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독립적인 단편 소설

아르카나 마법 학원은 평범함을 거부했다. 모든 마법이 최고급 재료와 정밀한 주문으로 완벽하게 구현되는 곳. ‘실수’라는 단어는 금기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솔아는 예외였다. 그녀는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지만, 그 재능이 언제 어떻게 터질지는 아무도, 심지어 본인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마법은 마치 럭비공 같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읏차!”

솔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마법진이 일그러지는 듯한 붉은 섬광이 눈꺼풀 뒤를 강렬하게 때렸다. 분명 ‘치유의 물약’ 소환 주문을 외웠는데… 이 불길한 예감은 뭐지? 그녀의 주문은 이론적으로는 완벽했으나, 실전에서는 늘 솔아만의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눈을 뜨자, 예상대로였다. 쨍그랑!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마법 지팡이 끝에서 튀어나온 것은 치유의 물약이 아니라, 반짝이는 은색 가루를 흩뿌리는 거대한 무쇠 냄비였다. 그것도 하필이면, 수업을 진행하던 멜리사 교장 선생님의 최애 빈티지 마법 지팡이 위로!

멜리사 교장 선생님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의 지팡이는 냄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두 동강 나 있었고, 주변에는 은색 가루가 폭설처럼 쌓여 있었다.

“이솔아! 또 너로구나! 이번 학기에만 세 번째다, 세 번째! 너의 지팡이가 그렇게 창의력을 발휘할 시간에, 기본 주문이나 제대로 외워!”

솔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교장 선생님… 저는 분명….”

“변명은 필요 없다! 당장 저 냄비를 치우고, 마법 도서관 지하 창고에 가서 마나 측정기를 가져와! 이번 일로 마나 흐름이 불안정해졌을지도 모르니!”

마나 측정기는 도서관 깊숙한 곳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 낡은 문 뒤에 있었다. 멜리사 교장 선생님은 아르카나 학원의 마나 흐름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솔아는 자신의 불운에 한숨을 쉬며 삐걱이는 문을 열었다. 오래된 먼지 냄새와 함께 차가운 공기가 그녀를 감쌌다. 낡은 책장들을 지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바닥에 희미하게 빛나는 마법진 하나가 눈에 띄었다. 먼지로 뒤덮여 있었지만, 그 안에 새겨진 문양은 묘하게 솔아의 지팡이 끝에서 늘 튀어나오는 ‘예측 불가능한 마나 흐름’과 닮아 있었다.

“어라? 이건…”

무심코 발을 들이자, 마법진이 푸르게 번쩍이며 바닥이 스르륵 미끄러지듯 열렸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솔아는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

어둠 속에서 정신없이 굴러 떨어진 솔아는, 엉덩이를 부여잡고 신음했다. “아야야… 여기가 어디야?”

주변을 둘러보니, 묘한 푸른빛이 희미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의 근원에는…

“맙소사!”

거대한, 아니, ‘초거대’라고 해야 할까? 거대한 크기에 보라색을 띠는 젤리 같은 몸체, 그리고 그 몸체 여기저기에 튀어나온 수많은 눈알들이 깜빡이는 생명체가 거대한 홀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의 몸에서는 끊임없이 작고 반짝이는 무언가가 퐁퐁 솟아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작고 빛나는 버섯 요정들이었다! 하나가 튀어나오면 둘이 되고, 둘이 튀어나오면 셋이 되고… 홀의 바닥은 이미 수천, 수만 마리의 버섯 요정들로 가득 차 있었다. 녀석들은 쪼르륵 움직이며 솔아의 주변을 맴돌았다. “뾰로롱! 뾰로롱!”

“정말… 끔찍한 금기…” 솔아는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끔찍하다기보다는, ‘기괴하고 귀엽고, 동시에 말도 안 되게 번거로운’ 것이었다. 이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버섯 요정들은 어딘지 모르게 솔아의 마법처럼 통제 불가능한 기운을 뿜어냈다.

그때, 홀의 구석에서 그림자가 움직였다. “누구냐!” 날카로운 목소리가 홀에 울려 퍼졌다.

“히익!” 솔아는 화들짝 놀라며 돌아봤다.

그곳에는 아르카나 학원의 수석, 서하준이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마나 안정기가 들려 있었고, 얼굴은 심각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솔아를, 아니 솔아가 발견한 이 ‘끔찍한 금기’를 통째로 얼려버릴 듯이 차가웠다.

“서… 서하준 선배?”

