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잿빛 골목의 생존자

**챕터 1: 폐허 속 불꽃**

지표 아래 천 미터. 빛 한 점 들지 않는 철골 콘크리트 미로 속에서, 카이는 거친 숨을 내쉬며 낡은 호흡 필터 너머로 끈적한 공기를 들이켰다. 산소만큼이나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 곳. 녹슨 금속, 썩어가는 유기물, 그리고 알 수 없는 화학 물질이 뒤섞인 악취가 콧속을 찔렀다. 그의 왼쪽 눈에 박힌 렌즈형 임플란트, ‘옵티-스캔’이 희미하게 깜빡이며 어둠 속 구조물들을 분석했다.

“젠장, 빌어먹을 시스템.”

낮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마저 눅눅한 습기에 잠겼다. 이 구역 7의 지하 심층은 버려진 발전소의 잔해였다. 한때는 도시 전체에 생명을 불어넣던 심장이었지만, 이제는 껍데기만 남아 굶주린 자들의 무덤이 되어가는 곳. 카이가 찾는 건 이곳에 아직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고성능 파워 셀이었다. 손바닥만 한 그것 하나면 일주일은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었고, 어쩌면 이번 달 식량값을 벌 수도 있었다.

바닥에 깔린 짓밟힌 전선과 깨진 유리 조각들이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불쾌한 소리를 냈다. 카이는 등 뒤에 멘 낡은 배낭의 어깨끈을 고쳐 매며 몸을 낮췄다. 그의 움직임은 그림자처럼 유연했다. 그는 이곳의 먹이사슬 최하단에 속했지만, 동시에 가장 뛰어난 생존자 중 하나였다. 그의 피부에 새겨진 자잘한 흉터들이 그 증명이었다.

옵티-스캔이 철제 격벽 너머에 희미한 에너지 신호를 감지했다. 카이의 심장이 살짝 빠르게 뛰었다. 혹시나 하는 희망이 폐허 속 한 줄기 빛처럼 스쳐 지나갔다. 조심스럽게 격벽을 돌아 들어가자, 거대한 기계 장치의 잔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는 도시의 핵심 네트워크를 유지하던 서버 모듈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거미줄과 먼지로 뒤덮인 고철 덩어리였지만, 그 안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직사각형 물체가 카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파워 셀. 그것도 최상급에 속하는 ‘블랙 코어’ 등급이었다. 이 정도면 열흘 치 식량은 거뜬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손에 든 다용도 툴을 이용해 고정쇠를 풀기 시작했다. 전동 톱이 굉음을 내며 굳게 닫힌 패널을 잘라낼 때마다, 주변의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그림자들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항상 이런 순간에 가장 날카로워졌다. 희망이 가장 밝게 타오르는 순간, 위험은 언제나 가장 가까이에 도사리고 있었다.

*지이잉—*

마침내 패널이 열리고, 차가운 금속 내부에 단단히 고정된 블랙 코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이가 손을 뻗어 막 그것을 집어 드려는 찰나였다.

“찾는 게 그거였나, 쥐새끼?”

등 뒤에서 들려온 거친 목소리에 카이의 몸이 순식간에 경직되었다. 옵티-스캔이 경고등을 붉게 깜빡였다. 세 명의 그림자가 그를 둘러쌌다. 그들의 손에는 낡고 녹슨 파이프와 정체불명의 개조된 총기가 들려 있었다. 이들은 ‘하운드’라 불리는 잡배들이었다. 이 구역에서 가장 거칠고 잔인하며, 자신보다 약한 자들을 갈취하며 연명하는 개들.

“하운드 놈들.” 카이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손은 여전히 블랙 코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여긴 내 구역이 아니다.”

“웃기시네.”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침을 뱉었다. 그의 얼굴은 피어싱과 거친 문신으로 뒤덮여 있었다. “네가 손대기 전까지는 우리 구역이었지. 그 코어, 내놔라. 그럼 네 목숨은 살려주지.”

카이는 재빨리 상황을 분석했다. 셋 대 하나. 상대는 총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 좁은 공간에서는 숙련된 전투원에게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이들은 늘 서두르지 않고 상대를 가지고 노는 습성이 있었다. 그 점을 이용해야 했다.

“코어 하나에 목숨을 걸 만큼 멍청한 놈들은 아니겠지.” 카이가 느릿하게 말했다. 그의 눈은 상대의 무기와 자세, 그리고 주변 환경을 스캔하고 있었다. 부서진 송전탑의 잔해가 왼쪽, 낡은 환풍구 통로가 오른쪽.

“멍청하다고? 우리가 널 지금 당장 고철로 만들 수도 있는데?” 다른 하운드 하나가 낄낄거렸다.

카이는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몸을 휙 돌리며 손에 든 블랙 코어를 허리춤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다용도 툴에 숨겨진 단검을 뽑아 들었다. 불빛 한 줄 없는 어둠 속에서 칼날이 섬뜩하게 빛났다.

“해보시던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더가 손에 든 파이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카이는 몸을 숙여 공격을 피하고, 그대로 리더의 다리 안쪽을 걷어찼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리더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 틈을 타 카이는 환풍구 통로 쪽으로 몸을 날렸다.

