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하무림대회: 핏빛 맹세】 1화
**[시작]**
**[1-1]**
* **그림:** 폐허가 된 도시의 상공을 비행하는 드론의 시점. 끝없이 펼쳐진 회색빛 잔해들, 허물어진 마천루의 앙상한 뼈대가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다. 거리는 검붉은 혈흔과 먼지가 뒤섞여 질척이고, 멀리 보이는 희미한 인간 형상의 그림자들이 어슬렁거린다. 화면 상단에는 먹구름이 잔뜩 낀 잿빛 하늘이 낮게 드리워져 있다.
* **나레이션 (운암 대사, 늙고 지친 목소리):** 세상은 끝났다. 우리가 알던 모든 것은 재가 되고, 뼈와 살이 뒤섞인 지옥이 되었다.
**[1-2]**
* **그림:** 낡고 해진 비석들이 비스듬히 늘어선 공동묘지. 이름 모를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고, 그 위로 검붉은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린다. 화면 하단에는 수많은 묘비가 어둠 속에 잠겨 있다.
* **나레이션 (운암 대사):** 귀신병이 창궐한 지 3년. 살아남은 자들은 공포에 숨죽여 떨었고, 죽은 자들은 악귀가 되어 되살아났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는 무너졌고, 인간은 절망 속에서 파멸을 기다릴 뿐이었다.
**[1-3]**
* **그림:** 웅장한 산맥 깊숙이 자리한 고색창연한 사찰, ‘천룡사(天龍寺)’의 전경. 사찰은 높은 절벽과 험준한 산세, 그리고 자연적으로 형성된 해자로 둘러싸여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인다. 멀리서 봐도 그 규모가 압도적이며, 암울한 세상 속에서도 홀로 굳건히 서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 **나레이션 (운암 대사):** 그러나 희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 우리 무림에겐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었다. 단 하나의 불씨라도 있다면, 우리는 포기할 수 없었다.
**[1-4]**
* **그림:** 천룡사 내부. 오래된 돌담으로 둘러싸인 넓은 마당에 임시로 조성된 거대한 격투 경기장이 보인다. 수백 명의 무림인들이 빼곡히 모여 있다. 오랜 역병과 싸움에 지쳐 보이지만, 그들의 눈빛만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다. 모두가 결연한 표정으로 경기장 중앙을 응시하고 있다.
* **나레이션 (운암 대사):** 이 피의 땅에서, 이 사지의 문턱에서, 우리는 마지막 맹세를 한다. 천하의 운명을 건, 무림 대회를 열기로. 살아남은 모든 무인들의 뜻을 모아, 단 한 명의 구원자를 찾아내기 위하여.
**[2-1]**
* **그림:** 경기장 중앙, 높은 단상에 운암 대사가 서 있다. 그의 늙고 주름진 얼굴에는 지혜와 강인함이 동시에 깃들어 있으며, 날카로운 눈빛은 아래를 내려다보는 군중을 훑는다. 그의 뒤로는 각 문파의 장문인들과 고승들이 근엄한 표정으로 좌정해 있다.
* **운암 대사:** (울림 있는 목소리가 마당에 가득 퍼진다) 제군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인류의 마지막 운명을 결정할 대회를 시작한다! 이 대회의 목적은 단 하나! 귀신병의 근원을 밝히고, 이 지옥 같은 세상에 종지부를 찍을 영웅을 찾아내는 것이다!
**[2-2]**
* **그림:** 군중 속. 한 젊은이가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채 서 있다. 날카로운 턱선과 굳게 다문 입술이 인상적이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세상을 향한 체념과 냉소가 옅게 비치지만, 어딘가 깊은 심지가 느껴진다. 그의 어깨에는 낡았지만 잘 관리된 검 한 자루가 걸려 있다. 주인공 ‘강휘’.
* **강휘 (독백):** 운명이라… 겨우 이런 낡은 의식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 건가. 이 지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텐데.
**[2-3]**
* **그림:** 운암 대사가 오른손을 들어 올린다. 그의 뒤로 거대한 현판이 걸려 있다. 현판에는 붓글씨로 ‘천하무림대회 (天下武林大會)’라는 글자가 강렬하게 새겨져 있다.
* **운암 대사:** 이 대회의 우승자는, 무림 각 문파의 모든 비급과 비술을 전수받을 것이며, 천룡사 최심부에 봉인된 ‘묵룡지보(墨龍至寶)’를 사용할 권한을 얻을 것이다! 묵룡지보는 귀신병의 저주를 풀 유일한 열쇠가 될지니!
**[2-4]**
* **그림:** 군중의 술렁임. ‘묵룡지보’라는 말에 몇몇 무인들은 놀라움과 기대감에 찬 표정을 짓고, 어떤 이들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서로를 바라보며 수군거린다. 얼굴에는 각기 다른 희망과 불안감이 교차한다.
* **무림인 1:** 묵룡지보라니! 그건 귀신병을 멸할 유일한 수단이라는 전설의… 진정 그 보물을 개방하려는 것인가?
* **무림인 2:** (비웃듯이) 허튼소리! 그저 헛된 희망일 뿐이다. 전설 따위가 죽은 자를 되돌릴 수는 없을 터.
