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재투성이 하늘 아래, 지훈은 무너진 도시의 뼈대 사이를 유령처럼 떠돌았다. 숨을 쉴 때마다 폐부를 긁는 쇳내와 잿더미 냄새는 이제 익숙한 일상이었다. 등 뒤에 짊어진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지만, 그 안의 내용은 턱없이 가벼웠다. 낡고 여기저기 깨진 스캐너가 지직거리는 소리를 냈다. 약한 신호였다. 하지만 지훈은 이 미약한 울림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었다. 배터리는 거의 바닥이었고, 마지막 남은 건조식량은 어제 새벽에 동났다.

스캐너의 불빛이 흐릿하게 깜빡이며 한 방향을 가리켰다. 과거의 지하철역 입구, 이제는 반쯤 무너져 진흙과 콘크리트 잔해로 뒤덮인 틈새였다. 분명 이곳은 오래전 봉쇄된 구역으로, 지도에도 없던 곳이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미지의 공포와 생존 본능에서 오는 기대감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지훈은 손에 든 개조된 파이프를 고쳐 쥐고 조심스럽게 파편들을 밟으며 어둠 속으로 내려갔다.

지하의 공기는 더욱 차갑고 습했다. 무너진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정적을 깨고, 희미한 스캐너의 불빛만이 길을 안내했다. 바닥에 깔린 부서진 타일과 녹슨 금속 조각들을 피해 한참을 걸었을까, 신호가 점점 강해졌다. 폐허가 된 터널 한쪽 벽이 이상하리만치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른 곳은 모두 뒤틀리고 부서졌는데, 이곳만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말끔했다.

“젠장, 이런 건 또 처음이군.”

지훈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벽의 한가운데,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금속 문이 나타났다. 녹슬지 않은, 매끄러운 표면이었다. 문에 손을 대자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느껴졌다. 스캐너는 마치 문 안쪽에서 나오는 듯한 강력한 에너지를 표시하고 있었다. 지훈은 조심스럽게 문틈을 살폈지만, 강철로 된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열쇠구멍도, 손잡이도 없었다. 마치 벽의 일부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찌이잉- 하는 낮은 진동이 발밑에서부터 올라왔다. 문에 새겨진 문양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섬광이 번쩍이더니, 무거운 금속 문이 소리 없이 안쪽으로 미끄러져 열렸다. 지훈은 침을 꿀꺽 삼키며 틈새 너머를 응시했다.

문을 통과하자, 좁은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 끝은 작은 원형 공간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중심에는 닳고 낡은 받침대가 있었고, 그 위에는… 지훈은 눈을 비볐다. 분명 잘못 본 것일 테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현실이었다.

받침대 위에는 한 손에 쥘 만한 크기의 수정이 놓여 있었다. 짙은 남색을 띠는 수정은 안쪽에서부터 희미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빛은 차갑지만 온화했고, 어둠을 부드럽게 몰아냈다. 수정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아주 미세하게 고동치고 있었다. 스캐너는 이 수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정상적인 에너지에 완전히 압도당해 지직거리며 경고음을 울렸다.

“이게… 대체 뭐지?”

지훈은 홀린 듯 수정에 다가갔다. 폐허가 된 세상에서 이런 완벽한 아름다움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다른 차원에서 온 것처럼 이질적이었다. 손을 뻗어 수정에 닿으려는 순간,

*크르르르…*

등골이 오싹해지는 낮은 울음소리가 뒤편 통로에서 들려왔다. 지훈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반사적으로 파이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스캐너가 경고음을 최고치로 올리며, 뒤편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하나가 아니었다. 셋, 아니 넷!

지훈은 급히 뒤돌아섰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짐승의 눈빛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육중한 몸집, 비정상적으로 길고 날카로운 발톱, 뼈대가 뒤틀린 듯한 기형적인 형체. 이 도시를 떠도는 ‘그림자 사냥꾼’들이었다. 녀석들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이 황폐한 세상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였다.

“젠장, 이런 곳에 숨어있을 줄이야!”

지훈은 본능적으로 수정 쪽으로 한 발 물러섰다. 녀석들은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으르렁거리며 좁은 통로를 가득 메웠다. 가장 앞에 있던 녀석이 거친 숨을 내뿜으며 달려들었다. 지훈은 간발의 차이로 옆으로 몸을 날렸다. 녀석의 발톱이 벽을 긁으며 섬뜩한 소리를 냈다.

도망칠 곳이 없었다. 뒤는 수정이 있는 벽이고, 앞은 짐승 떼였다. 지훈은 파이프를 휘둘러 첫 번째 녀석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녀석이 휘청거렸지만, 잠시 주춤할 뿐이었다. 다른 녀석들이 기다렸다는 듯 덤벼들었다.

지훈은 눈앞의 위협에 집중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수정에 시선이 닿았다. 수정은 여전히 미세하게 고동치며 신비로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순간, 지훈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스캐너가 감지한 비정상적인 에너지. 저 수정의 정체는 대체 뭘까? 그리고 저것이 이 ‘그림자 사냥꾼’들을 유인한 걸까?

의문이 꼬리를 물었지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두 번째 녀석이 턱을 벌리며 지훈의 목을 노렸다. 지훈은 재빨리 몸을 숙여 피하고, 파이프의 끝부분으로 녀석의 턱밑을 강하게 찔렀다. 녀석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세 번째, 네 번째 녀석이 동시에 양쪽에서 달려들었다. 지훈은 자신이 이대로 찢겨 죽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때, 그의 손에 들린 파이프 끝부분이 수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에 닿았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푸른빛이 파이프를 타고 올라와 지훈의 팔을 감쌌다.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감각. 고통이 아닌, 엄청난 힘이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파이프 끝에서 푸른 에너지의 불꽃이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달려들던 ‘그림자 사냥꾼’들이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녀석들의 붉은 눈동자에 경계심이 서렸다. 지훈은 망설이지 않았다. 에너지로 충전된 파이프를 가장 가까이 있던 녀석에게 휘둘렀다.

콰앙!

굉음과 함께 푸른 섬광이 터져 나왔다. 녀석의 몸이 종잇장처럼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녀석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나머지 녀석들이 일순간 동요했다. 지훈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눈앞의 파이프를 내려다봤다. 파이프는 여전히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손에서 느껴지는 힘은 압도적이었다. 이 모든 것이 저 수정 때문이었다.

이것은 기회였다. 아니면 또 다른 함정일까?

지훈은 남은 그림자 사냥꾼들을 향해 다시 파이프를 들어 올렸다. 녀석들은 지훈의 눈빛에서 전에 없던 섬뜩함을 읽었는지, 감히 달려들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퇴로는 좁았고, 녀석들은 다른 방향으로 달아날 수도 없었다. 지훈은 녀석들을 쫓아 한 발짝 내딛었다.

바로 그 순간, 뒤편의 닫혀있던 철문이 다시 한번 찌이잉- 하는 진동과 함께 열렸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에서, 또 다른 어둠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림자 사냥꾼들과는 확연히 다른, 인간의 실루엣이었다.

“흥미롭군. 사냥꾼들의 먹잇감이 예상치 못한 재주를 부리는군.”

낮고 거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빛은 없었지만, 그 시선이 지훈을 꿰뚫는 듯했다. 지훈의 심장이 다시 한번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