의 존재에게 다가간다.

### **챕터 1: 어둠 속의 이정표**

**[장면 2]**

**2.1. [화면: 헬카이트 호 – 조종실 내부]**
시간이 흐르고, 스크린 속의 점은 점차 그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운석이나 인공위성 잔해가 아니었다. 거대한, 기이한 형태의 구조물이었다. 불규칙적인 육면체가 서로 연결된 듯하면서도, 동시에 유기적인 곡선을 띄고 있는 이질적인 형태. 빛을 거의 반사하지 않아 흡사 공간 자체를 흡수하는 듯 검푸른 색을 띠고 있었다.

**류**
“젠장… 뭐야 저거? 망원경으로 봐도… 이게 대체…?”
류의 목소리에 경외심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사라**
사라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녀는 빠르게 노트북을 두드려 추가 분석을 시도한다.
“이건… 그 어떤 인류 문명의 구조물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스캔 결과, 구성 물질도… 현재까지 알려진 원소 주기율표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이루어진 것 같아요. 심지어… 중력장이 미약하게 감지됩니다. 자체적인 중력장이요!”

**이안**
이안은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하려 노력한다.
“외계 유물… 인가?”

**강**
강이 처음으로 입을 연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다.
“위험하다. 접근하지 마라.”

**이안**
이안은 강을 돌아본다.
“우리가 여기 왜 있는지 잊었나, 강? 우리는 탐사선이다. 그리고 타이탄은 ‘새로운 자원’을 찾아내라고 했다. 만약 이게… 타이탄이 찾던 것보다 더 엄청난 것이라면?”
그의 말에 강은 다시 침묵한다. 자본주의의 정점에 있는 기업의 탐욕은 모든 위험을 감수하게 만들었다.

**지아 (통신 연결)**
지직거리는 통신음이 들리고 지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장님! 엔진 출력이 불안정해요! 이대로는 더 이상 속도를 낼 수가 없어요. 계속 무리하게 접근하면… 엔진 폭발 위험이 있습니다!”

**이안**
“그럼 멈춰. 더 이상 접근하지 말고, 이 자리에서 스캔을 강화해.”
이안은 짧게 명령한다. 그는 분명 위험을 감지했지만, 동시에 엄청난 기회를 직감했다.

**사라**
“스캔 데이터가… 너무 방대하고 복잡해요. 기존 분석 알고리즘으로는 해독이 불가능합니다. 마치… 의도적으로 정보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

**류**
“선장님, 저기요…! 저 유물… 뭔가 변하고 있어요!”
모두의 시선이 주 모니터로 향한다.
거대하고 기이한 외계 유물의 표면에,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미세한 균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균열 사이로는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그 빛은 우주의 암흑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사라**
“말도 안 돼…!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어요! 내부에서…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지아 (통신 연결)**
“선장님! 갑자기… 갑자기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어요! 제어 불능입니다!”
지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안**
“뭐라고? 당장 엔진을 멈춰! 수동이라도!”

**지아 (통신 연결)**
“안 돼요! 락이 걸렸어요! 뭔가가… 뭔가가 엔진 제어권을 빼앗았어요!”

**류**
“배가… 배가 유물 쪽으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견인 광선 같은 건 감지되지 않는데… 마치 중력처럼!”
헬카이트 호가 미지의 유물 쪽으로 서서히 끌려가기 시작했다. 배의 선체는 거칠게 흔들리고, 낡은 금속들이 삐걱거리는 비명을 질렀다. 조종실의 모니터들은 순식간에 암전되었다가 다시 켜지기를 반복한다.

**이안**
“전원 차단! 모든 시스템 수동으로 돌려! 제어권을 되찾아!”

**지아 (통신 연결)**
“안 돼요! 선장님! 모든 시스템이 외부 요인에 의해…!”
통신이 끊겼다. 지직거리는 잡음만이 남아있다.

**사라**
“선장님! 유물의 에너지가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있어요! 위험해요!”

**강**
강은 조용히 허리에 찬 플라즈마 소총을 움켜쥔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다.
“강제 착륙… 각오해라.”

**[화면: 헬카이트 호 – 외부]**
거대한 외계 유물의 푸른빛이 더욱 강렬해진다. 그 빛에 이끌린 듯, 헬카이트 호는 속절없이 유물 쪽으로 빨려 들어간다. 선체의 곳곳에서 스파크가 튀고, 금속 파편들이 떨어져 나간다.

