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망원경의 눈빛이 닿지 않는 저 먼 곳, 그 누구도 가보지 못했던 은하의 가장자리에서, 두 개의 거대한 문명이 수천 년에 걸친 얼어붙은 전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나는 차가운 이성과 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에테르 제국’, 다른 하나는 생명의 율동과 자연과의 교감으로 이루어진 ‘실피드 연합’이었다. 그들의 언어는 달랐고, 그들의 사상은 달랐으며, 그들의 존재 방식은 근본부터 달랐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오해와 유혈 사태 속에서 좌절되어 왔고, 결국 상대방을 제거해야 할 숙적으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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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제목:** 차가운 유리벽 너머의 불꽃
**[시작]**
**장소:** 에테르 제국 기함 ‘오딘’ 호. 연구 구역.
**시간:** 알 수 없는 미래의 어느 밤.
**화면:**
압도적인 크기의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가 푸른빛을 뿜어내며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수없이 많은 데이터와 그래프, 은하계 지도가 허공에 떠다닌다. 한가운데에는 붉고 신비로운 빛을 내뿜는 행성 하나가 확대되어 나타나 있다. ‘실피드 연합’의 중심 행성, ‘엘도니아’다. 행성 표면에서는 복잡한 패턴의 생체 발광이 끊임없이 일렁이고, 그것이 마치 거대한 신경망처럼 보였다.
**등장인물:**
* **리아 (20대 후반, 에테르족):** 단정하게 정돈된 은회색 머리카락, 지적이고 날카로운 푸른 눈빛. 에테르족의 전형적인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미세하게 일렁이는 눈동자 속에는 억눌린 고뇌가 숨겨져 있다. 그녀의 제복은 흰색과 금속성 회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어깨에는 고위 연구원임을 나타내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내레이션 (리아의 독백):**
“엘도니아… 저 행성의 숨결은 늘 우리에게 미지의 위협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빛의 속도로 은하를 가로지르며 문명을 확장했지만, 저들은 그저 그들의 행성과 하나가 되어 숨 쉬는 것을 택했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 아니,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존재.”
**화면:**
리아의 손가락이 홀로그램 행성을 천천히 스치자, 엘도니아의 생체 에너지 흐름이 정교한 그래프로 펼쳐진다. 그 에너지 흐름은 에테르 제국의 기술로는 감지조차 어려운 복잡한 주파수로 이루어져 있었다.
**리아 (작게 중얼거린다):**
“수천 년의 전쟁. 수많은 희생.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무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건가.”
**[회상 (짧게 지나가는 이미지)]**
차가운 금속 복도를 걸어가는 어린 리아의 모습. 그녀의 뒤에서 “실피드는 기생 생명체다. 그들은 우리의 기술을 훔치려 한다!”라는 선동적인 에테르족 지도자의 연설이 울려 퍼진다. 또 다른 이미지, 파괴된 에테르 함선 잔해가 우주를 떠다니는 모습.
**[회상 끝]**
**화면:**
리아는 다시 현재의 홀로그램에 집중한다. 홀로그램 엘도니아 위에 붉은색의 공격 예상 경로와 자원 추출 지점이 점멸하고 있다. 그녀의 임무는 이 경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실피드족의 방어 체계를 무력화할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그것은 명백한 침략 계획이었다.
**리아 (마이크를 켜고 차가운 목소리로):**
“작전 코드명 ‘헤르메스’. 엘도니아 북쪽 대륙의 생체 에너지 패턴 분석 결과, 예상되는 방어 주파수는 기존의 델타-65에서 감마-92로 상향 조정되어야 합니다. 이는 예상보다 강력한 저항을 의미하며, 추가적인 교란 주파수 생성이 필요합니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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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제목:** 에메랄드 베일, 부러진 날개
