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게임 (VRMMO)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잿빛 생존

**장면 1: 잿빛 폐허, 이름 없는 거리**

**[1컷]**
(삭막한 황무지 한가운데, 반쯤 무너진 고층 빌딩들이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내고 있다. 먼지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찢어진 현수막 조각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하늘은 언제나처럼 잿빛 구름에 덮여 빛 한 점 없이 어둡다. 화면 중앙에는 낡은 방진 마스크와 허름한 방어구로 몸을 가린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의 등에는 크고 낡은 백팩이 짊어져 있다.)

**나레이션 (강하준):**
세상이 한 줌의 먼지로 변한 지 몇 년이 지났을까.
어떤 이들은 새로운 시작이라 했고, 어떤 이들은 끝이라고 했다.
내게는 그저 매일 숨 쉬고, 움직이고, 살아남는 것만이 유일한 현실이었다.

**[2컷]**
(강하준의 클로즈업.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그의 눈은 피로에 지쳤지만, 예리하고 끈질긴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 그는 주위를 끊임없이 살피며 손에 든 낡은 스캐너를 응시한다. 스캐너 화면에는 흐릿한 신호가 깜빡인다.)

**강하준 (혼잣말):**
벌써 나흘째… 이대로는 곤란해.
식량도, 물도 바닥을 보이고 있어.
제발, 뭔가 쓸 만한 게 나와야 할 텐데.

**[3컷]**
(강하준의 시선이 머무는 곳. 멀리 보이는 폐허 속에서, 비교적 온전하게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작은 상가 건물이 보인다. 간판의 글자는 지워져 알 수 없지만, 어렴풋이 ‘편의점’ 같은 건물의 흔적이 남아있다.)

**강하준 (혼잣말):**
저기인가. 제법 멀쩡해 보이는데.
어쩌면 아직 건질 게 있을지도 몰라.

**[4컷]**
(강하준이 허리를 낮추고 벽에 기대어 주변을 경계한다. 그의 눈은 빠르게 주변의 건물 잔해, 무너진 차량, 그리고 그림자 속을 훑는다. 이곳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강하준 (혼잣말):**
조용하군. 너무 조용한 게 탈이긴 하지만.
이런 곳일수록 더 위험한 법이지.

**[5컷]**
(강하준이 조용히 상가 건물 안으로 진입한다. 유리문은 이미 산산조각 나 있고, 내부는 온통 먼지와 부서진 선반, 쓰레기로 가득하다. 퀴퀴하고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른다.)

**[6컷]**
(강하준이 손전등을 켜고 내부를 비춘다. 빛이 닿는 곳마다 절망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모든 것이 약탈당하고 망가져 있다. 하지만 그의 눈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쓸 만한 것을 찾는다. 한쪽 구석, 선반 아래쪽에 무언가 번쩍이는 것이 보인다.)

**강하준 (혼잣말):**
…저건?

**[7컷]**
(강하준이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부서진 선반 뒤, 먼지에 뒤덮인 채 찌그러진 금속 캔이 몇 개 보였다. 그것은 이 세계에서 가장 귀한 것 중 하나인 ‘보존식량 캔’이었다.)

**강하준:**
이런 행운이…!

**[8컷]**
(강하준이 캔을 집어 들기 위해 손을 뻗는 순간, 정적을 깨고 날카로운 파열음이 터져 나온다. 그의 머리 위, 천장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덮쳐오는 것이 보인다. 스캐너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강하준 (혼잣말):**
젠장! 기척도 없이!

**[9컷]**
(천장에서 떨어진 것은 거미를 닮은 거대한 ‘변종 괴수’였다. 온몸이 칙칙한 회색빛 갑피로 덮여 있고, 여러 개의 눈이 불쾌하게 빛난다. 날카로운 다리 하나가 강하준이 있던 자리를 그대로 내리찍어 바닥을 부순다.)

**[10컷]**
(강하준은 간발의 차이로 옆으로 몸을 날려 피한다. 거미 괴수의 다리가 벽을 강타하며 엄청난 진동과 함께 먼지 구름을 일으킨다. 그의 손에는 낡고 녹슨 철 파이프가 들려 있다.)

**강하준:**
하아… 하아… 꽤나 끈질긴 놈이군.
이런 곳에서 나타날 줄이야!

**[11컷]**
(괴수가 강하준에게 맹렬하게 돌진한다. 그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강하준은 본능적으로 파이프를 휘둘러 괴수의 다리를 막지만, 엄청난 힘에 밀려 벽으로 내동댕이쳐진다. 등 뒤로 느껴지는 강렬한 충격에 숨이 막힌다.)

