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크흡, 크흠!”

낡은 돌기둥 틈새에서 뿜어져 나온 먼지구름이 하윤의 마른 기침을 유발했다. 이마에 낀 헤드랜턴 빛이 사방을 흔들었고, 그 빛 아래로 하얗게 흩날리는 먼지 입자들이 마치 반딧불이처럼 반짝였다. 그녀는 한 손으로 입을 막고 다른 손으로 탐사복에 달린 주머니를 더듬었다. 손수건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상황에 맞는 물품 따위는 애초에 챙기지도 않았다.

“괜찮아요?”

도현의 묵직한 목소리가 동굴 벽을 타고 울렸다. 그는 하윤에게 한 발짝 다가와 손수건 대신 물통을 건넸다. 하윤은 고개를 젓고 물통을 받아 한 모금 축였다. 텁텁했던 목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괜찮아요. 이 정도는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방금 전, 발밑에서 무너져 내린 통로 때문에 두 사람은 겨우 목숨을 건졌다. 만약 도현이 그녀를 끌어당기지 않았더라면, 하윤은 지금쯤 저 아래 칠흑 같은 심연 속으로 추락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심장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이런 ‘뭐’들이 너무 많은 게 문제 아닙니까?”

도현은 한숨을 쉬며 무너진 통로 끝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헤드랜턴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그림자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어쨌든, 무사했잖아요. 그리고 보세요! 저것 봐요!”

하윤은 흥분한 목소리로 손가락을 뻗었다. 그들의 앞에는 거대한 바위 절벽이 가로막고 있었는데, 그 중앙에는 마치 거인의 손으로 빚어낸 듯한 웅장한 문이 서 있었다. 투박한 돌문은 아니었다. 섬세하고 기이한 문양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박힌 알 수 없는 광물들이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도착했어요! ‘태양의 눈물’이라고 불리던, 전설 속의 심장부가 맞을 거예요!”

하윤은 두 눈을 반짝이며 문으로 달려갔다. 마치 첫사랑을 만난 소녀처럼 들뜬 모습이었다. 도현은 그런 그녀를 보며 작게 콧방귀를 뀌었다.

“전설에 따르면 ‘태양의 눈물’은 지혜로운 자만이 열 수 있다면서요? 학위 따는 것보다 어려울 겁니다, 아마.”

“흥! 전설은 전설일 뿐이고, 저는 학위를 따는 데 이미 도가 텄거든요?”

하윤은 씩씩하게 대꾸하며 손전등을 꺼내 문양을 비춰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돌벽 위를 훑었다.

“봐요, 이 문양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에요. 고대 언어와 상형문자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요. 그리고 이 중심에는… 이건 별자리를 나타내는 것 같아요. 북쪽 하늘의 별자리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요.”

하윤은 무언가에 홀린 듯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은 이미 수천 년 전의 비밀을 해독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도현은 그녀의 옆에 서서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문양보다는 문 자체의 구조와 혹시 모를 함정에 더 신경 쓰고 있었다.

“별자리라…. 그럼 별을 맞춰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특정 날짜에만 열리는 문인가?”

도현이 건성으로 툭 던졌다. 하윤은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아니, 아니! 단순히 별자리를 맞추는 게 아닐 거예요. 이 고대 문명은 천문학에 능했지만, 그들의 지혜는 훨씬 더 심오했어요. 별자리 배열과 동시에… 이 옆에 새겨진 문양들이 의미하는 건… 원소의 조화… 다섯 가지 근원의 힘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하윤의 설명은 점점 더 복잡해졌고, 도현의 미간은 점점 더 깊게 파였다.

“그러니까, 별자리랑 불, 물, 흙, 바람, 그리고 뭐 하나 더… 그걸 다 맞춰야 한다는 겁니까? 이거 그냥 폭약으로 터뜨리는 게 빠르겠는데?”

“안 돼요! 이 문은 단순한 돌문이 아니에요. 이런 고대 유물은 물리적인 힘으로 파괴하려고 하면 더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요! 여기 이 부분 봐요. 이 돌이… 다른 돌들과는 미묘하게 색깔이 달라요. 마치… 외부의 힘을 흡수하는 듯한 느낌이….”

하윤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부분은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돌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미세한 균열 사이로 희미한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그 돌을 건드리자, 갑자기 문 전체에서 ‘우우웅’ 하는 낮은 진동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으악!”

하윤은 놀라서 뒤로 물러섰고, 도현은 반사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붙잡아 자신의 등 뒤로 끌어당겼다. 그녀의 몸이 그의 단단한 가슴에 부딪히는 순간,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짧은 정적이 찾아왔다. 쿵, 쿵, 쿵. 심장 소리가 동굴 전체에 울리는 듯했다.