**[시작]**
**장소:** 엘도니아의 위성, ‘에메랄드 베일’. 울창한 원시림.
**시간:** 리아가 ‘오딘’ 호에 있는 시간과 거의 동일.
**화면:**
짙푸른 이끼와 거대한 덩굴 식물들이 뒤엉켜 마치 살아 숨 쉬는 요새 같은 숲을 이룬다. 햇빛은 두꺼운 나뭇잎 사이를 뚫고 신비로운 푸른색과 녹색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공중에는 알 수 없는 형태의 발광 생물들이 유영하고, 땅에서는 이국적인 소리들이 들려온다. 깊은 숲 속에, 에테르 제국의 소형 정찰기 한 대가 추락해 불타고 있다. 주변에는 에테르족의 경계 드론들이 잔해와 함께 널브러져 파괴되어 있다.
**등장인물:**
* **젠 (30대 추정, 실피드족):** 인간과는 확연히 다른, 그러나 경외로움을 자아내는 외형. 키는 3미터에 달하며, 유연한 네 개의 팔과 강인한 다리를 가지고 있다. 피부는 마치 결정과 유기체가 섞인 듯한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감정에 따라 빛의 패턴이 변한다. 그의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깊고 지혜로운 세 개의 눈이 있으며, 이마에는 주변 환경의 에너지를 감지하는 듯한 작은 촉수들이 돋아나 있다. 현재 그는 심한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으며, 몸의 일부에서 피 대신 푸른색 액체가 흐르고 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생체 발광 패턴은 불안정하게 깜빡이고 있다.
**내레이션 (젠의 생각, 텔레파시적 음성):**
_“침략자들… 또다시… 그들의 잔인한 강철 함선이 우리의 평화를 짓밟는구나.”_
**화면:**
젠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부서진 정찰기 잔해 속에서 겨우 몸을 일으키려 애쓴다. 그의 눈은 주변을 경계하듯 번득인다. 숲의 깊은 곳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젠 (정신적인 고통으로 흐릿하게):**
_“누가… 오는가… 이 행성의 숨결인가… 아니… 또 다른 침략자인가.”_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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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제목:** 낯선 손길, 낯선 존재
**[시작]**
**장소:** 에메랄드 베일, 추락 현장 근처.
**시간:** 젠이 쓰러져 있는 시간과 거의 동일.
**화면:**
리아는 비상 탈출 포드를 타고 에메랄드 베일의 숲 속에 불시착했다. 그녀의 포드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작동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녀는 주변을 경계하며 무기를 단단히 쥐고 숲 속을 헤쳐 나간다. 그녀의 임무는 추락한 정찰기의 정보를 회수하는 것이었다.
**리아 (거친 숨을 쉬며):**
“제기랄… 제국의 방어 시스템이 이 정도로 허술할 리가 없어. 분명 실피드족의 예상치 못한 대응이었을 거야.”
**화면:**
리아의 개인 통신 장치에서 ‘지지직’ 하는 소음만 들릴 뿐, 아무런 응답이 없다. 그녀는 고립된 상태였다. 주변의 숲은 기괴하리만큼 조용했다.
**리아 (마음속으로):**
_“이것이 실피드족의 세상… 공기마저도 낯설다. 너무나… 생소한… 생명의 기운.”_
**화면:**
리아는 파괴된 에테르족 정찰기 잔해에 다다른다. 잔해 주변에는 불에 탄 에테르족 대원들의 시신이 흩어져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잠시 고통스러운 표정이 스쳤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는다.
**리아:**
“젠장… 모든 데이터가 소실되었군.”
**화면:**
그때, 숲 속 깊은 곳에서 희미한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에테르족의 것이 아니었다.
**리아 (눈을 가늘게 뜨며):**
“무엇이지?”
**화면:**
리아는 무기를 겨눈 채 조심스럽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한다. 거대한 덩굴을 헤치고 나아가자,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심하게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젠의 모습이었다. 그의 몸에서는 푸른 액체가 흘러나와 주변 식물들을 이상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의 복잡한 피부 패턴은 고통으로 인해 빠르게 깜빡이고 있었다.