**[3-1]**
* **그림:** 운암 대사의 시선이 군중 속의 강휘를 스쳐 지나간다. 강휘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다. 그의 시선은 허공 어딘가를 응시하는 듯하다.
* **운암 대사:** 이제, 첫 번째 대련을 시작한다! 강휘! 그리고, 철각권의 박태수!
**[3-2]**
* **그림:** 강휘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간다. 그의 검은 낡아 보이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기세는 가볍지 않다. 마치 폭풍 전의 고요함처럼 차분하고 묵직하다. 맞은편에서 박태수는 단단한 체구에 우락부락한 인상을 가진 중년 무인으로,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박태수:** (비웃듯이 강휘를 훑어보며) 쯧쯧, 애송이가 벌써부터 기어나오다니. 네놈 같은 잔챙이는 상대도 안 된다. 어서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3-3]**
* **그림:** 강휘가 박태수를 묵묵히 응시한다. 그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는 무덤덤한 표정이다.
* **강휘:** (낮게 읊조리듯, 나직하게) 해 보시죠. 잡담은 그만두고.
**[3-4]**
* **그림:** 심판을 맡은 노승이 손을 내리며 신호를 보내자마자, 박태수가 맹렬한 기세로 강휘에게 돌진한다. 그의 다리는 강철처럼 단단해 보이며, 땅을 박차는 소리가 굉음처럼 울린다.
* **박태수:** 받아라! 철각파의 맹렬한 발길질을! 네놈의 얄팍한 검술로는 막지 못할 것이다!
* **SFX:** 콰앙! (박태수가 땅을 박차며 도약하는 소리)
**[4-1]**
* **그림:** 박태수의 발길질이 번개처럼 강휘의 얼굴을 향해 날아든다. 강휘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몸을 살짝 비틀어 공격을 회피한다. 그의 움직임은 최소한의 동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 **SFX:** 휙- (발길질이 빗나가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
**[4-2]**
* **그림:** 박태수가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찰나, 강휘가 허리춤에 있던 검을 전광석화처럼 뽑아든다. 검이 번개처럼 움직이며 은빛 궤적을 그린다. 그의 손놀림은 신기에 가깝다.
* **강휘:** (무표정하게, 작게) 느려.
* **SFX:** 촤악! (칼집에서 검이 뽑히는 날카로운 소리)
**[4-3]**
* **그림:** 박태수의 눈앞에 강휘의 검 끝이 섬뜩하게 멈춰 서 있다. 정확히 목젖을 겨누고 있는 날카로운 검날. 박태수는 경악한 표정으로 굳어 있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고, 식은땀이 흐른다.
* **박태수:** 으… 으억…?! 이, 이럴 수가…!
**[4-4]**
* **그림:** 강휘가 검을 다시 칼집에 넣는다. 그의 움직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군더더기 없다. 박태수는 그제야 온몸의 힘이 풀린 듯 주저앉으며 거친 숨을 몰아쉰다. 군중 사이에서 놀라움과 감탄이 뒤섞인 탄성이 터져 나온다.
* **심판:** (놀란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강휘… 승!
**[5-1]**
* **그림:** 군중 속에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온다. 몇몇 무인들은 강휘의 실력에 감탄하며 서로에게 눈짓을 보내고, 어떤 이들은 그의 정체에 대해 수군거린다. 그의 압도적인 승리에 모두가 충격을 받은 듯하다.
* **무림인 3:** 저 젊은이, 대체 어느 문파의 제자란 말인가? 저런 검술은 처음 본다! 최소한 백 년은 묵었을 법한 고수의 움직임이 아닌가!
* **무림인 4:** 듣자 하니, 별다른 문파 없이 홀로 떠돌던 방랑 검객이라고… 허나 저 정도라면 어지간한 문파의 장문인도 능가할 실력인데?
**[5-2]**
* **그림:** 강휘가 경기장을 벗어나며 문득 고개를 들어 천룡사 외부의 절벽 너머를 올려다본다. 그의 시선 끝에, 멀리 희미하게 움직이는 그림자들이 보인다. 그것들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인간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도 기괴하고 뒤틀려 있다. 그의 눈빛은 다시 차갑게 가라앉는다.
* **강휘 (독백):**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 낡은 사찰 안에서만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야.
**[5-3]**
* **그림:** 천룡사 외곽의 절벽 아래, 험준한 산세에 걸쳐진 낡은 감시탑 내부. 한 경비병이 망원경으로 바깥을 살피고 있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고, 손은 파들파들 떨리고 있다.
* **경비병:** (떨리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젠장… 또 몰려오고 있어! 평소보다… 훨씬 많아! 방어 준비를… 으악!
**[5-4]**
* **그림:** 천룡사 아래의 깊은 계곡을 가득 메운, 끝없이 밀려오는 귀신병 무리. 그들의 눈은 핏빛으로 번뜩이고, 온몸은 검붉은 피와 살점으로 뒤덮여 있다. 기괴하게 뒤틀린 육신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기어오르는 모습이 섬뜩하다. 그들의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가 산골짜기를 울리며 천룡사를 향해 덮쳐오고 있다.
* **SFX:** 끼야아아악! 끄르르륵! (수많은 귀신병들의 끔찍한 울부짖음이 멀리서부터 들려온다)
* **나레이션 (운암 대사, 다시 한번, 비장하게):** 무림 대회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진정한 전쟁은… 이제부터였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