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하이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새벽의 서늘한 기운이 크리스탈 성채의 심장을 짓누르고 있었다. 왕궁 최고 고문이자 대마법사 회의의 의장, 아콘 엘라라 베르사미의 서재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전언에 성채 전체가 차가운 혼돈에 잠겼다. 빛나는 에테르 수정으로 치장된 복도에는 병사들의 무거운 발소리와 마법사들의 agitated(흥분한) 중얼거림만이 울려 퍼졌다.

카이드는 그 혼란 속에서 유일하게 흔들림 없는 그림자처럼 걸었다. 그의 옷은 여전히 밤샘 탐색의 흔적으로 구겨져 있었고, 머리카락은 단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호박 보석처럼, 모든 것을 꿰뚫어 볼 듯 예리했다. 그는 수수께끼를 쫓는 사냥꾼이었고, 지금껏 그 어떤 밀실도 그의 앞에서는 비밀을 지킨 적이 없었다.

사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카이드는 억눌린 한숨 소리들을 들었다. 서재 문 앞에는 황실 경비대장 발라리우스 경과 대마법사회의 수석 마법사 테오도르가 초조하게 서 있었다. 테오도르는 땀에 젖은 얼굴로 연신 미간을 찌푸렸다.

“카이드, 자네가 와주어 다행이네. 이건… 우리의 모든 상식을 벗어났어.” 발라리우스 경이 낮게 읊조렸다. “아콘 엘라라의 서재는 ‘에테르 봉인’으로 완벽하게 보호받고 있었다네. 그 누구도 외부에서 침입할 수 없고, 내부에서도 아콘 본인의 허락 없이는 나갈 수 없지. 그런데… 그녀가 살해당했어.”

카이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테르 봉인. 아콘의 마력과 생명력에 연동되어 외부의 물질과 마법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고대의 마법 방어막. 이론상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밀실을 만드는 봉인 마법이었다.

“봉인은 현재도 완벽하게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테오도르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제가 여러 차례 마력 스캔을 시도했으나, 그 어떤 침입의 흔적도, 봉인 훼손의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외부로부터의 침입은 불가능합니다. 마치 유령이… 유령이 나타나 그녀를 벤 것 같아요.”

카이드는 길게 뻗은 손가락으로 에테르 봉인의 문을 가볍게 쓸어보았다. 문득, 그의 눈이 문설주 가장자리에 머물렀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마력의 떨림이, 문이 아닌 문 옆 벽의 특정 지점에서 아주 희미하게 감지되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스쳐 지나쳤을, 혹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지점이었다. 그러나 카이드의 안테나는 작은 이상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봉인을 해제해 주십시오.” 카이드가 나직이 말했다.

테오도르는 몇 마디 주문을 외우고, 아콘 엘라라의 개인 마력 코드를 입력했다. 에테르 봉인이 차르르륵 소리와 함께 연보랏빛 섬광을 내뿜으며 해제되었다. 문이 안쪽으로 스르륵 열리자, 죽음의 한기가 서재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서재 안은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 먼지 하나 앉지 않은 고풍스러운 책장들, 정갈하게 놓인 서류 뭉치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아콘 엘라라 베르사미가 묵직한 마호가니 책상에 상체를 기댄 채 죽어 있었다. 그녀의 등에는 화려하게 세공된 단도가 심장 깊숙이 박혀 있었고, 단도 손잡이에는 고대어로 쓰인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피는 최소한으로만 흘러나왔고, 그녀의 표정은… 놀랍게도 평온했다. 마치 잠들 듯 고요한 얼굴이었다.

“발버둥 친 흔적이 없습니다.” 발라리우스 경이 씁쓸하게 말했다. “독살이나 마법적 속박이 있었다 해도, 이렇게 깨끗할 수는 없습니다.”

카이드는 시신으로 향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앉아 엘라라의 시신을 꼼꼼히 살폈다. 등에 박힌 단도, 피의 응고 상태, 그리고 그녀의 손에 쥐여 있던 작은 열쇠.