**2.2. [화면: 헬카이트 호 – 내부 복도]**
선체가 크게 흔들리며, 복도에 매달려 있던 케이블들이 찢어지고 파이프가 터진다. 비상등이 붉은색으로 깜빡이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아는 엔진룸에서 겨우 빠져나와 몸을 가누려 애쓴다.

**지아**
“이런 젠장! 대체 뭐야!”
그녀는 비틀거리며 조종실 쪽으로 향한다.

### **챕터 2: 심연으로의 초대**

**[장면 3]**

**3.1. [화면: 헬카이트 호 – 조종실 내부]**
쿵! 하는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헬카이트 호가 어딘가에 부딪혔다. 선체는 거칠게 흔들리다 이내 정지했다. 스파크가 튀고,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안**
“다들 괜찮나?!”

**류**
“머리가… 핑 돌아요…”
류는 조종간에 얼굴을 박고 신음한다.

**사라**
“경미한 타박상입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완전히 다운됐어요. 비상 전력만 간신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강**
강은 아무 말 없이 주변을 살핀다. 그의 눈은 예리하다.

**지아**
지아가 비틀거리며 조종실로 들어선다. 그녀의 팔에는 깊은 상처가 나 있고, 사이버네틱 의수에서는 스파크가 튀고 있다.
“선장님! 엔진이… 엔진이 완전히 망가졌어요! 추진 장치도…! 이젠 정말 고립입니다…”
절망적인 그녀의 목소리에 조종실은 침묵에 잠긴다.

**이안**
이안은 주변을 둘러본다. 메인 스크린은 나가버렸고, 보조 모니터들만이 흐릿하게 작동한다.
“우리가… 어디에 착륙했지?”

**사라**
“스캔을 시도해 봤지만… 이 유물 내부에 있는 것 같아요. 외부 전파가 차단되고 있습니다.”

**류**
“저기… 선장님….”
류가 손가락으로 조종실 앞 유리창 밖을 가리킨다.
헬카이트 호는 거대한 외계 유물의 표면에 착륙해 있었다. 창밖으로는 유물의 거대한 내부 공간이 얼핏 보인다. 어둡고 거대한 동공처럼 보이는 곳은, 미세한 푸른빛과 보라색 빛을 불규칙하게 깜빡이며 심연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변의 금속 벽면은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문양들로 가득했다.

**이안**
“강. 문 열어. 밖으로 나간다.”

**사라**
“선장님! 이건 무모한 짓이에요! 유물의 정체도 모르는데….”

**이안**
“우리는 더 이상 우주를 떠돌 수 없어, 사라. 타이탄 코퍼레이션의 구원선은 오지 않을 것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이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뿐이다. 연료도, 통신도, 엔진도 없는 이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는 없어.”
이안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강**
강은 묵묵히 헬카이트 호의 출입구로 향한다. 그의 손이 패널에 닿자, 육중한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3.2. [화면: 외계 유물의 내부 공간 – 헬카이트 호 외부]**
문이 열리자, 압도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헬카이트 호는 거대한 돔형 공간의 바닥에 착륙해 있었다. 공간의 벽면과 천장은 인공물인지 생물체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기이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은은한 푸른빛과 보라색 빛이 불규칙하게 공간을 비추고, 마치 심장박동처럼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이 대기 중에 흐른다. 고요하지만 동시에 살아있는 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지아**
“이게… 대체 뭐야…?”
지아의 목소리에는 경외심과 두려움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사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지만, 생체 활동에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에요. 특이한 복합 유기물이 감지되지만, 공기 중에 독성은 없습니다.”