**리아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고):**
“실피드… 전설 속의 괴물이… 이렇게 눈앞에….”
**화면:**
젠은 리아를 발견하고 고통 속에서도 몸을 일으키려 애쓴다. 그의 세 개의 눈이 리아를 강렬하게 노려본다. 그 시선은 적대적이었지만,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슬픔을 담고 있는 듯했다.
**젠 (정신적인 고통으로 음성이 뒤틀리며, 리아의 정신에 직접 전달되는 듯한 음성):**
_“침략자… 너희는… 이곳에… 올 수 없다… 우리의… 땅은… 너희의 것이… 아니다…”_
**화면:**
리아는 젠의 정신적인 목소리에 잠시 주춤한다. 그들의 종족은 텔레파시 능력을 가진 실피드족에 대해 경계하도록 훈련받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그의 고통을 느끼는 것은 처음이었다. 젠의 눈빛에서 광기와 필사의 의지가 느껴졌다.
**리아 (젠을 응시하며):**
“나는… 침략자가 아니다… 나는… 길을 잃었을 뿐이다.”
**화면:**
리아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려 했다. 제국의 교리에 따르면 실피드족은 위험하고 비이성적인 존재이며, 접촉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액체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단순히 피가 아니었다. 젠 주변의 식물들이 그 푸른 액체를 흡수하며, 미약하게나마 치유되는 듯한 기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리아 (마음속으로, 과학자의 호기심이 발동한다):**
_“저것은… 단순한 생체 액체가 아니야. 생명 에너지의 정수… 그들의 존재 자체가 이 행성과 연결되어 있어.”_
**화면:**
젠은 다시 쓰러지며 거친 숨을 몰아쉰다. 그의 발광 패턴이 더욱 희미해지고 있었다. 리아는 직감적으로 그가 죽어가고 있음을 알았다. 그녀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의료 키트에 닿았다.
**리아 (자신도 모르게 젠에게 다가가며):**
“기다려… 이대로 죽게 둘 수는 없어.”
**젠 (고통 속에서 겨우 정신을 지탱하며):**
_“…무엇을… 하려는… 거지… 나를… 고문하려는… 건가…”_
**리아 (젠의 팔에 부드럽게 손을 대며, 그의 결정화된 피부를 조심스럽게 만진다):**
“아니… 나는… 너를 돕고 싶을 뿐이야.”
**화면:**
리아는 의료 키트에서 소독 스프레이와 지혈 패치를 꺼냈다. 그녀의 손은 망설임 없이 젠의 상처 부위를 향했다. 젠은 처음에는 그녀의 손길에 격렬하게 저항하려 했지만, 고통과 약화된 기력 탓에 힘없이 쓰러진다. 그의 세 개의 눈은 여전히 리아를 경계했지만, 그 속에는 어렴풋한 당혹감과 궁금증이 섞여 있었다.
**리아 (젠의 상처에 패치를 붙이며 조심스럽게):**
“이것은… 너의 고통을 덜어줄 거야. 잠시만… 참아.”
**화면:**
리아의 손이 닿자 젠의 몸에서 희미한 발광이 일어난다. 그의 정신적인 고통이 미세하게나마 누그러지는 것을 리아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두 종족 간의 수천 년에 걸친 증오와 불신이, 낯선 행성의 숲 속에서, 작은 손길 하나로 잠시 멈춰 서는 순간이었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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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제목:** 빛과 소리, 그리고 침묵
**[시작]**
**장소:** 에메랄드 베일, 숲 속 동굴.
**시간:** 며칠 후.
**화면:**
리아와 젠은 깊은 숲 속의 작은 동굴에서 은신하고 있었다. 동굴 안은 리아의 비상 배터리에서 나오는 은은한 빛으로 밝혀져 있었다. 젠은 이제 많이 회복된 듯 보였다. 그의 몸의 발광 패턴은 안정되었고, 푸른 액체의 흐름도 멈췄다. 리아는 자신의 휴대용 통신 장치로 필사적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여전히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리아 (절망적으로 중얼거린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 완전한 고립이야.”
