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청운학원의 밤은 언제나 차가웠다. 높이 솟은 마탑의 첨탑들은 별빛을 긁어모으는 듯했고, 교정 곳곳에 심어진 고목들은 그 거대한 그림자로 오래된 비밀을 품고 있는 것만 같았다. 류진은 늦은 시간까지 남아 가장 구석진 수련실에서 홀로 앉아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로 돌아가거나, 은밀한 만남을 위해 정원으로 나섰으리라. 류진은 그런 시끄러운 소음이 싫었다.

그는 지면에 손을 대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른바 ‘기초 마력 유통’ 수련이었다. 학원에서는 마력을 끌어올리고 운용하는 법을 가르쳤지만, 류진에게는 그것이 늘 어딘가 어색했다. 마력이란, 마치 억지로 끓어오르는 물과 같았다. 하지만 그가 지금 느끼는 것은 달랐다.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희미하게 울려 퍼지는, 심장 박동 같은 미세한 진동. 그것은 마력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단순한 지진도 아니었다. 아주 오래된, 무언가 거대한 것이 숨 쉬는 듯한 파동이었다.

“이게… 대체 뭘까?”

류진은 눈을 감고 온 신경을 발밑에 집중했다. 그의 감각은 다른 이들보다 훨씬 예민했다. 교수들은 그것을 ‘산만함’이라 불렀지만, 류진은 이 미세한 에너지의 흐름이야말로 세상의 진정한 언어라고 생각했다. 진동은 마치 그를 부르는 듯했다. 그의 피부를 간질이고,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흔들었다.

수련실을 나선 류진은 그림자처럼 복도를 미끄러져 나갔다. 진동은 점점 강해졌다. 그것은 오래된 창고 건물 쪽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먼지 쌓인 자재 보관실. 학원 내에서 가장 잊힌 장소였다. 철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잠긴 문을 열자,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차가운 공기가 훅 끼쳐왔다.

진동은 이곳에서 가장 강렬했다. 그것은 보관실 한쪽 벽면, 다른 벽들과는 이질적인 석조 벽 뒤에서 울리고 있었다. 류진은 벽을 따라 손을 훑었다. 표면에 새겨진 미세한 홈, 언뜻 보아서는 장식처럼 보이지만, 특정 지점을 누르자 벽돌 하나가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그리고 삐걱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거대한 석벽이 옆으로 서서히 미끄러졌다.

그 뒤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차가운 기운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류진은 주저 없이 안으로 발을 들였다. 좁고 가파른 통로가 아래로 끝없이 이어졌다. 벽면에는 고대의 문양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으나, 학원에서 가르치는 어떤 마법 문자도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산맥의 혈관이나 나무뿌리처럼, 자연의 흐름을 본뜬 듯했다. 통로를 따라 내려갈수록 공기는 점점 더 무거워졌고, 코끝을 스치는 냄새는 흙냄새와 함께 희미하게 비릿한 철분 냄새가 섞여 있었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통로는 갑자기 넓은 공간으로 이어졌다. 류진은 정신을 차리고 눈앞의 풍경을 응시했다. 거대한 원형의 석실이었다. 돔 형태로 높이 솟은 천장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고, 벽면에는 방금 통로에서 보았던 문양들이 훨씬 거대한 규모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이 문양들은 희미한 보랏빛으로 맥동하며 석실을 기괴하게 비추고 있었다.

석실 중앙에는 거대한 흑요석 오벨리스크가 우뚝 솟아 있었다. 그 크기는 압도적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느껴지는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며, 오벨리스크 표면에는 수없이 많은 에너지 사슬이 얽혀 있었다. 그것은 학원에서 배우는 마력 사슬과는 확연히 다른, 날것의 힘을 담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오벨리스크의 바닥, 그 에너지 사슬이 뻗어 나간 지점에는… 류진은 숨을 들이켰다.

사람이었다. 아니, 한때 사람이었을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일그러진 형태로 오벨리스크 주변에 널려 있었다. 피부는 회색빛으로 변색되었고, 사지는 비정상적으로 뒤틀려 있었으며, 관절은 꺾여 본래의 형태를 잃었다. 어떤 이들은 영원한 절규를 토해내는 듯 입이 벌어져 있었고, 어떤 이들은 공포에 질린 채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들은 죽은 것이 아니었다. 류진은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몸에서 미세하게 남아 있는 생명의 기운을, 그리고 그 기운이 오벨리스크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마치 살아있는 채로 영원히 고통받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것은 마법이 아니었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어떤 종류의 마법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끔찍한 광경이었다. 이것은 생명을 착취하고, 육체를 뒤틀며, 영혼마저 찢어발기는 고대의 저주, 혹은 금기된 무언가였다.

“이게… 대체….”

류진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이 청운학원 지하에, 인류가 범해서는 안 될 가장 끔찍한 금기가 숨겨져 있었다.

오벨리스크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그의 심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혐오스러웠지만,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이 있었다. 마치 굶주린 짐승이 먹이를 향해 본능적으로 이끌리듯, 그의 몸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반응하는 느낌이었다. 귓가에 들려오는 듯한 환청, 속삭임이 아니었다. 날것의 힘, 지배와 파괴의 본능이 직접 그의 정신을 두드렸다.

그때였다. 오벨리스크 바닥에 널려 있던 수십 개의 뒤틀린 육체 중 하나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목이 완전히 꺾여 천장을 향해 있던 그 육체의 손가락 하나가, 아주 미세하게, 경련하듯 움직였다.

그리고 그 순간, 류진은 들었다. 흑요석 오벨리스크의 심장부에서 울려 퍼지는 둔탁하고 규칙적인 소리.

*쿵—! 쿵—! 쿵—!*

마치 거대한 짐승의 심장이 뛰는 듯한 소리. 이 거대한 기둥 안에, 도대체 무엇이 봉인되어 있는 것인가. 혹은, 무엇이 자라나고 있는 것인가. 류진은 공포에 질려 한 걸음 물러섰다. 그는 그 어떤 마법사도 흉내 낼 수 없는, 학원의 가장 깊은 어둠을 목격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