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미지의 조각

우주선 ‘카론’은 심연의 바다를 유영하는 고독한 돌고래 같았다. 수십억 광년 밖에서 온 듯한 고독한 침묵 속에서, 함교의 푸른빛만이 유일한 생명의 흔적처럼 깜빡였다. 사령관 박선우는 중력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눈앞의 홀로그램 스크린을 멍하니 응시했다. 은하수 가장자리의 이름 없는 성단을 탐사한 지 3년째, 그는 이제 망망대해 같은 우주에서 자신들의 존재가 한 줌의 먼지보다 하찮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의 옆에는 금발을 깔끔하게 뒤로 넘긴 항해사 이준이 정교한 손놀림으로 함선 제어판을 조작하고 있었다.

“선장님, 정규 스캔 결과에 이상 패턴이 감지되었습니다.”

이준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긴장감이 실려 있었다. 박선우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이상 패턴? 자세히 말해봐.”

“좌현 2-7-1 방향에서 미세한 에너지 이상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배경 노이즈로 처리되었는데, 반복 분석 결과… 자연적인 현상과는 거리가 먼 비주기적 방출이 확인됩니다.”

박선우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3년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성간 먼지, 소행성, 심지어는 기이한 플라즈마 폭풍까지 마주했지만, ‘자연적인 현상과는 거리가 먼’이라는 말은 언제나 그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전방 스크린에 띄워. 탐사관 김서하 박사 호출하고, 기관장 오태석에게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하라고 지시해.”

이준은 망설임 없이 손을 놀려 명령을 수행했다. 함교 중앙의 대형 홀로그램 스크린에 우주 지도가 펼쳐지고, 작고 붉은 점 하나가 점멸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초 만에, 잠에서 깬 듯 흐트러진 머리의 김서하 박사가 종종걸음으로 함교에 들어섰다. 그녀의 눈은 이미 스크린의 붉은 점에 고정되어 있었다.

“선장님, 이건… 놀라운데요. 에너지 스펙트럼이 제가 아는 어떤 물질의 것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순수 에너지 방출량은 극히 미미하지만, 그 패턴이 너무나도 인위적이에요.”

김 박사의 목소리에는 흥분이 역력했다. 과학자 특유의 호기심이 그녀의 피를 끓게 하는 것이 보였다.

“최대 해상도로 접근해. 탐사 드론 ‘고스트-1’ 발진 준비해.” 박선우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스크린 속 미지의 존재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카론’은 서서히 미지의 존재를 향해 나아갔다. 수십 년 경력의 항해사 이준의 능숙한 조작에도 불구하고, 다가갈수록 심장이 죄어드는 듯한 불안감이 함교를 가득 채웠다. 미지의 에너지원은 마치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어둠 속의 흐릿한 윤곽에 불과했다. 하지만 거리가 좁혀질수록, 그것은 점차 선명한 형태를 갖춰갔다. 그리고 마침내, 박선우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의 평생을 통틀어 본 어떤 우주의 경이로움과도 비견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세상에…” 김서하 박사의 입에서 탄성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거대했다. ‘카론’의 크기를 압도하는, 지름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하지만 그 크기보다 더욱 압도적인 것은 그 형태였다. 완벽한 구나 정육면체 같은 익숙한 기하학적 형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마치 상상을 초월하는 외계의 수학자가 설계한 듯, 끊임없이 꺾이고 휘어지고 뒤틀린 면들이 기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어떤 면은 빛을 완전히 흡수하여 절대적인 어둠을 띠었고, 또 다른 면은 주변의 성간 먼지조차 왜곡시켜 흡수하는 듯한 몽환적인 빛을 뿜어냈다.

“이게… 대체 뭡니까?” 이준의 목소리는 경외감과 공포가 뒤섞인 떨림으로 가득했다.

“인공물입니다. 의심의 여지 없이.” 김 박사가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이 재질… 우리의 어떤 데이터베이스에도 일치하는 것이 없습니다. 스캔 결과로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밀도와 결합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홀로그램 스크린 속 ‘고스트-1’ 드론이 천천히 구조물에 접근하며 근접 영상을 전송했다. 표면은 매끄러웠지만, 가까이서 보니 마치 거대한 수정이 무수히 겹쳐진 듯한 복잡한 패턴을 이루고 있었다. 그 안에서는 푸른빛과 보라빛이 뒤섞인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마치 심장 박동처럼 미세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선장님, 드론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됩니다!” 이준이 다급하게 외쳤다. “드론의 센서가 과부하되고 있습니다! 제어 불능 직전입니다!”

박선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즉시 드론 회수해! 접근 속도 최저로 낮추고, 모든 함선 시스템 비상 대기 상태로 전환!”

그러나 그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홀로그램 스크린 속 ‘고스트-1’ 드론은 갑자기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드론의 카메라가 전송하는 영상이 일그러지더니, 곧 지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

“드론, 신호 두절!” 이준의 목소리에 절망감이 서렸다.

바로 그때였다. 거대한 외계 구조물의 표면에서,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던 거대한 균열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균열 사이에서는 눈을 멀게 할 듯한 강렬한 오렌지빛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고, ‘카론’의 함교를 비추던 푸른빛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함선 전체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선장님! 구조물에서 강력한 에너지 파동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 함선 방어막이… 뚫릴 것 같습니다!” 기관장 오태석의 다급한 목소리가 통신망을 통해 터져 나왔다.

박선우의 얼굴에는 일순간 당혹감이 스쳤다. 그는 재빨리 스크린을 노려봤다. 균열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었고, 그 안에서 형언할 수 없는 어떤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치 심연의 눈동자처럼, 그곳에서 차가운 시선이 자신들을 응시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젠장…!” 박선우는 중력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전 함선, 즉시 최대 출력으로 이탈 준비! 김 박사, 저것의 정체가 뭐든 간에… 우린 지금 당장 여기서 벗어나야 해!”

하지만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그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균열 속에서 뿜어져 나오던 오렌지빛 에너지가 ‘카론’을 향해 거대한 파동을 형성하며 덮쳐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에너지의 폭풍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인간의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것은 메아리였다. 억겁의 시간을 넘어, 심연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오래되고 낯선 존재의 메아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