**화면:**
젠은 리아가 하는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세 개의 눈은 여전히 신비롭고 깊었다. 그는 천천히 리아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젠 (몸의 발광 패턴을 바꾸며, 리아의 정신에 조심스럽게 전달되는 음성):**
_“너의… 빛은… 약해지는구나… 너의… 목소리는… 멀리까지… 닿지… 않는구나…”_
**리아 (젠을 바라보며):**
“내 이름은 리아다. 너는… 너는 누구지?”
**화면:**
젠은 리아의 말을 이해하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고, 그의 몸에서 더욱 복잡하고 아름다운 빛의 파동이 일어났다. 그것은 마치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듯했다.
**젠 (빛과 소리로 이루어진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며, 동시에 리아의 정신에 전달되는 음성):**
_“나의… 이름은… 젠… 이 숲의… 정찰자… 엘도니아의… 숨결…”_
**리아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젠… 너는… 빛으로 말하는구나.”
**화면:**
리아는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번역기를 바라봤다. 제국 기술의 정수였지만, 실피드족의 복잡한 생체 언어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젠의 정신적인 목소리는 그녀의 심장 가장 깊은 곳에 직접 닿는 듯했다.
**리아 (자신의 감각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우리는… 어떻게… 서로의 말을 이해하는 거지?”
**젠 (천천히 리아에게 다가가, 그의 손이 리아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닿는다. 그의 손길은 예상외로 부드러웠다):**
_“너의… 마음이… 열리고… 나의… 마음이… 너에게… 닿는… 순간… 오래된… 장벽이… 사라졌다…”_
**화면:**
리아는 젠의 손길에 온몸이 전율했다. 에테르족에게는 금기시되는 타 종족과의 직접적인 접촉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손길에서 어떤 위협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깊은 평화와 이해를 느꼈다.
**리아 (젠의 눈을 응시하며):**
“젠… 우리는 서로를 괴물이라 불렀어. 너희는 우리를 침략자라 불렀고, 우리는 너희를 미개하고 위험한 존재라 교육받았지.”
**젠 (고개를 끄덕이듯 움직이며):**
_“오랜… 그림자가… 우리를… 가두었다… 그러나… 진실은… 그림자… 너머에…”_
**화면:**
리아는 젠의 정신적인 목소리에서 깊은 슬픔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히 종족 간의 갈등을 넘어선, 존재의 근원적인 고통이었다.
**리아:**
“나는… 나의 종족이 너희에게 가한 모든 일들을 알아. 그리고… 미안해.”
**화면:**
젠은 리아의 말에 놀란 듯, 그의 몸에서 빛의 파동이 더욱 강렬하게 일어났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젠:**
_“사과할… 필요는… 없다… 너는… 너의… 길을… 따랐을… 뿐… 하지만… 이제… 새로운… 길이… 열렸다…”_
**화면:**
리아는 젠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수많은 밤을 괴롭혔던 죄책감과 의문이, 낯선 존재의 따뜻한 이해 앞에서 잠시나마 녹아내리는 듯했다.
**리아:**
“우리는… 정말… 이렇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증오를… 멈출 수 있을까?”