“저 새끼 잡어!” 리더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총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좁은 공간에서 총성이 쩌렁쩌렁 울리며 귀를 때렸다. 카이는 숙련된 움직임으로 파편과 총알을 피하며 환풍구 통로 입구로 몸을 밀어 넣었다. 녹슨 철제 통로는 성인 남자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비좁았다.

“젠장, 튀었어!”

뒤에서 하운드들의 욕설이 들려왔다. 카이는 통로를 기어가며 폐활량의 한계를 시험했다. 먼지와 곰팡이가 가득한 통로 안에서 그의 거친 숨소리만이 크게 울렸다. 옵티-스캔이 통로의 불안정한 구조를 경고했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뒤에서는 하운드들이 통로 입구를 부수려는 듯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십 미터를 기어갔을까. 통로 끝이 희미한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간신히 몸을 빼내자, 카이는 더 깊은 지하 공간으로 연결되는 통로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아래는 수십 미터 심연이었고, 저 멀리 희미하게 도시의 빛이 새어 들어오는 듯했다. 이곳은 버려진 지하철 노선이었다.

“하아, 하아… 빌어먹을.”

카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벽에 기댔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들었고, 팔꿈치와 무릎은 통로를 기어오면서 쓸린 듯 따끔거렸다. 그래도 블랙 코어는 무사했다. 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는 오래된 커뮤니케이터가 그의 주의를 끌었다. 화면에 익숙한 이모티콘이 깜빡였다. ‘리나’.

카이가 망설임 없이 통신을 연결했다. 화면에 나타난 리나의 얼굴은 늘 그랬듯 피곤해 보였지만, 날카로운 눈빛은 여전했다. 그녀는 이곳 구역 7의 유일한 정보상이자, 카이가 유일하게 믿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살아있었네, 카이. 오늘은 뭘 또 주워왔어?” 리나가 피식 웃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지만, 듣기 편안한 낮은 톤이었다.

“거지 같은 하운드 놈들 때문에 죽을 뻔했다.” 카이가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블랙 코어 하나 구했는데, 이거 얼마나 쳐줄 수 있어?”

리나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블랙 코어? 꽤 큰 건인데. 어디서 찾았어? 요즘 그거 씨가 말랐다고.”

“구역 7 지하 발전소 잔해. 거의 막다른 곳이었다.”

리나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눈이 스크린 위로 빠르게 정보를 훑어보는 듯했다. “음… 좋은 소식은 아니네. 최근에 그쪽 구역, ‘코어 익스트랙터’들이 싹쓸이 중이야. 대형 코퍼레이션의 하청업자들이라던데, 블랙 코어 같은 희귀 자원들을 전부 회수하고 있어. 하운드들이 너한테 시비를 건 건 아마 그 때문일 거야. 먹을 게 줄어드니 더 미쳐 날뛰는 거지.”

“코어 익스트랙터… 그 자식들이 여기까지 온 건가?” 카이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들은 단순한 용병이 아니었다. 기업의 막강한 자본과 기술을 등에 업은, 이 세계의 새로운 포식자들이었다. 그들이 움직인다는 건, 단순한 생존을 넘어선 위협을 의미했다.

“그럼, 내가 구한 블랙 코어도 이제 희귀해지는 건가?” 카이가 물었다.

“희귀하다 못해 씨가 마르겠지. 그들이 회수하면, 우린 그걸 암시장에서 두 배, 세 배를 주고 사야 할 거야. 네가 가져온 건 꽤 값나갈 테니 걱정 마. 하지만 이건 그냥 시작일 뿐이야, 카이. 그놈들이 진짜 노리는 건 더 깊은 곳, 더 큰 거야.”

리나의 경고가 카이의 뇌리를 스쳤다. ‘더 큰 것’. 그는 이 폐허에서 수없이 많은 ‘더 큰 것’들을 피해왔다. 하지만 이제 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얼마에 쳐줄 건데?” 카이가 다시 물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다음 주 식량값과 망가진 호흡 필터를 교체할 크레딧이었다.

리나가 스크린 너머로 씨익 웃었다.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어.”

“조건?” 카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리나가 조건부 거래를 제시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지금 이 구역 지하에… 아주 오래된 데이터 코어가 하나 있다고 해. 수십 년 전, 도시 네트워크가 완전히 붕괴되기 전의 핵심 아카이브 중 하나지. 익스트랙터들이 그걸 노리고 있어. 만약 네가 그들보다 먼저 그걸 찾아내서, 나에게 가져다준다면… 네 블랙 코어는 물론이고, 네 평생 먹고살 크레딧을 보장해 줄게.”

리나의 목소리에는 평소와 다른 진지함이 묻어 있었다. 평생 먹고살 크레딧이라니. 이 폐허 같은 세상에서 꿈같은 얘기였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코어 익스트랙터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건, 거의 자살 행위에 가까웠다.

카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그 데이터 코어는 어디에 있는데?”

그의 질문에 리나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이 폐허 속에서 작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또 다른 생존의 싸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