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독립적인 단편 소설

무너진 다리 위를 건널 때마다 낡은 철골이 삐걱이며 비명을 질렀다. 녹슨 철근과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고, 그 아래로는 물기 빠진 강바닥이 뱀처럼 구불거렸다. 지훈은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기며 낡은 배낭을 고쳐 멨다. 그의 뒤를 따르는 아린의 작은 손은 그의 큼지막한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아이는 낡은 곰 인형을 가슴에 안고 잔뜩 겁에 질린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괜찮아, 아린아. 조금만 더 가면 돼.”

지훈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단단하게 들리려 애썼다. 며칠째 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한 탓이었다. 목은 사막처럼 바짝 말라 있었고, 몸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 하늘은 핏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이 시간은 언제나 위험했다. 그림자가 길어지고, 놈들이 어둠 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시간.

다리를 거의 다 건널 무렵, 지훈의 귀에 미세한 소리가 포착됐다. 쇠를 긁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 그리고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그는 즉시 아린을 뒤로 숨기고 손에 든 낡은 야구 방망이를 고쳐 잡았다. 방망이 끝에는 날카롭게 갈아낸 철근 조각이 덧대어져 있었다.

“쉿.”

아린은 숨을 멈췄다. 작은 몸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다리 아래 교각을 따라 폐허가 된 건물의 잔해가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놈들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세 마리. 한때는 사람이었을 시체들이 뒤틀린 관절을 이끌고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를 비척이며 기어오르고 있었다. 놈들의 눈은 텅 비어 있었고, 입에서는 검붉은 침이 질질 흘렀다.

지훈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정면으로 부딪히는 건 미친 짓이었다. 특히 아린이 있을 때는 더더욱. 그는 주위를 빠르게 스캔했다. 다리 난간이 부서진 틈새, 그리고 그 아래로 이어진 비상계단 같은 철제 구조물이 보였다. 아마도 건설 당시 임시로 설치했던 것 같았다.

“아린아, 아빠 등 뒤에 바짝 붙어.”

그는 아린을 자신의 등 뒤로 바짝 끌어당겼다. 놈들이 다리 위로 올라오는 속도는 느렸지만, 꾸준했다. 지훈은 한숨을 내쉬고는 난간이 부서진 틈을 향해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첫 번째 놈이 다리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지훈은 아린을 안고 몸을 날렸다. 낡은 철제 구조물에 거친 마찰음과 함께 발이 닿았다. 녹슨 철골은 위태롭게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크아악!”

뒤에서 놈들의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지훈은 뒤돌아볼 틈도 없이 아래로 내려갔다. 아린은 그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폐허의 냄새를 실어 날랐다. 마른먼지와 썩어가는 고기의 냄새, 그리고 잊을 수 없는 피비린내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가까스로 땅에 발을 딛자, 지훈은 잠시 숨을 골랐다. 놈들은 다리 위에서 계속 으르렁거렸지만, 더 이상 따라 내려오지는 못하는 듯했다. 그는 아린을 내려놓고 무릎을 굽혀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괜찮아?”
아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작은 손은 여전히 곰 인형을 놓지 않았다.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거짓말이었다. 아무것도 괜찮지 않았다. 하지만 이 아이에게만큼은, 이 끝없는 절망 속에서도 작은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도시 외곽에 위치한 오래된 물류 창고였다. 그곳에는 분명 사람이 살았을 흔적이 많았고, 어쩌면 아직 쓸만한 물건들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이 사실일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지훈에게는 작은 실낱같은 희망조차 절실했다.

창고 건물은 철골이 앙상하게 드러난 채 거대한 뼈대처럼 서 있었다. 유리창은 모두 깨져 있었고, 강철 셔터문은 반쯤 찌그러진 채 바닥에 박혀 있었다. 내부에서는 어두운 그림자들이 춤을 추는 듯했다.

“조용히 해.”

지훈은 아린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먼지와 곰팡이 냄새, 그리고 어딘가 축축한 공기가 그들을 맞았다. 내부는 거대한 공동 같았다. 텅 빈 선반들, 뒹굴고 있는 파손된 상자들. 그리고 바닥에 말라붙은 핏자국들.

지훈은 벽을 따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바닥에 밟히는 유리조각과 부서진 나무 조각들이 신경을 긁었다. 아린은 그의 옆에서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작은 발걸음은 여전히 주변의 고요를 깨트렸다.

창고의 안쪽, 다른 구획으로 들어서자 희미한 햇빛이 천장의 구멍을 통해 쏟아지고 있었다. 그 빛 아래, 한쪽 구석에 쌓인 상자들이 눈에 띄었다. 다른 곳과는 달리 비교적 온전해 보이는 상자들. 희미한 희망이 가슴속에서 피어올랐다.