**젠 (리아의 손을 잡으며, 그의 손에서 부드러운 빛이 리아의 피부로 스며드는 듯하다):**
_“별빛은… 어둠을… 밝히고… 작은… 씨앗은… 거대한… 숲을… 이룬다… 희망은… 늘… 가장… 깊은… 곳에서… 피어난다…”_
**화면:**
리아는 젠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의 피부는 차가운 결정 같으면서도, 내면에서는 뜨거운 생명력이 느껴졌다. 두 종족의 손이 처음으로 서로에게 닿은 순간, 동굴 안의 어둠은 잠시나마 두 존재 사이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빛으로 물들었다. 그들은 서로의 다름을 넘어,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에메랄드 베일의 숲은 그들의 침묵을, 그리고 그 침묵 속에 피어나는 새로운 시작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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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5]**
**제목:** 은하의 그림자, 금지된 만남
**[시작]**
**장소:** 에테르 제국 기함 ‘오딘’ 호, 리아의 연구실 / 엘도니아의 미개척 행성, ‘쉐도우 림’
**시간:** 몇 달 후.
**화면:**
리아는 다시 ‘오딘’ 호의 연구실에 있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푸른빛으로 빛났지만, 예전의 냉철함 대신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따뜻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녀의 작업은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되었지만, 이제 그녀는 엘도니아의 데이터 속에서 실피드족의 생체 에너지 흐름을 읽을 때마다 젠의 얼굴을 떠올렸다.
**리아 (내레이션):**
“그날 이후, 나는 다시 제국의 삶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예전과 같지 않았다. 내 눈에는 더 이상 실피드가 미지의 위협이 아닌, 젠의 얼굴로 다가왔다. 그의 정신적인 목소리가 내 안에서 끊임없이 울렸다.”
**화면:**
리아는 홀로그램 지도를 조작하며,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은하계의 변방, 작은 행성계를 확대했다. ‘쉐도우 림’. 은하의 먼지 구름 속에 가려져 통행이 어렵고, 자원 가치도 낮아 에테르 제국과 실피드 연합 모두에게 외면받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그들에게 완벽한 비밀 장소가 되었다.
**리아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쉐도우 림… 우리의 유일한 안식처.”
**화면:**
며칠 후, 리아는 정기적인 연구 임무를 가장하여 소형 탐사선을 몰고 쉐도우 림으로 향했다. 그녀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것은 임무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젠을 다시 만날 예정이었다.
**[장면 전환]**
**장소:** 쉐도우 림, 잊혀진 행성의 폐허.
**화면:**
쉐도우 림의 행성은 회색빛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오래된 문명의 잔해가 바람에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서 있었다. 그 황량한 풍경은 두 종족의 금지된 만남을 위한 완벽한 배경이 되어 주었다.
**등장인물:**
* **리아:** 탐사선에서 내려 주위를 경계하며 걷는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함께 미묘한 불안감이 섞여 있다.
* **젠:** 회색빛 폐허 사이에서 나타난다. 그의 몸의 발광 패턴은 리아를 발견하자마자 기쁨으로 강렬하게 빛났다. 그는 여전히 웅장하고 신비로웠지만, 이제 리아에게는 그저 사랑하는 ‘젠’이었다.
**젠 (리아를 향해 달려오며, 그의 정신적인 목소리가 기쁨으로 울린다):**
_“리아… 나의… 별빛…”_
**리아 (젠을 향해 달려가며):**
“젠!”
**화면:**
두 사람은 폐허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마주 본다. 젠은 리아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고, 리아는 그의 단단한 몸에 기대었다. 두 종족의 신체가 닿는 순간, 주변의 황량한 폐허는 잠시나마 따뜻한 빛으로 물드는 듯했다.
**리아 (젠의 품에 안겨 속삭인다):**
“보고 싶었어, 젠. 정말… 보고 싶었어.”
**젠 (리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_“너의… 빈자리가… 나의… 존재를… 흔들었다… 너는… 나의… 일부가… 되었다…”_
**화면:**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폐허의 잔해들 사이로, 두 개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리아 (문득 고개를 들어 젠을 바라본다):**
“젠… 제국이 엘도니아에 대한 공격 계획을 다시 추진하고 있어. 더 강력한 무기로… 너희를….”
