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요청하신 대본은 아래와 같습니다. 천재적인 작가의 혼을 담아, 가장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심혈을 기울여 집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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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심연의 흉터 (Scar of the Aby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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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우주선 내부 – 함교 – 밤의 의미 없음**
**[FADE IN]**
망망대해처럼 펼쳐진 암흑의 우주. 그 속을 한 점 불빛처럼 유영하는 거대한 우주 탐사선, ‘크로노스 호’. 인류의 끝없는 호기심과 기술의 정수가 응축된 존재가 고독하게 빛난다.
**[삐이-]**
함교를 감싸던 적막을 깨고 낮은 경고음이 울린다. 모니터 한구석, 붉은 점멸이 작게 깜빡인다. 다섯 개의 거대한 스크린만이 푸른빛을 뿜어내며 함교의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든다.
**[클로즈업]** 스크린 속, 알 수 없는 신호가 복잡하고 불규칙한 패턴으로 요동친다.
**선장 이시엘** (30대 후반, 냉철하고 강인한 인상의 여성. 깊은 피로가 드리워져 있지만, 흔들림 없는 눈빛은 오랜 항해로 단련된 정신력을 증명한다.)
“…또야?”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그 속에는 며칠째 이어지는 기이한 현상에 대한 지긋지긋함과, 동시에 미지의 존재를 향한 예민한 촉이 숨어 있었다.
**부함장 강준** (30대 초반, 날카로운 지성과 뜨거운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 하지만 최근 그의 얼굴에는 잠 못 이룬 흔적과 함께 미묘한 불안감이 엿보인다.)
“예, 선장님. 일곱 번째입니다. 이번엔 좀 더… 명확합니다.”
강준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춤추듯 바쁘게 움직인다. 스크린의 패턴은 더욱 복잡해지고, 에너지 수치는 미친 듯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줌 인]** 강준의 미간. 옅은 주름이 깊어진다. 그는 이 신호가 단순한 기계적 오류가 아님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시엘**
“위치 특정은.”
**강준**
“계속 불규칙하게 변동하지만, 대략 ‘공허의 틈’ 방면입니다. 저번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발원하고 있습니다.”
공허의 틈. 인류가 도달한 가장 먼 우주,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차원의 왜곡 지점. 그 이름이 이시엘의 뇌리에 차갑게 와 박힌다.
**이시엘**
“그곳은 탐사 금지 구역이다. 에너지 반응이 없으면 통과조차 불가능한 곳.”
**강준**
“하지만… 에너지 반응이 있습니다, 선장님. 전례 없는 규모로. 그리고… 생체 반응은 아닙니다.”
강준의 목소리에 흥분과 함께 불길한 예감이 섞여 있었다. 마치 금지된 지식을 갈구하는 학자의 그것처럼.
**항해사 박세아** (20대 후반, 침착하고 꼼꼼한 성격. 지금은 모니터를 응시하며 미간을 찌푸린 채 마른 침을 삼키고 있다.)
“계기판에 오류 메시지가 자꾸 뜨네요. 조타 시스템에도 미세한 간섭이 감지됩니다.”
**[쉬이익-]**
함교의 자동문이 열리고, 보안장교 김태오가 들어선다. 그의 등 뒤로는 어둠이 밀려드는 듯했다.
**보안장교 김태오** (30대 초반, 다부진 체격과 굳건한 표정. 허리춤에 휴대용 에너지 라이플이 매달려 있다. 항상 침착하지만, 그의 눈에는 긴장감이 스친다.)
“선장님, 저번처럼 승무원들이 불안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악몽을 꾸고, 환청을 듣는다는 보고가 늘었습니다. 특히 하부 데크 쪽에서요.”
이시엘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크로노스 호는 심우주 탐사 임무 중이었다. 알려지지 않은 행성계를 조사하고, 인류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 그것이 이들의 존재 이유였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알 수 없는 신호와 함께 미지의 불안감이 승무원들을 덮치고 있었다. 단순한 우주 공포증과는 달랐다. 마치 내면을 갉아먹는 듯한, 영혼을 파고드는 듯한 섬뜩함이었다.
