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밤 열한 시, 김지훈은 지친 몸을 이끌고 낡은 아파트 현관문을 열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눅눅한 공기가 습관처럼 코를 찔렀다. 좁디좁은 원룸. 세탁기 옆에 쌓인 빨랫감, 싱크대에 잠겨 있는 설거지, 책상 위를 점령한 택배 상자들. 완벽한 자취생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평소보다 기분이 묘했다. 며칠 전부터 사소한 이상 현상이 그의 신경을 긁고 있었다.

“빌어먹을… 피곤해 죽겠네.”

지훈은 투덜거리며 신발을 벗었다. 벗어놓은 운동화가 저절로 현관 구석으로 스르륵 밀려나는 것 같았지만, 그는 애써 무시했다. 환영이겠지.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거다.

냉장고에서 꺼낸 생수병을 들이켰다. 텅 빈 방 안은 언제나처럼 정적에 잠겨 있었다. 아니, 잠겨 있었어야 했다.

“…뭐지?”

싱크대 구석에 놓여 있던 유리컵이,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삐그덕 소리를 내며 상판 위를 한 뼘 정도 미끄러졌다. 그리고는, 멈췄다. 지훈은 손에 든 생수병을 든 채 굳었다.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나? 아니면… 지진?’

지진치고는 너무 미미했다. 게다가 창밖의 도시는 고요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하기만 했다. 지훈은 마른침을 삼켰다.

“젠장, 또 시작이야.”

며칠 전부터 이런 식이었다. 분명 닫아둔 옷장 문이 열려 있다거나, 침대 머리맡에 둔 리모컨이 뜬금없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식이었다. 처음엔 건망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의 심장이 불안하게 쿵쾅거렸다.

“누구… 있어요?”

어리석다는 걸 알면서도 목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텅 빈 방에 메아리치는 그의 목소리는 유독 더 작고 비참하게 들렸다. 대답은 없었다. 대신, 안방에서 희미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 종이를 구기듯, 옷깃을 스치듯.

지훈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안방은 그의 침실이자 가장 사적인 공간이었다. 그는 망설였다. 도망쳐야 하나? 아니면… 확인해야 하나?

“이봐, 장난치지 마. 경찰 부르기 전에 나와.”

목소리는 이전보다 힘이 실렸지만, 다리는 후들거렸다. 그의 손이 본능적으로 식칼이 꽂혀 있는 칼꽂이로 향했다. 시퍼런 칼날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어설프게 쥔 칼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맨손보다는 나을 터였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안방 문 쪽으로 다가갔다. 방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그 틈새로 보이는 방 안은 어두웠다. 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덜컥.

그때였다. 닫혀 있던 방문이 갑자기 안쪽으로 확 열렸다. 지훈은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식칼을 든 손이 허공을 휘둘렀다.

방 안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러나 분명히, 침대 위 이불이 스르륵 미끄러져 내려와 바닥에 떨어졌다. 그 뒤를 이어 베개가, 그리고… 그의 잠옷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미쳤어… 이건 말도 안 돼…”

지훈의 눈앞에서 잠옷이 팔다리 모양을 갖추며 허공에서 춤을 추듯 흔들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그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쿵! 쿵! 쿵!

창문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밖에서 거대한 망치로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유리창이 깨질 듯 울렸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거실로 뛰쳐나갔다. 이 아파트는 더 이상 그의 안전한 보금자리가 아니었다.

현관문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손잡이를 잡고 돌리려는 순간, 현관문이 쿵, 하고 크게 울렸다.

‘닫혔잖아!’

분명 잠그지 않았던 문이었다. 손잡이를 이리저리 돌려봤지만,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열어! 열라고!”

지훈은 미친 사람처럼 손잡이를 잡아 흔들며 소리쳤다. 그 순간, 거실의 스탠드 램프가 스스로 공중에 떠올랐다. 전선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램프는 덜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훈의 등 뒤를 향해 날아왔다.

콰아앙!

램프는 현관문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지훈은 바닥에 엎어졌다. 깨진 유리 조각이 그의 뺨을 스쳤다.

“으윽…”

떨리는 손으로 뺨을 만졌다. 피가 묻어 나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거실의 다른 가구들이 하나둘씩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소파가 붕 뜨고, 테이블이 뒤집히며,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이곳은 더 이상 그의 집이 아니었다. 혼돈 그 자체였다. 그의 아파트는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그를 가두고 공격하는 거대한 함정이 되었다.

“안 돼… 제발….”

그때, 현관문 옆 벽면에서 기이한 현상이 시작됐다. 낡은 벽지가 물결치듯 일렁이더니, 표면이 거울처럼 투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아파트 내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비쳤다. 어둡고 축축한,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통로. 그리고 그 통로 저편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것을 지훈은 목격했다.

그것은 그의 아파트에 숨겨진 또 다른 공간이었다. 미로처럼 얽힌, 알 수 없는 던전의 입구가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공중에 떠 있던 가구들이 일제히 그 투명한 벽을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새로, 차갑고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지훈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제 겨우 알았다. 이 지긋지긋한 아파트는, 그를 위한 던전이었다. 그리고 그는… 갇혔다.

“젠장… 누가 좀…”

그의 눈앞의 벽이 완전히 투명해졌다. 그 너머의 공간은 심연처럼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두 개의 붉은 눈이 섬뜩하게 반짝였다.

그것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던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