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돌 냄새가 코를 찔렀다. 령은 익숙하게 어둠 속을 더듬어 돌벽에 박힌 횃불을 켰다. 치이익, 하고 마른 나무가 타오르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춤을 추자, 음침한 복도의 전경이 비로소 드러났다. 벽에는 수천 년은 된 듯한 기묘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고, 복도 저편에서는 규칙적인 물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제국의 심장부에 숨겨진, 황제 직속의 비밀 금고 던전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반란군이 절실히 필요한 ‘그것’이 잠들어 있었다.

“해진, 앞쪽은 어때?” 령이 나직이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미약한 떨림조차 없이 차분했다.
어둠 속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이던 해진이 잠시 멈춰 섰다. 얇게 찢어진 옷자락 사이로 드러난 그의 몸은 잔근육으로 단련되어 있었다. 그는 귀를 기울이고 잠시 눈을 감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상해요, 령님. 보통 이 정도 깊이라면 자동 경비병들이 매복해 있을 텐데…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마력 흐름도, 생체 반응도.”
“너무 조용하다는 건 더 위험하다는 뜻이지.” 령이 횃불을 높이 들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뒤를 따르던 건이 끙, 하고 무거운 짐을 옮기듯 소리를 냈다. 건의 거대한 체구는 좁은 복도에 꽉 들어찼다. 그의 어깨에는 언제든 휘두를 준비가 된 거대한 양손 도끼가 들려 있었다.
“쫄 거 없어요, 령님! 뭐가 나오든 이 건의 도끼 맛을 보여주면 다 때려 부술 수 있습니다!” 건은 특유의 단순무식한 용기를 내비쳤다.
“그래, 건. 네 용기는 언제나 든든하다.” 령은 피식 웃었다. 그들의 임무는 평범한 평민들에게는 꿈조차 꿀 수 없는, 제국의 가장 깊숙한 곳을 꿰뚫는 일이었다. 실패는 곧 반란군의 몰살을 의미했다.

복도를 따라 걷기를 수십 분. 그들은 마침내 거대한 원형 광장에 도달했다. 광장 중앙에는 지름 2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마법 문이 솟아 있었다. 문 표면에는 복잡한 마법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고, 그 문자의 배열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미묘하게 꿈틀거리는 듯했다.
“이게… 우리가 찾는 문이군요.” 해진이 숨을 삼켰다. 그의 눈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래. 황제 직속 첩보망 핵심 암호 해독기가 저 안에 있을 거야. 제국의 모든 통신을 해킹하고, 그들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는 열쇠.” 령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해진, 해독 가능하겠어?”
“글쎄요… 제국 최신 마법 공학이 적용된 문입니다. 단순히 마력을 주입하는 걸로는 어림도 없어요. 파훼 코드를 찾아야 합니다.” 해진이 문에 손을 대자, 손끝에서 푸른색 마력 줄기가 뻗어 나와 문자를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콰드드득!
광장 한쪽 벽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리더니, 육중한 철문이 열렸다. 굉음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짙은 안개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 두 개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빛 갑옷을 입고, 키가 3미터에 달하는 강철 병사들이었다. 그들의 눈에서는 붉은 마력이 번뜩였다.
“제국 수호병… 황제 직속 금위병의 마력 병기인가.” 령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손이 허리춤에 찬 쌍검 손잡이로 향했다.
“망할! 결국 나타났군!” 건이 도끼를 고쳐 쥐며 포효했다.
수호병들은 칼을 뽑아 들었다. 칼날에서 푸른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광장 바닥의 기묘한 문양들이 번개처럼 빠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덫이었어!” 해진이 소리쳤다. “이 문을 여는 순간, 함정이 발동하도록 설계된 거야!”
“젠장, 예상했던 것보다 교활하군.” 령이 미간을 찌푸렸다. “해진, 서둘러! 우리가 시간을 벌 테니!”
“네, 령님!” 해진은 다시 마법 문에 집중했다. 그의 손끝에서 마력이 더욱 격렬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수호병들은 마치 거대한 짐승처럼 돌진했다. 콰앙! 선두에 선 수호병의 검이 바닥을 내리쳤고, 바닥의 돌들이 폭발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건!” 령이 외쳤다.
건은 우렁찬 기합과 함께 도끼를 휘둘렀다. 쩌억! 하는 굉음과 함께 도끼날이 수호병의 갑옷에 부딪혔다.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지만, 수호병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건을 밀어내며 거대한 주먹을 날렸다.
“크윽!” 건은 옆으로 간신히 몸을 피했다. 주먹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서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령은 쌍검을 뽑아 들고 순식간에 수호병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녀의 움직임은 바람처럼 빨랐다. 휘리릭, 휘리릭! 두 자루의 검이 수호병의 관절을 노려 춤을 추듯 베어 나갔다. 갑옷의 틈새를 찾아 날카로운 칼날이 파고들자, 수호병의 몸체에서 푸른 마력 회로가 노출되었다.
“이런 식으로는 안 돼! 마력 핵을 파괴해야 해!” 령이 소리쳤다.

