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심연의 메아리 – 첫 번째 기록

**[프롤로그]**

**[배경]**
밤하늘, 무수한 별들이 점을 이루고 거대한 은하의 팔이 웅장하게 펼쳐진 우주. 그 심연 속을 유영하는 것은 한 척의 탐사선, ‘아틀라스호’이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임에도 불구하고, 광활한 우주 앞에서 아틀라스호는 한 점 먼지처럼 작고 외로워 보인다. 선실 안은 잔잔한 엔진음만이 고요를 깨트리고, 희미한 불빛들이 깜빡인다.

**[장면 1] 아틀라스호 함교**

**[배경]**
아틀라스호의 함교. 전면의 투명한 대형 디스플레이 너머로 아득한 별들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우주선 내부의 조명은 차분한 청색을 띠고 있으며, 각자의 콘솔 앞에 앉은 승무원들의 얼굴에는 오랜 항해의 피로와 함께 옅은 긴장감이 서려 있다. 함교 중앙의 선장 의자에는 ‘강서준’ 선장(40대 후반, 날카로우면서도 지친 눈빛)이 앉아 심우주 지도를 응시하고 있다. 그의 옆에는 부선장 겸 수석 과학자인 ‘한유진'(30대 중반, 지적이고 냉철한 인상)이 자신의 콘솔을 조작하고 있다. 함교 저편에서는 엔지니어 ‘박찬우'(30대 초반, 항상 장비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가 보조 시스템을 점검하고, 조종사 ‘김지혜'(20대 후반, 침착하고 집중력이 높은)가 조종간을 잡고 있다.

**[강서준]** (나지막이)
아틀라스호. 목표 좌표까지 3천만 킬로미터. 현 우주 섹터는 ‘미개척 영역 7’… 정말 지루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곳이군.

**[한유진]**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선장님, ‘아무것도 없다’는 건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전파도 자기장도 없는 고요한 심연 자체가 이미 하나의 발견일 수 있죠. 최소한 저희 탐사 임무의 보고서 초안은 채울 수 있겠습니다.

**[박찬우]**
(한숨처럼)
보고서보다 연료가 더 중요하겠죠. 이대로 한 달만 더 가면 귀환선에 실린 보급품 전부 털어 넣어야 할 겁니다. 엔진이 언제 퍼질지 몰라서 노심초사라고요.

**[김지혜]**
(단호하게)
이곳은 탐사 구역입니다. 보급품은 충분합니다, 박 엔지니어님. 그리고 아틀라스호 엔진은 제가 책임지고 관리합니다.

**[박찬우]**
(어깨를 으쓱하며)
알겠습니다, 조종사님.

**[강서준]**
(픽 웃으며)
다들 피곤한가 보군. 좋아, 오늘 탐사 범위는 여기까지. 지혜, 귀환 코스 잡아. 수동으로. 이 아름다운 정적을 좀 더 즐기다 가자고.

**[김지혜]**
예, 선장님.

**[효과음]** 시스템 경고음, 짧고 날카로운 ‘삐빅!’

**[김지혜]**
…!

**[강서준]**
무슨 일인가?

**[김지혜]**
(모니터를 황급히 확인하며)
미확인 신호 감지… 우측 델타 섹터에서…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한유진]**
(자신의 콘솔로 데이터를 당겨오며)
신호 강도는? 유형은?

**[김지혜]**
(얼굴이 굳어진다)
강도는… 측정 불능. 너무 강해서 센서가 포화 상태입니다. 유형은… 불규칙한 에너지 파동입니다. 이런 데이터는 본 적이 없습니다.

**[박찬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뭐라고요? 센서 포화? 이 심우주 한복판에서? 혹시 운석이라도 스치고 지나간 거 아닙니까? 우리 센서가 갑자기 맛이 갔나?

**[한유진]**
(날카롭게)
센서 이상은 아닙니다. 메인 시스템 이상 여부 확인 완료. 완벽하게 작동 중입니다. 이 신호는… 아주 특이합니다.

**[강서준]**
(선장 의자 팔걸이를 꽉 쥐며)
좌표 찍어. 화면에 띄워봐.

**[김지혜]**
(몇 번의 조작 후)
예, 선장님.

**[배경]**
전면의 대형 디스플레이에 푸른 별들 사이로 작은 붉은 점 하나가 깜빡인다. 그 주위로 불규칙한 에너지 파동 그래프가 격렬하게 요동친다.

**[강서준]**
(숨을 들이쉰다)
저게 대체… 뭐지? 이 미개척 영역에서?

**[한유진]**
(눈을 가늘게 뜨고)
자연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한에서는요. 인위적인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찬우]**
(침을 꿀꺽 삼키며)
인위적이라니요? 혹시… 설마 외계 생명체입니까? 이 정도 심우주까지 올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종족이라면… 우리가 상대할 수 있을까요?

