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밤의 장막이 드리운 도시. 수많은 불빛들이 점점이 박힌 거대한 회색 캔버스 위로, 유나의 아파트 창문 하나도 늦은 시간까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길고 지루했던 시험 기간의 끝자락, 그녀는 거실 바닥에 널브러진 문제집 더미와 씨름 중이었다. 에어컨에서 흘러나오는 미지근한 바람이 땀으로 끈적이는 이마를 간신히 식혀주는 와중에도, 그녀의 눈은 미적분 공식 위를 바쁘게 오갔다.

“으으, 머리 터지겠네.”

나직한 한숨과 함께 옆에 놓아둔 물컵에 손을 뻗었다. 쨍한 얼음물 한 모금으로 정신을 가다듬으려던 찰나, 손끝에 닿는 감촉이 이상했다. 분명 바닥에 놓아두었던 컵인데, 어쩐지 미묘하게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탁자 가장자리에서 몇 센티미터 안쪽으로 밀려난 듯한 느낌.

‘내가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나?’

유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컵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고 다시 문제집에 눈을 박았다. 이 밤을 새면 내일 아침 시험은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터였다.

한참을 그렇게 집중했을까. 문득, 주방 쪽에서 ‘딸그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 같았다. 유나는 고개를 들었다. 분명히 주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은 주말 동안 지방에 내려가셨고, 오빠는 군대에 있었다. 이 아파트에 그녀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고양이인가? 우리 집에 고양이가 있었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유나네 집에는 반려동물이 없었다. 인기척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이번에는 ‘쿵’ 하는 둔탁한 소리. 뭔가 무거운 것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심장이 쿵, 하고 한 박자 내려앉았다.

“누구… 없어요?”

작은 목소리가 텅 빈 거실에 맴돌았다. 답은 없었다. 대신, 주방에서 식탁 의자가 ‘끽, 끽’ 소리를 내며 뒤로 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 의자를 빼내 앉는 것처럼.

유나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건 더 이상 피곤해서 생기는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히, 무언가 이상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쪽으로 향했다. 발소리가 너무 크게 들릴까 봐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었다.

주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유나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삼켰다. 식탁 위, 어제 저녁에 가족들이 먹고 남은 과일 바구니가 통째로 뒤집혀 있었다. 붉은 사과와 노란 배가 바닥에 나뒹굴고, 물기 어린 포도 알갱이들이 카펫 위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설거지통에 넣어두었던 컵들이 전부 밖으로 튀어나와 개수대 주변에 널려 있었고, 그중 하나는 깨져서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유나는 공포에 질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둑? 하지만 돈이 될 만한 물건은 건드리지 않고, 왜 멀쩡한 주방을 이 난리통으로 만들었을까? 뭔가 섬뜩하고, 악의적인 장난 같았다.

그때, 거실 쪽에서 ‘딸칵, 딸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거실 스탠드 등이 미친 듯이 깜빡이고 있었다. 멀쩡하게 잘 켜져 있던 불빛이 마치 오래된 형광등처럼 수십 번씩 빠르게 깜빡이더니, 결국 ‘탁’ 소리와 함께 완전히 꺼져버렸다.

집안은 순식간에 어둠에 잠겼다. 창밖의 도시 불빛만이 희미하게 안쪽으로 스며들 뿐이었다. 유나의 심장은 목구멍까지 치솟아 있었다. 그녀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분명히 이 공간 안에 있었다.

“저리 가! 당장 나가!”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목소리는 공허하게 울릴 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 거세졌다.

이번에는 안방 쪽에서였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문이 세차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 유리 깨지는 소리, 그리고 마치 칼로 가구를 긁는 듯한 ‘끼이이익’ 하는 끔찍한 소음이 연이어 들려왔다. 안방이 통째로 뒤집히고 있는 듯했다.

유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제 손목에 채워진 작은 팔찌를 움켜쥐었다. 평소에는 그저 평범한 은색 팔찌에 불과했지만, 비상시에는 그녀의 또 다른 자아를 깨우는 마법의 매개체였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대체 무엇을 상대해야 한단 말인가.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이 기괴한 현상을.

거실 중앙에 놓인 커다란 유리 화병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붙잡힌 듯, 화병은 천천히 유나의 눈앞에서 회전했다. 그리고는 끔찍한 정적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

“크악!”

유나는 필사적으로 몸을 피했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화병은 그녀의 머리 바로 뒤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젠 단순한 장난이 아니었다. 명백한 공격이었다.

그 순간, 유나의 눈빛이 바뀌었다. 두려움에 떨던 소녀의 눈에서, 결연한 빛이 번뜩였다. 그녀는 더 이상 피하지 않았다. 팔찌에서 푸른빛이 번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를… 나를 건드리다니… 용서 못 해!”

그녀의 몸을 감싸던 푸른빛이 순식간에 집안 전체를 휘감았다. 머리핀이 반짝이며, 평범한 옷차림은 섬광과 함께 사라지고, 신비로운 빛을 내는 전투복으로 바뀌었다. 손목에서는 강력한 마법 에너지가 피어났다.

“보이지 않는다고 안심하지 마라, 이 무례한 존재여! 이 세계에 마법이 존재한다는 걸 잊은 모양이군!”

유나, 아니 이제는 ‘별빛 수호자’로서의 유나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손을 들어올려, 깨진 화병의 잔해와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들을 응시했다. 무언가, 저 안에 있었다. 저 비틀린 공간의 뒤편에 숨어 있는, 악의적인 의지를 가진 존재가.

거실 중앙, 깨진 화병의 파편들이 미세하게 떨리며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파편들이 모여들며, 기이하고 형체 없는 그림자를 형성했다. 유나의 심장이 다시 한번 크게 울렸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군.”

그림자는 희미하게 일렁이며,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것은 이 공간에 만연한 공포와 불안을 먹고 자라난, 이름 없는 존재의 사념이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의 한가운데에서, 어둠 속을 꿰뚫는 붉은 눈동자 두 개가 천천히 떠올랐다.

유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에서 은빛 마법진이 피어오르고, 그 중심에서 강력한 별빛 에너지가 응축되기 시작했다.

“네가 누구든, 네가 이 집에 가져온 혼란은 내가 끝낸다!”

집안의 모든 물건들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공포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 마법소녀와 보이지 않는 존재의 격돌이 임박해 있었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붉은 눈동자와, 별처럼 빛나는 유나의 푸른 눈동자가 서로를 강렬하게 마주 보았다. 바야흐로, 밤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