**이안**
“그럼 다행이군. 다들 무장하고 조심해. 사라, 지아는 스캔 장비를 챙겨. 류는 선실을 지키고, 문제가 생기면 즉시 경보를 울려라.”

**류**
“네… 선장님.”
류는 불안한 눈빛으로 유물 내부를 바라본다.

**[화면: 유물 내부 – 탐사 시작]**
이안, 강, 사라, 지아 네 명이 헬카이트 호 밖으로 나선다. 발밑의 지면은 매끄러우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마치 거대한 생명체의 피부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은 플래시를 비추며 조심스럽게 전진한다.

**사라**
“이 물질… 정말 놀랍군요. 어떤 종류의 금속이나 암석과도 다릅니다. 세포 구조도 없고… 그렇다고 단순한 광물도 아니에요.”

**지아**
“음… 여기가 통로 같은데… 선장님, 이쪽으로 가면 될 것 같아요.”
지아가 홀로그램 지도를 펼쳐 보인다. 그녀의 손에 들린 스캔 장비는 불규칙한 신호를 내뱉고 있었다.

**이안**
“좋아. 지아, 앞장서. 강은 뒤에서 경계를 늦추지 마라.”
그들은 좁은 통로로 들어선다. 통로의 벽면에는 복잡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양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문양들 사이에서 희미하게 빛을 내는 부분들도 있었다.

**강**
강은 주변의 모든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의 플라즈마 소총은 언제든 발사될 준비가 되어 있다.

**사라**
“이 문양들… 단순한 장식이 아니에요. 어떤 에너지 흐름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고… 데이터 구조 같기도 합니다.”

**지아**
“선장님! 저기요! 저기 뭔가 있어요!”
지아가 가리킨 곳. 통로 끝에는 거대한 원형 공간이 나타났다. 그 공간의 중앙에는, 모든 빛을 흡수하는 듯한 검은색 구체가 웅장하게 떠 있었다. 구체의 표면에서는 섬뜩하리만큼 아름다운 푸른빛과 보라색 전류가 불규칙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블랙홀 같았다.

**3.3. [화면: 외계 유물의 핵심 구역]**
승무원들은 조심스럽게 구체에 다가간다. 구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지의 에너지는 피부에 미세한 전율을 느끼게 했다.

**사라**
“스캔… 스캔이 불가능해요. 모든 센서가 포화 상태입니다. 이건… 이건 에너지 덩어리에요. 상상할 수 없는 밀도의 에너지…”

**이안**
“도대체 이게 뭐지…?”
이안은 구체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의 눈빛은 탐욕과 두려움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보였다.

**지아**
“선장님, 저 구체… 뭔가 말을 거는 것 같아요.”
지아가 한 손으로 귀를 막는다. 그녀의 사이버네틱 의수에서 미세한 스파크가 튀기 시작한다.

**이안**
“뭐라고? 무슨 소리가 들려?”

**지아**
“아니요… 소리가 아니에요. 뭔가… 뭔가 제 머릿속에 직접 들어와요! 정보… 이미지… 개념… 혼란스러워요!”
지아가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는다. 그녀의 의수는 통제 불능 상태로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사라**
“지아! 진정해요!”
사라가 지아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강이 그녀를 가로막는다.

**강**
“사라, 멈춰! 이 유물… 우리의 정신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의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는 총구를 구체 쪽으로 향한다.

**이안**
“강! 섣불리 행동하지 마! 아직은…!”
그 순간, 검은 구체에서 뿜어져 나오던 푸른빛과 보라색 전류가 더욱 강렬해지며 공간을 가득 채웠다. 강렬한 에너지 파동이 승무원들을 덮쳤다.

**[화면: 승무원들 – 충격파에 휩쓸리는 모습]**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진다. 구체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그들의 신체와 정신을 직접 관통하는 듯했다.

