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1. 어둠 속의 속삭임

강지훈은 현관문을 열고 익숙한 냄새가 감도는 자신의 공간으로 들어섰다. 퀴퀴한 복도 냄새와는 확연히 다른, 제법 아늑한 공기가 그를 감쌌다.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아무렇게나 소파 등받이에 던져 올리고, 피로에 절은 몸을 등받이에 깊이 파묻었다. 늦은 저녁, 창밖에서는 도시의 웅성거림이 희미하게 울렸고, 그제야 지훈은 비로소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는 듯한 안도감을 느꼈다. 냉장고에서 차가운 캔 음료를 꺼내 따는 소리가 적막한 거실에 날카롭게 울렸다.

그는 캔을 입으로 가져가려다 멈칫했다. 시선이 닿은 곳은 거실 한구석의 작은 작업용 책상이었다. 분명 아침에 나갈 때, 반듯하게 세워두었던 펜꽂이가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 같았다. ‘피곤한가…?’ 그는 눈을 비볐다. 다시 보니 제자리다. 착각이었겠지. 신경 쓰지 않고 캔 음료를 들이켰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차가운 액체가 하루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씻어내리는 듯했다.

며칠 후, 이상한 일은 조금 더 분명해졌다. 한밤중,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지훈은 거실에서 ‘툭’ 하는 둔탁한 소리에 잠결에 뒤척였다. 꽤나 큰 소리였다. ‘윗집인가, 아랫집인가?’ 지은 지 십 년이 넘은 아파트라 이런저런 생활 소음이 섞여 들 때도 있었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애썼지만,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이 등골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 식탁 위를 보니 유리컵 하나가 테이블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 그는 분명 어젯밤에 싱크대에 넣어두었을 텐데. 컵을 들고 싱크대로 향하며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건망증인가? 요즘 너무 바빴던 탓일 거라 애써 치부했다.

밤이 깊어지고, 지훈이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웹툰을 보고 있을 때였다. 거실에서 ‘삐걱’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누군가 느리게 걸어 다니는 것 같은 소리.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침묵 속에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누구 있어요?”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숨죽이고 가만히 있었다. 몇 분의 침묵이 흐른 후에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지훈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너무 예민한가?

그날 이후로 이상한 일들이 반복되었다. 샤워를 하다 보면 갑자기 욕실 불이 깜빡거렸다. 전구 수명이 다 된 것인가 싶었지만, 다른 방의 불까지 함께 깜빡이는 일은 분명 이상했다. 분명 닫고 나왔던 현관문이 미세하게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침대 옆 협탁에 놓아두었던 열쇠가 침대 아래 깊숙한 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지훈은 처음엔 건물의 노후를 탓하거나, 자신이 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보는 거라고 애써 합리화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점점 더 불안감과 함께 알 수 없는 공포가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들어 오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지훈은 침대에 앉아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늦게까지 이어지는 작업에 눈이 따가웠다. 그의 시야 한구석, 옷장 문이 스르륵, 아주 느리게 열렸다. 삐걱거리는 소리조차 없이,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 조심스럽게 밀어낸 것처럼. 지훈은 얼어붙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의 숨이 목구멍에 걸렸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옷장 문을 응시했다. 옷장 안은 캄캄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조금 전까지 닫혀 있던 문이었다. “뭐야…?” 그의 입에서 겨우 한숨 같은 말이 새어 나왔다. 그는 그제야 옷장 문을 닫았다. 닫힌 문 너머로, 희미한 한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날 밤의 일은 지훈에게 깊은 공포를 심어주었다. 그는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웠고, 눈꺼풀을 닫아도 잔상이 아른거렸다. 그리고 새벽 3시쯤, 거실에서 ‘쿵!’ 하는 둔탁하고 거대한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착각이라고 할 수 없는, 명확하고 온 아파트가 흔들리는 듯한 소리였다. 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간신히 용기를 내어 침실 문을 아주 조금 열고 거실을 엿보았다. 거실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런데, 식탁 위에 놓여 있던 과일 바구니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바구니 안에 담겨 있던 사과와 배가 사방으로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것보다 지훈을 더 충격에 빠뜨린 것은, 식탁 의자 중 하나가 공중에 떠 있었다는 점이었다.

지훈은 눈을 비볐다. 다시 봐도 의자는 바닥에서 한 뼘 정도 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그것을 들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아주 천천히, 의자는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 존재를 과시하듯, 장난을 치듯.

지훈은 입을 틀어막았다. 차마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더 이상 단순한 착각이나 노후된 건물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 현실의 범주를 넘어선 어떤 것이었다. 공포와 동시에 이 비현실적인 광경이 주는 전율이 온몸을 지배했다.

갑자기, 공중에 떠 있던 의자가 굉음과 함께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나무가 부서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어둠 속에서 귀청을 찢을 듯 울렸다.

지훈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는 얼른 침실 문을 닫고 벽에 기대 주저앉았다. 온몸이 떨리고 식은땀이 흘렀다. 손은 주체할 수 없이 흔들렸다.

“이건… 말도 안 돼…”

그의 아파트에, 불청객이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그 불청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밤은 이제 막 시작된 것 같았다. 그의 아파트는 더 이상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었다. 이곳은, 이제 낯선 공포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