**강하준 (혼잣말):**
크윽…! 이 놈의 힘이…!

**[12컷]**
(괴수가 강하준의 위로 올라타려고 한다. 맹렬한 기세로 다가오는 거미의 송곳니가 섬뜩하게 번뜩인다. 강하준은 재빨리 품속에서 작은 섬광탄을 꺼내 던진다.)

**[13컷]**
(강렬한 섬광이 폐허 내부를 가득 채운다. 거미 괴수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친다. 강하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바닥에 굴러다니던 찌그러진 캔들을 재빨리 주워 백팩에 쑤셔 넣는다.)

**강하준:**
시간 없어!

**[14컷]**
(섬광이 사라지고, 괴수가 다시 강하준에게 돌진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하준이 단순히 도망치지 않는다. 그는 재빨리 파이프를 고쳐 잡고, 괴수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달려드는 다리 사이로 몸을 던진다. 그리고는 괴수의 갑피가 비교적 얇은 배 부분에 파이프를 힘껏 찔러 넣는다.)

**[15컷]**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괴수의 갑피가 파이프에 긁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괴수는 더욱 격렬하게 발버둥 치며 강하준을 쳐낸다. 강하준은 벽에 부딪히며 쓰러지지만, 그의 손에 들린 파이프 끝에서는 끈적한 녹색 액체가 묻어난다.)

**강하준:**
젠장… 제대로 한 방 먹였지만… 아직 멀었군.
이대로는 위험해.

**[16컷]**
(강하준이 괴물과 거리를 두며 빠르게 출구 쪽으로 몸을 움직인다. 괴수는 그의 뒤를 쫓아 격렬하게 추격한다. 폐허 내부를 가득 채우는 발소리와 날카로운 비명.)

**강하준 (혼잣말):**
그래, 내가 노린 건 이거야.
이 좁은 곳에선 이길 수 없어.

**[17컷]**
(강하준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온다. 괴수도 맹렬하게 뒤따라 나온다. 하지만 강하준은 이미 건물 주변에 미리 설치해 둔 ‘강철 덫’을 기억하고 있었다. 괴수가 밟는 순간, 땅속에서 날카로운 강철 이빨이 튀어나와 괴수의 다리를 강하게 물어뜯는다.)

**[18컷]**
(괴수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한쪽 다리를 절뚝인다. 강하준은 뒤돌아보지 않고 필사적으로 달린다. 그의 등 뒤로 괴수의 분노에 찬 포효가 울려 퍼진다.)

**강하준:**
하아… 하아… 망할 놈!
이 정도로는 잡을 수 없지만… 시간을 벌 순 있어!

**[19컷]**
(강하준이 멀리 떨어진 안전한 폐차 뒤에 숨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상처 입은 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다. 그는 찢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상처를 확인하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강하준 (혼잣말):**
젠장… 또 출혈인가.
치료 키트도 거의 바닥인데.

**[20컷]**
(그의 손에는 어렵게 구해 온 보존식량 캔 두 개가 들려 있다. 식량은 얻었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그는 잿빛 하늘을 올려다본다. 여전히 희망 없는 색깔이다.)

**강하준 (혼잣말):**
이 작은 캔 하나를 위해… 오늘도 죽을 뻔했군.
대체… 언제쯤 이 지긋지긋한 싸움이 끝날까.

**[21컷]**
(강하준의 시선이 백팩 한구석에 있는 낡은 사진으로 향한다. 사진 속에는 희미하게 웃고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먼지투성이의 사진은 그의 유일한 낙이자, 살아가는 이유였다.)

**강하준 (혼잣말):**
…하지만 포기할 순 없어.
반드시… 반드시 살아남아서…

**[22컷]**
(강하준이 사진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그의 눈에 다시금 끈질긴 생존의 불꽃이 타오른다. 그는 캔 하나를 딴다. 퍽, 하고 공기가 빠지는 소리가 절망적인 고요 속에서 크게 울린다.)

**강하준 (혼잣말):**
나는… 아직 끝낼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