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잿빛 협곡에 아침이 찾아오는 방식은 언제나 같았다. 희뿌연 먼지가 햇살을 가려, 모든 것을 칙칙한 회색으로 물들이는 식이었다. 흙먼지 가득한 바람은 폐부 깊숙이 스며들어, 이곳 주민들의 삶처럼 텁텁한 맛을 남겼다. 강민은 낡은 작업복 소매로 땀을 닦으며 고철 더미에 기대섰다. 제국력 503년, 그의 나이 스물두 해 동안 세상은 단 한 번도 ‘밝은’ 적이 없었다.

“젠장, 또 고장이야?”

옆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던 동료 ‘상구’가 쇠망치를 집어 던졌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낡은 채굴기의 덮개가 떨어져 나갔다.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름때와 연기 냄새는 강민에게 익숙한 삶의 악취였다.

“이봐, 상구. 성질내봤자 고쳐지나. 이것도 제국의 은총이야, 아마.” 강민이 비꼬는 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체념과 조소가 뒤섞여 있었다.

상구는 콧방귀를 뀌었다. “은총? 개뿔. 고철이나 던져주고 이걸로 하루에 철광석 500킬로그램을 캐오라니. 이건 노예나 다름없지.”

두 사람의 시선은 잿빛 협곡 저 멀리, 우뚝 솟은 제국의 정련소 탑을 향했다. 그 거대한 구조물은 마치 협곡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괴물처럼 보였다. 펄펄 끓는 용광로의 열기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제국은 이 협곡의 모든 자원을 거둬가면서, 이곳 사람들에게는 오직 낡은 기계와 최소한의 식량 배급만을 허락했다. 그마저도 세금을 빌미로 툭하면 줄이거나 빼앗아갔다.

갑자기, 저 멀리서 웅웅거리는 굉음이 들려왔다. 땅바닥이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강민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상구의 표정 역시 굳어졌다.

“또, 또 저것들이야?” 상구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들의 일그러진 표정에는 더 이상 놀라움 대신 지긋지긋한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이내 거대한 그림자가 협곡의 입구를 넘어섰다. 잿빛 하늘을 가르며 위용을 뽐내는 네 대의 ‘강철 야수’였다. 육중한 강철 장갑으로 뒤덮인 몸체, 여섯 개의 다리 끝에 달린 날카로운 발톱, 그리고 마치 거대한 짐승의 머리처럼 생긴 조종석. 제국의 최정예 병력인 ‘천공 기병단’이 운용하는 기동병기였다. 강철 야수들이 발을 디딜 때마다 땅이 울렸고, 낡은 오두막집들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 뒤를 따라 제국군 병사들이 탄 수송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먼지 구름이 협곡을 가득 메웠다.

“망할. 오늘은 또 뭘 가져가려고.” 강민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굳은 표정에는 무력한 분노가 가득했다.

강철 야수들이 마을 한가운데에 멈춰 섰다. 그 중 가장 거대한 한 대의 조종석 해치가 열리더니, 번쩍이는 금색 견장을 단 사령관이 내려왔다. 그의 얼굴에는 협곡 주민들을 향한 노골적인 경멸이 서려 있었다. 마치 그들이 벌레라도 되는 양, 짓밟아도 무방하다는 오만함이 표정에서 흘러나왔다.

“협곡 주민들은 모두 주목하라!” 사령관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위압적인 목소리는 잿빛 하늘을 찢는 듯했다. “제국의 효율적인 자원 운용을 위해, 오늘부로 모든 개인 소유의 채굴 도구와 기계는 제국에 귀속된다! 이에 불복하는 자는 반역으로 간주하여 엄벌에 처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채굴 도구와 기계는 그들의 생계 그 자체였다. 그것마저 빼앗아간다면 대체 무엇으로 살아가라는 말인가. 막막한 절망감이 주민들의 얼굴에 그림자처럼 드리웠다.

“말도 안 돼!” 한 노인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손에는 닳고 닳은 낡은 곡괭이가 들려 있었다. “이건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부터 내려온 거야! 이걸 가져가면 우린 뭘 먹고 살라는 건가!” 노인의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그 안에는 잃을 것 없는 자의 울분이 담겨 있었다.

사령관은 코웃음을 쳤다. “잡다한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 제국은 너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감사히 여겨라.”

“일자리? 노역이지! 쥐꼬리만 한 배급으로 뭘 어떻게 하라고!” 노인의 항변은 비명에 가까웠다.

노인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사령관의 눈빛이 차갑게 번득였다. 그는 강철 야수 중 한 대를 향해 손짓했다. 거대한 기계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다리 하나를 번쩍 들어 노인의 집을 향해 내리찍었다.

콰아앙!

귀청을 찢는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솟구치고 나무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노인의 낡은 오두막이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몇 대에 걸쳐 삶의 터전이 되어주었던 벽과 지붕이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노인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그의 얼굴에는 절망과 분노가 교차했다. 그 모습은 이곳 주민들의 무력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젠장…!” 강민이 이를 악물었다.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섰다. 어린 시절, 그의 부모님 역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모든 것을 빼앗겼다. 그 잔혹한 기억이 그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끓어오르는 분노가 그의 혈관을 타고 돌았다.