해진은 문에 새겨진 마법 문자들을 필사적으로 해독하고 있었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복잡해… 이건 단순히 보호 마법이 아니야! 주변 마력을 흡수해서 스스로 재생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해진이 절박하게 외쳤다.
바로 그때, 광장 바닥의 문양들이 더욱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수호병들의 몸에서 푸른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젠장! 저것들이 바닥의 마력을 흡수해서 강화되고 있어!” 령이 이를 악물었다.
건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끼를 힘껏 휘둘렀다. 수호병 하나가 칼을 휘둘러 막아냈지만, 그 충격으로 잠시 뒤로 밀려났다. 건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수호병의 목을 노려 도끼를 내리찍었다. 콰직! 마침내 강철 갑옷에 금이 가고, 내부에서 마력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하나 처리했다!” 건이 승리의 포효를 질렀다.
하지만 나머지 수호병 하나가 령을 향해 거대한 칼을 휘둘렀다. 령은 간발의 차이로 몸을 피했지만, 칼끝이 스친 자리에 길고 깊은 상처가 남았다. 검은 피가 솟구쳤다.
“령님!” 해진이 비명을 질렀다.

“괜찮아!” 령은 피를 닦아내며 이를 악물었다. “해진, 서둘러! 더 이상은…”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거대한 마법 문에서 섬뜩한 굉음이 울렸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문에 박혀 있던 마지막 마법 문자가 부서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문이 천천히, 그리고 육중하게 열리기 시작했다. 안에서는 눈부신 황금빛이 쏟아져 나왔다.
“열렸다!” 해진이 환희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빨리 들어가! 건, 내가 막을게!” 령은 남은 수호병 하나를 향해 몸을 날렸다.
“령님! 안돼요!” 해진은 소리쳤지만, 령은 이미 수호병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건은 망설임 없이 문 안으로 뛰어들었다. 해진도 서둘러 뒤를 따랐다.
그들이 문 안으로 들어서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상 이상이었다. 돔 형태로 된 거대한 홀 중앙에는 순금으로 된 기둥 위에 보랏빛으로 빛나는 정교한 옥(玉) 큐브가 놓여 있었다. 그것이 바로 ‘황제 직속 첩보망 핵심 암호 해독기’였다.
“찾았다!” 해진이 손을 뻗는 순간,
퀴이이잉-
홀 전체를 감싸고 있던 황금빛이 갑자기 붉은빛으로 변하더니, 벽면에 새겨진 제국의 문양들이 섬뜩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홀 사방에서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장에서는 날카로운 금속 바늘들이 내려오기 시작했고, 바닥에서는 끈적한 검은 액체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함정이야! 그것도 최악의!” 건이 경악하며 외쳤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뒤편의 문이 다시 육중하게 닫히는 소리가 울렸다.
콰앙!
그들은 갇혔다. 홀 밖에서 격렬한 전투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령이 아직 수호병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바늘과 바닥에서 솟아나는 액체 사이에서, 해진은 필사적으로 옥 큐브를 향해 달려갔다.
“이것만 있으면…!”
그가 큐브에 손을 대는 순간, 홀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홀을 가득 채운 붉은 마력 속에서, 차가운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침입자들. 제국의 심장을 노리는 어리석은 반역자들에게는… 죽음만이 기다릴 뿐.”

천장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그림자가 홀 위로 드리워졌다. 그것은 이제까지 보았던 어떤 수호병보다도 거대하고 위압적인 존재였다. 마치 산맥의 봉우리가 움직이는 듯한 굉음과 함께, 제국의 진정한 파수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대체…!” 해진은 손에 든 옥 큐브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절망적으로 올려다봤다. 거대한 파수꾼의 눈에서 붉은 섬광이 번뜩이는 것을 보며, 그는 자신들이 얼마나 거대한 함정에 빠졌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홀 밖에서 들리던 령의 전투 소리가, 갑자기 끊겼다. 침묵만이 그들을 짓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