“괜찮아요? 너무 가까이 가지 말랬잖아요.”

도현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옥타브 낮았다. 하윤은 어색하게 웃으며 도현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그의 팔에 잡힌 허리가 왠지 모르게 뜨겁게 느껴졌다.

“네, 네에… 괜찮아요. 방금 그거… 진동이었죠? 작동하는 것 같아요!”

진동은 곧 잦아들었지만, 문양 사이의 푸른빛은 더욱 선명해졌다.

“분명해요! 이 문은 다섯 가지 원소의 상징을 올바른 순서로 활성화시켜야 하는 거예요. 이 푸른빛은 물을 의미하는 거예요. 그럼 다음은 불인가? 아니면 흙?”

하윤은 다시 문양에 매달렸다. 그녀의 눈은 마치 보물을 발견한 듯 빛나고 있었다. 도현은 그녀의 옆에 서서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며 주위를 경계했다.

“이 문양은 불꽃의 형태를 닮았지만, 동시에 태양의 모양을 띠고 있어요. 그리고 그 옆에는…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체. 이건… 흙과 생명의 상징이 분명해요.”

하윤은 빠르게 다음 순서를 찾아내고 손가락으로 돌기를 눌렀다. 그녀의 손이 닿는 곳마다 푸른빛은 더욱 강렬해지며 문양 전체를 휘감았다.

“그럼 제가 이쪽을 누를게요!”

도현은 하윤의 설명을 듣고 빠르게 움직였다. 그가 손으로 누른 부분에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이어 노란빛, 녹색빛이 번갈아 가며 문양을 채웠다. 다섯 가지 색깔의 빛이 문 전체를 감싸는 순간, 거대한 돌문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우와…!”

하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천 년 동안 닫혀 있던 문이 마침내 그들의 앞에 미지의 공간을 드러냈다. 거대한 돌문이 완전히 열리자,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기운이 그들을 덮쳤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그것은, 그들이 상상했던 어떤 것과도 달랐다. 거대한 홀의 중앙에서, 심장을 꿰뚫는 듯한 푸른빛이…

“저건… 대체….”

도현의 얼굴에도 경외심이 떠올랐다. 홀의 중앙에 떠 있는 것은 거대한 수정이었다. 그 수정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파동치며, 내부에 갇힌 듯한 무언가를 은밀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보석이 아니었다. 거대한 에너지가 그 안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정의 아래, 고요하게 잠든 듯 놓여 있는 것은… 너무나도 익숙하고, 동시에 너무나도 낯선 존재였다. 하윤은 숨을 들이켰다.

“저건… 사람…?”

거대한 수정 아래, 투명한 관 속에 잠들어 있는 것은 놀랍게도 한 여인의 형상이었다. 그녀는 마치 깊은 잠에 빠진 듯 평온한 얼굴이었으나, 그녀를 감싸고 있는 기이한 장치들과 흐릿한 문자들은 그녀가 단순한 사람이 아님을 웅변하고 있었다.

도현은 망설임 없이 홀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하윤은 그의 뒤를 따랐다. 그들의 발소리가 고요한 홀에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의 눈은 동시에 관 속의 여인과, 그녀의 가슴 위에서 빛나는 작은 문양에 고정되었다. 그 문양은 그들이 방금 열었던 문의 중심에 새겨져 있던 것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리고 그 문양에서 뻗어 나온 희미한 빛의 줄기가, 수정의 중심부를 향해 이어져 있었다.

“설마… 이 여인이… ‘태양의 눈물’의 비밀을 간직한 존재였던 건가?”

하윤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때였다.

정적을 깨고, 홀의 가장자리에서 거대한 바위가 떨어져 내리는 섬뜩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홀 전체가 맹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장에서 거대한 돌덩이들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고, 바닥은 갈라지며 심연을 드러냈다.

“젠장! 무너지고 있어요!”

도현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는 하윤의 손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하윤의 시선은 여전히 관 속의 여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흔들림이 거세질수록, 여인의 가슴 위 문양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은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었다. 마치… 깨어나려는 듯이.

쾅!

그들을 향해 거대한 바위가 떨어지는 순간, 관 속 여인의 눈꺼풀이… 아주 미세하게,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아주 희미하게, 움직였다.

정확히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분명했다.
오래된, 그러나 생생한 목소리.

“……도망쳐….”

그 목소리는 공포를 담고 있었고, 그 공포는 두 사람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거대한 바위가 그들을 덮치는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순간, 도현은 하윤을 끌어안고 필사적으로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의 뒤편에서, 투명한 관이 산산조각 나는 끔찍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