“누가 감히 제국의 명을 거역하는가!” 사령관이 다시 고함을 질렀다. “지금 즉시 모든 장비를 내려놓고 협조하라! 그렇지 않으면… 모든 저항은 저 오두막처럼 될 것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몇몇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며 낡은 도구들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들의 어깨는 무거운 짐을 진 듯 축 처져 있었다. 하지만 강민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부서진 오두막을 넘어, 여전히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제국의 강철 야수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거대한 힘 앞에 무릎 꿇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때였다. 부서진 오두막 잔해 속에서 옅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노인의 손녀였다. 강민은 숨을 헙 들이켰다. 소녀는 잔해 더미에 깔려 몸부림치고 있었다. 작은 몸이 흙먼지와 부스러기 속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꼬마야!” 노인이 비명을 지르며 소녀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제국군 병사들이 그를 막아섰다. 병사들은 냉정한 눈으로 노인을 밀쳐냈다.

사령관은 그 광경을 보고 비웃었다. “고작 저런 하찮은 존재 하나에 연연하는군. 이것이 바로 미개한 자들의 나약함이다.”

강민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이성이 제동을 걸었지만, 그의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억눌렸던 모든 분노가 한순간에 폭발하는 듯했다.

그는 옆에 버려져 있던 낡은 공구 가방을 집어 들었다. 가방 안에는 그가 몰래 개조하고 수리하며 지켜왔던 부품들이 들어 있었다. 녹슨 회로판, 불꽃이 튀는 배터리, 그리고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작지만 강력한 ‘충격 발사기’의 핵심 부품. 이것은 그가 밤낮으로 몰래 연구하며 만든, 제국의 기술과는 비교할 수 없는 투박하지만 독창적인 무기였다.

“강민아, 뭐 하는 거야!” 상구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의 얼굴에는 경악과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미쳤어? 저건 강철 야수야!”

강민은 상구의 손을 뿌리쳤다. 그의 눈은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보고만 있을 순 없어.”

그는 부서진 오두막의 잔해를 넘어 소녀에게로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제국군 병사들이 순식간에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훈련받은 병사들의 움직임은 기민했다.

“비켜!” 강민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생존을 위한 처절함이 담겨 있었다.

“하찮은 벌레가 감히!” 한 병사가 강민을 향해 총을 겨눴다. 총구는 섬뜩하게 빛났다.

그 순간, 강민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공구 가방에서 짧은 금속 막대 하나를 꺼내 들었다. 마치 미리 준비라도 한 듯, 그 막대 끝에는 전류가 흐르는 코일이 감겨 있었다. 그는 재빨리 그것을 병사의 총열에 갖다 댔다.

치직! 파지직!

총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병사의 손에 강한 전류가 흘렀다. 병사는 비명을 지르며 총을 놓쳤다.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강민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병사의 배를 걷어차 쓰러뜨렸다.

사령관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눈살을 찌푸린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강민을 노려봤다. “저 자를 잡아!”

다른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강민은 능숙하게 몸을 움직여 공격을 피했다. 그는 낡은 공구 가방에서 작은 원통형 장치 하나를 꺼냈다. 그가 밤새도록 작업했던 ‘소형 전자기 충격탄’이었다.

강민은 그것을 지면을 향해 던졌다.

콰앙!

작은 폭발음과 함께 강력한 전자기파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가장 가까이 있던 제국군 병사들의 통신기가 먹통이 되고, 일부는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강민은 그 혼란을 틈타 순식간에 노인의 손녀에게 다가갔다.

“괜찮니?” 그는 조심스럽게 잔해를 치웠다. 소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그의 품에 안겼다. 작은 몸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감히… 감히 이런 하찮은 놈이!” 사령관이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의 오만한 자존심이 모욕당한 듯했다. 그는 가장 가까운 강철 야수를 향해 손짓했다. “저 자를 당장 처형하라!”

강철 야수 한 대가 거대한 팔을 들어 올렸다. 그 팔 끝에 달린 대포가 번쩍이며 충전되는 소리를 냈다. 쉬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에너지가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강민은 소녀를 품에 안고 재빨리 몸을 돌렸다. 피할 곳은 없었다. 거대한 죽음이 그를 덮치려 하고 있었다.

“끝까지 저항하겠다, 이 개 같은 제국 놈들아!” 강민의 외침이 잿빛 협곡에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는 절규였지만, 그 안에는 꺾이지 않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의 눈은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타올랐다. 그는 강철 야수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그 거대한 괴물의 심장을, 언젠가는 부숴버릴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지금은 작은 불꽃에 불과할지라도, 이 불꽃이 언젠가 거대한 불길이 되어 제국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믿었다. 그의 심장은 격렬하게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