**[강서준]**
(고개를 저으며)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유진, 더 정밀한 스캔. 찬우, 함선 방어막 가동 준비. 지혜, 비상 탈출 경로 미리 확보해 둬.

**[한유진]**
(손놀림이 빨라진다)
예, 선장님. 스캔 준비 완료. 5초 후에 송신합니다.

**[효과음]** 낮은 공명음, 함선 전체에 울리는 듯한 진동.

**[한유진]**
…수신 중.

**[배경]**
디스플레이의 붉은 점 주위로 복잡한 데이터들이 빠르게 흘러간다. 숫자와 그래프들이 정신없이 오르내리다, 이내 하나의 거대한 형상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한유진]**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럴 수가…

**[강서준]**
(불안한 침묵 속에서)
뭐가 보이지, 유진?

**[한유진]**
(경악과 전율이 섞인 목소리)
…물체입니다. 거대한 물체. 지름이… 10킬로미터에 육박합니다. 그리고… 이 완벽한 기하학적 구조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배경]**
대형 디스플레이에 붉은 점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거대한 팔면체(Octahedron)의 형상이 채운다. 그 표면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반사하지 않고, 마치 모든 빛을 집어삼키는 듯하다. 너무나 완벽하고 매끄러워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박찬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저… 저게 대체… 뭐야?

**[김지혜]**
(숨을 멈춘 듯)
오… 세상에…

**[강서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선다. 그의 눈빛은 경외감과 함께 깊은 호기심으로 빛난다)
접근한다. 거리 500킬로미터. 속도는 최저로. 모든 승무원은 비상 경계 태세 유지.

**[한유진]**
(깜짝 놀라)
선장님! 위험합니다! 미지의 물체입니다. 성분도, 기원도 알 수 없는…

**[강서준]**
(단호하게)
알고 있다, 유진.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미확인 구조물이 우리 시야에 들어온 건 인류 역사상 처음이야. 우리는 이걸 지나칠 수 없어. 우리 아틀라스호는 ‘최초’를 찾아 여기까지 온 함선이다.

**[김지혜]**
(심호흡 후)
예, 선장님. 최저 속도로 접근하겠습니다.

**[효과음]** 함선 엔진음이 더욱 낮게 울리고, 정지장을 펼치는 듯한 미미한 진동.

**[장면 2] 미지의 팔면체 접근**

**[배경]**
아틀라스호가 거대한 검은 팔면체를 향해 조용히 미끄러져 간다. 팔면체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도, 에너지 방출도 없이 완벽한 정적 속에 떠 있다. 하지만 가까워질수록 그 거대함과 비현실적인 존재감이 승무원들을 압도한다. 함교의 대형 디스플레이는 팔면체의 표면을 확대해 보여주고 있다. 놀랍도록 매끄럽고, 어떤 인공적인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박찬우]**
(자신의 콘솔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에너지 스캔… 아무것도 없습니다. 열도, 전파도, 방사능도… 어떤 에너지 반응도 없어요. 마치… 죽어 있는 것처럼.

**[한유진]**
(집중해서 스캔 데이터를 분석하며)
아니, 찬우. 오히려 너무 완벽하게 ‘없는’ 겁니다. 이 정도 질량의 물체가 자체 중력 외에 어떤 에너지도 방출하지 않는다는 건… 역설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억누르고 있거나, 혹은 우리의 측정 기준을 초월한 존재라는 뜻이죠. 표면은… 검은색의, 지극히 밀도가 높은 물질로 보입니다. 하지만 분석 불가능합니다. 우리 데이터베이스에 이런 물질은 없습니다.

**[강서준]**
(팔면체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외계 문명의 유물인가… 아니면 자연이 만들어낸 기적일까. 어느 쪽이든 상상을 초월하는군.

**[김지혜]**
(목소리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선장님, 목표까지 100킬로미터.

**[강서준]**
더 이상 접근하지 마라. 이 정도면 충분해. 유진, 표면 분석을 위한 정찰 드론 사출 준비.

**[한유진]**
예, 선장님. 드론 사출 준비 완료.

**[효과음]** ‘피융’ 하는 작은 공기압 배출음과 함께 드론이 사출되는 소리.

**[배경]**
대형 디스플레이에 작은 정찰 드론이 팔면체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잡힌다. 드론은 팔면체의 표면 근처까지 접근하여 미세한 센서들을 활성화한다.