**이시엘**
“신호 발원지까지의 항로 설정해.”
강준과 박세아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함께 노골적인 불만이 떠올랐다.
**강준**
“선장님?! 위험합니다. 탐사 프로토콜에 위배될 뿐더러… 저 신호는 분명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이시엘**
“정상적이지 않기에 가야 한다. 이대로라면 우린 저 미지의 신호에 의해 점차 좀먹어 죽을 것이다. 근원을 알아야 해. 태오, 무장 병력 배치 준비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김태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도 불안감이 스쳤지만, 선장의 명령에는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라이플 손잡이를 만진다.
**[컷 투]**
**SCENE 2. 우주선 외부 – 심우주 – 낮/밤의 의미 없음**
크로노스 호가 거대한 암흑 속으로 서서히 나아간다. 함선 주변의 칠흑 같은 어둠이 더욱 짙어지는 것 같다. 함선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공간 너머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무한한 허무만이 존재한다.
**[웅- 웅-]**
함선의 엔진음이 낮게, 불길하게 깔린다.
**[몽타주]**
* 수많은 별들 사이를 유영하는 크로노스 호. 그 실루엣은 거대한 심해어 같다.
* 함교의 승무원들이 긴장한 얼굴로 모니터를 주시한다. 그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 강준이 눈에 피로를 숨기지 못하고 거친 숨을 내쉬며 데이터 분석에 몰두한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다.
* 박세아가 조타 시스템의 오류를 점검하며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린다.
* 김태오가 무장 병력과 함께 복도를 순찰한다. 그의 시선은 어둠 속에 감춰진 무언가를 찾는 듯 날카롭다. 경계하는 그의 뒷모습이 불안정해 보인다.
* 어둠 속, 한 승무원이 덜덜 떨며 자신의 침대에 웅크려 있다. 그의 눈은 공포로 가득 차 있고, 입술은 파르르 떨린다. 그의 중얼거림이 희미하게 들린다. (승무원: “…안 돼…오지 마…”)
**[컷 투]**
**SCENE 3. 우주선 내부 – 함교 – 낮/밤의 의미 없음**
**[삐이이이이익-!]**
굉음과 함께 모든 스크린이 일순간 붉게 물든다. 함교 전체가 비상 상황임을 알리는 붉은 섬광으로 번쩍인다.
**박세아**
“선장님! 전방에 거대한 에너지체 감지! 회피 불가능합니다!”
**이시엘**
“젠장! 충돌 대비! 모든 승무원 충격 방지 모드!”
**[콰아앙-!]**
크로노스 호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린다. 천장에서 스파크가 튀고, 승무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가눈다. 함교의 조명들이 번쩍거리다 일부 꺼져 버린다. 어둠이 더욱 짙어진다.
**강준**
“피해 보고! 기관실 이상 없음! 격벽 손상 없음! 하지만… 하지만 저희가 무언가와 접촉했습니다!”
**이시엘**
“뭐라고?! 스크린에 아무것도 없었잖아!”
**강준**
“정확히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광학 센서만 겨우 감지했습니다.”
**[클로즈업]** 강준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스크린의 한 지점. 흐릿한 영상이지만, 거대한 암흑 속에서 미미하게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보인다. 불규칙한 형태, 하지만 분명한 인공물의 느낌.
**[줌 인]** 그 물체. 마치 깨진 거울 조각처럼 빛을 반사한다. 그러나 그 빛은 차갑고 불길하다. 보는 사람의 시선을 집어삼킬 듯하다.
**이시엘**
“수동으로 접근 궤도 수정. 이동 속도 최저. 태오, 탐사조 준비시켜.”
**김태오**
“알겠습니다.”
김태오의 표정은 굳건했지만,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에너지 라이플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그의 눈동자에 미세한 떨림이 감지된다.
**[컷 투]**
**SCENE 4. 우주선 내부 – 격납고**
격납고의 거대한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 소형 탐사선을 탑재한 크레인이 서서히 움직인다. 탐사선 내부에는 이시엘, 강준, 김태오, 그리고 두 명의 무장 승무원이 탑승해 있다. 모두 두꺼운 헬멧을 착용하고 통신 시스템을 점검한다.