**이안 (내레이션)**
*정신이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과거의 기억, 미래의 불안, 존재의 의미… 모든 것이 뒤섞이며 머릿속을 헤집었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왜 여기에 왔는가? 이 끝없는 어둠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고 있었던가?*

**3.4. [화면: 지아 – 환상]**
지아의 눈앞에 거대한 우주선들이 무수히 떠다니는 환상이 펼쳐진다. 그들은 아름답고 거대하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술력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 우주선들은 거대한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 나고, 모든 것이 암흑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그녀의 뇌리에 알 수 없는 메시지가 각인된다.
*”종말이 다가온다… 경고를 들어라….”*

**3.5. [화면: 사라 – 환상]**
사라의 눈앞에는 복잡한 수식과 기하학적 문양들이 휘몰아친다. 그것들은 그녀가 평생 연구했던 모든 과학 지식을 단숨에 무너뜨리고, 새로운 진실을 강제로 주입하는 듯했다. 우주의 근원, 생명의 기원, 존재의 종말…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정보의 홍수에 압도된다.
*”지식은 곧 고통이며, 진실은 곧 절망이다….”*

**3.6. [화면: 강 – 환상]**
강은 수많은 전장 속을 헤맨다. 피 튀기는 전투, 죽어가는 동료들, 끊임없이 반복되는 폭력. 그의 사이버네틱 팔과 다리가 더욱 날카로워지고, 그의 정신은 더욱 거칠어진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동족을 죽이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본다.
*”생존은 곧 투쟁이며, 힘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3.7. [화면: 이안 – 환상]**
이안은 자신이 사랑했던 가족들의 환상을 본다. 따뜻했던 순간들, 행복했던 기억들. 하지만 그 순간들은 이내 산산조각 나며, 차가운 우주에 홀로 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는 거대한 우주선 ‘헬카이트’가 아닌, 한없이 작고 나약한 자신을 보았다.
*”존재는 고독이며, 선택은 곧 파멸이다….”*

**3.8. [화면: 핵심 구역 – 승무원들]**
강렬한 빛과 압도적인 정보의 파동이 사라진 후, 승무원들은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스럽게 신음하고 있다. 그들의 눈빛은 전과 달라져 있었다. 혼란, 공포, 그리고 알 수 없는 광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이안**
(고통스럽게 몸을 일으키며)
“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지아**
(머리를 부여잡고 웅크린 채)
“봤어… 봤다고…! 전부… 전부 봤어! 다가올… 재앙을…!”

**사라**
(넋이 나간 듯 허공을 응시하며)
“모든 것은… 무의미해… 우리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야….”

**강**
강은 아무 말 없이 일어선다. 그의 눈동자는 섬뜩할 정도로 차갑게 빛나고, 그의 손은 플라즈마 소총의 방아쇠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검은 구체를 응시한다. 그의 얼굴에는 과거에는 없던 기묘한 결의와 적개심이 뒤섞여 있었다.

**이안**
(강을 보며)
“강…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강**
“이것은… 위협이다. 제거해야 한다.”
강의 목소리는 기계처럼 차갑고 단호했다. 그는 총구를 구체에 겨눈다.

**이안**
“안 돼! 강! 아직은…!”

**[화면: 검은 구체와 강]**
강은 이안의 말을 무시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푸른빛의 플라즈마 탄환이 굉음을 내며 검은 구체를 향해 날아간다.

**[화면: 검은 구체]**
플라즈마 탄환이 구체에 닿는 순간, 구체는 마치 그것을 흡수라도 하듯 빛을 한층 더 강하게 뿜어낸다. 그리고 구체의 표면에서 미세한 파동이 일더니, 강을 향해 역방향으로 강력한 에너지 파동을 되쏜다.

**[화면: 강]**
강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에너지 파동에 정통으로 맞는다. 그의 사이버네틱 신체는 한순간에 녹아내리듯 찌그러지고,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진다. 그의 몸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잿더미로 변해간다.

**이안, 지아, 사라**
(경악에 찬 표정)
“강…!”

**[화면: 검은 구체]**
검은 구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고요하게 푸른빛과 보라색 전류를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그 빛은 이전보다 훨씬 강렬하고 불길하게 느껴졌다.

**이안 (내레이션)**
*우리는 심연을 건드렸다. 그리고 심연은 우리에게 응답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인류의 새로운 희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를 집어삼키고, 우리의 존재를 뒤흔들 절대적인 공포였다.*

**[장면 4]**

**4.1. [화면: 헬카이트 호 – 조종실 내부 – 류]**
헬카이트 호의 조종실. 혼자 남은 류는 불안한 눈빛으로 외부 통신 장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통신은 여전히 불통이었다. 그때,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메인 스크린에 경고 문구가 뜬다.

