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도시의 심연: 23층의 메아리

**장르:** 어반 판타지, 공포

**시놉시스:**
고요한 밤의 도시, 그 한가운데 우뚝 솟은 신축 아파트의 23층. 평범한 직장인 민준은 이곳에서 홀로 고요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아파트에서 기괴하고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시작된다. 혼자 움직이는 물건들, 벽 속에서 들려오는 속삭임, 그리고 거울 너머의 시선까지. 이 기이한 폴터가이스트 현상 뒤에 숨겨진 것은 무엇이며, 과연 민준은 이 23층의 끔찍한 비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에피소드 1: 균열 (The Cracks)

**[장면 1] 고요한 밤의 시작**

**시간:** 밤, 늦은 시간
**장소:** 민준의 아파트 거실

**[화면]**
고요한 도시의 밤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수많은 빌딩의 불빛들이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가운데, 한 고층 아파트의 23층 창문에서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카메라는 천천히 그 창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줌인한다.

**[화면]**
민준의 아파트 거실.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 최소한의 가구만이 놓여 있다. 넓은 창밖으로는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민준(20대 후반, 헝클어진 머리에 편안한 홈웨어 차림)이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화면 가득 복잡한 코드들이 빼곡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이내 한숨을 쉬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테이블 위에는 반쯤 비어 있는 커피잔과 먹다 남은 샌드위치가 놓여 있다.

**민준 (내레이션)**
밤 11시 37분. 오늘도 야근의 연장선.
하긴, 재택근무라는 게 이런 식이지. 사무실과 집의 경계가 무너진 삶.
누군가는 자유롭다고 하겠지만, 글쎄. 나는 가끔 이 고요함이 너무… 너무 깊어서 등골이 서늘해질 때가 있다.
마치 나 혼자 이 도시에서 떨어져 나온 섬에 사는 기분.

**[화면]**
민준이 피곤한 눈을 비비며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때, 거실 천장의 LED 조명이 미세하게 깜빡인다. 아주 짧고 희미하게, 마치 전기가 불안정한 것처럼.

**민준**
…뭐야?

**[화면]**
민준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본다. 조명은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안정적으로 빛나고 있다.

**민준 (내레이션)**
새 아파트인데 벌써 수명이 다했나.
아니면, 이 고층 빌딩의 어딘가에서 전력을 너무 많이 쓰는 곳이 있거나.
별일 아니겠지. 피곤해서 헛것이 보였을 수도.

**[화면]**
민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작업에 집중한다. 커피잔을 들어 남은 커피를 마시려는데, 텅 비어 있어야 할 샌드위치 접시 위, 방금 전 자신이 놓았던 컵의 위치가 아주 미묘하게 변해있는 것을 발견한다. 손잡이 방향이 살짝 틀어져 있다.

**민준**
어라…?

**[화준]**
민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컵을 응시한다. 그가 잠시 눈을 감았다 뜨자, 컵은 다시 원래의 위치에 놓여 있는 것 같다.

**민준 (내레이션)**
젠장, 진짜 피곤한가 보다. 이제는 내 물건 위치도 헷갈리고.
환각인가.

**[화면]**
민준이 한숨을 내쉬며 컵을 다시 제자리에 놓는다. 피로가 극에 달한 얼굴.
그는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뻐근한 몸을 푸는 듯 기지개를 활짝 켠다.
정적이 흐르는 아파트.

**[음향]**
아주 희미하게, 벽 너머에서 무언가 긁는 듯한 ‘스륵, 스륵’ 소리가 들린다.
민준은 소리를 듣지 못한 듯 화장실로 향한다.

**[장면 2] 거울 속의 그림자**

**시간:** 밤, 곧 자정
**장소:** 민준의 아파트 화장실

**[화면]**
화장실 문이 열리고 민준이 들어선다. 벽에 매립된 간접 조명이 은은하게 욕실을 비춘다.
민준이 세면대 거울 앞에 선다. 피곤에 지친 얼굴이 거울에 비친다.
그는 수도꼭지를 틀어 차가운 물을 받아 얼굴을 씻는다. 차가운 물줄기가 피부에 닿자 정신이 번쩍 드는 듯하다.

