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아르카나 마법 학원, 그 웅장한 외벽을 따라 돋아난 톱니바퀴와 김이 피어나는 증기 파이프는 언제나 학생들에게 경이로움과 자부심의 상징이었다. 고고하게 솟아오른 청동 첨탑은 늘 하늘을 찌를 듯했고, 그 아래 거대한 시계탑의 태엽 도는 소리는 학원의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모든 기계적인 질서 아래, 누구도 알지 못하는 금기의 심장이 따로 뛰고 있었다.

***

**제 72화: 심연의 박동**

카이는 낡은 작업등 아래 쪼그리고 앉아 부서진 증기 권총의 방아쇠 메커니즘을 뜯어보고 있었다. 톱니바퀴 조각들이 그의 땀에 젖은 손가락 위에서 미끄러졌다. 탁, 탁, 탁. 규칙적인 망치질 소리가 그의 작은 작업실을 채웠다. 아르카나 학원에서도 가장 외진, 지하 보일러실 옆에 자리한 이 공간은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였다. 공식적으로는 ‘폐쇄 구역’이었으나, 그는 이미 학원의 모든 숨겨진 통로와 낡은 배관을 꿰고 있었다. 고장 난 것들을 고치고, 버려진 것들을 재탄생시키는 일만이 그에게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한참을 몰두하던 그의 귀에, 익숙지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쿵….

미세하게 땅을 울리는 듯한, 둔탁하고 깊은 진동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거대한 보일러의 압력 밸브가 작동하는 소리려니 했다. 학원의 지하에는 늘 수많은 기계 장치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으니. 하지만 귀를 기울일수록, 그 소리는 보일러의 굉음과는 확연히 다른, 불규칙하지만 살아있는 듯한 리듬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소리처럼.

카이의 손길이 멈췄다.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작업등의 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는 공구들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호기심은 그에게 늘 넘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소리가 오는 방향은 확실했다. 그의 작업실 바로 아래, 학원의 가장 깊숙한 곳. 지도상에는 그저 ‘미개방 구역’ 혹은 ‘오래된 지하 수로’라고 표기된 곳이었다. 그러나 학원 설립 이래 그 누구도 발을 들인 적이 없다고 전해지는 곳. 그곳에서 이런 소리가 난다는 건, 뭔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오래된 작업복 주머니에서 특수 제작된 증기 랜턴을 꺼냈다. 불완전한 압력으로 희미하게 빛을 내는 랜턴의 불빛이 그의 결심을 비췄다. 좁고 삐걱거리는 비상용 사다리를 통해 지하 보일러실을 가로질렀다. 거대한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그의 뺨을 스쳤다. 증기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통로를 지나, 그는 오래전부터 봐두었던 비밀 통로 앞에 섰다. 낡은 철문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굳게 잠겨 있었다. 일반적인 자물쇠였다면 꿈도 꾸지 못했겠지만, 그의 주머니에는 늘 만능 해제 장치가 들어있었다. 정교하게 세공된 톱니바퀴와 레버들로 이루어진 도구를 자물쇠 구멍에 넣고 조심스럽게 돌리자, 찰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차가운 공기가 그를 감쌌다. 코를 찌르는 금속과 흙먼지 냄새,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피비린내와 비슷한 단내가 섞여 있었다. 랜턴 불빛 아래 드러난 통로는 거친 돌벽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오래된 녹물이 흐른 흔적이 벽을 시꺼멓게 물들이고 있었다. 바닥은 축축했고, 발소리가 흡수되지 않고 메아리쳤다.

쿵… 쿵… 쿵….

심장 박동 소리는 이곳에서 더욱 선명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의 심장이 바로 코앞에서 뛰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 카이는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그의 증기 랜턴은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벽에는 오래된 마법 문양들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지만, 대부분의 표면이 부식되어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그 문양들 사이로 기묘하게 얽힌 청동 파이프들이 보였다. 단순히 물을 운반하는 파이프가 아니었다. 마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이른바 ‘에테르 도관’이었다. 그것들은 학원의 심장부로 향하는 듯, 아래로 아래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는 수십 미터를 내려갔을까. 통로는 갑자기 넓어졌다. 거대한 석회암 동굴과 같은 공간이었다. 발소리가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대신, 축축하고 미끄러운 바닥을 밟는 그의 신발 소리만이 먹먹하게 울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그곳에 도달했다.

카이의 랜턴 불빛이 닿는 곳 너머, 거대한 원형의 공간이 펼쳐졌다. 그곳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지만, 중앙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미한 푸른빛과 붉은빛이 공간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숨을 들이쉬자, 아까 맡았던 단내와 금속 냄새가 한층 더 강하게 코를 찔렀다. 비릿하고 역겨운, 그러나 동시에 묘하게 매혹적인 냄새였다.

푸른빛의 근원은, 공간 중앙에 솟아오른 거대한 수정 기둥이었다. 기둥 안에서 에테르가 용암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그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느리게 회전했고, 쉭쉭거리는 증기 분출음이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이것이 바로 아르카나 학원의 심장부, 모든 마법 장치와 증기 기관의 동력을 공급하는 ‘핵심 동력로’였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본 것은 상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핵심 동력로의 정중앙, 거대한 수정 기둥 아래에는 단순한 기계 장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듯 보였다. 육중한 쇠사슬과 구리 도관들이 거대한 덩어리를 칭칭 감고 있었다. 덩어리는 유기물과 무기물이 기괴하게 섞여 있었다. 푸른빛을 반사하며 번들거리는 검붉은 살점들, 그 사이로 박혀 있는 닳고 닳은 황동 기어들, 그리고 그것들을 관통하는 반투명한 에테르 도관들.

쿵… 쿵… 쿵….

이 박동 소리의 근원이 바로 저것이었다. 기계가 아닌, 고동치는 심장의 소리.
그의 눈이 공포로 크게 뜨였다. 덩어리의 한가운데, 수많은 파이프와 철판 사이에 파묻힌 채, 그는 명확한 형상을 발견했다. 흐릿하지만 분명한 ‘인간’의 형상이었다.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입술은 찢겨 있었고, 한쪽 눈은 톱니바퀴에 의해 대체되어 섬뜩하게 푸른빛을 내뿜고 있었다. 다른 한쪽 눈은 흰자위가 다 드러난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비록 기계와 융합되었지만, 그 처절한 표정은 분명 인간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 형상의 가슴팍에서는 빛나는 에테르 도관들이 갈비뼈 사이를 비집고 나와 핵심 수정 기둥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것은… 생체 동력로였다. 학원 지하에 숨겨진, 금기의 결정체.
아르카나 학원의 위대한 마법이, 거대한 증기 기관들이, 그리고 그 위용을 자랑하는 ‘자동 기사’들이, 바로 이 끔찍한 제물을 통해 움직이고 있었다니.

그는 숨쉬는 것조차 잊었다. 끔찍한 진실이 그의 뇌리를 강타했다. 학원의 가장 자랑스러운 수호자인 ‘자동 기사’들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그들의 내부에 숨겨진 동력원은… 바로 저것이었다. 변형되고, 고통받는, 인간의 심장과 영혼.

그때였다.

멀리서, 금속이 바닥을 긁는 듯한, 둔탁하고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려왔다.

터벅… 터벅… 터벅….

그것은 학원 복도를 순찰하는 ‘자동 기사’의 발소리였다. 이곳에는 있을 수 없는 소리였다. 카이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그는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숨으려 했다. 늦었다. 통로 어귀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강렬한 붉은빛이 어둠을 가르고 그의 눈을 꿰뚫었다.

번쩍!

자동 기사의 붉은 광학 센서가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