그는 아린을 안전한 기둥 뒤에 숨기고 상자 더미로 다가갔다. 심장이 다시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너무 쉽게 발견한 물건들은 언제나 함정이었다. 하지만 절박함은 경계심을 무디게 만들었다.
상자 중 하나를 열자, 마른 빵 몇 조각과 캔으로 된 과일 통조림, 그리고 빛바랜 약품 상자가 보였다. 지훈은 손을 뻗으려다 문득 섬뜩한 한기를 느꼈다.

주변이 너무 조용했다.
폐허가 된 이 세상에서, 이 정도의 고요는 불길한 징조였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상자 더미 위, 천장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그림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림자는 움직였다. 희미한 햇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아니, 한때는 인간이었을 것.

“쉬이이익…”

목구멍에서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놈은 다른 놈들보다 훨씬 크고, 기민해 보였다. 마르고 길쭉한 팔다리, 하지만 그 속에는 무시무시한 힘이 느껴졌다. 놈의 몸에는 찢어진 옷가지들이 너덜너덜하게 매달려 있었고, 뼈대가 드러난 손가락은 마치 갈고리처럼 구부러져 있었다.

지훈은 숨을 들이켰다. 가장 끔찍한 종류의 놈이었다. 오래도록 굶주려 더욱 날카로워진 사냥꾼.
놈은 천천히 자세를 낮추더니, 순식간에 상자 더미 위에서 지훈에게로 뛰어내렸다.

“크아악!”

지훈은 본능적으로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다. 쾅! 날카로운 철근 조각이 놈의 갈비뼈에 박혔다. 놈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지만, 그 비명 속에는 더 큰 광기가 섞여 있었다. 놈의 손톱이 지훈의 어깨를 스치며 살점을 찢었다.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다.

“아린아, 도망쳐!”

지훈은 소리쳤다. 아린은 두려움에 질려 움직이지 못하는 듯했다. 그 순간, 지훈은 자신의 몸을 던져 놈과 함께 상자 더미를 무너뜨렸다. 캔과 빵 조각들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놈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놈의 손이 지훈의 목을 죄어왔다. 숨이 막혔다. 놈의 썩은 내 나는 입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안 돼… 아린이가…’

지훈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의 손은 야구 방망이를 찾아 허우적거렸다. 겨우 방망이를 다시 움켜쥐자, 그는 놈의 머리를 향해 있는 힘껏 내리쳤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놈의 머리가 한쪽으로 꺾였다. 놈의 손아귀에 힘이 풀렸다.

지훈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의 어깨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놈은 바닥에 쓰러져 경련하듯 몸을 떨고 있었다.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었다. 놈의 텅 빈 눈동자는 여전히 지훈을 향하고 있었다.

“아린아!”

그는 아린을 불렀다. 기둥 뒤에서 작은 아이가 울먹이며 뛰쳐나왔다. 지훈은 아이를 끌어안았다. 아이의 몸은 잔뜩 떨리고 있었다.
“괜찮아, 아빠가 괜찮다고 했잖아…”

지훈은 놈의 머리를 한 번 더 내리쳐 확실히 처리한 후, 흩어진 물건들을 주워 담았다. 빵 몇 조각과 통조림 두 개, 그리고 상처에 바를 소독약과 붕대. 이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귀한 생존 물품이었다.

그들은 해 질 녘 폐허가 된 건물 옥상으로 올라섰다. 멀리 도시의 잔해들이 붉은 노을 아래 침묵하고 있었다. 지훈은 찢어진 옷으로 어깨의 상처를 대충 감쌌다. 통증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아린은 통조림 하나를 따서 조심스럽게 먹고 있었다. 지훈은 아이에게 먼저 먹으라며 자신의 몫을 양보했다. 차가운 바람이 그들의 얼굴을 스쳤다.

“아빠… 우리 내일은 어디로 가?”

아린의 작은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지훈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들이 드문드문 빛나고 있었다. 그 별빛은 이 황량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존재 같았다.

“어디든… 살아남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지.”

그는 그렇게 답했지만, 사실 갈 곳은 없었다. 매일매일이 똑같은 생존의 연속이었다. 오늘 살아남으면 내일이 찾아오고, 내일도 또 다른 지옥이 펼쳐질 뿐이었다.

하지만 지훈은 아린의 작은 어깨를 감싸 안았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아이의 온기가 그의 손끝에 전해졌다. 그것은 그가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였고, 그를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우리… 언젠가는… 아주 평화로운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지훈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아린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아린은 그의 품에 얼굴을 기대고 잠이 들었는지, 아니면 그저 침묵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밤은 깊어지고, 폐허가 된 도시는 또 다른 밤을 맞이했다. 끝없는 절망 속에서도, 그들은 작은 희망을 끌어안고 다음 날을 향해 숨을 쉬고 있었다. 내일은 또 어떤 고통과 마주하게 될까. 알 수 없었지만, 지훈은 알고 있었다.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적어도 아린이 그의 손을 잡고 있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