**[화면]**
그가 물기를 닦아내기 위해 수건을 들 때였다.
거울 속, 자신의 어깨 너머로 지나가는 아주 희미하고 검은 그림자를 언뜻 본다. 마치 누군가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화면]**
민준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는 놀라서 황급히 뒤를 돌아본다.
그러나 화장실 문은 굳게 닫혀 있고, 아무도 없다. 정적만이 감돈다.

**민준**
…뭐야, 진짜.

**[화면]**
민준이 두려움과 의아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화장실을 둘러본다.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민준 (내레이션)**
피곤하면 별의별 게 다 보인다더니, 이런 건가.
하긴, 이런 고층 아파트에 나 혼자 있는데 누가 있겠어.
도둑? 그럴 리가. 23층까지 도대체 어떻게 올라와.

**[음향]**
갑자기 샤워기에서 ‘철컥’ 소리와 함께 물줄기가 끊어진다. 이내 다시 ‘쉬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쏟아지는데, 방금 전까지 뜨거웠던 물이 순간적으로 차가워진다.
민준이 화들짝 놀라 손을 뗀다.

**민준**
아잇!

**[화면]**
민준이 샤워기 쪽을 쳐다본다. 물은 다시 뜨거워져 김을 내뿜고 있다.
민준의 얼굴에 짜증과 함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쳐 지나간다.

**민준 (내레이션)**
보일러가 맛이 갔나.
아니, 새 아파트인데 벌써?
아니면, 설마… 내가 샤워기를 건드렸나?
아니야, 분명히 건드리지 않았는데…

**[화면]**
그때, 벽 속에서 아까보다 좀 더 선명하게 긁는 소리가 들린다.
‘스스슥… 스스슥…’
마치 손톱으로 벽지를 긁는 듯한 소리.

**민준**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소리지?
옆집인가?

**[화면]**
민준이 귀를 기울인다. 소리는 민준이 서 있는 벽 안쪽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마치 벽 속에 무언가 갇혀서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민준 (내레이션)**
옆집이라면… 들릴 리가 없잖아.
방음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데, 이 벽에서 소리가 난다고?

**[화면]**
민준이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벽을 더듬어 본다. 매끄러운 벽지 표면.
소리는 멈췄다.
화장실의 간접 조명이 다시 미세하게 깜빡인다.

**민준**
(작게 중얼거린다) 씨…

**[화면]**
민준은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한 듯, 이를 닦고 서둘러 화장실을 나선다.

**[장면 3] 한밤중의 불청객**

**시간:** 자정을 넘긴 시각
**장소:** 민준의 아파트 침실, 거실

**[화면]**
침실. 민준이 침대에 누워 뒤척인다. 잠이 오지 않는 듯 눈을 감았다 떴다 반복한다.
화장실에서 겪었던 일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도는 모양이다.
그의 스마트폰 화면이 어둠 속에서 빛난다. 시간은 새벽 1시 20분을 가리킨다.

**민준 (내레이션)**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그냥 피곤해서 착각한 것들이야.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 예민해져서 그래.
내일 아침이면 다 잊을 거야.

**[음향]**
복도 쪽에서 희미하게 ‘끼이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침실 문이 아주 천천히, 조용히 열리는 소리.

**[화면]**
민준의 눈이 번쩍 뜨인다. 그는 숨을 죽인 채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다.
침실 문은 닫혀 있었다. 분명히.

**민준 (내레이션)**
문이… 열렸어?
내가 안 잠갔나?
아니, 자기 전에 분명히 확인했는데…

**[화면]**
민준이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의 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는 침실 문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문틈을 확인한다.
문은 활짝 열려 있지 않고, 10cm 정도 살짝 열려 있다. 그 사이로 거실의 어둠이 보인다.