**이시엘**
(통신, 낮게 깔리는 목소리)
“박세아, 현재 위치 고정하고 외부 상황 보고해.”
**박세아**
(통신, 혼선이 약간 섞임, 불안한 목소리)
“네, 선장님. 외부 대기… 이상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인데도 미세한 진동이 감지됩니다. 마치… 고동치는 것 같아요.”
**[쉬이익-]**
탐사선의 해치가 닫히고, 잠금장치 소리가 육중하게 울린다.
**강준**
“외부 기온은 영하 270도… 예상했던 수치입니다. 이물질 분석 시작.”
탐사선 내부의 스크린에 외부 센서 정보가 실시간으로 뜬다. 복잡한 수치들이 빠르게 흘러간다.
**[탐사선 진동음 – 낮게 깔림. 미세한 떨림이 카메라에 담긴다.]**
**김태오**
“선장님, 저 앞에 보입니다.”
이시엘이 고개를 들자, 탐사선 전면의 대형 창문 너머로 미지의 물체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것은 거대한 검은 결정체처럼 보였다. 표면은 매끄럽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을 담고 있었다. 희미하게 푸른빛이 새어 나오는데, 그것은 마치 저 먼 우주의 심연을 응축해 놓은 듯했다. 길이는 대략 50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규모. 마치 누군가 우주를 조각하여 만들어낸 예술품 같기도, 혹은 불길한 신의 조각상 같기도 했다. 보는 순간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존재감.
**[클로즈업]** 이시엘의 눈. 경외감과 함께 섬뜩한 공포가 스친다. 그녀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이시엘**
“믿을 수 없어… 이런 것이 존재했다고…?”
**강준**
“에너지 방출… 엄청납니다. 지금까지 기록된 어떤 자연 현상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인공물임이 거의 확실합니다.”
그는 물체를 향해 광학 스캐너를 쏜다. **[삐빅, 삐비비빅-]** 스캐너에서 분석 데이터가 쏟아져 나온다.
**강준**
“구성 성분…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주기율표에 없는 원소 조합입니다. 그리고… 표면에서 희미하게… 진동이 느껴집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줌 인]** 물체의 표면. 검은색이지만, 미세하게 움직이는 듯한 환각이 보인다. 보는 사람의 눈을 홀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표면 아래에서 푸른 빛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듯하다.
**이시엘**
“접촉 가능 거리에 접근해. 태오, 경계를 늦추지 마.”
탐사선이 서서히 물체로 다가간다. 거대한 어둠의 결정체는 마치 고대 신의 눈처럼 그들을 응시하는 것만 같았다.
**[점점 커지는 웅- 하는 소리. 낮은 음의 진동이 탐사선 내부를 채운다. 심장을 짓누르는 듯한 압력.]**
**무장 승무원 1** (헬멧 안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다. 목소리가 떨린다.)
“흐읍… 선장님, 속이… 속이 메스껍습니다…”
**무장 승무원 2** (비슷하게 괴로워한다.)
“저도… 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아요…”
**이시엘**
“진정해. 단순한 착각일 거야.”
하지만 이시엘 자신도 가슴 속에서 불길한 울림이 시작되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제멋대로 뛰는 듯한 기분이었다.
**강준**
“선장님! 스캔 데이터에 이상이 있습니다! 내부 구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빈 공간입니다!”
**이시엘**
“뭐라고?”
강준이 분석 결과를 스크린에 띄운다. 검은 결정체 내부가 완전히 비어 있는 것으로 표시된다. 마치 껍데기만 존재하는 것처럼.
**강준**
“하지만… 에너지는 끊임없이 방출하고 있습니다. 빈 공간에서… 에너지가 방출된다니…?”
그때, 거대한 검은 결정체 표면에서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드드득-!]**
균열은 마치 얼음 표면에 번개처럼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 사이로 더욱 강렬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어둠의 결정체가 서서히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처럼.
**김태오**
“선장님! 위험합니다! 물러서야 합니다!”
**이시엘**
“후퇴! 즉시 후퇴!”
하지만 너무 늦었다. 균열이 커지며 결정체의 한 부분이 거대한 문처럼 열리기 시작한다.
