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대정국 기담: 닫힌 문, 붉은 실 (1화)

**장면 1: 새벽의 비명**

[어두컴컴한 새벽, 안개 자욱한 대정국의 수도 한양. 고층 빌딩과 기와집이 묘하게 어우러진 풍경. 거대한 벽돌 담장 너머로 고색창연한 기와지붕이 늘어선 대저택, ‘청명재(淸明齋)’가 보인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전기 등불만이 희미하게 길을 밝히고 있다.]

**내레이션:** 대정 37년, 동방의 패권을 쥔 대정국은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팽창하고 있었다.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수도 한양은 찬란한 문명의 빛과 음습한 그림자를 동시에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서, 또 하나의 비극이 싹트고 있었다.

[청명재 내부, 한밤중의 적막을 깨고 날카로운 여인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비명은 저택의 가장 깊숙한 곳, 서재에서 터져 나왔다.]

**하녀 (비명):** 꺄아악!

[장면 전환. 저택 안, 고급스러운 비단 이불을 걷어차고 잠에서 깬 사람들이 허둥지둥 서재 쪽으로 달려온다. 나이든 집사와 젊은 부인, 몇몇 하인들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서재 문 앞에 모여든다.]

**하인 1:** 무슨 일입니까!
**집사 김 노인:** (숨을 헐떡이며) 서, 서재에서… 아가씨의 비명 소리가…

[서재 문은 육중한 흑단으로 만들어져 있고, 손잡이에는 놋쇠 자물쇠가 단단히 채워져 있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미약한 빛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젊은 부인 (겁에 질린 목소리):** 여보? 이안 대감? 안에 계세요? 제발, 문 좀 열어보세요!

[문을 두드리고 손잡이를 흔들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집사 김 노인:** (다른 하인들에게) 빨리, 문을 부숴라! 쇠망치를 가져와!

[하인들이 다급하게 쇠망치를 들고 와 육중한 서재 문을 내리찍기 시작한다. 쿵, 쿵, 쿵. 굉음이 저택을 울리고, 마침내 문고리가 부서지며 빗장이 떨어진다.]

[문을 활짝 열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모두가 숨을 삼킨다. 화려한 서재 한가운데, 거대한 책상 앞에 한 남자가 쓰러져 있다. 고가의 비단 도포는 피로 축축하게 젖어 붉은색을 띠고, 목에는 날카로운 비수(匕首)가 깊이 박혀 있었다. 피는 바닥의 페르시아 양탄자를 적셔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하녀 (비명을 지른):** (벽에 기대어 주저앉으며) 흐읍… 흐읍…

**젊은 부인:** (입을 틀어막고 주저앉아 오열한다) 여보! 여보오오!

**집사 김 노인:** (몸을 부들부들 떨며 남자를 확인한다) 이안… 이안 대감님… 흑…

[화면은 남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대정국 최고의 거상(巨商)이자 정계의 실세였던 ‘강이안(姜吏安)’ 대감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고, 눈은 공포에 질린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내레이션:** 강이안 대감은 대정국의 경제를 주무르던 인물이었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정국 전체를 뒤흔들 거대한 파문의 시작이었다. 더욱이, 이 모든 비극은 완벽하게 ‘닫힌 방’ 안에서 벌어졌다.

**장면 2: 강철 경위의 분노**

[시간이 흘러 날이 밝았다. 청명재 앞마당에는 대정국 경무국(警務局)의 순찰차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수많은 순경들이 오가며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서재 안. 덩치 큰 체구의 중년 남자, 강철(姜鐵) 경위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그의 주변에는 감식반 요원들이 분주하게 증거를 수집 중이다.]

**강철 경위:** (이를 악물고) 망할… 완벽한 밀실이야.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은 놋쇠 창살로 막혀있는데다가 너무 높아. 발코니도 없어. 침입 흔적은 전무!

**감식반 요원 1:** (장갑 낀 손으로 문고리를 만지작거리며) 네, 경위님. 문고리는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부수지 않고서는 열 수 없었을 겁니다. 열쇠도… 안에서 발견되었구요.

