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게임 (VRMMO)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진우는 깊은 한숨을 쉬며 낡은 지팡이를 고쳐 잡았다. [파편의 회랑] 최하층. 그 흔해 빠진 에테르 응집체를 찾겠다고 여기까지 내려왔지만, 보이는 건 먼지 쌓인 해골과 눅눅한 거미줄뿐이었다. 메마른 골렘 조각을 깨부수며 얻는 경험치는 이제 그의 레벨에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다.

“젠장,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이 놈의 에테르 응집체는.”

시야를 이리저리 돌리던 그의 눈에, 유독 허름한 책장 하나가 들어왔다. 다른 책장들과 달리 텅 비어 있었고, 기이하게도 그 주변 공간이 희미하게 일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진우는 잠시 눈을 비볐지만, 일렁임은 사라지지 않았다.

“착시인가?”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책장으로 다가갔다. 가까이 갈수록 일렁임은 더욱 선명해졌다. 마치 아지랑이처럼 공간이 왜곡되는 현상이었다. 손을 뻗어 책장 표면을 더듬었다. 손가락 끝에 닿는 감촉은 분명 낡은 나무였지만, 그 너머로 무언가 다른, 차갑고 단단한 기운이 느껴지는 듯했다.

“[분석] 스킬 발동!”

그의 눈에 보이지 않던 정보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오래된 환영 서가]
[고대의 마법으로 감춰진 가짜 책장. 일정 조건 만족 시 진실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환영 서가? 이런 게 있었단 말이야?”

진우는 주변을 다시 살폈다. 퀘스트 마커도, 다른 유저의 발자취도 없었다. 완벽하게 잊힌 공간, 아니,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던 곳처럼 보였다. 그는 책장을 다시 한 번 천천히 살폈다. 그러다 문득, 책장 하단에 희미하게 새겨진 문양을 발견했다. 세 개의 동심원 안에 별이 박힌 형상이었다.

“이거… 전에 [고대 주술의 흔적] 퀘스트에서 봤던 문양인데?”

그는 기억을 더듬었다. 당시 퀘스트에서 그 문양은 마력의 흐름을 제어하는 인장 중 하나라고 했다. 특정 속성의 마력을 주입해야만 반응하는 인장. 정확히는 ‘새벽의 마나’라고 불리는, 순수한 마력에만 반응하는 인장이었다.

진우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의 지팡이에서 푸른색 마나가 흘러나와 문양 위로 스며들었다.

스으으으…

문양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빛은 점점 강렬해지더니, 이내 책장 전체를 휘감았다. 낡은 나무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거대한 돌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육중한 돌문 위에는 아까와 같은 별 문양이 더욱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콰아앙-!

묵직한 소리를 내며 돌문이 안쪽으로 천천히 열렸다. 안에서는 퀘퀘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차가운 공기가 훅 끼쳐 나왔다. 어둠 속 너머로 아득히 긴 복도가 보였다.

[히든 던전: 잊힌 서고 ‘에트리아’를 발견했습니다.]
[최초 발견 보상: 고대 서고의 열쇠 조각 (1/3)]
[업적 달성: ‘시간을 거스르는 자’]
[칭호 획득: ‘비밀의 탐구자’]

진우는 숨을 들이켰다. 히든 던전이라니! 그것도 ‘에트리아’라는 이름까지 붙은. 이런 곳이 아직도 남아있었다니 믿기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발을 들였다. 복도를 따라 들어가자, 이내 거대한 원형 공간이 나타났다. 셀 수 없이 많은 책장들이 겹겹이 쌓여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다. 먼지가 두텁게 쌓여 있었지만, 모든 책들이 그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듯 보였다.

“이게 다… 책이라고?”

그는 가장 가까운 책장으로 다가갔다. 낡은 책들을 하나하나 살펴봤지만, 대부분은 오래되어 내용이 지워졌거나, 알아볼 수 없는 고대어로 쓰여 있었다. 그나마 내용이 온전히 남아있는 책은 너무나도 희귀했다.

한참을 헤매던 진우는, 공간 중앙에 놓인 거대한 대리석 제단 앞에 멈춰 섰다. 제단 위에는 한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여타 책들과 달리 낡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은색 가죽 표지가 온전히 유지되어 있었다. 책 표지에는 아까 보았던 별 문양이 은색 실로 정교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마치 영원히 빛날 것처럼.

그는 조심스럽게 책을 펼쳤다. 안은 놀랍게도 깨끗했다. 종이도 변색되지 않고, 잉크도 선명했다. 페이지마다 정교한 그림과 함께 고대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시스템] 고대 마법 문헌 ‘별의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별의 기록]
[태고의 존재들이 사용했던, 잊힌 마법의 원리가 담긴 기록입니다. 현재는 잠금 상태이며, 해독을 위해서는 ‘고대 언어 해독’ 스킬 레벨이 일정 수준 이상이거나, ‘태고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잠금? 태고의 지혜?”

진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고대 언어 해독’ 스킬은 배울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고, ‘태고의 지혜’라는 건 처음 듣는 말이었다. 고대 마법이 눈앞에 있는데도 쓸 수 없다니. 그는 답답함에 다시 한번 책을 천천히 훑었다.

그러다 문득, 첫 페이지에 그려진 별 문양 그림의 한 부분이 다른 그림들과 미묘하게 다르게 빛나고 있음을 알아챘다. 마치 살아있는 작은 별처럼 반짝였다. 손가락으로 그 부분을 만지자, 문양에서 작은 불꽃이 튀어 오르더니 순식간에 그의 손가락 끝으로 흡수되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기묘한 감각이었다.

[시스템 알림: ‘별의 잔흔’을 획득했습니다.]

[별의 잔흔]
[고대 마법 ‘별의 기록’의 첫 번째 마법 ‘각인의 불꽃’의 단편적인 흔적. 불완전한 상태이며, 고대 마법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수 능력: 각인의 불꽃 (불완전)]
[설명: 대상에 불완전한 마력의 각인을 새겨 넣습니다. 제한된 효과만 발휘합니다.]

“각인의 불꽃…?”

그 순간, 그의 손바닥에 희미한 별 문양이 붉게 떠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거대한 서고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웅-!

책장들이 휘청거리고, 천장에서 먼지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사방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거대한 존재가 기지개를 켜는 듯한 굉음이었다.

“[시스템] ‘별의 기록’의 봉인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해졌습니다. 주변 공간에 마력 폭주 현상이 발생합니다.”

“젠장, 내가 뭘 건드린 거야!”

진우는 당황하여 주변을 살폈다. 서고의 끝, 어둠 속에 잠겨 있던 가장 높은 책장들이 붉은빛으로 번쩍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형체를 갖춰가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지식의 수호자라도 되는 것처럼, 두 개의 거대한 눈이 진우를 응시했다. 그 눈은 수천 년의 지혜와 함께, 침입자에 대한 불쾌감을 담고 있었다.

[경고: 고대의 지식 수호자 ‘서고의 파수꾼’이 깨어났습니다!]
[위험 등급: ????]

진우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불완전한 ‘각인의 불꽃’을 획득한 채, 미지의 존재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서고의 파수꾼이 천천히, 그리고 위협적으로 팔을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