**[끼이이이이잉-!]** 귀를 찢을 듯한 금속음이 온 우주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듣는 이의 영혼을 갉아먹는 듯한 불협화음.
그 문 안쪽에서, 무한한 어둠이 뿜어져 나온다. 그것은 단순히 빛이 없는 어둠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모든 존재를 지워버릴 듯한 압도적인 허무의 어둠이었다.
**[스크린 가득 압도적인 어둠. 탐사선 내부의 불빛이 그 어둠에 의해 잠식당하는 듯 희미해진다. 모든 색채가 사라지고 흑백으로 변하는 듯한 느낌.]**
**무장 승무원 1**
“안 돼… 저건… 저건…”
그의 눈이 공포로 뒤덮이고, 이성을 잃은 듯 비명을 지른다. 그의 목소리는 통신 시스템을 통해 함교까지 전달된다.
**강준**
“이럴 수가… 저 안에서… 무언가가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탐사선 전체가 엄청난 중력에라도 걸린 듯 앞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웅장한 흡인음. 온몸의 장기가 뒤틀리는 듯한 불쾌감.]**
**이시엘**
“엔진 최대 출력! 벗어나! 제발!”
박세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통신으로 들려온다. 그녀의 목소리에도 공포가 서려 있다.
**박세아**
“선장님! 함선에서 뭔가 끌어당기고 있어요! 주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습니다! 위험해요!”
크로노스 호 본체마저 휘청거리고 있었다.
탐사선은 이미 거대한 문 안으로 절반쯤 빨려 들어간 상태였다. 그 어둠 속에서, 이시엘은 보았다.
수많은 형체들이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것을. 그것들은 그림자처럼 흐릿했지만, 분명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유령처럼, 혹은 존재해서는 안 될 불가능한 생명체처럼.
**[클로즈업]** 이시엘의 헬멧 안, 동공이 극도로 확장된다. 그녀의 얼굴은 순수한 공포로 일그러진다. 핏기가 완전히 가신 얼굴.
**이시엘**
“안 돼… 이건…”
그때, 어둠 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촉수가 튀어나와 탐사선의 선체를 강타한다.
**[콰아앙-!]**
탐사선이 뒤집히며 내부의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 스크린은 꺼지고, 비상등이 붉게 깜빡인다.
**[통신 두절 효과. 지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박세아의 비명이 끊어진다.]**
**박세아**
“선장니이이임-!”
**이시엘**
“태오! 강준! 정신 차려!”
그녀는 겨우 몸을 가누고 쓰러진 무장 승무원들을 확인한다. 그들은 의식을 잃은 채였다. 김태오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었다. 강준은 정신을 잃었는지 축 늘어져 있었다.
**[클로즈업]** 깨진 창문 너머의 어둠. 그 속에서 수많은 눈동자들이 빛나는 환영이 스쳐 지나간다. 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의 시선이 쏟아지는 듯하다.
이시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둠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거대한 존재였다.
그것은 형체가 없었다. 아니, 형체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해서 눈으로 인식할 수 없었다. 마치 우주의 모든 공포를 응축하여 만들어진, 거대하고 불가능한 존재였다. 모든 이성을 마비시키는 절대적인 공포.
그 존재의 미미한 움직임만으로도 탐사선은 더욱 깊이 빨려 들어갔다.
**[이시엘의 심장 소리 – 쿵, 쿵, 쿵. 점점 빨라진다.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그녀는 절망적인 시선으로 우주선을 통제할 수 있는 비상 수동 장치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탐사선은 거대한 어둠의 문 안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강렬한 섬광! 그리고 모든 것이 정지한다. 찰나의 정적.]**
**[FADE TO BLACK]**
**SCENE 5. 어둠 속 – 내부**
**[FADE IN]**
정적.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시엘은 어딘가에 쓰러져 있었다. 몸은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 마치 모든 것이 사라진 듯한 허무.
천천히 눈을 뜬다. 주변은 완전히 어둡다. 빛 한 점 없는 암흑.
헬멧이 벗겨져 있었다. 숨쉬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너무나도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찢는 듯했다. 공기에서 쇠 비린내가 희미하게 풍긴다.