**민준**
(작게 속삭이며) 뭐지…?

**[화면]**
민준이 손을 뻗어 문을 닫으려 할 때, 문 안쪽에서 아주 미세한 바람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 바람이 민준의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기운이다.

**민준 (내레이션)**
아니, 에어컨도 껐는데… 창문도 다 닫았고.
이 싸늘한 기운은 뭐지?

**[화면]**
민준이 잠시 멈칫한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문을 조용히 닫는다.
‘철컥’ 하고 문이 잠기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유난히 크게 울린다.
그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음향]**
그때, ‘쨍그랑!’ 하는 요란한 소리가 거실에서 들려온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다.

**[화면]**
민준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심장이 발밑까지 떨어지는 것 같은 충격.
그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거실 쪽을 응시한다.
방금 들린 소리는… 확실히 유리가 깨지는 소리였다.

**민준**
(낮게 읊조리듯) 안 돼…

**[화면]**
민준은 머뭇거린다.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지만 자신의 집에서 나는 소리다.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용기를 쥐어짜 내어 침실 문을 열고 거실로 향한다.

**[화면]**
거실은 어두컴컴하다. 스탠드 조명 하나만 켜져 있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그의 시선이 주방 쪽으로 향한다.
싱크대 옆 찬장 선반 위, 아침에 그가 사용했던 유리컵이 있었다.
지금은 바닥에 산산조각이 나 깨져 있다.

**[화면]**
민준은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다.
유리 파편들이 차갑게 빛나고, 아무도 없는 주방은 기괴한 침묵에 휩싸여 있다.
컵은 누가 밀친 것처럼 선반 끝에 떨어져 깨져 있다. 다른 그릇들은 멀쩡하다.
마치… 그 컵만 노린 듯이.

**민준 (내레이션)**
컵이… 떨어졌다고?
혼자서?
무슨 바람이 불어서?
아니, 창문은 닫혀 있었는데?

**[화면]**
민준이 조심스럽게 주방 쪽으로 한 발자국 내딛는다.
그때, 그의 등 뒤에서 싸늘한 시선이 느껴진다.
너무나도 명확하고, 숨 막히는 시선.
마치 누군가 자신의 바로 뒤에 서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음향]**
민준의 심장 박동 소리가 점차 커진다. (두근… 두근… 두근두근두근…)

**[화면]**
민준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낀다.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짓누르는 공포.
그는 도저히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정체 모를 존재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의 눈동자가 좌우로 격렬하게 흔들린다.

**민준**
(온몸을 떨며, 겨우 숨을 들이쉬듯) …누구야.

**[화면]**
아무런 대답도 없다.
하지만 민준은 느낄 수 있다. 그 차가운 시선이 아직도 자신을 꿰뚫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시선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비웃음 같은 것을.

**[화면]**
거실 스탠드 조명이 다시 한번 크게 깜빡인다.
이번에는 한 번이 아니다.
‘깜빡! 깜빡! 깜빡!’
조명이 깜빡일 때마다, 민준의 주변으로 검은 그림자들이 춤추듯 일렁인다.
마치 어둠 속의 무언가가 조명에 맞춰 움직이는 것처럼.

**민준 (내레이션)**
이건… 착각이 아니야.
절대로.

**[화면]**
카메라는 공포에 질린 민준의 뒷모습과, 그의 앞에 깨진 유리 파편, 그리고 그 주변을 감싸는 어둠을 담는다.
조명이 격렬하게 깜빡이다가, 이내 ‘퍽!’ 소리와 함께 완전히 꺼진다.
완전한 암흑.
민준의 비명 같은 숨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음향]**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찾아봐… 찾아봐…’

**[화면]**
검은 화면.
민준의 심장 소리가 극한으로 치솟으며 페이드아웃.

**— 에피소드 1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