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잿빛 하늘은 언제나처럼 두터운 흑철 구름을 이고 있었다. 그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붉은 햇빛은 죽어버린 도시의 녹슨 심장을 겨우 비출 뿐, 어떤 온기도 품지 못했다. 카인은 해진 가죽 장갑을 고쳐 매며 거대한 폐공장의 그림자 아래로 몸을 숙였다. 그의 등 뒤에는 증기압이 낮아진 탓에 삐걱거리는 작은 증기 스쿠터가 불안정하게 서 있었다.

“톱니, 주변 감지 범위 이상 없음?”

카인의 목소리는 마스크 아래에서 약간 둔탁하게 울렸다. 미세먼지와 쇳가루가 뒤섞인 공기는 폐부를 긁는 듯했지만, 이제는 익숙한 감각이었다. 그의 어깨 위에는 낡고 작지만 섬세한 자동기가 매달려 있었다. ‘톱니’라 불리는 이 자동기는 찌그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머리에 달린 작은 렌즈를 웅크린 채 돌렸다.

[삐빅- 환경 양호. 특이 신호 없음. 금속 반응 미약. 탐색 계속 권장.]

톱니의 기계음은 늘 똑같았지만, 카인은 그 미묘한 진동으로 녀석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양호’라니, 어디까지나 톱니의 기준이었다. 인간의 기준으로는 지옥과 다름없었다. 이곳은 한때 이 세상의 모든 철을 생산하던 ‘강철심장 지구’였다. 그러나 ‘대붕괴’ 이후, 거대한 증기기관들이 멈추고 거리를 메우던 기계 문명은 거대한 녹슨 유적으로 변해버렸다. 이제 이곳은 스크랩을 찾아 헤매는 생존자들에게 ‘철강의 무덤’으로 불렸다.

카인의 목표는 단 하나, 증기압 조절기였다. 기지(基地)의 여과 장치에 필요한 부품이었다. 며칠 전부터 여과 장치가 오작동하기 시작했고, 이대로 가다간 물 부족으로 버티지 못할 터였다.

그는 무너진 외벽의 틈새로 몸을 밀어 넣었다. 안은 더욱 캄캄했다. 거대한 기계 장치들이 뼈대만 남긴 채 괴물의 흉곽처럼 서 있었고, 곳곳에 쌓인 쇳가루와 잔해가 발걸음마다 바삭거렸다. 빛은 오직 카인의 머리에 장착된 렌턴에서만 새어 나왔다. 희미한 불빛은 녹슨 철기둥의 잔혹한 실루엣을 그렸다.

“여기 좀 봐라, 톱니. 저기에 뭔가 반짝이는 게 보여?”

카인이 거대한 압축기 옆을 가리켰다. 손전등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어딘가 매끄럽고 은색으로 빛나는 물체가 희미하게 반짝였다. 톱니는 그 방향으로 렌즈를 돌리더니,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은 톤으로 기계음을 냈다.

[삐빅! 미확인 금속 반응 감지! 고밀도 합금! 중요 부품일 가능성 97.4%! 접근 권장!]

97.4%는 톱니가 흥분했을 때 내는 수치였다. 카인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흩어진 톱니바퀴와 깨진 유리 조각들이 그의 부츠 아래에서 소리 없이 부서졌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반짝임의 정체가 드러났다. 거대한 증기기관의 잔해 속에 박혀 있는 유선형의 금속 관이었다. 그리고 그 관 끝에는 그가 찾던 증기압 조절기가 달려 있었다. 그것도 새것처럼 빛나는, 완벽한 상태의 조절기였다.

“젠장, 이게 여기에 왜…?”

카인은 마스크를 살짝 들어 올려 침을 삼켰다. 강철의 무덤에서 이렇게 완벽한 부품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그러나 너무 완벽한 것은 늘 위험을 동반했다.

[삐빅! 추가 신호 감지! 미약한 에너지 파장! 정지된 자동기 잔해 아님! 경고! 경고! 위험 가능성!]

톱니가 갑자기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카인은 번개처럼 몸을 돌렸다. 섬광등이 사방을 훑는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기계의 어렴풋한 실루엣이었다. 작업용 자동기였다. 한때 이곳의 철강을 나르고, 조립하던 강력한 자동기. 그러나 지금은 녹슨 팔과 어긋난 다리를 가진 채,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카인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젠장, 고장 난 놈이잖아!”

카인의 심장이 쿵 떨어졌다. 고장 난 작업 자동기는 죽은 기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성을 잃고 오직 파괴만을 추구하는 움직이는 흉기였다. 거대한 발이 바닥을 울리며 다가왔다. 녹슨 관절에서 증기가 새어 나오는 소리가 뱀의 울음처럼 들렸다.