**이시엘**
(낮게 쉰 목소리, 떨림이 섞여 있다.)
“…강준? 태오…?”
답이 없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둠 속에 흡수되어 사라지는 듯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더듬거린다. 차갑고 매끄러운 바닥. 그녀가 누워 있는 곳은 탐사선 내부가 아니었다. 탐사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시엘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빛이 없는데도 그녀의 눈은 어둠에 익숙해지는 듯, 희미하게 주변의 윤곽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클로즈업]** 이시엘의 눈동자.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이 서서히 초점을 맞춘다. 공포와 함께 생존 본능의 섬광이 스친다.
그녀가 서 있는 곳은 거대한 동굴과 같았다. 검은 결정체로 이루어진 벽과 바닥. 모든 것이 칠흑같이 어두웠지만, 그 재질 자체가 빛을 머금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저 멀리, 희미하게 빛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 빛은 마치 어둠 속에 떠다니는 하나의 붉은 별 같았다. 존재해서는 안 될 곳에 존재하는 기이한 생명체처럼.
**이시엘**
“저건…”
그녀는 고통을 무릅쓰고 빛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발소리는 어둠 속에 흡수되는 듯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오직 그녀의 거친 숨소리만이 들릴 뿐.
어둠이 짙어질수록, 주변의 공포는 더욱 선명해졌다. 이곳은 생명이 존재할 수 없는 곳이었다.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냉기와 함께, 알 수 없는 존재의 시선이 그녀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그녀의 피부에 소름이 돋는다.
마침내 빛에 다다른다.
그것은 거대한 기둥 형태의 결정체였다. 아까 보았던 우주선 외부의 결정체와 동일한 물질.
그리고 그 기둥의 한가운데, 붉은 빛이 맥박 치듯 깜빡이는 심장이 있었다.
그것은 기계도 아니고, 생명체도 아니었다. 단단한 결정 속에 박혀 있는, 살아 있는 듯한 심장이었다. 붉은 혈액이 그 속에서 흐르는 듯한 생생함.
**[두근- 두근-]** 느리고 깊은 심장 소리가 이시엘의 귓속을 파고든다.
그 소리는 그녀의 심장 소리와 공명하는 듯했다. 마치 태고적부터 울려 퍼지던 우주의 고동처럼.
**[클로즈업]** 이시엘의 얼굴. 공포, 혼란, 그리고 알 수 없는 매혹이 교차한다. 그녀의 표정은 복잡하게 일그러진다.
그때, 그녀의 발치에서 신음 소리가 들린다.
**강준**
“으윽…”
이시엘은 황급히 그에게 다가간다.
강준은 붉은 결정체 기둥 바로 옆에 쓰러져 있었다. 그의 얼굴은 피로 얼룩져 있었지만, 그의 눈은 살아 있었다.
아니, 살아 있었다기보다는… 이전과는 다른, 기이한 빛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광기와 희열이 뒤섞인 눈빛.
**이시엘**
“강준! 정신 차려! 괜찮아?”
**강준**
(힘겹게 웃으며, 목소리에 알 수 없는 잔잔한 기쁨이 스며 있다.)
“선장님… 봤습니다… 제가 봤어요…”
**이시엘**
“뭘? 대체 뭘 봤다는 거야?”
**강준**
“진실을… 이 우주의… 모든 것을 초월한 진실을…”
강준은 붉은 심장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에는 광기와 황홀경이 뒤섞여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안도감의 미소가 아니었다. 존재해서는 안 될 것을 깨달은 자의 섬뜩한, 구원받은 듯한 미소였다.
**강준**
“이것은… 살아있는 우주 그 자체입니다. 모든 별의 탄생과 죽음, 모든 문명의 흥망성쇠… 모든 기억이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보았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이시엘**
“강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정신 차려!”
이시엘은 그의 뺨을 때렸다. **[찰싹!]** 하지만 강준의 눈은 여전히 붉은 심장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는다.
**강준**
“들리지 않으십니까? 저 심장이… 우주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존재를… 너무나도 하찮게 만드는… 아름다운 노래를…”
그의 손이 천천히 붉은 심장을 향해 뻗어진다. 마치 홀린 듯이.
