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강철 심장의 속삭임**

**1장. 톱니바퀴의 배신**

기름때 묻은 작업복 소매를 걷어 올린 이안은 땀으로 번들거리는 이마를 훔치며 미소 지었다. 그의 눈앞에는 수많은 황동 톱니바퀴와 증기 파이프, 그리고 정교하게 연마된 강철 외피가 하나로 뭉쳐진 거대한 심장이 박동하고 있었다.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하얀 증기는 그의 작업실을 가득 채웠고, 금속 특유의 냄새와 뜨거운 열기가 혼재된 공기가 그의 폐부를 가득 채웠다. 강철 도시 ‘크롬벨’의 가장 깊숙한 지하, 낡은 방직 공장의 흔적 위에 세워진 그의 은밀한 작업실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살아 숨 쉬었다.

“이안, 이 정도면… 완벽해!”

뒤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이안은 몸을 돌렸다. 카인. 언제나처럼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짙은 갈색 작업복 차림이지만 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었다. 카인은 이안과는 달리 깔끔했고, 매사에 철저했다. 이안이 본능과 직관에 의존하는 예술가에 가깝다면, 카인은 냉철한 계산과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공학자에 가까웠다. 그 둘은 전혀 다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기계와 발명이라는 단 하나의 열정으로 뭉쳐져 있었다.

“하마터면 포기할 뻔했지 뭐야. 고맙다, 카인. 네가 아니었다면 이 압력 조절 밸브는 영원히 제자리를 찾지 못했을 거야.”

이안은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며칠 밤낮을 새워도 풀리지 않던 문제가 카인의 기발한 제안 하나로 해결되었으니까. 그들의 합작품, ‘천공의 심장’은 이제 막 시운전을 마쳤다. 거대한 비행선에 동력을 공급할 궁극의 증기 코어. 이것만 있으면 크롬벨 상공을 가르는 비행선들은 지금보다 두 배 더 빠르고, 세 배 더 멀리 날아갈 수 있을 터였다. 이는 그들의 오랜 꿈이자, 이 강철 도시의 미래를 바꿀 혁명적인 발명품이었다.

카인은 이안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그게 바로 우리가 한 팀인 이유 아니겠어? 자, 이제 이대로 상공 길드에 가져가기만 하면 돼. 우리 이름은 크롬벨 역사에 길이 남을 거야.”

그의 말에 이안의 심장도 덩달아 고동쳤다. 길드에 비하면 자신들은 아직 보잘것없는 하급 발명가에 불과했지만, 이 ‘천공의 심장’만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터였다. 이안은 눈을 감고 상상했다. 자신들이 만든 코어가 장착된 비행선이 푸른 하늘을 가르고, 그 아래 도시 사람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지는 모습을. 아아, 꿈만 같았다.

“오늘 밤은 축배를 들어야겠군.” 이안이 흥분하여 말했다.
“물론이지. 내가 미리 준비해둔 럼주가 있어.” 카인이 눈짓했다. “하지만 그 전에, 마지막으로 점검해야 할 게 있어. 이안, 자네는 며칠 밤낮을 새웠으니 먼저 가서 쉬게. 나는 이 심장의 냉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최종 확인하고 자리를 비우지. 내일 아침, 자네를 데리러 올게.”

이안은 잠시 망설였다. 지금껏 카인과 떨어져 홀로 작업실을 떠난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의 피곤함은 정직했다. 며칠 동안 제대로 잠들지 못한 몸은 삐걱거리는 기계처럼 비명을 질렀다. 게다가 카인은 언제나 믿음직스러웠다. 그가 맡은 일은 단 한 번도 흐트러진 적이 없었다.

“고맙다, 카인. 역시 자네밖에 없어.”

이안은 카인에게서 작업실 열쇠를 넘겨받았다. 카인은 여전히 ‘천공의 심장’을 응시하며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 보였다. 이안은 그에게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주고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안고 작업실을 나섰다. 묵직한 강철 문이 닫히는 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쾅, 하고 울렸다.

