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녹슨 증기의 노래, 첫 번째 장: 망각의 묘지에서 피어난 심장

강철심장 도시의 새벽은 언제나 습하고 무거웠다. 거대한 증기 기관들이 내뿜는 희뿌연 연기가 비좁은 미로골목을 가득 채웠고, 낡은 파이프에서는 쉴 새 없이 응축수가 뚝뚝 떨어졌다. 기름과 쇳내음이 섞인 공기는 폐부를 긁는 듯했지만, 아론에게는 익숙한 고향의 냄새였다.

“아론! 어서 가 봐라! 해 뜨기 전에 ‘바람의 노래’ 호의 심장을 찾아와야 한다!”

낡은 작업실 문턱에 기대 서 있던 칼 영감이 거친 기침을 하며 소리쳤다. 그의 수염은 엔진 오일과 세월의 흔적으로 새까맣게 절어 있었다. 아론은 허리에 찬 공구 주머니를 고쳐 매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영감님. 하지만 ‘망각의 묘지’에서 그걸 찾을 수 있을까요? 거긴 몇십 년 전에 버려진 폐기장인데요.”

“그 놈의 고철 더미에 없는 부품은 없어. 네놈이 끈기가 없어서 못 찾는 것뿐이지. 특히 증기 압력 조절기 같은 핵심 부품은 귀해서 새로 만들기도 쉽지 않아. 쯧, 괜히 ‘바람의 노래’ 호의 마지막 비행이 될라.”

칼 영감의 푸념에 아론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망각의 묘지’는 도시 외곽에 위치한 거대한 폐기장이었다. 강철심장 도시가 과거 대규모 전쟁을 치를 때 사용했던 전투 자동기계, 증기 비행선, 심지어는 실패한 도시 방어 시스템의 잔해까지, 모든 고철들이 거대한 무덤처럼 쌓여 있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재활용 공장의 부산물쯤으로 여겼지만, 동시에 아무도 발을 들이려 하지 않는 음산한 장소이기도 했다. 고철 더미가 만들어내는 미로 속에서 길을 잃거나, 오래된 자동기계가 갑자기 오작동하여 사람을 덮쳤다는 괴담도 심심찮게 돌았다.

아론은 투덜거리는 칼 영감을 뒤로하고 미로골목을 벗어나 강철심장 도시의 외곽으로 향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증기 파이프라인 아래를 지나고, 닳고 닳은 강철 교량을 건너자 이내 시야는 거대한 고철산으로 가득 찼다. 녹슬고 부서진 강철 골조들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괴물의 뼈대 같았다.

“젠장, 또 여긴가.”

아론은 숨을 들이쉬며 조심스럽게 폐기장 안으로 발을 들였다. 발밑에서는 삐걱이는 쇳소리와 바스락거리는 모래 소리가 섞여 불쾌한 화음을 만들어냈다. 그는 칼 영감이 말한 ‘바람의 노래’ 호의 증기 압력 조절기를 찾아야 했다. 그 부품은 보통 대형 증기 비행선의 엔진 핵심부에 장착되어 있었다. 그는 부서진 비행선의 잔해를 뒤지고, 거대한 자동기계의 해골 같은 몸통 속을 샅샅이 뒤졌다. 먼지와 녹슨 쇳가루가 온몸을 뒤덮었지만, 부품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오르기 시작했고, 폐기장의 그림자는 더욱 길고 기괴하게 변했다. 지쳐갈 무렵, 아론의 눈에 거대한 ‘파수꾼’ 자동기계의 잔해가 들어왔다. 그 크기만 해도 3층 건물만 했고, 팔다리는 이미 떨어져 나간 채 텅 빈 가슴만 흉물스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파수꾼’ 자동기계는 강철심장 도시의 최전선 방어 병기였지만, 이제는 거대한 고철 덩어리에 불과했다.

“여기에 엔진이 남아있을지도 몰라.”

아론은 조심스럽게 자동기계의 벌어진 틈새로 기어들어 갔다. 내부는 예상대로 어둡고 퀴퀴했다. 거미줄이 여기저기 엉겨 붙어 있었고, 먼지가 가득했다. 손전등을 켜자, 낡은 전선 다발과 부서진 회로 기판들이 혼란스럽게 널려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중앙에는 거대한 원통형 엔진 블록이 있었지만, 이미 심하게 파손된 상태였다.

포기하려던 찰나, 아론의 눈길을 끈 것은 엔진 블록 깊숙한 곳에 박혀 있는, 뭔가 이질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강철심장 도시의 기술로는 만들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너무나 완벽한 구형이었다. 먼지에 덮여 있었지만, 틈새로 보이는 표면은 놀랍도록 매끄러웠고, 희미한 빛이 스며 나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게 뭐지?”

아론은 호기심에 이끌려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손끝이 차가운 쇳덩이를 스치고, 이내 그 구형의 물체에 닿았다.

그 순간,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강렬한 충격이 찾아왔다. 찌릿한 아픔보다는 섬뜩한 전율에 가까웠다. 아론의 손이 닿은 구형의 물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미한 빛이 갑자기 강해지며, 텅 비어 있던 파수꾼 자동기계의 내부를 순간적으로 밝혔다. 빛은 기계 내부를 구성하는 수십 년 묵은 녹슨 파이프와 닳아빠진 기어들을 비추었다. 그리고 그 빛과 함께, 마치 잠에서 깨어나는 듯한 낮은 울림이 아론의 가슴 속에서 시작되었다.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라, 존재의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듯한, 고요하면서도 거대한 진동이었다.

주변에 널려 있던 다른 자동기계들의 잔해도 순간적으로 미세하게 떨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망각된 기억의 파편들이 다시금 활력을 얻으려는 듯이. 그리고 아론의 머릿속에, 이해할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거대한 탑, 하늘을 나는 배, 그리고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알 수 없는 형상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이미지는 아론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혔다.

“이… 이건 대체…!”

아론은 놀라 손을 떼려 했지만, 손바닥에 닿아 있는 그 구형의 물체는 마치 자석처럼 그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미지근한 온기가 그의 손을 통해 몸속으로 퍼져 나가는 듯했다. 그 온기는 익숙한 기계의 열기와는 달랐다. 차분하고, 부드럽고, 동시에 어떤 형언할 수 없는 힘을 품고 있는 듯했다.

오랜 시간 동안 고철 더미 속에 파묻혀 있던, 강철심장 도시의 어떤 기술로도 설명할 수 없는 물체. 아론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부품이 아니었다.

아론은 숨을 헐떡이며 조심스럽게 그 구형의 물체를 고철 더미에서 분리했다. 그의 손에 들린 그것은, 모든 먼지를 털어낸 듯 완벽한 검은색 구슬이었다. 하지만 빛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신만의 빛을 안에서부터 품고 있는 듯, 미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그것을 기름때 묻은 공구 주머니 가장 깊숙한 곳에 감추었다. 아무에게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강렬한 충동이 그를 지배했다.

숨을 가다듬고, 아론은 망각의 묘지를 빠져나왔다. 등 뒤에서는 여전히 녹슨 증기의 도시가 차가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주머니 속에서는, 고요한 심장이 끊임없이 고동치고 있었다. 그 고동은 마치 잠들어 있던 고대의 힘이 깨어나,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첫 발걸음을 알리는 듯했다. 아론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평범했던 삶은, 이제 더 이상 이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