**류**
“경고? 무슨… 경고?”
류가 경고 문구를 확인하려던 순간, 우주선의 내부 조명들이 일제히 깜빡거리기 시작한다. 선체는 미세하게 진동하고, 여기저기서 찢어지는 듯한 금속 소리가 들려온다.

**류**
“선장님! 지아 누나! 사라 누나! 강 형! 무슨 일이에요?!”
류는 다급하게 내부 통신을 시도하지만, 오직 잡음만이 들려올 뿐이다.

**[화면: 류의 눈앞 – 환상]**
갑자기 류의 눈앞에 이안 선장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하지만 이안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고, 눈빛은 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입술은 피를 흘리고 있었고,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린다.

**이안 (환상 속 목소리, 왜곡되어 들린다)**
*”류… 우리가 찾던 게 여기 있다… 타이탄도… 그 어떤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힘… 영원한 생명… 영원한 지식… 이 모든 것을 우리가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대가가 필요하다…”*

**류**
(비명을 지르며)
“아니야! 이건… 이건 선장님이 아니야!”
류는 머리를 부여잡고 눈을 감는다. 하지만 환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화면: 헬카이트 호 – 외부]**
외계 유물의 표면에서 희미한 빛의 선들이 헬카이트 호를 감싸기 시작한다. 마치 거대한 거미줄처럼 빛의 선들이 우주선을 휘감고, 우주선은 그 빛에 의해 서서히 잠식당하는 듯 보인다.

**4.2. [화면: 유물 내부 – 핵심 구역]**
강이 쓰러진 자리 옆, 검은 구체는 여전히 빛을 내뿜고 있다. 그 빛 속에서, 이안과 사라, 지아가 마치 홀린 듯 구체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희망과 동시에 알 수 없는 탐욕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그들은 손을 뻗어 구체에 닿으려 한다.

**이안**
“그래… 바로 이거야… 우리가 찾던… 모든 것…”
이안의 목소리에는 황홀경이 깃들어 있었다.

**지아**
“이해했어… 전부… 전부 이해했어…”
지아는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었다.

**사라**
“진실… 이것이 바로 진실…”
사라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화면: 헬카이트 호 – 내부]**
류는 여전히 환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그때, 헬카이트 호의 전 시스템에서 마지막 경고음이 울려 퍼진다.
삑-삑-삑-!

**류**
(간신히 고개를 들고 주 모니터를 본다)
주 모니터에는 알 수 없는 문구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맨 아래, 섬뜩한 메시지가 뜬다.
*”존재… 흡수… 완료….”*

**[화면: 헬카이트 호 – 외부]**
빛의 선들이 헬카이트 호를 완전히 뒤덮는다. 그리고 순간, 우주선은 빛으로 변하더니, 외계 유물의 거대한 표면에 흡수되어 사라진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화면: 외계 유물 – 우주]**
모든 것을 흡수한 외계 유물은 더욱 강렬한 푸른빛과 보라색 빛을 내뿜으며 고요히 우주에 떠 있었다. 그 빛은 수억 개의 별들 사이에서 홀로 빛나는 거대한 눈동자처럼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화면: 암전]**

### **에필로그: 어둠 속의 메아리**

**[화면: 검은 화면 – 텍스트만 등장]**

*시간은 흐르고, 헬카이트 호의 실종은 타이탄 코퍼레이션의 기록에서 ‘미개척지 탐사 중 조난’이라는 짧은 문장으로만 남았다.*

*누구도 그들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알지 못했다. 혹은… 알려고 하지 않았다.*

*우주의 심연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지만, 가끔, 아주 가끔… 별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속삭임이 있었다.*

*”종말이… 다가온다….”*

**[화면: 다시 외계 유물 – 우주 – 천천히 멀어진다]**
유물의 푸른빛과 보라색 빛이 차가운 우주에서 섬뜩하게 번뜩인다. 그 빛은 마치 인류에게 경고를 보내는 거대한 표식처럼, 영원히 타오를 듯했다.

**[페이드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