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챕터 1: 고요한 비명

서윤은 텅 빈 아파트의 현관문을 열었다. 삐걱이는 소리 한 번 없이 부드럽게 돌아가는 잠금장치도, 차갑게 발끝을 감싸는 대리석 바닥도, 온통 회색과 흰색으로만 채워진 무미건조한 공간도, 이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지독하게 익숙한 일상이었다. 도시의 소음이 문이 닫히는 동시에 완벽하게 차단되는 이 고층 아파트는, 외부와 단절된 섬 같았다. 피곤에 절은 몸을 이끌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 하루 종일 시달린 신경이 파르르 떨렸다.

창밖은 이미 어둠에 잠겨 있었고, 빌딩 숲 사이로 점점이 박힌 불빛들이 멀리 아득하게 반짝였다. 저 수많은 빛줄기 중 하나가 지금 그녀가 있는 곳이리라. 서윤은 눈을 감았다. 늘 그렇듯 고요함에 익숙한 밤이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어딘가 달랐다.

툭.

아주 작고 건조한 소리였다. 서윤은 잠시 눈을 떴다. 주방 쪽에서 들린 것 같기도 하고, 거실 창가에서 들린 것 같기도 했다. 피곤해서 헛것이 들렸나 싶어 다시 눈을 감으려는데, 이번에는 좀 더 분명한 소리가 들렸다.

쨍그랑!

서윤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분명 주방이었다. 식탁 위로 그릇이라도 떨어뜨린 것 같은 소리였다. 거실에서 주방으로 이어지는 짧은 복도를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불은 꺼져 있었다. 어둠 속에서 식탁 위를 가늠해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도 깨진 조각은 없었다.

“뭐지…?”

스위치를 눌러 주방 조명을 켰다. 환한 빛이 순식간에 공간을 채웠다. 식탁 위에는 어지럽게 놓여 있던 물컵 세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어제 설거지한 그대로였다. 바닥도 깨끗했다. 아무것도 떨어진 흔적이 없었다. 서윤은 멍하니 식탁을 바라보았다. 컵이 떨어지는 소리치고는 꽤나 우렁찼는데.

‘피곤해서 환청이 들렸나 보네. 아니면 위층에서 뭘 떨어뜨렸든지.’

스스로를 납득시키고는 한숨을 쉬었다. 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컵 하나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물을 채워 단숨에 들이켰다. 물잔을 식탁에 도로 놓는 순간, 그녀의 눈은 동그랗게 뜨였다.

방금 내려놓은 물잔이, 아주 미세하게, 톡, 하고 움직였다. 누가 손가락으로 밀친 것처럼, 테이블 위를 아주 살짝 미끄러졌다. 눈을 비볐다. 다시 보았지만 컵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뭐야, 진짜.”

서윤은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에 짜증이 났다. 잠이나 자야겠다 싶어 침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 긴장이 풀린 몸이 노곤하게 가라앉았다.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때였다.
침실 문이 스르륵,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윤은 눈을 번쩍 떴다. 등골이 오싹했다. 분명히 잠그고 들어왔는데? 침실 문은 언제나 닫혀 있었다. 환기가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늘. 게다가 지금은 한밤중이었다.

어둠 속에서 반쯤 열린 문틈으로 거실의 희미한 빛이 스며들었다. 그 틈새로 누가 서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그녀는 숨을 꾹 참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누구… 없어요?”

작게 중얼거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신, 문이 활짝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쿵, 하고 벽에 부딪히는 소리였다.
서윤은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아파트 문이 저절로 저렇게 크게 열릴 리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밤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침대에 누워 있을 수 없었다. 침대 협탁의 스탠드를 켜자, 작은 빛이 침실을 비췄다.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향해 걸어갔다. 손을 뻗어 문을 닫으려는데,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문고리가… 돌아가 있었다.

누군가 방금 문고리를 잡고 돌려 열었다는 듯, 문고리가 아래로 향한 채 멈춰 있었다. 서윤은 소름이 돋아 손을 떼었다.

‘헛것이 보여…!’

스스로에게 외치며 문고리를 제자리로 돌리고 문을 닫았다. 닫자마자 다시 굳게 잠갔다. 잠금장치가 철컥, 하고 제자리를 찾았다. 완벽하게 잠겼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번에는 흔들림도 없이 단단했다.

침대에 돌아와 앉았다. 심장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분명 피곤해서, 아니면 스트레스 때문에 예민해진 것이리라. 아파트가 오래돼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을 뿐이고, 문고리가 헐거워져서 그런 것이라고 애써 합리화했다.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이번엔 더 이상 합리화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탁. 탁. 탁. 탁.

리듬감 있게 들려오는 소리. 분명, 거실에서 들려왔다. 마루 바닥 위를 걷는 소리였다. 쿵, 쿵 하는 묵직한 발소리가 아니라, 가볍게 무언가 튀어 오르는 듯한 소리였다.

그 소리는 점점 침실 문 쪽으로 가까워졌다.

탁. 탁.

그리고는 침실 문 바로 앞에서 멈췄다.

서윤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눈을 질끈 감았다. 숨쉬는 것마저 잊은 채, 그저 이 모든 것이 꿈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차가운 공기와 심장을 찢는 듯한 공포가 그녀를 생생하게 옥죄고 있었다.

그때, 이불 밖에서 들려온 소리.

스르륵… 긁는 소리였다.

마치 날카로운 손톱으로 나무 문을 길게 긁어 내리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
문틈 사이로, 거실의 희미한 불빛 너머에 존재하는 어떤 것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 같았다.
그림자는 희미하게 흔들렸다. 마치, 서 있는 존재가 숨을 쉬는 것처럼.

그녀는 생각했다.
‘이건 꿈이 아니야.’
‘진짜가 나타났어.’
그리고 그 순간, 방문이 또 다시 스르륵, 열렸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느리고 소름 끼치게.
문틈으로 드리워진 그림자가, 이제는 침대 발치까지 길게 뻗어 들어왔다.

서윤은 더 이상 숨을 참을 수 없었다.
이불을 확 걷어차고 비명을 지르려던 찰나,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는 책 한 권이었다.
거실 책장에 꽂혀 있던, 어제 밤새 읽던 소설책이었다.

붉은 표지의 책은 마치 중력이라도 거스르는 듯,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책 혼자서.
스르륵, 스르륵.

마지막 장까지 스스로 넘긴 책은, 그녀의 눈앞에서 그대로 펼쳐진 채,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공포에 질린 서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펼쳐진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붉은색으로 선명하게 쓰여 있는 한 단어였다.

**’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