**강철 경위:** (피 묻은 비수를 노려본다) 이 비수는?

**감식반 요원 2:** 대감님 서재의 장식품 중 하나였습니다. 원래 대감님 책상 위 연필꽂이에 꽂혀 있었죠. 지문은… 대감님 것 외에는 아직 특별한 것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강철 경위:** (한숨을 푹 쉬며) 하아… 그럼 자살이라는 거냐? 천만에. 대감의 목에 저렇게 깊이 박힐 정도로 힘을 주려면 굉장한 결심이 필요해. 게다가… 자살할 사람이 저런 비수로 찌른 뒤에 왜 굳이 열쇠를 던져놓고 숨을 거두는 시늉이라도 했겠나?

[강철 경위는 서재 곳곳을 살핀다. 벽난로, 책장, 천장, 바닥. 아무리 봐도 수상한 점은 없다. 단단히 잠긴 문, 외부 침입 흔적 없음, 내부에서 발견된 열쇠, 그리고 사망자의 손에는 흉기가 쥐어져 있지 않다.]

**강철 경위:** (벽을 주먹으로 치며) 누가 감히 대감님을… 그것도 이런 식으로!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용의자는 저 방 안에 있었던 누군가여야 해. 하지만 아무도 없었잖아!

**순경:** (조심스럽게 다가와) 경위님, 유족들의 진술을 받았습니다. 어제 저녁 식사 후, 대감님은 평소처럼 서재로 가셨습니다. 밤새 서재에서 나오시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새벽에 하녀가 우연히 불 꺼진 서재 틈새로 빛이 새는 것을 보고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식솔들을 불러 모았다고 합니다.

**강철 경위:** (머리를 쥐어뜯으며) 그럼 이 놈의 살인자가 공중으로 사라지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때, 서재 문 앞에서 순경 하나가 경례를 하며 누군가를 안내한다. 강철 경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본다. 앳된 얼굴에 약간은 해이해 보이는 차림새, 하지만 눈빛만은 형형하게 빛나는 청년이 들어선다.]

**순경:** 경위님, 설담(薛潭) 나으리가 도착하셨습니다.

**강철 경위:** (한숨을 다시 쉬며) 왔나, 설 나으리. 이 미치광이 같은 사건에 당신 같은 별종 말고는 답이 없을 것 같아서 불렀네.

[청년, 설담은 강철 경위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현장을 차분히 둘러본다. 그의 눈은 주변의 혼란이나 강철 경위의 불만에 동요하지 않는다. 마치 모든 것을 스캔하는 기계처럼, 그의 시선은 서재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장면 3: 설담의 시선**

[설담은 아무 말 없이 강이안 대감의 시신으로 다가간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도포나 비수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오히려 대감의 손에 남아있는 미약한 핏자국, 그리고 굳게 감긴 눈꺼풀, 어딘가 허공을 응시하는 듯한 시선을 오래도록 관찰한다.]

**강철 경위:** 자네도 알겠지만, 설 나으리. 밀실이야. 완벽한 밀실. 자네라면 뭔가 다른 게 보이나?

**설담:** (나지막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때, 보이지 않는 것이 진실인 법이지요.

[설담은 대감의 시신에서 한 발짝 물러나 서재 전체를 다시 훑어본다. 고급스러운 책들, 정교한 조각이 새겨진 가구, 창문 위의 놋쇠 창살, 벽난로, 심지어는 천장의 전등갓까지. 그의 시선은 모든 것을 놓치지 않는다.]

**설담:** (바닥을 유심히 보다가 무언가 발견한 듯 멈춰 선다) 경위님, 대감님의 신발은 어디에 있습니까?

**강철 경위:** (당황한 얼굴로) 신발이라니? 그게 뭐 중요한가? 시신은 양말 차림으로 쓰러져 있었네. 아마 서재에서 편히 쉬고 계셨던 모양이지.

**설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군요. 편히 쉬고 계셨다…

[설담은 책상 아래 바닥을 짚어본다. 피 묻은 양탄자 너머, 희미하게 빛나는 마룻바닥에 아주 작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자국이 있다.]

**설담:** 경위님, 저 자국을 보십시오.

[강철 경위가 자세를 낮춰 설담이 가리킨 곳을 본다. 손톱만큼도 안 되는 작은 검은색 점이 마룻바닥에 희미하게 박혀 있었다. 너무 작아서 감식반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흔적이었다.]

