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장. 어둠 속의 섬광
거친 금속 냄새와 엔진 기름이 뒤섞인 공기 속, 오래된 강철 격납고는 침묵에 잠겨 있었다. 오직 중앙에 떠오른 홀로그램 지도가 희미한 빛을 뿜어내며 그 안에 모인 자들의 얼굴을 비출 뿐이었다. 먼지 쌓인 작업복을 입은 이들의 눈에는 피로와 함께 굳건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목표는 명확합니다.” 세라가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홀로그램 속 붉은 선을 따라 움직였다. “대제국 제7보급함대, ‘아레스의 이빨’ 기지에서 ‘광휘’ 행성으로 향하는 수송선단입니다. 그들은 신형 에너지 코어를 운반 중이며, 제국의 차세대 병기 개발에 필수적인 물자입니다.”
카인은 묵묵히 지도를 응시했다. 거대한 제국의 그림자가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 “경로는? 방어는?”
“제국의 표준 경로를 따릅니다. 다만, 경로 중 ‘망각의 띠’라는 소행성 지대가 있습니다. 이곳은 항성풍이 불안정하고 잔해가 많아 제국 함선들도 탐사를 꺼리는 곳이죠.” 세라는 고개를 들고 카인과 눈을 맞췄다. “우리의 작전은 그곳에서 시작됩니다. 이 루트는 제국의 눈을 피하기 가장 좋은 곳이자, 우리의 유일한 기회입니다.”
“망각의 띠라… 지랄맞은 곳이지.” 루카스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전장에서 얻은 흉터들이 깊게 패어 있었다. 그는 조종석에서 수십 년을 보낸 베테랑이었다. “그 지옥에서 제국 놈들이 놈들을 찾으려면 며칠은 걸릴 거다. 문제는 우리가 그 지옥에서 뭘 해낼 수 있느냐겠지.”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 하나입니다. 속도와 기습.” 세라의 시선이 지도를 훑었다. “루카스 씨는 우리 ‘페가수스 호’를 이끌고 소행성 지대의 깊숙한 곳까지 잠입합니다. 우리는 수송선단이 소행성 지대에 진입할 때까지 그림자처럼 숨어 기다립니다.”
카인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적의 규모는?”
“정찰 결과, 중형 수송함 세 척과 호위함 두 척입니다. 정예 병력이 탑승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세라는 경고의 빛이 서린 눈으로 카인을 바라봤다. “우리는 물자를 탈취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불필요한 교전은 피해야 합니다. 제국 함대가 증원되기 전에 빠져나와야 합니다.”
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여명단’은 소규모 게릴라 부대였다. 거대한 제국 함대와 정면으로 맞설 전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잃을 것이 없는 자들의 용기와 굳은 신념이 있었다.
“좋아, 각자 맡은 임무를 확인하고 최종 점검에 들어간다.” 카인이 나지막이 명령했다. “성공하면, 우리는 제국의 심장에 균열을 낼 수 있다. 실패하면… 이 강철 관짝에서 영원히 잠들겠지. 명심해라,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운다. 억압받는 모든 이들의 희망이 바로 우리다.”
격납고 안에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모든 대원들이 일제히 거친 숨을 내쉬며 흩어졌다. 엔진 소리가 웅웅거리고, 강철 부품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카인은 자신의 전투복을 입으며 허리에 플라즈마 블레이드를 찼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그의 손에 전해졌다. 제국은 모든 행성에서 자원을 수탈하고, 모든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들었다. 하지만 그 어떤 제국도 모든 사람들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그들이 바로 그 증거였다.
“준비 완료, 대장.” 옆에서 그의 동료, 젊은 통신병 리아가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함께 어린 나이답지 않은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카인은 리아의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 마라, 리아. 우린 해낼 거다.”
***
‘페가수스 호’는 거대한 우주를 향해 나아갔다. 빛의 속도로 질주하는 항성 간 우주선은 그 자체로 기적이었다. 하지만 제국에게는 평범한 보급선에 불과했다. 그들은 이 낡은 우주선을 ‘망각의 띠’ 깊숙이 숨겨 놓았다. 수많은 소행성들과 잔해들이 춤추는 위험한 지대였다.
조종석에 앉은 루카스의 손가락이 능숙하게 조이스틱을 움직였다. 그의 눈은 스크린에 띄워진 소행성들의 움직임을 꿰뚫고 있었다. ‘페가수스 호’는 거대한 그림자처럼 소행성들 사이를 미끄러져 들어갔다.
“제국 함선 포착. 세라, 예상 경로와 일치합니다.” 리아가 나직이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미약한 통신음과 섞여 들렸다.
카인은 전방 스크린에 집중했다. 저 멀리, 대제국의 깃발이 선명하게 박힌 수송선 세 척과 그들을 호위하는 두 척의 전투함이 보였다. 거대한 금속 덩어리들이 우주를 가르고 있었다. 저 안에는 제국의 탐욕스러운 계획과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실려 있을 터였다.