**젠 (그의 발광 패턴이 어둡게 변하며):**
_“알고… 있다… 엘도니아의… 숨결이… 위험을… 감지하고… 있다… 우리도… 준비하고… 있다…”_
**리아 (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는 내 종족을 배신할 수 없어. 하지만… 너희가 다치는 것도 볼 수 없어.”
**젠 (리아의 손을 잡으며):**
_“배신은… 아니다… 너는… 너의… 진실을… 따르는… 것이다… 증오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_
**화면:**
젠은 리아의 손을 잡고, 폐허 너머 멀리 보이는 어두운 우주를 가리켰다.
**젠:**
_“우리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 둘만의… 길이… 아닌… 우리… 모두의… 길을…”_
**리아 (젠의 눈을 바라보며):**
“그 길이… 존재할까?”
**젠 (확신에 찬 눈빛으로):**
_“사랑이… 있는… 한… 희망은… 늘… 존재한다… 리아… 너와… 나… 우리가… 시작이다…”_
**화면:**
리아는 젠의 말에 힘을 얻은 듯, 그의 눈을 깊이 바라봤다. 그들의 사랑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두 종족의 오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이 그녀의 마음속에 피어났다. 그러나 그 희망만큼이나 거대한 절망과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하의 그림자 속에서, 금지된 사랑의 씨앗이 조용히 싹트고 있었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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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6]**
**제목:** 드러나는 그림자, 파국의 서막
**[시작]**
**장소:** 에테르 제국 기함 ‘오딘’ 호. 감시 센터.
**시간:** 며칠 후.
**화면:**
‘오딘’ 호의 감시 센터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거대한 중앙 홀로그램에는 수많은 함선들의 이동 경로와 에너지 패턴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사령관 ‘카이우스’의 차갑고 권위적인 목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등장인물:**
* **카이우스 사령관 (50대, 에테르족):** 단단한 체격과 강인한 인상. 제국의 오랜 역사를 상징하는 듯한 고위 장교 제복을 입고 있다. 그의 눈은 날카롭고 냉혹하며, 어떤 종류의 반대 의견도 용납하지 않는 듯 보였다.
* **부관 (30대, 에테르족):** 카이우스 사령관 옆에서 지시를 대기하고 있다.
* **리아 (화면 한쪽 구석, 자신의 연구실에서):** 그녀는 자신의 임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불안한 표정으로 홀로그램 지도를 흘깃거렸다.
**카이우스 (홀로그램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우리의 정찰기가 엘도니아 방어선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실피드 연합은 예상보다 강력한 저항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의 최신 무기인 ‘스타이터 제너레이터’가 곧 그들의 생체 에너지 방어막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부관 (경례하며):**
“예, 사령관님. 스타이터 제너레이터의 최종 조립이 완료되었습니다. 발사 준비까지 24시간 남았습니다.”
**화면:**
카이우스 사령관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카이우스:**
“좋다. 실피드족의 모든 저항은 무의미하다.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드디어 이 오랜 고통을 끝낼 때가 왔다.”
**내레이션 (리아의 독백):**
“스타이터 제너레이터… 그것은 실피드족의 생명 에너지를 직접 공격하는 무기였다. 단순한 파괴를 넘어, 그들의 존재 자체를 말살시키는…”
**[화면 전환]**
**화면:**
그때, 감시 센터의 한쪽 구석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한 감시병이 다급하게 카이우스 사령관에게 보고한다.
**감시병:**
“사령관님! 미확인 비행체가 쉐도우 림 부근에서 감지되었습니다! 제국 등록 번호가… 없습니다!”
**카이우스 (눈살을 찌푸리며):**
“쉐도우 림? 그 버려진 행성계에 누가 간다는 말인가? 즉시 추적하여 정체를 밝혀라.”
**화면:**
홀로그램 지도에서 쉐도우 림 행성계가 확대된다. 그곳에서 희미한 에너지 패턴이 감지되고 있었다. 그것은 에테르족의 것이 아니었다.