**강철 경위:** 저게 뭔가? 흙먼지인가?

**설담:** (고개를 젓는다) 흙먼지는 아닙니다. 너무 단단하게 박혀 있죠. 마치… 무언가가 강하게 눌렸다가 떨어진 흔적처럼.

[설담은 다시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창살은 단단히 박혀 있었고, 창문 역시 안에서 닫힌 채 잠겨 있었다. 그는 창가로 다가가 창틀을 손으로 쓸어본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손가락 끝에는 아주 미세한 흰색 가루가 묻어 있었다.]

**강철 경위:** 그건 또 뭔가? 벽에서 떨어진 회반죽 가루인가? 오래된 저택이니 그럴 수도 있지.

**설담:** (코끝에 가루를 대고 냄새를 맡는다) 음… 회반죽은 아닙니다. 훨씬 곱고, 약간의 끈적임이 있군요. 마치… 무언가를 빻아서 만든 가루 같습니다. 그리고 이 가루는 창틀의 틈새에만 집중적으로 묻어 있습니다.

[설담은 서재 한쪽 구석에 놓인 거대한 지구본을 찬찬히 살펴본다. 지구본은 놋쇠 받침대 위에 놓여 있었고, 그 표면은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하게 닦여 있었다. 하지만 설담의 눈은 지구본 받침대의 가장자리, 잘 보이지 않는 틈새에 맺힌 미세한 물방울 자국을 포착한다.]

**설담:** 경위님, 이 지구본은 언제 마지막으로 닦았습니까?

**강철 경위:** (기억을 더듬으며) 음… 어제 아침이었다고 하녀가 진술했네. 대감님은 워낙 깔끔하신 분이라 매일 서재를 정리했다고 하더군.

**설담:** 그렇다면 이상하군요. 물방울 자국이 있습니다. 꽤 오래된 듯 보이지 않습니까? 마르면서 생긴 흰 얼룩도 보이는군요. 마치… 젖은 손으로 만졌다가 생긴 자국 같습니다.

[설담은 다시 시신으로 돌아가 대감의 옷을 살펴본다. 붉은 피에 젖은 옷깃을 조심스럽게 들춰 올리자, 옷깃 안쪽에 꽤 선명한 손톱 자국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가 목을 잡았던 흔적처럼.]

**설담:** 대감님은 평소에 목까지 깃을 세우고 다니셨습니까?

**강철 경위:** 아니. 대감님은 격식 있는 자리에서도 깃을 크게 세우는 법이 없었네. 답답하다고 싫어했지.

**설담:** (의미심장하게 미소 짓는다) 흥미롭군요. 그렇다면 이 목덜미의 자국은… 분명 누군가가 대감님의 목을 붙잡고 몸을 지탱했던 흔적입니다. 하지만 왜 굳이 깃 안쪽에 남아 있을까요?

[설담은 다시 서재의 문을 노려본다. 그리고는 문턱을 넘어 서재 안쪽에서 문을 향해 걸어 나간다. 그는 문 바로 앞, 바닥의 틈새에 시선을 고정한다. 그리고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천천히, 서재 한가운데를 가리킨다.]

**설담:** 경위님. 이 서재는 밀실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살인자가 밖으로 나갈 때만 ‘밀실’이었죠.

**강철 경위:** (깜짝 놀라) 무슨 소린가! 나갈 때만 밀실이라니? 그럼 살인자는 어떻게 나갔다는 말인가?

**설담:** (차분하게, 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강이안 대감은 자살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살인자는 이 방 안에 숨어있지도 않았죠. 살인자는… 스스로 문을 잠그고 이 방을 나갔습니다. **”닫힌 방의 트릭”은, 살인자가 밖으로 도망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오기 위한 트릭이었죠.**

[강철 경위와 주변의 순경들은 설담의 말에 경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강철 경위는 설담의 말뜻을 이해하려는 듯 미간을 찌푸리지만,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강철 경위:** (더듬거리며) 안으로… 들어오기 위한 트릭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열쇠도 안에서 발견됐는데…

**설담:** (피 묻은 양탄자에 살짝 묻은 먼지 한 조각을 집어 들고 손바닥에 올려놓으며) 이 서재의 모든 것이 살인자의 계획이었습니다. 대감님의 사망 시각, 흉기, 그리고 이 모든 ‘밀실’이라는 완벽한 상황까지. 모든 것은 계산된 것이었죠. **범인은 대감님을 죽이기 위해, 이 밀실을 설계한 것이 아닙니다. 대감님을 죽이고 난 후, 자신이 이곳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숨기기 위해, 그리고 동시에 ‘다른 누군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이 모든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설담은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그의 눈은 확신으로 빛나고 있었다.]