“각 팀, 마지막 점검. 침투 준비 완료.” 카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끓어오르는 긴장감이 담겨 있었다. “세라, 함선의 위치는?”
“호위함 두 척이 전방과 후방을 맡고 있습니다. 중앙의 수송선이 우리 목표입니다.” 세라의 분석이 이어졌다. “소행성 지대 진입까지 5분. 항성풍 교란이 심화될 겁니다. 이 틈을 타 접근해야 합니다.”
카인은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훈련했던 모든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동료들의 얼굴, 자유를 염원하는 이들의 절규. 이 모든 것이 그의 어깨에 실려 있었다.
“루카스, 준비됐나?” 카인이 물었다.
“언제든, 대장.” 루카스의 목소리에는 특유의 노련함이 묻어 있었다. “이 낡은 고철 덩어리가 이 순간을 위해 수십 년을 기다린 것 같군.”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마침내 수송선단이 ‘망각의 띠’ 깊숙이 진입했다. 강렬한 항성풍이 센서 교란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수많은 잔해들이 선단의 주위를 맴돌았다. 제국 호위함들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흐트러졌다. 바로 지금이었다.
“진입!” 카인이 외쳤다.
루카스는 거친 조작으로 ‘페가수스 호’를 튀어 오르게 했다. 낡은 엔진이 한계까지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순식간에 그들은 제국 함선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었다. ‘페가수스 호’에서 두 대의 소형 침투선이 분리되어 튀어나갔다. 카인과 그의 침투조가 탑승한 침투선들이었다.
“제국 함선 감지! 미확인 물체 접근!” 제국 통신병의 다급한 목소리가 리아의 통신망을 통해 들려왔다.
“젠장, 벌써 눈치챘어!” 리아가 소리쳤다.
“상관없다! 돌격!” 카인의 목소리가 침투선 내부에 울려 퍼졌다.
침투선들은 제국 함선의 외벽에 자성 접착기로 달라붙었다. 폭약이 설치되고, 폭발과 함께 강철 외벽에 구멍이 뚫렸다. “진입!”
카인이 가장 먼저 균열 안으로 뛰어들었다. 내부는 붉은 비상등으로 번뜩였다. 차가운 금속 복도, 공기 중에는 오존 냄새가 진동했다. 이미 경보가 울리고 있었다.
“침투조, 목표 화물칸으로 이동! 모든 저항은 무력화한다!” 카인의 지시가 통신망을 통해 전해졌다.
복도를 따라 전속력으로 달렸다. 제국 병사들이 코너를 돌아 나타났다. 그들의 레이저 소총이 불을 뿜었다. “엄폐!”
카인은 벽 뒤로 몸을 숨기고 플라즈마 블레이드를 꺼내 들었다. 푸른빛이 번뜩이는 날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그는 짧게 숨을 들이쉬었다. 제국 병사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간다!”
카인은 벽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첫 번째 병사의 레이저가 빗나갔고, 카인의 블레이드가 빠르게 뻗어나가 병사의 방어막을 뚫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세 번째. 그는 춤추듯 움직이며 적들을 쓰러뜨렸다. 섬광과 폭발음이 복도를 가득 채웠다.
“대장! 우측 통로에서 추가 병력!” 리아의 경고가 들려왔다.
“세라, 지원 요청한다! 측면에서 견제해 줘!” 카인이 외쳤다.
‘페가수스 호’의 포탑이 불을 뿜었다. 제국 호위함의 측면을 강타하며 병력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그 틈을 타 카인과 침투조는 화물칸으로 향하는 문을 폭파했다.
거대한 강철 문이 굉음과 함께 열렸다. 화물칸 안은 어두웠지만, 중앙에 놓인 거대한 컨테이너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바로 그 안에 제국의 신형 에너지 코어가 있을 터였다.
“목표 확인! 즉시 탈취 작업 시작!” 카인이 지시했다.
그때, 화물칸 깊숙한 곳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움직였다. 거대한 금속 슈트를 입은 제국 엘리트 병사였다. 슈트의 어깨에는 중장거리 에너지 캐논이 장착되어 있었다.
“침입자들! 여기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금속적인 목소리가 화물칸에 울려 퍼졌다.
카인의 등골에 한기가 흘렀다. 저건 일반 병사가 아니었다. 제국의 ‘광휘 기사단’ 소속 엘리트였다. 하나하나가 소규모 부대를 상대할 수 있는 괴물 같은 존재들이었다.
“나머지는 물자 탈취에 집중해! 저 녀석은 내가 맡는다!” 카인이 외치며 플라즈마 블레이드를 고쳐 잡았다.