**[한유진]**
드론 접근 완료. 표면 스캔 시작합니다.

**[박찬우]**
(초조하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효과음]** 약하게 ‘웅-‘ 하는 낮은 공명음이 함선 전체에 울린다. 이전과는 다른, 좀 더 명확하고 깊은 울림이다.

**[김지혜]**
(깜짝 놀라)
선장님, 함선 시스템에 미약한 간섭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박찬우]**
간섭이라고요? 방금까지 아무 반응 없었는데!

**[한유진]**
(드론 데이터를 확인하며)
드론 센서 이상! 통신 두절…!

**[강서준]**
(눈을 가늘게 뜨고)
무슨 일이지?

**[배경]**
대형 디스플레이에 보이던 드론의 신호가 갑자기 지지직거리더니, 완벽한 팔면체의 표면 근처에서 마치 거대한 흡수장에 빨려 들어간 것처럼 사라진다. 그 순간, 팔면체의 칠흑 같은 표면에 미약하게 푸른 빛의 문양들이 마치 신경망처럼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신비로운 패턴은 승무원들의 눈에 똑똑히 각인된다.

**[박찬우]**
(소름 돋은 듯)
사라졌어… 드론이… 그냥 사라졌어요!

**[한유진]**
(충격에 휩싸여)
어떤 물리적인 충격도, 폭발도 없었습니다. 그냥… 존재가 지워진 것처럼.

**[강서준]**
(팔면체를 응시하며)
저것이… 깨어나는 건가?

**[배경]**
팔면체의 표면을 스쳐 지나갔던 푸른 문양들이 다시 한번, 이번에는 조금 더 선명하게 빛난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진 순간, 팔면체의 중앙 부분에서 아주 미세한 균열이 생겨난다. 균열은 아주 작지만, 그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은은한 초록색을 띤다.

**[김지혜]**
(경악한다)
갈라지고 있어요!

**[박찬우]**
(겁에 질려)
선장님, 철수해야 합니다!

**[강서준]**
(동공이 확장된다. 그의 시선은 균열에서 나오는 초록빛에 완전히 고정되어 있다)
…아니.

**[한유진]**
(데이터 콘솔에 손을 짚고 몸을 지탱하며)
선장님! 위험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강서준]**
(말없이 전면 디스플레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보다 더 강렬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다.)
봐라. 저 빛을…

**[배경]**
팔면체의 미세한 균열 사이로 흘러나오던 초록빛이 점점 강렬해지며, 함교 내부까지 그 색을 물들인다. 그 빛 속에서, 승무원들의 시야에 섬뜩할 정도로 선명한 환영이 스쳐 지나간다. 고층 빌딩이 빽빽한 거대한 도시, 하지만 그 위로 끔찍한 형상의 촉수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도시의 불빛은 공포에 질린 비명처럼 깜빡인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방금 그들이 발견한 팔면체와 똑같은 형상이, 마치 심장처럼 고동치고 있다. 환영은 섬광처럼 짧게 스쳐 지나가지만,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박찬우]**
(비명을 지른다)
으악! 저게 뭐야?!

**[김지혜]**
(온몸을 떨며 입을 막는다)
말도 안 돼…

**[한유진]**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한다)
이건… 정신 간섭입니다! 강력한… 염화(念話) 능력…

**[강서준]**
(정신을 차리려는 듯 눈을 감았다 뜬다.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옆구리에 찬 페이저 총을 움켜쥐고 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다시 한번 팔면체로 향한다. 그의 얼굴에는 충격과 함께 이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집착이 섞여 있다.)
…우리는… 무엇을 건드린 거지?

**[배경]**
팔면체의 균열에서 뿜어져 나오던 초록빛은 여전히 함교를 물들이고 있다. 그 빛은 단순한 빛이 아니라, 아틀라스호 승무원들의 심연 깊숙한 곳을 뒤흔드는 미지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팔면체는 여전히 말없이 우주에 떠 있지만,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미지의 문을 연 열쇠이자, 인류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를 어떤 존재의 서막처럼 느껴진다.

**[에필로그]**

**[배경]**
아틀라스호는 여전히 팔면체 앞에서 멈춰 서 있다. 초록빛은 잠시 옅어지는가 싶더니, 다시금 더 강렬하게 빛나며 승무원들의 얼굴을 비춘다. 그들의 표정에는 공포, 혼란, 그리고 알 수 없는 이끌림이 뒤섞여 있다. 이 미개척 영역의 발견은 그들의 임무를 송두리째 바꿔놓았고, 인류의 미래를 영원히 뒤흔들 거대한 존재의 서막을 알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