**설담:** 이제 제가 이 ‘닫힌 방’의 진정한 열쇠를 찾아내야 할 차례군요.

**장면 4: 사라진 흔적**

[설담은 서재 바닥의 책상 아래, 아까 그 작은 검은 점이 박혀 있던 곳을 다시 살핀다. 손가락으로 긁자, 딱딱하게 굳은 점이 떨어져 나간다. 설담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손바닥에 올려놓고 확대경으로 관찰한다.]

**설담:** (중얼거리듯) 얇은 나무 조각… 끝은 무언가에 긁힌 듯 거칠고, 한쪽 면에는 연한 녹색 페인트 자국이…

[그는 서재의 가구들을 하나씩 둘러본다. 고가의 마호가니 책상, 흑단 책장, 그리고 거대한 지구본. 그는 지구본의 놋쇠 받침대를 한참이나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지구본 아래 받침대의 틈새를 손가락으로 더듬는다. 손가락 끝에 무언가 잡히는 느낌.]

**설담:** 찾았다.

[그가 손가락으로 빼낸 것은 아주 가는 낚싯줄 같은 것이었다. 투명한 색이어서 잘 보이지 않았고, 지구본 받침대와 바닥의 틈새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었다. 그는 그 줄을 조심스럽게 당겨본다.]

**강철 경위:** (눈을 휘둥그레 뜨고) 저건 또 뭔가?! 실인가?

[줄은 서재 한쪽 구석의 장식장 뒤편으로 이어져 있었다. 설담은 장식장을 옮겨 줄의 끝을 찾아낸다. 줄의 끝에는 작은 놋쇠 고리가 달려 있었다. 고리에는 방금 그가 발견한 작은 나무 조각과 같은 재질의, 또 다른 조각이 매달려 있었다.]

**설담:** (작은 웃음을 터뜨리며) 경위님, 보십시오. 이것이 ‘밀실 살인’의 진짜 열쇠입니다.

[설담은 줄을 쭉 잡아당긴다. 줄은 지구본 받침대를 지나, 서재 문 아래쪽 틈새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줄의 다른 끝은 문 바깥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강철 경위:** (믿을 수 없다는 듯) 설마… 설마 그 놈이 저런 실을 이용해서 문을 잠그고 나갔다는 말인가? 하지만 안에서 잠겼잖아! 열쇠도 안에서 발견됐고!

**설담:** (그를 바라보며) 생각해보십시오. 범인이 밖으로 나가면서 문을 잠그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요? 열쇠를 사용하고, 열쇠를 다시 안으로 던져 넣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대로 던져 넣으면 열쇠가 너무 잘 보이겠죠. **그래서 범인은 열쇠에 이 줄을 매달아 놓았던 겁니다.**

[설담은 줄의 끝에 매달려 있던 작은 나무 조각을 보여준다.]

**설담:** 이 나무 조각은 열쇠에 연결되어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줄은 문틈으로 나와 이 지구본 받침대 아래 숨겨져 있었겠죠. 범인은 대감님을 죽이고, 서재를 나가면서 문을 안에서 잠급니다. 그리고 문밖으로 이 줄을 빼내어 조용히 문틈으로 열쇠를 던져 넣습니다. 열쇠는 이 나무 조각 덕분에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고, 문 바로 아래 바닥에 떨어지게 됩니다.

**강철 경위:** (멍한 얼굴로) 그러면… 그러면 그 놈은 밖에서 줄을 당겨서… 열쇠가 어디에 떨어질지 조절했다는 말인가?

**설담:** 정확합니다. 그리고 이 작은 나무 조각은… 열쇠와 줄이 분리되게 해주는 장치였을 겁니다. 아마도 열쇠에 매달린 조각이 줄에서 떨어지도록, 어떤 미세한 조작을 가했던 것이겠죠. 그리고는 줄을 당겨 이 흔적까지 없애려 했지만, 이 작은 파편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남았던 것입니다. 지구본 받침대 아래의 물방울 자국은… 아마도 범인이 범행 후 손을 씻었거나, 아니면 이 장치를 설치할 때 땀이라도 흘렸던 흔적일 테고요.

