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1화: 차가운 심장의 맹세

칠흑 같은 우주 속, 거대한 금속 덩어리가 소리 없이 떠돌았다. 전면의 투명한 합금창 너머로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의 희미한 잔해가 점멸했지만, 이 함선 안에는 어떤 낭만도, 아름다움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무거운 침묵과 금속 특유의 차가운 냄새만이 지배할 뿐이었다.

류시안은 조종석 중앙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홀로그램 패널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푸른빛 데이터 조각들이 빠르게 스크린을 채웠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의 눈은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실상은 아주 먼 곳을 응시하는 듯 텅 비어 있었다.

“목표, 카이젤 대제독의 주력 함대, 현재 로무스 성계 인근 주둔 중. 기함 ‘영광의 새벽’.”

낮고 기계적인 목소리가 함선 AI, ‘레비’의 음성이었다. 시안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에 섬광이 스쳤다. ‘영광의 새벽’. 한때 그가 설계하고, 그가 지휘했으며, 그의 이름이 새겨질 뻔했던 함선. 이제는 가장 증오하는 자의 깃발 아래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행성 레오니아 832 구역, 제2기지 폭발 당시 생존자 기록 검토 완료. 류시안 소령, 실종 처리. 잔해 수색 결과 ‘사망’ 판정. 이는 공식 기록입니다.”

레비는 변함없이 건조하게 정보를 읊었다. 그 정보는 비수처럼 시안의 심장을 찔렀다. ‘사망’. 그의 이름 위에 찍힌 검은 낙인. 그 낙인 아래에 모든 것이 묻혔다. 가족, 명예, 미래… 그리고 친구라는 이름의 칼날이 정확히 등 뒤를 꿰뚫었던 그 날의 모든 진실까지.

“거짓.” 시안의 입술에서 쉰 소리가 새어 나왔다. “모두 거짓으로 덮어버렸지. 네놈은 항상 그랬다, 카이젤.”

그는 주먹을 쥐었다. 손등의 핏줄이 튀어나올 만큼 강한 힘이었다. 날카로운 고통이 손바닥을 긁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육체의 고통 따위는 그의 내면을 잠식한 분노에 비하면 한 줌 재에 불과했다.

*그날이었다.*

레오니아 832. 붉은 모래 바람이 휘몰아치던 황량한 행성. 자원 탐사를 빙자한 비밀 군사 기지 건설의 최전선. 그는 카이젤과 함께 그곳을 지휘했다. 밤하늘의 별들이 쏟아질 것 같던 어느 밤, 카이젤이 술잔을 내밀며 웃었다.

“시안, 우리는 해낼 거야. 역사는 우리를 기억할 걸세.”

그 달콤한 목소리. 그 미소 아래 감춰진 뱀 같은 이빨을 그는 그때 알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알 수 없는 적의 기습 공격이 기지를 덮쳤다. 아비규환 속에서 시안은 최전선에서 병사들을 지휘했고, 카이젤은 후방에서 지휘 통제를 맡았다. 그러나 방어선이 무너지던 결정적인 순간, 카이젤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통해 울렸다.

“전원 탈출! 류시안 소령은 후방 지원을 위해 잔류하라!”

그것은 명령이었다. 동시에 사형 선고였다. 시안은 직감했다. 카이젤은 그를 버리고 도망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를 완전히 제거하려 했던 것이다. 혼란 속에서 시안은 홀로 남겨졌고, 카이젤이 이끌던 탈출선은 미련 없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얼마 후, 거대한 폭발이 행성 전체를 집어삼켰다. 기지는 잿더미가 되었고, 시안은 불타는 폐허 속에서 처절하게 살아남았다.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잃은 채, 불구가 되어,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지독한 집념 하나로.

“카이젤.” 시안의 목소리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넌 내가 살아 돌아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겠지.”

스크린 속 카이젤의 최근 모습이 번뜩였다. 제복 위엔 수많은 훈장이 번쩍였고, 그의 얼굴엔 여유로운 미소가 가득했다. 행성 연합의 영웅, 불굴의 전략가, 류시안 소령의 희생을 기리며 기함을 ‘영광의 새벽’이라 명명한 자애로운 대제독.

역겨웠다. 모든 것이 역겨웠다.

시안은 심호흡을 했다. 폐부 깊숙이 차가운 공기가 파고들었다. 몇 년의 세월 동안 그는 폐인이 아니었다. 그는 그림자 속에서 재건했고, 파괴된 몸을 다시 단련했으며, 복수를 위한 모든 것을 차갑게 준비해왔다. 그의 함선 ‘고요의 심장’은 이름 그대로 어떤 소리도,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완벽한 스텔스 기능과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추진 시스템은 은하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이루어졌다.

“레비.” 시안이 나지막이 불렀다. “카이젤의 함대가 로무스 성계에 머무는 이유를 분석해라.”

“분석 완료. 로무스 성계는 최근 발견된 특수 광물, ‘에테르라이트’의 주요 매장지입니다. 카이젤 대제독은 이곳에서 광물 채취 작업을 감독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는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특수 무기 개발에 필요한 핵심 물질로 보입니다.”

시안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에테르라이트. 그 귀한 광물은 대량 파괴 무기 개발에 필수적인 재료였다. 카이젤은 단순히 명예에만 눈이 먼 것이 아니었다. 그는 더 큰 권력을, 더 큰 힘을 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더욱더, 녀석을 방해해야겠군.”

그는 패널 위로 손을 뻗었다. 몇 번의 터치로 함선의 항로가 재설정되었다. 목표는 로무스 성계. 카이젤의 본거지.

“레비, 현재 속도 유지. 은폐 시스템 최대로 가동. 우리는 그림자처럼 움직일 것이다.”

“명령 확인. ‘고요의 심장’, 로무스 성계로 향합니다. 예상 도착 시간은….”

“상관없다.” 시안은 말을 잘랐다. 그의 눈빛은 맹수처럼 번뜩였다.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가고 싶군. 녀석의 숨통을 끊기 위해서라면.”

복수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차가운 심장이, 이제 막 폭풍의 눈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우주의 고요를 가르는 복수의 맹세가, 희미한 별빛 아래 울려 퍼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