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밤공기가 고대 신전의 부서진 기둥 사이를 휘감았다. 한때 성스러운 노래로 가득했을 곳은 이제 음습한 그림자와 썩어가는 흙냄새만이 맴도는 폐허가 되어 있었다. 그 폐허의 한가운데, 거대한 석상 조각들 사이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밤의 정적을 갈랐다.

“제발… 제발 멈춰…! 더는… 더는 버틸 수가 없어…!”

어둠 속에 파묻힌 인영은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의 팔다리는 검은 촉수 같은 마력에 묶여 천장에 매달린 채 축 늘어져 있었고, 온몸의 핏줄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그의 눈동자는 공포와 고통으로 뒤섞여 있었다.

그의 앞에 선 남자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짙은 그림자가 얼굴의 절반을 가려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으나, 핏빛으로 번뜩이는 두 눈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카엘이었다. 한때 온화하고 정의로웠던 영웅의 그림자는 이제 복수를 향한 어두운 집념으로 완전히 뒤틀려 있었다.

“멈추라고? 네놈의 주인은 나에게 멈출 기회조차 주지 않았지.”

카엘의 목소리는 얼어붙은 강물처럼 낮고 차가웠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마력은 붙잡힌 자, 아르카스의 충실한 심복 세르히의 정신을 파고들고 있었다. 세르히의 머릿속에서 혼란스러운 이미지와 속삭임들이 터져 나오며 카엘의 의식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흐윽… 아니… 아니야… 나는 아무것도 몰라…! 그분은… 그분은 단지…”

“단지? ‘단지’ 나를 버렸고,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았으며, 나의 심장을 찢어 발겼을 뿐이지. 너희가 그 ‘단지’라는 이름으로 무슨 짓을 했는지, 나는 너희의 뼛속까지 파고들어 전부 알아낼 것이다.”

카엘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검은 마력이 세르히의 정신 깊숙한 곳을 헤집자, 그의 입에서 피가 튀어나오며 경련하기 시작했다.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리는 모습은 마치 물고기가 아가미를 벌리는 것 같았다.

정보의 파편들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아르카스의 지시, 은밀한 회합, 감춰진 자금, 그리고… 새로운 계획.

*두 달 후, 새벽의 요새에서 연합 세력의 총집결이 있을 것이다. 아르카스 님께서 그 자리에 나타나 연합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실 계획이다.*

*그의 힘은 예전과 다르다. 그림자 군주와의 계약이…*

그림자 군주. 카엘의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아르카스가 그 끔찍한 존재와 손을 잡았다는 건가? 그의 배신이 단순히 권력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이 세계 자체를 뒤엎으려는 더러운 음모와 얽혀 있었다는 사실에 카엘의 분노는 더욱 격렬하게 타올랐다.

“배신자….”

카엘은 중얼거렸다. 그의 눈앞에 아르카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가장 순수하고, 가장 빛나던 친구. 함께 불의에 맞서 싸우고, 서로의 등을 지켜주며, 세계를 구원하리라 맹세했던 동료. 그 빛나는 웃음 뒤에 이렇게 끔찍한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었다니.

카엘의 몸속에서 솟구치는 분노는 폐허를 뒤덮은 어둠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그는 세르히의 정신을 마지막까지 쥐어짜냈다. 세르히의 눈동자에서 생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의 몸은 마지막 경련을 일으키더니, 고통에 일그러진 채로 툭, 하고 축 늘어졌다.

카엘은 세르히의 몸에서 검은 촉수를 거두었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세르히는 그저 도구였을 뿐, 자신의 복수를 위한 작은 디딤돌에 불과했다. 그의 죽음은 아무런 의미도, 어떤 카타르시스도 주지 못했다. 카엘의 심장은 이미 복수라는 차가운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새벽의 요새… 연합 세력의 총집결….”

카엘은 중얼거렸다. 손에 넣은 정보는 소중했다. 아르카스는 그저 자신을 배신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 세계의 질서를 뒤흔들고, 혼돈을 초래하려는 거대한 음모의 핵심이었다.

이것은 더 이상 개인적인 복수극이 아니었다. 카엘은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아니, 그렇게 믿으려 애썼다. 그러나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아르카스의 배신이 찢어놓은 상처가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피는 복수심이라는 검은 마력을 끊임없이 공급하는 연료가 되었다.

카엘은 발걸음을 옮겨 폐허 밖으로 나섰다. 밤하늘에는 초승달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멀리 도시의 불빛이 아득하게 반짝였다. 그 빛은 한때 자신이 지키려 했던 모든 것,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자가 지금 누리고 있을 영광을 상징하는 듯했다.

그림자 속에서 카엘은 맹세했다.

“아르카스. 네가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았듯이, 나 또한 너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갈 것이다. 네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네가 이루려 하는 모든 것을, 심지어 너의 존재 의미마저도… 그림자 속으로 끌어내려 완전히 파괴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멈추지 않아.”

차가운 바람이 카엘의 망토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의 눈빛은 도시의 불빛을 향해 타오르는 붉은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새벽의 요새. 연합의 심장부. 그곳에서 피바람이 불기 시작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 피바람의 끝에는, 마침내 아르카스의 목숨을 거둘 그의 손이 있을 터였다. 카엘의 그림자가 밤 속으로 사라졌다. 그 뒤에 남은 것은, 복수를 향한 어두운 예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