“이 열쇠는 무엇입니까?” 카이드가 물었다.

“아콘 개인의 작은 보관함을 여는 열쇠입니다. 이 서재의 에테르 봉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저 평범한 자물쇠의 열쇠죠.” 테오도르가 한숨을 쉬었다. “에테르 봉인을 해제하는 진정한 ‘아콘의 열쇠’는 그녀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입니다. 항상 몸에서 떼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카이드는 엘라라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예상대로, 봉인 해제에 쓰이는 진정한 아콘의 열쇠가 달려 있었다. 그는 다시 그녀의 손에 쥐여 있는 평범한 열쇠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서재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강도 높은 마법 방어막으로 외부와 차단되어 있었다. 어떠한 흔적도 없었다. 방 안의 먼지조차 거의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는 즉, 누군가 급하게 움직이거나, 격렬한 싸움을 벌인 흔적이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

“이상합니다.” 카이드가 중얼거렸다. “움직임이 없어요. 마력이 흐트러진 흔적도 거의 없고, 물리적 접촉의 흔적도 미미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혼란스러운 겁니다. 그녀는 잠든 채로 살해당한 것 같지만, 봉인은 완벽했습니다. 침입자는 흔적도 없이 나타나 그녀를 찌르고 사라진 것입니다.” 테오도르가 좌절감에 고개를 숙였다.

카이드는 서재 한가운데로 걸어 나왔다. 이 방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밀실이었다. 외부의 침입도, 내부의 탈출도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엘라라는 죽었다.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은 엘라라의 등, 단도가 박혀 있는 바로 그 지점이었다. 그는 한참을 그렇게 응시하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시선은 다시 문설주 가장자리의 ‘떨림’을 향했다.

“이 단도는 어디에 있던 것입니까?” 카이드가 물었다.

“그것은 아콘 엘라라의 개인 소장품입니다. 그녀의 조상이 대악마를 물리치고 얻은 유물로, 서재 벽에 장식되어 있던 것입니다.” 발라리우스 경이 답했다.

그 순간, 카이드의 눈에 섬광이 스쳤다.

“이 단도는 유물입니까? 그렇다면 이 단도 자체에 어떤 고유한 마력이 깃들어 있었겠군요.” 카이드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아콘 엘라라의 표정은 평온했습니다. 마치 죽음을 예상하지 못했거나, 저항할 수 없었거나… 혹은,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처럼요.”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였다고요? 그럼 자살이라는 말입니까? 하지만 저 단도는 벽에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스스로 등을 찌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테오도르가 반문했다.

카이드는 서재 벽에 걸려 있던, 이제는 비어 있는 단도 장식품을 바라보았다. 단도는 그곳에 있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엘라라의 심장에 박혀 있었다.

“아니요, 자살이 아닙니다.” 카이드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것은 살인입니다. 하지만 범인은 이 방에 들어오지 않았고, 이 방을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발라리우스 경과 테오도르의 얼굴에 혼란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카이드? 범인이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았다면… 공중에 떠서 죽인 것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발라리우스 경이 당황하여 물었다.

“거의 비슷합니다.” 카이드는 서서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의 시선은 다시 문설주 가장자리의 벽에 고정되었다. “에테르 봉인은 물질과 마법이 ‘경계를 넘는 것’을 막습니다. 하지만 만약 마법이 외부에서 촉발되고, 그 결과물이 ‘경계 안에서 발생’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경계 안에서 발생이라니요?” 테오도르가 의아해했다.

“에테르 봉인은 완벽합니다. 물리적 침입은 물론, 일반적인 마법의 침투도 불가능하죠. 하지만 고대 마법 중에는 특정 유물을 매개로, 특정 공간 내에 ‘순간적으로 실체화되는 환영’을 소환하는 기술이 있습니다. 이를 ‘의지의 현현(Manifestation of Intent)’이라고 합니다. 이 환영은 실제 물질과 같은 물리력을 가지지만, 그 본질은 마법적인 에너지의 집약체입니다. 에테르 봉인은 이런 ‘내부 발생적’ 존재를 차단하지 못했을 겁니다.”