[위험! 고장 난 작업 자동기! 접근 금지! 전투 회피 권장!]

톱니의 경고는 이미 늦었다. 자동기의 거대한 팔이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카인이 서 있던 곳을 강타했다. 굉음과 함께 콘크리트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카인은 아슬아슬하게 몸을 피해 간신히 뒤로 물러섰다. 그는 망설일 틈도 없이 허리춤에서 낡은 리볼버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총알은 귀했다. 이 거대한 괴물에게 기껏해야 스크래치만 입힐 뿐이었다.

“톱니, 약점은? 약점 분석!”

[삐빅! 분석 중… 주요 동력원 격벽 두터움! 관절부 노출! 하지만 접근 위험! 회피가 우선!]

자동기는 멈추지 않고 카인을 밀어붙였다. 녹슨 철제 팔이 다시 한번 휘둘러졌다. 카인은 이번에도 간발의 차이로 피했지만, 공장 내부의 좁은 통로는 그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벽에 부딪혀 뒤로 넘어질 뻔한 순간, 그는 눈앞의 증기압 조절기를 다시 보았다. 저걸 포기해야 하는가?

‘안 돼.’

그는 이를 악물었다. 기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특히 아직 어린 리아의 맑은 눈빛이. 이 물건이 없으면, 모두가 목마름에 시달릴 터였다.

“좋아, 톱니! 저 녀석을 잠시라도 묶어 둘 방법은?”

[삐빅! 환경 분석! 상부 크레인 와이어 노후화! 고장 난 자동기 무게! 연결 시 파손 가능성 89.2%!]

카인의 눈이 번뜩였다. 머리 위를 올려다보니, 녹슨 크레인 암이 천장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그는 자동기가 다시 팔을 휘두르는 순간을 노렸다. 쿵! 자동기의 팔이 휘둘러진 반동을 이용해 카인은 재빨리 크레인 암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그의 손에 들린 리볼버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자, 이리와라, 고철 덩어리!”

카인은 비명을 지르며 크레인 와이어에 매달린 조작판을 향해 뛰어올랐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겨우 손잡이를 잡아챘다. 삐그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크레인 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노후한 기계는 너무 느렸다.

고장 난 자동기는 집요하게 그를 쫓았다. 육중한 몸이 쿵, 쿵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카인은 이를 악물고 조작판을 당겼다. 크레인에 매달린 거대한 강철 덩어리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자동기는 무식하게 카인을 향해 돌진했고, 카인은 마지막 순간에 손잡이를 놓았다.

콰아앙!

거대한 강철 덩어리가 자동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굉음이 공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먼지 구름이 폭발하듯 피어올랐고, 고장 난 자동기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강철 덩어리가 어깨와 머리를 강타했지만, 완전히 부서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잠시 동안은 녀석을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삐빅! 자동기 일시적 기능 정지! 틈새 발생! 부품 확보 권장!]

카인은 망설이지 않았다. 쓰러진 자동기가 내뿜는 증기와 먼지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눈은 오직 증기압 조절기에 고정되어 있었다. 녹슨 스패너를 꺼내 들고 능숙하게 조절기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없었다. 자동기는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몰랐다. 톱니는 그의 어깨에서 계속해서 경고음을 냈다.

[삐빅! 자동기 재가동 징후! 동력원 복구 중!]

카인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마지막 볼트가 풀리는 순간, 그는 조절기를 잡아채고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쓰러져 있던 자동기가 다시 한번 끔찍한 굉음을 내며 몸을 뒤척였다. 녹슨 팔이 마치 거미처럼 땅을 짚고 일어서려 했다.

“튀어, 톱니!”

카인은 있는 힘껏 달렸다. 마침내 무너진 외벽의 틈새를 빠져나와 바깥의 희미한 붉은빛 속으로 몸을 던졌다. 삐걱거리는 스쿠터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증기압이 차오르는 소리가 천천히 들렸다.

[삐빅! 목표 부품 확보 완료! 임무 성공률 99.8%!]

“젠장, 0.2%는 뭐냐?”

카인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삐빅! 방금 당신의 생존 확률이었음!]

톱니의 대답에 카인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스쿠터가 거친 진동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녹슨 공장 지대를 뒤로하고, 카인은 희뿌연 먼지 속으로 사라져 갔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고철 덩어리의 포효는 이 잿빛 황무지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의 여정이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증기압 조절기가 뜨겁게 느껴졌다. 그것은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내일을 향한 한 조각의 희망이자, 오늘을 버텨낼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