엘리트 병사의 캐논에서 붉은 에너지 볼이 발사됐다. 카인은 간발의 차이로 옆으로 몸을 날렸다. 에너지 볼은 뒤편의 컨테이너를 강타했고, 스파크와 함께 강철이 녹아내렸다.
“빠르군.” 엘리트 병사가 말했다. “하지만 무의미하다. 너희 같은 하찮은 반군 따위가 대제국의 위대한 계획을 막을 수는 없다.”
“하찮다고? 제국의 칼날 아래 짓밟힌 사람들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지 네놈은 모를 거다!” 카인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플라즈마 블레이드가 푸른빛을 더욱 강하게 뿜어냈다. “우리는 너희 제국의 지배 아래 고통받는 이들의 심장이다!”
카인은 전속력으로 엘리트 병사에게 돌진했다. 블레이드가 금속 슈트의 방어막에 부딪히며 섬광을 일으켰다. 엘리트 병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카인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쉬지 않고 공격을 퍼부으며 엘리트 병사의 약점을 찾았다.
‘방어막이 너무 두꺼워. 어디든 틈이 있어야 해!’
엘리트 병사가 거대한 팔을 휘둘러 카인을 날려버리려 했다. 카인은 몸을 낮춰 간신히 피했고, 그 틈을 타 그의 블레이드를 엘리트 병사의 무릎 관절로 내리찍었다. 방어막이 잠시 균열을 일으켰다.
“이런 쥐새끼 같은!” 엘리트 병사가 분노했다.
바로 그때, 리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 코어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코어 옆에 봉인된 데이터 단말기가 있습니다! 제국 엠블럼이 찍혀있어요!”
카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데이터 단말기? 신형 코어를 수송하는 중요한 임무에 왜 그런 것이 함께 실려 있는가?
“뭐라고? 즉시 해킹해서 내용물을 확인해라!”
“알겠습니다! 해킹 시작!”
카인은 엘리트 병사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며 리아의 상황을 주시했다. 몇 초, 몇 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해킹 성공! 대장! 이건… 이건 코어에 대한 정보가 아니에요! 제국의 극비 프로젝트 자료입니다! 수많은 행성에서 ‘인간 실험’을 진행했다는 기록이에요!” 리아의 목소리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대제국은… 평민들의 생체 에너지를 추출해서 신형 코어의 동력원으로 사용하고 있었어요!”
카인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인간 실험? 생체 에너지? 그들의 탐욕은 인간의 존엄마저 유린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망할 제국!” 카인은 분노에 휩싸였다. 그의 블레이드가 더욱 강렬한 푸른빛을 뿜어냈다.
“네놈은 이제 죽었다!” 엘리트 병사가 캐논을 겨냥하며 강력한 에너지 볼을 발사했다.
카인은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오직 분노에 찬 눈으로 엘리트 병사를 응시했다. 제국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었다.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이들에게 제국의 추악한 진실을 알려야 했다.
“대장!” 침투조 대원들이 코어를 들고 카인 쪽으로 달려왔다.
“코어는 확보했다! 이제 철수다!” 세라의 다급한 지시가 통신망을 통해 들려왔다. “제국 함대의 증원이 감지되고 있다! 당장 빠져나와야 해!”
카인은 엘리트 병사의 에너지 볼을 정면으로 받아내려 하지 않았다. 그는 온몸의 힘을 실어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엘리트 병사의 캐논 배럴을 향해.
**콰아앙!**
섬광과 함께 거대한 폭발음이 화물칸을 뒤흔들었다. 엘리트 병사의 캐논이 폭발하며 그를 덮쳤다. 카인은 폭발의 여파로 멀리 날아갔다. 그의 몸은 강철 벽에 부딪혔고, 극심한 고통이 전신을 덮쳤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아직 플라즈마 블레이드가 굳건히 쥐여 있었다.
“대장!” 동료들이 그에게 달려왔다.
“괜찮아….” 카인은 피를 토하며 일어섰다. 그의 눈은 분노와 함께 새로운 결의로 빛나고 있었다. “이 정보를… 반드시 전해야 한다. 제국의 진짜 얼굴을 모두에게 알려야 해!”
그들은 확보한 코어와 함께, 제국의 가장 추악한 비밀이 담긴 데이터 단말기를 들고 서둘러 침투선에 탑승했다. 뒤이어 굉음과 함께 침투선이 수송함에서 분리되어 ‘페가수스 호’를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페가수스 호’가 찢어진 수송함을 뒤로하고, ‘망각의 띠’ 깊숙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뒤에서는 제국 함대의 분노에 찬 추격이 시작되고 있었지만, 카인의 마음속에는 더 큰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제국의 숨겨진 진실은 이제 밝혀질 것이었다. 그리고 그 진실은 거대한 제국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어둠 속에서 피어난 섬광은 이제 거대한 폭풍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