“이솔아! 네가 여기 왜 있어! 여긴… 여긴 절대 들어와서는 안 되는 곳이야!” 하준은 솔아의 팔을 잡아끌었다. “당장 나가! 이건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하지만 버섯 요정들이 너무 많잖아요! 게다가 쟤네들, 저한테 자꾸 말을 거는 것 같아요!” 솔아는 손가락으로 한 버섯 요정을 가리켰다. 요정은 “뾰로롱!” 하는 소리를 내며 솔아의 코를 간지럽혔다.

하준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솔아를 노려봤다. “말을 건다고? 그저 불안정한 마나 덩어리에 불과해! 착각하지 마!”

그때, 솔아의 지팡이 끝에서 튀어나온 무쇠 냄비가 굴러가더니, 가장 큰 버섯 요정 무리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쨍그랑! 냄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뒤집히자, 그 안에 남아있던 은색 가루들이 버섯 요정들에게 쏟아졌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버섯 요정들이 “뾰로롱뾰로롱!” 하며 더욱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하더니, 은색 가루를 온몸에 뒤집어쓰고는 춤추는 인형들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하필이면 하준 선배가 가장 싫어하는, 핑크색 토끼 인형으로!

하준은 경악에 찬 표정으로 눈을 비볐다. “말도 안 돼… 이솔아, 네 마나는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야!”

솔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도 몰라요! 그냥… 제 마나는 좀 자유분방한가 봐요?”

하준은 이마를 짚었다. 이 거대한 젤리 형태의 생명체는 학원의 전설적인 창립자가 마나 오염을 정화하기 위해 만들려 했던 ‘마나 흡수체’였다. 하지만 실패한 실험으로 인해, 불안정한 마나를 흡수할 때마다 이렇게 통제 불가능한 버섯 요정들을 뿜어내는 ‘마나 먹보’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순간, 아르카나 학원의 명성은 땅에 떨어질 터였다. 하준은 몇 달째 이 비밀을 혼자서 감당하며 해결책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이솔아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

며칠 뒤, 아르카나 마법 학원은 작은 혼돈에 휩싸였다. 마법 교실의 칠판 지우개가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하고, 식당의 모든 수프가 반짝이는 젤리로 변하는가 하면, 심지어 멜리사 교장 선생님의 머리 위에 작은 뿔이 돋아나는 기이한 일까지 벌어졌다. 모든 현상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작고 빛나는 버섯 요정들이 목격되었다는 것.

“유진아, 이거 혹시…” 솔아는 불안한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봤다.

“응, 솔아! 나도 알아! 요즘 학원에 이상한 버섯 요정들이 돌아다니는 것 같아! 어제 밤에는 내 침대 위에서 뾰로롱 거려서 잠을 설쳤다니까!” 유진은 과장된 몸짓으로 말했다. “왠지… 네가 연루되어 있을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천만에! 난 아무것도 몰라!” 솔아는 시치미를 뚝 떼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녀의 귓가는 이미 빨개져 있었다. 버섯 요정들은 솔아의 지팡이 끝에서 튀어나온 냄비에 담겨 있던 은색 가루, 즉 솔아의 예측 불가능한 마나와 반응하며 바깥세상으로 스며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준은 지하에서 솔아를 붙잡고 추궁했다. “이솔아! 네가 그 버섯 요정들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녀석들이 학원 전체로 퍼지고 있어!”

“제가 뭘 했다고 그래요! 그냥 제 마나가 조금 스며들었을 뿐인데… 걔들이 그렇게 반응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어이없다는 듯 솔아를 보던 하준은 결국 한숨을 쉬었다. “좋아. 어쩔 수 없지. 네 마나가 녀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역으로 네 마나로 녀석들을 다시 지하로 돌려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해.”

그렇게 아르카나 학원의 수석과 학원의 예측 불가능한 말썽꾸러기는 학원의 가장 끔찍한 금기를 감추기 위한 기묘한 동맹을 맺게 되었다. 둘은 밤마다 몰래 지하로 내려가 마나 먹보와 버섯 요정들을 연구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솔아의 마법은 번번이 예상 밖의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하준은 매번 이마를 짚거나 기겁을 했다. 한번은 버섯 요정들이 솔아의 마나와 반응해 하준의 지팡이를 거대한 핑크색 솜사탕으로 바꿔버리기도 했다.

“이솔아, 제발 좀 진정해!” 하준은 솜사탕 지팡이를 들고 절규했다.

“죄송해요! 저도 이런 마법은 처음이에요!” 솔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솜사탕 지팡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근데 이거… 엄청 맛있네요?”