**감시병:**
“비행체의 에너지 패턴이… 실피드족의 고유 패턴과 일치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미약해서… 마치…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카이우스 (차가운 목소리로):**
“실피드족? 왜 그들이 쉐도우 림에? 뭔가 수상하다. 그들의 통신 기록을 역추적해라. 그곳에 분명 뭔가 숨겨진 목적이 있을 것이다.”
**화면:**
감시병들이 홀로그램 화면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리아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이 모든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젠과의 만남이 발각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리아 (마음속으로):**
_“안 돼… 젠… 들키면 안 돼…!”_
**화면:**
감시 센터의 홀로그램에 쉐도우 림 행성에서 송신된 희미한 통신 기록이 재생되기 시작한다. 그것은 암호화되어 있었지만, 에테르 제국의 기술로 해독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리아의 심장이 발이 묶인 듯 뛰었다.
**감시병 (놀란 목소리로):**
“해독 완료! 이것은… 실피드족의 고유한 생체 암호 패턴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에테르족의 신호가 겹쳐져 있습니다!”
**카이우스 (눈을 가늘게 뜨며):**
“에테르족의 신호? 누구지? 설마… 스파이인가?”
**화면:**
홀로그램 화면에 통신 기록 분석 결과가 뜬다. 발신지로 표시된 위치는 리아가 젠과 만났던 폐허의 정확한 좌표였다. 그리고 수신지로 표시된 것은… ‘오딘’ 호 내부, 리아의 개인 통신 주소였다.
**카이우스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리아… 제노바이오닉스 연구원 리아! 지금 당장 내 앞으로 끌고 와라!”
**화면:**
감시 센터의 모든 시선이 리아의 연구실을 향한다. 리아는 자신의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함께,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리아 (나직이, 그러나 단호하게):**
“젠… 이제… 선택의 순간이 온 것 같아…”
**[컷]**
—
**[장면 7]**
**제목:** 심장의 선택, 존재의 증명
**[시작]**
**장소:** 에테르 제국 기함 ‘오딘’ 호. 심문실.
**시간:** 발각 직후.
**화면:**
차가운 금속으로 이루어진 심문실. 리아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녀의 앞에는 카이우스 사령관이 무서운 얼굴로 서 있었다. 방어막이 설치되어 리아는 움직일 수 없었다.
**카이우스 (분노에 찬 목소리로):**
“리아! 네가 감히! 실피드족과의 불법 접촉이라니! 그것도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다고? 우리 제국의 법규를 어기고, 인류의 적과 내통했단 말인가!”
**리아 (고개를 들고 차분하게):**
“내통이 아닙니다, 사령관님. 저는 그들과 소통했을 뿐입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지적 생명체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카이우스 (비웃듯이):**
“소통? 그들에게는 대화라는 개념조차 없어! 그들은 야만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생명체다. 우리의 기술을 훔치려 하고, 우리의 자원을 약탈하려는 존재일 뿐이야!”
**리아 (단호하게):**
“그것은 제국의 선전일 뿐입니다! 그들은 우리를 두려워했고,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젠은… 그들은… 평화를 원했습니다!”
**카이우스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젠? 감히 그 괴물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이냐! 너는 세뇌당했군! 그들의 사악한 텔레파시 공격에 정신을 지배당한 거야! 정신 분석관을 불러와라! 즉시 그녀를 격리하고 정신 치료를 진행해!”
**화면:**
리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지만, 그녀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과 젠과의 교감에서 얻은 진실을 굳게 믿었다.
**리아:**
“아닙니다! 저는 제 정신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젠은 제가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존재보다 순수하고 지혜로웠습니다! 그는 제게… 우리 종족에게 없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해와… 사랑을…!”
**카이우스 (경멸하듯이):**
“사랑? 하! 감히 금지된 것을 논하다니! 너는 우리의 명예를 더럽혔다! 너는 제국의 법규를 어겼을 뿐만 아니라, 인류를 배신했다! 너는 사형에 처해질 것이다!”