**이시엘**
“안 돼! 만지지 마!”
이시엘이 그의 팔을 잡으려 했지만, 강준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그의 손가락이 붉은 결정체 심장에 닿는 순간,
**[파아아앗-!]**
강렬한 붉은 섬광이 폭발한다. 동굴 전체가 붉은빛으로 물든다. 빛의 파동이 이시엘의 시야를 강타한다.
강준의 몸이 굳어버린다. 그의 얼굴에는 극심한 고통과 함께,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이 공존하는 기묘한 표정이 떠오른다. 마치 육체가 분해되는 고통 속에서 영혼의 깨달음을 얻는 듯한 역설적인 표정.
그의 몸에서 검은 촉수 같은 것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피부를 뚫고 솟아나는 그것들은 마치 살아있는 그림자 같았다. 그의 육체를 뒤틀고 변형시키며, 결정체 기둥과 하나가 되어간다.
**이시엘**
“크으악-!”
이시엘은 눈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빛이 너무나도 강렬했다. 살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는 환상.
**[점점 커지는 기괴한 비명 소리. 강준의 목소리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여러 개의 목소리가 겹쳐지는 듯한 소름 끼치는 울림.]**
빛이 서서히 잦아들자, 이시엘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눈앞에 서 있던 것은, 더 이상 강준이 아니었다.
강준의 형체는 붉은 심장과 완전히 융합되어 있었다. 그의 몸은 검은 촉수와 결정체로 뒤덮여, 기괴한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인간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변형된 존재. 그의 얼굴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붉은빛으로 빛나는 여러 개의 눈동자만이 섬뜩하게 박혀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어둠 속의 불꽃처럼 이시엘을 응시한다.
**[클로즈업]** 강준의 자리. 이제는 붉은 심장에서 뻗어 나온 무수한 촉수와 검은 결정체로 뒤덮인, 인간의 형상을 잃은 존재. 그 존재의 중심에서 붉은 눈동자들이 이시엘을 응시한다. 시청자도 그 시선에 압도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존재의 입에서, 강준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수많은 목소리가 겹쳐진 듯한 끔찍한 울림이 터져 나온다. 그 소리는 뇌를 직접 파고드는 듯한 불쾌감을 준다.
**변형된 강준**
“환영한다… 선장 이시엘… 이곳은… 너희의 종말이자… 시작이 될 것이다…”
그 소리는 이시엘의 머릿속을 꿰뚫는 듯했다. 그녀의 눈앞에서, 그녀의 동료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모해 버린 현실이 펼쳐졌다. 이성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이시엘**
(두려움에 떨며 뒷걸음질 친다. 목소리가 극도로 떨린다.)
“아니야… 아니야… 강준…!”
그 존재는 천천히, 그러나 거대한 힘을 가지고 이시엘에게 다가온다. 바닥을 긁는 듯한 섬뜩한 소리.
어둠 속에서, 붉은 눈동자들이 더욱 강렬하게 이시엘을 응시한다. 모든 탈출구를 막아버릴 듯한 압도적인 존재감.
**[클로즈업]** 이시엘의 얼굴. 공포, 절망, 그리고 강렬한 생존 본능이 뒤섞여 있다. 그녀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옆구리에 있던 비상용 단말기를 움켜쥔다. 마지막 희망을 잡는 듯한 몸부림.
**[변형된 강준의 웃음소리. 수많은 목소리가 뒤섞인 기괴한 웃음소리가 동굴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이시엘의 영혼을 찢어발기는 듯한 소리였다.]**
**변형된 강준**
“두려워 마라… 이시엘… 너 또한… 우리와 하나가 될 테니…”
그 순간, 이시엘은 단말기를 꺼내 바닥에 내던졌다.
**[단말기 부서지는 소리. 작은 스파크가 튀긴다. 어둠 속에서 사라지는 작은 빛.]**
그녀는 살아야 했다.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든, 이곳에서 살아남아 이 끔찍한 진실을 알려야 했다. 그녀의 눈에 비장함이 떠오른다.
**[FADE TO BLACK]**
**[END OF EPISOD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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