[설담은 창틀의 흰 가루를 다시 손가락으로 문질러본다.]

**설담:** 이 흰 가루는… 찹쌀풀입니다. 아니면 비슷한 점성이 있는 어떤 가루겠죠. 창틀 틈새에 이걸 발라 놓으면, 작은 줄이라도 그 사이로 빠져나가기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범인은 이 가루를 이용해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 했을 겁니다. 아마도 줄을 창밖으로 빼내어 무언가를 끌어올리거나 내릴 때 사용했겠지요.

[강철 경위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설담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서서히 그의 말이 이해되기 시작하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강철 경위:** 그럼 이 모든 건… 대감님을 죽이고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한 장치였다는 말인가? 밀실 트릭은… 살인자가 자신을 숨기기 위한 눈속임이었고?

**설담:** (피 묻은 비수를 가리키며) 이 흉기를 보십시오. 날카롭긴 하지만, 사람이 목을 스스로 찌르기엔 망설임이 생길 법한 모양입니다. 또한, 시신 주변에 흉기가 없었습니다. 이것은 ‘밀실’의 완벽성을 높이기 위한 범인의 의도였겠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감님의 신발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대감님은 평소 습관대로 서재에서 신발을 벗고 쉬고 계셨을 겁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갑자기 들이닥쳐 대감님을 죽였다면…

[설담은 잠시 말을 끊고 서재의 가장자리를 응시한다. 그리고는 느릿하게 다시 말을 잇는다.]

**설담:** 범인은 이 살인극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습니다. 심지어 대감님의 죽음마저도요. 하지만 한 가지 놓친 것이 있습니다. 살인 현장을 완벽하게 정리하려 했으나, 완벽하게 정리하지 못한 하나의 흔적.

**강철 경위:** 그게 뭔가?

**설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대감님의 옷깃 안쪽에 남아있던 그 자국. 누군가가 대감님의 목을 강하게 틀어쥐었던 흔적.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목을 잡은 흔적이 아닙니다. **이것은… 대감님을 공포에 질리게 한 흔적입니다.** 범인은 대감님이 저항하지 못하도록, 죽기 직전까지 어떤 것을 보여주며 압박했을 겁니다.

[설담은 시신으로 다가가 강이안 대감의 굳은 눈을 다시 응시한다.]

**설담:** 죽은 자의 눈은 살아남은 자에게 진실을 말합니다. 대감님은 죽기 직전, 무엇을 보셨을까요? 그리고 그것이 왜 범인으로 하여금, 저렇게까지 완벽한 ‘밀실’을 꾸미게 만들었을까요?

[강철 경위는 설담의 날카로운 추리에 압도당한다. 이제 그는 단순한 밀실 살인이 아님을 직감한다. 설담의 눈은 강철 경위의 등 뒤에 있는 거대한 책장을 향한다. 빽빽하게 꽂힌 책들 사이, 유독 한 권의 책이 제 위치에서 살짝 비틀어져 있었다. 마치 급하게 집어넣은 것처럼.]

**설담:** (책장을 가리키며) 경위님. 저 책을 한번 꺼내보십시오. 아마 그 안에, 이 모든 사건의 진짜 ‘붉은 실’이 감춰져 있을 겁니다.

[강철 경위는 설담이 가리킨 책으로 다가간다. 그의 심장이 쿵쾅거린다. 단순한 살인이 아니었다. 이것은 치밀하게 계획된, 대정국 전체를 뒤흔들 거대한 음모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음모의 시작은, 이 ‘닫힌 방’에서부터 열리고 있었다.]

**내레이션:** 밀실은 깨졌다. 그러나 밀실의 진정한 의미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강이안 대감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가? 천재 탐정 설담은 과연 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붉은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

[장면은 붉은 피가 스며든 양탄자, 그리고 그 위로 드리워진 설담의 그림자로 마무리된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