그날 밤 이안은 꿈결처럼 행복한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 날 아침, 이안은 알람 시계가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 왠지 모르게 불안한 기운이 그를 감쌌다. 간밤의 단잠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어쩌면 단순한 흥분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애써 생각했지만, 발걸음은 이미 작업실로 향하고 있었다. 카인을 기다릴 새도 없이, 낡은 건물 계단을 두 칸씩 건너뛰며 내려갔다. 그의 심장은 발자국 소리만큼이나 빠르게 요동쳤다.

작업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어제 그가 나설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혹시 카인이 벌써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이안은 열쇠를 넣어 돌렸다. 둔탁한 찰칵 소리와 함께 육중한 강철 문이 안으로 밀렸다.

“카인! 벌써 와 있었나?”

그러나 작업실 안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공중에서 뿜어져 나오던 증기의 굉음도,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도, 심장이 박동하는 묵직한 울림도 없었다. 이안의 눈이 천천히 어둠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텅 비어 있는 작업실 한가운데, 어제까지 ‘천공의 심장’이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던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거대한 황동 톱니바퀴도, 정교한 압력 파이프도, 단단한 강철 외피도. 모든 것이 사라졌다. 마치 존재한 적이 없었다는 듯이.

“말도 안 돼…”

이안의 입술 사이로 절규가 터져 나왔다. 그는 황급히 작업실 구석구석을 살폈다. 벤치 위, 도구함 속, 심지어는 바닥의 기름때 낀 자국까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감쪽같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차갑게 식어버린 공기와, 어제 그가 사용했던 낡은 렌치 하나뿐이었다.

그때, 그의 발이 무언가에 걸렸다. 삐걱이는 벤치 아래, 닳아빠진 나무 상자 위에 놓인 작은 쪽지였다. 이안은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집어 들었다. 카인의 필체였다. 늘 깔끔하고 반듯했던 그 글씨가 낯설게 다가왔다.

— 이안,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어. 자네는 늘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 하지만 그 재능은 늘 조심스러웠고, 지나치게 신중했어. 나는 그런 자네의 그늘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는 게 싫었다. ‘천공의 심장’은 내가 이 크롬벨을 지배할 발판이 될 거야. 나의 이름만이 역사에 남을 것이고, 나의 비전만이 이 도시를 이끌 것이다. 자네는 늘 그랬듯, 지하 깊은 곳에서 먼지나 뒤집어쓴 채 낡은 기계 부품이나 만지작거려. 그게 자네에게 어울려.

카인

쪽지는 이안의 손에서 스르륵 미끄러져 떨어졌다. 그의 머릿속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심장이 비명처럼 터져 나갈 것 같았다. 배신. 톱니바퀴가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의 믿음이 산산조각 났다. 카인. 함께 꿈을 꾸고, 함께 밤을 새웠던 유일한 친구. 그가, 그에게 칼을 꽂았다.

이안의 눈에 흐릿한 물기가 맺혔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라기보다는, 뜨거운 불꽃처럼 타오르는 분노의 시작이었다. 그의 턱이 파르르 떨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순진한 열정은 없었다. 대신, 차가운 강철처럼 단단하고, 끓어오르는 증기처럼 맹렬한 광기가 서렸다.

“카인…”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이름은 더 이상 다정한 부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복수의 맹세였고, 피의 서약이었다. 작업실의 어둠 속에서, 이안은 허공에 주먹을 내질렀다. 텅 빈 작업실에 그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금속 부품들이 미세하게 떨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이제 시작이었다.
톱니바퀴의 배신이 만들어낸 지독한 복수의 서막이.
이안은 이 도시를 뒤집어엎어서라도, 기어코 그를 찾아낼 터였다.
그가 훔쳐 간 ‘천공의 심장’과 함께.
그리고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터였다.
이 강철 도시의 모든 증기가 끓어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