하준은 솔아의 해맑은 얼굴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동시에 묘한 감정이 그의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솔아의 예측 불가능한 마나는 혼돈 그 자체였지만, 어딘가 따뜻하고 순수한 에너지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누구도 두려워했던 마나 먹보를 신기하게 여기며 말을 걸 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

드디어 학원의 가장 큰 행사, ‘창립자의 날’이 다가왔다. 아르카나 학원의 모든 학생들과 교수진, 그리고 학부모와 귀빈들이 연단 앞에 모여 창립자의 업적을 기리는 순간. 멜리사 교장 선생님은 그 어느 때보다 엄숙한 표정으로 연단에 올랐다.

“친애하는 아르카나 학원의 가족 여러분!” 교장 선생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쨍그랑!

연단 뒤편에서 거대한 마나 측정기가 쓰러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 틈으로, 수천, 수만 마리의 버섯 요정들이 “뾰로롱뾰로롱!” 하는 소리와 함께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요정들은 연단 위로, 귀빈들의 머리 위로, 학생들의 마법 지팡이 위로 흩뿌려졌다. 연단에 놓여 있던 창립자의 초상화는 삽시간에 온몸이 은빛으로 번쩍이는 거대한 핑크 토끼 인형으로 변해버렸다!

“맙소사! 이게 무슨 짓이냐!” 멜리사 교장 선생님은 경악하며 소리쳤다. 그녀의 머리 위에는 아침에 사라졌던 작은 뿔이 다시 돋아나 있었다.

“서둘러, 선배!” 솔아는 하준을 향해 소리쳤다. “제 마나가 제일 잘 통하는 것 같아요!”

솔아는 자신의 지팡이를 높이 들었다. 그녀의 몸에서 예측 불가능한 마나의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마나의 흐름은 마치 춤을 추듯 자유분방하게 버섯 요정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요정들은 솔아의 마나에 반응하여 더욱 격렬하게 춤을 추는 듯했다.

하준은 침착하게 솔아의 마나 흐름을 자신의 안정된 마법으로 보조했다. 그의 마나는 솔아의 예측 불가능한 마나를 잡아주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닻과 같았다. 둘의 마나가 얽히고설켜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을 이루자, 홀에 퍼져나가던 버섯 요정들이 빛나는 물방울로 변하기 시작했다. 퐁! 퐁! 터지는 물방울들은 학원 전체를 신비로운 빛으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요정들은 다시 순수한 마나의 형태로 돌아가 거대한 ‘마나 먹보’에게 흡수되었다.

***

모든 것이 정리된 후, 학원 전체는 고요함 속에 잠겼다. 창립자의 초상화는 원래대로 돌아왔고, 교장 선생님의 뿔도 사라졌다.

멜리사 교장 선생님은 솔아와 하준을 번갈아 보았다. “그래서… 저 괴상한 버섯 요정들이 전부 네 마나와 연관이 있다는 거냐, 이솔아?”

솔아는 쭈뼛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제 마나가 원래 좀 독특해서요…”

하준이 대신 나섰다. “이솔아의 마나가 ‘마나 먹보’와 버섯 요정들의 마나 흐름을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어쩌면 이 ‘금기’는… 이솔아의 마나를 통해 비로소 제 기능을 찾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멜리사 교장 선생님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끔찍한 금기’가 ‘학원의 새로운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에 당황한 듯했다. 아르카나 학원의 명성은 마나 순환 시스템의 완벽함에 달렸으니, 이 ‘마나 먹보’를 ‘특이 마나 순환 장치’로 포장하면 되는 문제였다.

그날 저녁, 모든 소동이 잠잠해진 후, 솔아는 하준과 함께 학원 뜰에 앉아 있었다. 하늘에는 별들이 쏟아질 듯 빛나고 있었다.

“선배, 그런데 ‘마나 먹보’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예요?” 솔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준은 피식 웃었다. “이제 더 이상 ‘끔찍한 금기’는 아니게 될 거야. 교장 선생님이 새로운 ‘마나 순환 장치’라고 부르기로 했어. 그리고…”

그는 솔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네가 가끔 가서 마나를 안정시켜줘야 할 것 같아. 네 특별한 마나가 그 녀석과 가장 잘 맞으니까.”

솔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제… 제가요?”

“응. 그리고… 나도 같이 갈게. 혼자 두기엔 네 마나가 너무 위험하니까.” 하준의 눈빛은 별빛처럼 부드럽게 빛났다. “아니, 사실은… 혼자 두기엔 네가 너무 위험하니까.”

솔아는 고개를 숙였다. 쿵, 쿵, 쿵. 심장이 버섯 요정들처럼 뾰로롱 거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알 수 없는 미소와 함께 하늘의 별을 올려다봤다. 아르카나 마법 학원의 지하에는 더 이상 ‘끔찍한 금기’가 아닌, 작고 귀여운 비밀이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비밀은, 두 사람의 가장 로맨틱한 동기가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