카이드는 엘라라의 등에서 단도를 뽑아 들었다. 단도 표면에서 아주 희미한, 다른 마력의 잔류가 느껴졌다.

“이 유물 단도에는 강력한 방어 마법이 걸려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살해 당시, 그 방어 마법의 흔적이 거의 감지되지 않습니다. 대신, ‘의지의 현현’ 마법의 특유한 잔류 마력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는 단도를 들고 서재 벽의 비어 있는 장식대를 가리켰다.

“범인은 서재 밖, 어딘가에서 이 유물 단도를 ‘의지의 현현’ 마법의 매개체로 삼아 아콘의 서재 안으로 ‘마법적 환영’을 소환했습니다. 그 환영은 범인의 의지를 따라 이 방으로 들어오지 않고, 이 방에서 ‘생겨났습니다’.”

“환영이… 이 안에 나타났단 말입니까?” 테오도르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네. 그리고 그 환영이 이 유물 단도를 들고, 잠든 아콘 엘라라를 찔렀을 겁니다.” 카이드는 단도를 든 채, 엘라라가 앉아 있던 책상으로 향했다. “엘라라는 잠들어 있었거나, 가벼운 수면 마법에 걸려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항도, 공포도 없었죠. 그 고요한 표정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그의 손이 엘라라의 손에 쥐여 있던 작은 보관함 열쇠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 열쇠는 범인이 남긴 기만책입니다. 마치 엘라라가 누군가를 방으로 들이려 했거나, 스스로 나갈 방법을 찾으려 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 한 것입니다. 하지만 에테르 봉인과는 무관한 열쇠일 뿐입니다.”

“그럼 범인은… 대체 어떻게 이 마법을 사용한 겁니까? 에테르 봉인을 뚫지 않고도 이런 강력한 환영 마법을? 그리고 환영은 어떻게 사라진 겁니까?” 발라리우스 경이 다급하게 물었다.

“의지의 현현 마법으로 만들어진 환영은 목적을 달성하면 스스로 소멸합니다. 원래 에너지로 돌아가는 것이죠. 물질의 잔해를 남기지 않고, 마력의 흔적도 거의 남기지 않습니다. 마치… 유령처럼.” 카이드는 다시 문설주 가장자리의 벽을 가리켰다. “에테르 봉인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었습니다. 다만, 마법적 존재가 그 안에서 발현될 때, 봉인 자체의 미세한 마력 흐름에 아주 잠깐의 ‘왜곡’을 일으켰을 겁니다. 마치 물이 가득 찬 그릇에 돌을 던지면 물이 출렁이듯, 봉인의 마력장이 잠시 뒤틀렸던 것이죠. 다른 분들은 놓쳤겠지만, 저는 그 미세한 떨림을 감지했습니다.”

카이드는 뽑아든 단도를 손으로 들어 보였다. 단도는 미세하게 떨리는 듯했다.

“범인은 아콘 엘라라를 증오했지만, 그녀의 죽음을 직접 목도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혹은 직접 그녀의 성스러운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고대의 마법을 사용하여, 보이지 않는 손으로 그녀를 살해한 것입니다. 범인은 여전히 어딘가에 숨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테죠. 이 단도에 남아있는 ‘의지의 현현’ 마법의 잔류 마력은 범인의 고유한 마력 서명과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단서로 범인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밤새도록 이어진 밀실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는, 카이드의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비로소 실체를 드러냈다. 에테르 봉인의 완벽함 뒤에 숨겨진, 고대 마법을 이용한 치밀한 살인. 이제 남은 것은 범인의 얼굴을 밝히는 일 뿐이었다. 크리스탈 성채를 덮었던 새벽의 어둠은 걷혔지만, 또 다른 차가운 그림자가 그 위에 드리워지는 듯했다. 진범을 찾는 카이드의 발걸음은 이제 막 시작될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