**화면:**
그때, 감시 센터에서 다급한 통신이 들어온다.
**부관 (홀로그램으로 나타나 다급하게):**
“사령관님! 실피드 연합의 대규모 함대가 엘도니아 방어선을 돌파했습니다! 그들의 함선은 평소와는 다른 에너지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뭔가 새로운 전술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카이우스 (표정이 굳어지며):**
“뭐라고? 스타이터 제너레이터 발사 준비는? 즉시 모든 함선에 총력전을 지시하라!”
**화면:**
심문실 내부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제국 함선이 실피드족과의 교전에 돌입한 것이다. 리아는 젠이 말했던 ‘새로운 길’이 이것이었음을 직감했다.
**리아 (카이우스에게 절규하듯이):**
“사령관님! 제발 멈추세요! 이 전쟁은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젠은… 그들은 분명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가지고 왔을 겁니다! 그들의 새로운 전술은… 우리를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위한 겁니다!”
**카이우스 (냉정하게):**
“닥쳐라, 배신자! 저들은 우리의 적이다. 대화는 오직 무기로서만 가능하다! 제국 함대! 스타이터 제너레이터 발사 준비를 서둘러라! 엘도니아를 완전히 무력화시켜라!”
**화면:**
리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심장 속에서 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했다. _“사랑이… 있는… 한… 희망은… 늘… 존재한다…”_
**리아 (눈을 뜨고, 카이우스와 감시 카메라를 똑바로 노려보며, 결의에 찬 목소리로):**
“아닙니다! 전쟁은 더 이상 답이 될 수 없습니다! 저들의 새로운 에너지 패턴은 스타이터 제너레이터에 취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에너지 흐름은… 우리의 기술을 역이용하여 대규모 혼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발사를 멈추지 않으면… 제국 함대 전체가 위험에 처할 겁니다!”
**화면:**
카이우스 사령관은 리아의 말에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분노로 그녀를 노려본다.
**카이우스:**
“네가 감히 우리의 작전 정보를 왜곡하는 것이냐! 그 괴물들에게서 얻은 허위 정보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속셈인가!”
**리아 (고개를 저으며, 필사적으로):**
“아닙니다! 저는 제국의 과학자입니다! 저들의 생체 에너지 패턴은 저들의 약점이 아니라, 그들의 힘입니다! 제가 직접 연구했습니다! 그들의 에너지 흐름은 우리의 스타이터 제너레이터의 파장을 역이용하여 우리의 함선에 과부하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발사를 멈추고 저들의 패턴을 분석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돕겠습니다!”
**화면:**
그때, 외부 폭발음이 더욱 강하게 들려온다. 함선 전체가 다시 한번 크게 흔들린다. 감시 센터의 홀로그램에서는 에테르 제국 함선 몇 척이 실피드족의 새로운 에너지 공격에 휘말려 제어 불능 상태에 빠지는 모습이 보인다.
**부관 (당황하며):**
“사령관님! 몇몇 함선에서 시스템 과부하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리아 연구원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카이우스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리아를 바라본다. 그의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잠시 스친다):**
“…리아… 네가 말하는 진실은… 대체 무엇이지?”
**리아 (단호하게, 젠이 가르쳐준 이해와 사랑의 목소리로):**
“진실은… 우리 모두가 평화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사령관님. 이 전쟁을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저들을 믿으세요. 저들은… 대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화면:**
심문실의 방어막이 풀리는 소리가 들린다. 카이우스의 눈빛 속에서 오랜 증오와 새로운 불확실성이 교차한다. 리아는 의자에서 일어나 카이우스 사령관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그녀의 걸음은 무겁지만, 단호했다. 그녀의 심장 속에는 젠과의 금지된 사랑이 가져온, 은하를 바꿀 수도 있는 거대한 희망이 요동치고 있었다.
**[장면 끝]**
**[엔딩 크레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